베싸TV 영상 · 2022.08 · 8:27
부모 역할이 8할인 아이 감정조절력, 시기마다 돕는 방법이 달라요
돌 무렵에는 안아 달래 주고, 30개월쯤부터는 지켜보며 설명해 주는 식으로 부모의 도움을 조금씩 줄여 가요.
요즘 감정조절이 안 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아이들 이야기가 많다 보니, 부모는 어릴 때부터 아이를 딱 잡아 훈련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감정조절이 중요하니 어릴 때부터 스스로 하게 내버려 두자'는 식으로 단순하게 접근하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거든요. 다미를 키우면서 베싸가 시기별로 어떤 방향을 잡았는지 돌아볼게요.
시기에 맞는 기대치가 먼저예요
아이를 키울 때 아주 중요한 것이 시기별로 적절한 기대치를 갖는 거예요. 발달을 배우는 게 육아에 큰 도움이 되는 이유죠. 아직 감정조절이 안 되는 게 당연한 시기의 아이에게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기를 기대하면 아이도 힘들고 부모도 힘들어요. 그 나이에 지극히 정상인 행동을 문제 행동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내 육아 실력을 믿는 마음, 그러니까 육아 유능감이 떨어져서 불안한 부모가 되기 쉽거든요.
물론 육아의 본질 중에는 시기와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것도 있어요. 아이에게 긍정적인 관심을 주는 게 좋다는 건 언제나 그렇죠. 하지만 감정조절력을 도와주는 방법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달라져야 해요. 이 영역이 바로 스캐폴딩의 영역이기 때문이에요.
감정조절력은 스캐폴딩의 영역이에요
스캐폴딩은 아이의 성장을 돕기 위해 딱 적절한 수준의 도움만 부모가 주는 거예요. 아이에게 아직 어떤 능력이 없을 때는 부모가 많이 도와줘요. 걸음마를 할 때 손을 잡아 주듯 직접 돕기도 하고, "이렇게 걷는 거야" 하며 걷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죠. 아이는 이런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고 방법을 내면화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기 시작하고, 실력이 조금씩 자라요. 그러면 부모는 이제 도움을 조금씩 줄여서 아이가 스스로 감당하는 범위를 넓혀 줘야 해요. 그래야 아이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감정조절력도 마찬가지예요.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발달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대체로 돌 이후부터 서서히 감정조절력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여전히 많이 미숙해요.
돌 무렵에는 안아 주고 달래 주는 게 스캐폴딩이에요
아이가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며 울거나 짜증을 낼 때, 부모가 안아 주고 달래 주고 토닥여 주며 여러 방식으로 진정시켜 주세요. 부정적인 감정을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춰 주는 방식의 스캐폴딩이에요. 아이는 이렇게 부모의 도움을 받아 감정을 성공적으로 통제해 내는 경험을 쌓고, 그 덕에 감정조절력이 조금씩 자라요. 실제로 부모가 이렇게 반응적으로 행동하고 충분히 달래 줄 때 나중에 아이의 감정조절력이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어요.
다만 이렇게 도와주고 달래 주는 일이 무한정 이어져서는 안 돼요. 한 연구에서는 18개월 때 부모가 달래 주고 감정을 받아 준 것이 5세 때 감정조절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30개월 때 보여 준 같은 달래기 행동은 5세 때 감정조절력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했어요.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스캐폴딩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인지 능력이 발달한 30개월쯤부터는 부모가 조금 다른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베싸는 생각해요. 이 연구도 만 3~4세 무렵까지는 부모의 많은 도움이 감정조절력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되지만 만 5세쯤 되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결론 내리고 있거든요.
30개월쯤부터는 지켜보고 설명해 주세요
베싸도 실제로 그렇게 했어요. 다미가 더 어렸을 때는 주의를 다른 데로 돌려 주고 달래고 안아 주는 식으로 훨씬 적극적으로 개입했지만,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너무 서둘러 그 감정을 없애 주려 하기보다 옆에서 지켜봐 주면서 감정을 겪어 볼 시간을 주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관찰자로서 그 감정을 말로 설명해 주고 묵묵히 응원하는 자리에 서는 거죠. 앞선 글에서 소개한 셰팔리 차바리 박사의 『깨어있는 부모』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요. 아이가 커 갈수록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할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는 생각을 조금씩 줄여 가는 게 좋다는 거예요.
물론 30개월 아기는 아직 어리니까 부모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어요. 혼이 났거나 뭔가 잘 안돼서 짜증이 날 때 안아 달라고 하면 그냥 안아 주면서 공감해 주시면 돼요. 그렇게 한다고 초등학생, 중학생이 되어서까지 감정을 조절하려고 부모에게 매달리는 아이로 크지 않아요.
앞서 말한 연구에서는 30개월 아기에게 부모가 설명해 주기를 했을 때 이후 감정조절력에 약간이지만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해요. 우리도 짜증이 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문제를 다른 식으로,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때가 있잖아요. 카페에서 커피를 사는데 직원의 표정이 안 좋고 말투가 퉁명스러우면 짜증이 날 수 있지만, '저 사람이 오늘 아침에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보다' 하고 차분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기분이 조금 나아지죠. 설명해 주기는 아이에게도 이렇게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전략을 조금씩 가르쳐 주는 데 유용해요.
예를 들어 최근에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아이가 붙임성이 좋아서 놀이터에서 언니 오빠들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데, 언니 오빠들이 놀이에 끼워 주지 않거나 무시해서 아이가 많이 쓸쓸해한다고요. 그럴 때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언니 오빠들이 너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지금 자기들끼리 다른 놀이를 하고 싶은가 봐" 하고 상대 입장도 생각해 볼 수 있게 설명해 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다미가 더 크면 감정조절을 서둘러 먼저 도와주려 하기보다, 일단 옆에 가만히 앉아서 아이가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어 가는지 지켜봐 주는 게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아이는 아직 감정조절을 못 하는 게 정상이에요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아이는 감정조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제를 버리셨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감정을 통제하는 뇌 영역은 30대 초반이 되어서야 완전히 성숙한다고 말한 학자도 있어요. 특히 전두엽이 본격적으로 성숙하기 전인 만 3세 이전 아이들은 감정조절을 못 하는 게 더 정상이에요.
아이는 커 가면서 새로운 상황과 다양한 대상을 알게 되고, 짜증이나 불안 같은 여러 감정을 새롭게 느끼게 돼요. 그런데 전두엽은 아직 미숙하니 부모 눈에는 '왜 이렇게 짜증을 많이 내지', '예전에는 불안해하지 않던 것에 왜 불안해하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나' 싶을 수 있죠. 아이가 다양한 감정을 경험해 나가는 중이고 아직 잘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이해해 주세요. 부모가 아이의 모습에 불안해지기 시작하면 행동을 과도하게 통제하거나 감정을 억누르거나 나서서 대신 해결해 주고 싶은 욕구를 참기 어려워지거든요. 차분하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아이가 여러 감정을 겪어 내는 순간에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단단한 기둥처럼 옆에 있어 주세요.
정리해 보면
- 감정조절력을 돕는 방법은 시기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스캐폴딩의 영역이에요.
- 돌 무렵 아이가 울거나 짜증 낼 때는 안아 주고 달래 주며 감정을 감당할 수준으로 낮춰 주세요.
- 30개월쯤부터는 서둘러 감정을 없애 주기보다 옆에서 지켜보며 감정을 말로 설명해 주세요.
-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전략을 설명해 주기로 조금씩 가르쳐 주세요.
- 만 3세 이전 아이는 감정조절을 못 하는 게 정상이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대를 내려놓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