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2.04 · 20:16
아이와의 외출 준비가 어려운 이유, 그리고 베싸네 아침 준비 방법
아이는 주의를 마음대로 옮기지 못하고 현재를 사는 존재라 외출 준비는 늘 부모의 일. 보상과 협박 없이 협조를 얻는 방법을 정리했어요.
육아 일상에서 아이와 자주 부딪히는 장면 중 하나가 외출 준비예요. 아이가 내 마음처럼 따라 주지 않으니 협박하거나 강제로 하거나 "엄마 혼자 갈 거야" 같은 좋지 않은 방식을 어쩔 수 없이 택하게 되죠.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이유를 알고 나면 아이가 옷을 안 입고 도망 다닐 때도 조금 더 너그럽게 볼 수 있어요.
아이는 주의를 마음대로 옮기지 못해요
주의를 자기 뜻대로 조절하는 능력은 주로 전두엽이 맡는데, 만 3세 이전 아이들은 전두엽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 이 능력이 많이 떨어져요. 어른은 '나가야 한다'는 목표를 머릿속에 두고 밥 먹고 양치하고 옷 입고 신발 신는 일을 어렵지 않게 해내지만, 아이에게는 흥미를 끌지 않는 목표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붙들어 두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심리학자 앨리슨 고프닉은 아이의 주의력은 랜턴 같고 어른의 주의력은 스포트라이트 같다고 했어요. 어른은 목표 하나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선택적으로 무시하지만, 아이는 주변의 모든 것이 다 눈에 들어와요. 세상 모든 것을 배우고 싶어 하는 강력한 학습 동기에는 그편이 더 잘 맞거든요.
그러니 아이 입장에서 외출 준비는 길고 어려운 일이에요. 장난감이나 책에 주의를 뺏기고, 일단 뺏기고 나면 이미 흥미를 느낀 활동에서 주의를 거둬 해야 할 일로 돌리는 게 또 어려워요. 이 주의 전환 능력은 뇌 발달 단계상 아직 잘할 나이가 아니거든요. "밥 다 먹었으니 양치하자", "책 다 읽었으니 자자", "놀이터에서 놀았으니 집에 가자"처럼 한 활동에서 다음 활동으로 넘어가는 게 아이에게 어려운 미션인 이유예요.
아이는 현재를 사는 존재예요
고프닉 교수는 어린 아기들은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뻗어 있는 시간의 연속선 위에서 삶을 경험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과거나 미래로 보낼 수 있는 '동일한 나'라는 개념이 아직 없는 거죠. 어른은 지금 이렇게 하면 나중에 이렇게 되겠다고 생각하고 그걸 바탕으로 현재 행동을 정하지만, 어린아이의 머릿속에는 기억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어서 지금 하는 일이 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체계적으로 생각하지 못해요.
그 결과 아이는 현재에 아주 충실해요. "지금 양치를 해야 밖에 나갈 수 있어"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어릴수록 잘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죠. 지금 마시멜로를 안 먹으면 나중에 두 개를 준다는 마시멜로 실험도 보통 만 4세 이상 아이를 대상으로 하잖아요. 어린 아기에게는 현재의 욕구를 미루는 능력이 아직 많이 부족해요.
보상이나 협박 없이 협조를 얻는 게 목표예요
그러니까 외출 준비는 근본적으로 부모의 아젠다지 아이의 아젠다가 아니에요. 우리 아이만 그런 게 아니라 아이들은 다 그래요. 그래서 부모가 끊임없이 아이가 다시 외출 준비에 집중하도록 도와줘야 해요. 아이가 원래 이런 존재라는 걸 알면 대척점에 서서 화를 내기보다 같은 편에 서서 도와주는 쪽으로 접근할 수 있죠. 눈에 보이는 재미있는 것마다 마음을 뺏기는 건 세상을 배우려고 아이가 갖고 태어난 본능이라, 마법처럼 갑자기 협조적으로 변하는 해결책은 없어요.
그럼 협조를 최대한 얻어 내려면 어떻게 할까. 이건 스킬의 영역이라 방법이 여러 가지일 수 있는데, 중요한 건 보상이나 협박, 강제 없이 아이의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 내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는 거예요. 통제적인 수단이나 외부 보상과 협박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그 수단 없이는 자발적인 협조를 얻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거든요. 단기적으로는 말을 잘 듣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득보다 실이 많아요.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나빠지고, 아이가 커서 반항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아예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베싸네 아침: 넉넉한 시간, 정해진 순서
다미와 외출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 풀어 볼게요. 정답이 아니라 다미에게 통하는 방법이에요. 다미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옆길로 많이 새고 비협조적으로 나오기도 해요.
