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2.12 · 12:26
아기가 통잠을 못 자 괴롭나요? 통잠 신화에서 한 걸음 벗어나기
밤에 깨는 아이가 비정상은 아니에요. 통잠을 목표로 삼기보다 우리 아이를 파악하고 바꿀 수 있는 부분부터 손대 보세요.
초보 부모가 됐을 때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수면 부족일 거예요. 그전까지는 잠을 끊어서 잘 일이 별로 없다가, 밤중에 한 번 두 번 세 번씩 깨야 하니까요. 그래서 부모가 되면 '우리 아이는 도대체 언제 통잠을 잘까' 하는 열망 같은 게 생기죠. 그 통잠 이야기를 한번 해 보려고 해요.
통잠이 목표가 되면 스트레스가 더 커져요
수면 부족은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뇌 기능, 기분, 그리고 좋은 육아를 할 수 있는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쳐요. 부모가 만성적으로 수면 부족을 겪고 있다면 그걸 해결하는 건 정말 중요한 문제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통잠을 자는 게 중요해지는 것도 당연하죠.
그런데 저도 그런 열망을 가졌던 한 명의 엄마로서 느낀 게 있어요. 통잠에는 어떤 이상적인 모습이 있잖아요. 인터넷에서 종종 보는, 백일밖에 안 된 아기가 9시에 자서 5시나 6시에 일어난다는 이야기 같은 것. 그 이상과 현실의 간격이 너무 크고 빨리 좁혀지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쉽게 가중돼요. 그런 이상적인 모습을 몰랐더라면 힘들어도 조금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버틸 수 있었을 텐데, 통잠이 달성해야 할 목표처럼 되어 버리면 지금 성취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스트레스 위에 또 얹히거든요. 밤중에 아이가 깨면 '언제 통잠 자지' 하고 스트레스가 확 올라오는 거죠.
제가 좋아하는 테드 강연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스트레스는 수렵채집인 시절부터 현대인까지 삶에 늘 어느 정도는 있는 것이라 누구나 받는데, 받아들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고요.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나름의 대처법을 찾아 실행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자기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리고 스트레스를 아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의 악영향에 더 강하게 노출되고,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건강에 적신호가 잘 오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통잠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통잠을 못 자는 건 당연히 힘든데, 거기에 '이건 비정상이야'라는 생각까지 얹으면 문제가 필요 이상으로 악화될 수 있어요.
통잠이 정말 절대적인 정상일까요
아이가 더 잘 자게 해 주려는 노력은 물론 중요해요. 특히 부모가 수면 부족으로 힘든 상황이라면 아이를 잘 재우고 부모도 더 잘 잘 수 있게 하는 여러 노력을 삶에서 아주 높은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렇다고 기대치까지 같이 높게 가져가면 안 좋아요. 아이가 밤에 깨서 우는 건 생존본능과 관련이 있거든요. 안정을 찾으려는 것이거나, 영양을 충분히 받지 못해 채우려는 것이거나. 그리고 이 생존본능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런 개인차를 생각하지 않고 기대치를 높게 잡으면 현실과 이상의 간격 때문에 무력감을 느끼게 되죠.
그러면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통잠을 자야만 피곤하지 않은 걸까요. 얼마 전 한 해외 기사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읽었어요. 500년쯤 전의 기록에 따르면 그 시절 사람들은 통잠을 자지 않았대요. 산업화 전에는 정해진 시간에 노동하는 삶이 아니었잖아요. 해가 떨어지면, 그러니까 6시나 7시쯤이면 일단 자요. 어두울 때 자고 밝을 때 활동하는 생체리듬에는 그게 더 맞는 방법이니까요. 그러다 12시쯤 한밤중에 일어나서 자기 시간도 갖고 대화도 하고 이웃도 만나다가, 졸리면 다시 자고 해 뜰 때쯤 일어났다는 거예요. 두 번의 잠으로 나눠서 잔 거죠. 이 자료가 알려진 뒤 해외에서는 이렇게 일찍 자고 한밤중에 일어나 생산적인 활동이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게 한때 유행하기도 했어요.
이걸 따라 하시라는 말은 아니에요. 다만 10시부터 6시까지 8시간을 딱 자는 게 아니라, 끊어서 자는 게 정상이던 시기도 있었다는 거죠. 잠을 자주 끊어 자는 게 좋지 않다는 건 알려져 있지만, 우리 아이가 밤중에 깨는 게 비정상이고 통잠을 꼭 자야만 한다는 믿음 때문에 더 힘들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힘든 건 힘든 거지만, 불필요한 부분까지 추가로 힘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에요.