어느 집에서나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을 넉넉하게 가질 수 있도록 아이의 기상 시간을 조정하는 거예요. 준비 시간은 짧은데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까지 해야 하면 부모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고, 화를 내고 아이를 통제하게 되거든요. 다미는 요즘 8시쯤 일어나고 9시 반쯤 집에서 나가요.
일어나면 식사를 먼저 해요. 밥을 먹는 동안 "밥 다 먹고 나면 양치할 거야" 하고 두세 번 알려 주고, "밥 먹고 뭐 할까?" 물으면 다미가 "치카치카" 하고 답해요. 밥 먹고, 양치하고, 그다음에 옷 입자. 이렇게 다음에 뭘 할지 미리 알려 주면서 주의 전환을 조금 더 쉽게 해 주는 거예요. 준비 순서를 그림으로 그린 표를 활용하셔도 좋아요. 아이와 부모가 알아볼 수만 있으면 되고, 아이가 참여해서 만들면 더 좋아요.
순서표나 타이머, 눈으로 보이는 시계 같은 외부 자료를 쓰면 부모가 아이를 덜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말투로 말할 수 있어서 자발성을 이끌어 내는 데 꽤 도움이 돼요. 연구를 보면 사람은 같은 지시를 받더라도 말투에 따라 자율성을 느끼기도 하고 못 느끼기도 하거든요. "밥 먹었으니까 이제 양치할 차례네"는 "너 이제 양치해야 돼, 양치하러 가자"보다 덜 통제하는 느낌이 들죠.
양치하러 오지 않을 때
밥 먹고 양치하기로 했는데 다른 데로 새는 일이 종종 있어요. 그러면 "밥 먹고 뭐 하기로 했지?" 하고 상기시켜요. 베싸는 보통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서 양치를 하고 머리를 말리면서 "엄마가 기다리고 있어" 하고 여유롭게 기다려요. 그러면 대개는 하던 걸 마치고 알아서 와요. 시간이 부족하면 마음이 조급해져서 아이가 세월아 네월아 하는 모습에 속이 부글부글 끓으니, 여기서도 넉넉한 시간이 중요해요. 충분히 기다려도 안 올 수 있는데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여러 수단을 조합해 시도하면서 우리 아이에게 맞는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거예요.
기다려도 안 올 때 베싸가 쓰는 방법들이에요.
- 솔직하게 마음 말하기: "엄마가 다미한테 양치하러 오라고 계속 화장실에서 기다렸는데, 다미가 안 와 줘서 너무 속상했어" 하고 말해요. 그러면 "엄마가 기다렸구나, 미안해요" 하고 제 손을 잡고 같이 가기도 해요.
- 즐거운 동기 만들기: 화장실에서 다미 인형과 재미있게 대화하며 양치하는 소리를 들려줘요. 자기도 놀고 싶어서 오기도 하죠.
- 도움 청하기: "엄마 양치하는 것 좀 도와줄래?" 아이에게는 도와주고 싶은 친사회적 욕구가 있어서 와서 도와주다가 자연스럽게 자기도 양치를 해요.
- 선택지 주기: 통제 상황 안에서 조금이라도 자율성을 주려고 "양치를 어디서 하면 좋을까? 여기서 할까, 저기서 할까?" 하고 골라 보게 해요.
책임지기 전략은 처벌과 달라요
매번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베싸가 가장 좋아하는 전략은 책임지기예요. 아이가 좋아하는 곳에 가기로 했는데 준비에 비협조적이고 질질 늘어질 때 그 기회를 포착해서 쓸 수 있어요.
지난주에 다미와 오전에 수영장에 가기로 했는데 다미가 화장실에 너무 안 오는 거예요. "지금 양치하러 안 오면 시간이 너무 늦어서 수영장에 못 가게 될 수도 있어" 하고 계속 알려 줬는데 30분이 되도록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나가서 말했어요. "다미야, 너무 늦어져서 이제 수영장 갈 수 있는 시간이 지났어. 오전에는 다른 거 하자." 다미가 울면서 양치하겠다고 달려갔지만, 가르침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단호하게 했고 결국 수영장에 안 갔어요. 당연히 다미는 굉장히 속상해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아이가 속상해하고 있을 때 바로 "거봐, 내가 뭐라 그랬어" 식으로 훈계하거나 책망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속상한 마음 자체는 인정해 주고 달래 주세요. "많이 기대했는데 못 가서 속상하겠다. 엄마도 다미랑 수영장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너무 슬프다." 아이가 조금 진정되면 그때 이야기해 주는 거예요. "엄마가 아까 열 번씩이나 지금 준비 안 하면 수영장에 갈 수 없다고 말했지? 다음부터는 늦지 않게 준비해서 제시간에 가자."
일주일 뒤 또 수영장 가는 날, 아침에 준비하는데 다미가 갑자기 "지난주에는 다미가 치카치카를 안 해서 수영장에 못 갔어" 하더니 준비를 아주 잘했어요. 이번 주 내내 어린이집 가는 날에도 조금 더 협조적이었고요. 이 전략은 한두 번의 경험만으로도 아이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반복해야 하는 다른 전략들에 비해 상당히 효과적이에요. 부모는 "우리 지금 준비해야 돼" 하고 방향을 주고 계속 알려 주되, 그걸 하느냐 마느냐는 아이의 선택이고 그 선택의 책임을 아이가 지는 거예요. 실망이나 좌절 같은 부정적인 경험이 자기 행동과 강력하게 연결되니까 이후의 행동이 달라져요.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처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행동과 무관한 것으로 책임을 지게 하면 그건 처벌이고 아이는 부당하다고 느껴요. 준비를 잘 안 했다고 간식을 뺏는 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게 아니에요. 미리 "준비 안 하면 간식 안 줄 거야" 하고 약속했더라도, 간식을 줄 권한을 가진 부모가 아이를 협박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마찬가지예요. 책임지기 전략은 아이의 행동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결과에만 쓰세요.
옷 입기는 놀이처럼
양치를 하고 나면 옷을 고를 차례예요. 다미 서랍에는 옷이 정리되어 있어서 티셔츠와 바지를 골라 오라고 하고, 그사이 베싸는 어린이집 가방을 챙겨요. 아이가 옷 입기를 싫어하고 도망 다닌다면 스스로 옷을 고르게 해 보세요. 과정에 자율성이 보장될 때 더 자발적으로 하거든요. 다만 아이가 고른 옷에는 너그러운 기준을 가져야 해요.
다미가 가끔 하기 싫어할 때는 놀이처럼 해요. 옆에 있는 책을 펴서 "오늘은 이 색으로 골라서 입어 볼까?" 하고 미션을 주기도 하고, "누가 먼저 입나" 하면 아주 열심히 입어요. 옷을 들고 "다미야, 나 입어 줘" 하며 옷이 말하는 놀이도 좋아하고요. 즐거운 분위기로 하면 결국 뭐든 골라 입더라고요. 아이마다 좋아하는 놀이 톤이 다르니 우리 아이가 어떤 것에 재미를 느끼는지 고민해 보세요. 재미는 아이의 자발성을 이끌어 내는 가장 강력한 도구예요.
이렇게까지 비위를 맞춰 줘야 하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세요. 베싸가 보기엔 관점의 차이예요. '아이 비위를 맞춘다', '아이를 상전으로 모신다'는 프레임으로 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게 육아예요.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안아 주는 것조차 하녀 노릇이라고 딱지를 붙이면 당연한 일도 부정적으로 보이죠. 일상에서 쓸데없는 갈등을 줄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면서, 정말 단호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절대 굽히지 않는 게 현명한 육아라고 생각해요. 베싸도 물러 보일 수 있지만 단호할 때는 아주 단호하거든요. 평소에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고 자율성을 존중해 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단호하게 나갈 때 아이도 더 잘 받아들여 줘요. 그러다 보면 아이가 준비 과정에 더 즐겁게 참여하게 되고, 결국 외출 준비가 더 쉬워지고 빨라져요.
정리해 보면
- 아이는 주의를 마음대로 옮기지 못하고 현재를 사는 존재라, 외출 준비는 원래 부모의 아젠다예요.
- 보상·협박·강제 대신 아이의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 내는 방법을 찾으세요.
- 기상 시간을 앞당겨 준비 시간을 넉넉히 두고, 다음에 할 일을 미리 알려 주세요.
- 순서표나 타이머 같은 외부 자료를 쓰면 덜 통제하는 말투로 말할 수 있어요.
- 책임지기 전략은 아이의 행동과 직접 관련된 결과에만 쓰고, 속상한 마음은 먼저 달래 주세요.
- 옷 고르기와 입기는 놀이처럼 재미 요소를 넣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