다미도 돌이 지나서야 통잠을 잤어요
다미는 좀 예민한 편이고, 제 생각에 생존본능이 강한 아이예요. 잠투정도 있었고요. 초반 6개월 정도는 밤에 항상 두세 번 깨서 수유를 했고, 돌 무렵까지는 한 번 정도 깨서 수유하거나, 밤중 수유를 없앤 뒤로는 울면 가서 달래 주면 다시 잠들었어요. 정말 통잠을 잔다고 느낀 건 돌 이후였던 것 같아요.
저도 초반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내 수면의 질이 너무 안 좋은 것 같고, 통잠 자는 나이도 있다는데 자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요. 그러다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대부분의 부모님이 그렇게 바뀌실 거예요. '통잠을 잘 때가 되면 자는구나' 하고 생각했을 때 마음이 훨씬 편했어요. 다미는 여전히 통잠을 자지 않았지만,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에서 무력감을 느끼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은 훨씬 줄었죠.
통잠 말고도 부모의 잠을 개선할 방법은 있어요
부모가 수면 부족이라면 물론 수면교육을 해서 아이가 통잠을 자게 할 수도 있어요. 100% 먹히는 건 아니지만요. 그게 쉽게 된다면 좋지만, 잘 안 된다면 거기에 너무 집착하기보다 부모의 수면을 개선할 다른 방법을 찾아보세요. 낮잠 시간을 확보하는 것, 밤에 아기와 함께 잠자리에 드는 것도 전체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이에요.
이렇게 하면 밤의 나만의 시간을 포기하게 되죠. 부모는 늘 나만의 시간이 결핍되어 있어서 그게 힘드실 수 있는데, 결국 우선순위 문제인 것 같아요. 밤에 잘 자는 건 부모의 정신건강과 행복, 육아 능력에 많이 영향을 미치니까요. 차라리 낮에 육아를 도와주실 분을 구해서 낮에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밤에는 내가 더 잘 자는 걸 우선순위에 두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담론에서 벗어나 우리 아이를 보세요
그래서 우리 아이를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면교육 콘텐츠를 보고, 카페를 검색하고, 질문을 올리고, 다른 엄마들은 어땠는지 찾아보다 보면 '통잠을 자야 한다'는 우리 문화권의 큰 담론이 굉장히 강하게 다가오거든요. 거기서 조금 벗어나서 아이를 보는 거예요. 우리 아이는 지금 통잠을 못 자네. 생존본능이 강해서 이 본능을 거슬러 수면교육을 하기가 어렵네. 그런 아이들이 분명 있거든요. 100% 통하는 수면 테크닉은 없어요. 아이를 파악하고, 큰 그림에서 천천히 성장해 갈 거라는 믿음을 갖고, 바꿀 수 없는 부분보다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다 보면 아이도 성장하고 부모도 부모 역할에 적응하면서 삶이 안정을 찾는 날이 와요.
실제로 제가 본 한 연구에서는 초보 부모보다 둘째나 셋째를 키우는 경험 있는 부모가 수면 관련 스트레스를 덜 받고 수면의 질도 더 좋을 수 있다고 해요. 어린 연년생을 키우는 경우라면 다른 이야기겠지만, 그만큼 마음가짐과 현실적인 기대치가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그렇다고 우리 아이는 생존본능이 강하니까 그냥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에요. 노력은 조금씩 해야 해요. 아이는 이 세상이 위험한 것 같아서 울고, 부모가 달래 주기를 기다리잖아요. 그 도움을 점진적으로 빼 나갈 수 있는 부분을 계속 고민하고 조금씩 빼 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기띠를 하고 흔들어 주던 걸 어느 시점에는 그만두고 그냥 안아서 흔들어 보고, 그다음엔 덜 움직여 보고, 앉아서 안아 보고. 아이는 당연히 저항해요. 적응하는 과정에서 저항이 없을 수는 없죠. 아이가 우는 게 두려워서 계속 예전 방식으로 재울 필요는 없지만, '우리 아이는 자는 게 힘든 아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울음까지는 한번 지켜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달래 주고. 이렇게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아요. 통잠의 신화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셨으면 해요.
정리해 보면
- 부모의 수면 부족은 정신건강과 육아 능력에 영향을 주는 큰 문제라, 해결하려는 노력은 우선순위에 두세요.
- 다만 통잠을 달성해야 할 목표로 삼으면 이상과 현실의 간격에서 오는 무력감이 스트레스를 키워요.
- 아이가 밤에 깨는 건 생존본능과 관련이 있고, 끊어 자는 잠이 정상이던 시대도 있었어요.
- 통잠이 안 된다면 낮잠 확보, 아기와 함께 잠들기처럼 부모의 잠을 늘릴 다른 방법을 찾으세요.
- 우리 아이를 파악하고, 재우는 데 주는 도움을 감당할 수 있는 만큼씩 점진적으로 줄여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