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지난 아기의 뇌와 몸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부족함 없이 챙겨 주고 싶은 분들을 위한 글이에요. 앞선 글에서 두 돌 이전 식습관 형성이 왜 중요한지, 균형 잡힌 식단이 어떤 건지 개괄적으로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채소 잘 먹이는 전략, 그리고 꼭 챙겨야 할 통곡물과 유제품 이야기를 해 볼게요.

채소를 안 먹는다면, 당장은 과일로도 괜찮아요

2018년 한국 영양 통계에 따르면 돌에서 두 돌 사이 아이들 중 비타민 A와 비타민 C가 부족한 비율이 각각 12.6%, 46.8%에 달했어요. 과일이나 채소를 충분히 먹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특히 아기가 채소를 안 먹어서 스트레스 받는 분이 많으실 텐데요. 과일과 채소는 단기적으로는 서로 대체될 수 있다고 해요. 채소를 하루 두 번 먹든, 채소 한 번에 과일 한 번을 먹든, 비타민이나 필수 영양소 측면에서는 크게 상관없다는 뜻이에요.

다만 채소에는 건강에 좋은 파이토뉴트리언트가 과일보다 풍부해요. 그러니 채소를 싫어하는 아기라면 당장 필요한 영양소는 과일로 채우되, 하루하루 스트레스 받거나 강압적으로 먹이지는 말고 장기적으로 채소를 좋아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도와주셔야 해요.

열 번, 스무 번 꾸준히 내밀면 결국 먹게 돼요

여러 논문에 따르면 채소나 과일을 싫어하는 아기라도 꾸준히 경험하게 해 주면 대부분 더 잘 먹게 된다고 해요. 익숙하지 않은 음식의 맛이나 향을 거부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금방 포기하지 말고 열 번 스무 번 들이밀어야 서서히 좋아하게 된다는 거예요.

한 연구에서는 이유식을 막 시작한 아기들에게 8일 동안 매일 그린빈 퓨레를 먹도록 했어요. 억지로 먹이지 않기 위해 아기가 세 번 거부하면 더 시도하지 않았고요. 처음 먹었을 때 반응을 녹화해 보니 95%의 아기들이 눈을 찌푸리며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8일째 되는 날에는 평균적으로 첫날의 세 배쯤 되는 양을 먹었다고 해요. 그러니 금방 포기하지도, 억지로 먹이려 하지도 마세요. 한 숟갈씩이라도 꾸준히 주면 언젠가는 받아들이게 돼요.

과일과 함께, 채소 두 가지를 함께

과일은 잘 먹지만 채소를 싫어하는 아기라면 과일과 채소를 함께 먹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한 연구에서 아기들을 둘로 나눠 한 그룹은 그린빈만 먹이고, 다른 그룹은 그린빈을 먹은 바로 다음에 복숭아를 함께 먹였어요. 그 결과 그린빈을 복숭아와 함께 먹은 아기들이 나중에 그린빈만 단독으로 먹었을 때도 더 잘 먹었다고 해요.

사람은, 특히 아기들은 본능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단맛이 나는 음식이죠. 모유나 분유가 단 것도 그런 이유고요. 채소는 에너지 밀도가 낮은 음식이라, 채소만 먹었을 때보다 과일과 함께 먹었을 때 느끼는 에너지가 더 만족스러워요. 그래서 채소를 과일과 함께 먹은 아기들이 채소를 단독으로 먹은 아기들보다 채소에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다는 거예요.

같은 논문에서는 채소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도 다양하게 먹이는 게 채소를 좋아하게 되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실험도 했어요. 8일 내내 완두콩만 먹인 그룹과 완두콩과 당근을 함께 먹인 그룹을 비교했더니, 함께 먹은 아기들이 완두콩도 당근도 각각 더 잘 먹게 됐어요. 특히 녹색 채소와 황색 채소를 함께 먹이는 것처럼 식감과 맛이 서로 다른 채소를 함께 주는 게 더 효과가 있었고, 이미 먹어 봐서 익숙한 채소와 새로운 채소를 짝지어 주는 것도 새 채소를 받아들이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해요. 그러니 한 끼 안에서도 두 가지 이상의 채소를 함께 먹여 주세요. 영양 면에서도 더 완벽한 식단이 되고요.

아기가 통곡물을 소화 못 한다는 건 근거가 없어요

앞선 글에서 곡물을 먹일 때 절반은 통곡물로 먹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한국에서는 어린 아기에게 잡곡을 포함한 통곡물이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믿음이 굉장히 뿌리 깊은 것 같아요. 하지만 6개월 이상 아기가 통곡물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근거는 별로 없어요. 곡물의 도정은 밀이나 쌀을 더 오래 보관하기 위해 시작됐고, 정제된 곡물이 식탁에 오르기 전까지는 아기들도 통곡물을 먹고 자랐을 거예요. 미국 농무부, 호주 국립건강의료연구위원회 등 여러 기관이 돌 전에 통곡물을 포함한 다양한 식재료를 소개해 줄 것을, 돌 이후에는 곡물 섭취의 절반까지를 통곡물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요.

통곡물에는 식이섬유뿐 아니라 비타민과 미네랄, 파이토뉴트리언트가 풍부해요. 한 연구에 따르면 통곡물을 정제하고 나면 식이섬유, 마그네슘, 아연, 셀레늄, 비타민 E 같은 영양소가 대부분 사라지고 일부만 남는다고 해요.

혹시 통곡물 좋아하시나요? 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통곡물밥을 먹어 본 적도 없었어요. 거칠거칠한 식감이 익숙하지 않았거든요. 건강에 관심이 생기면서 일부러 먹다가 이제는 익숙해졌지만요.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 두 돌 이전에는 새로운 식재료를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때 형성된 식습관은 평생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니 두 돌 전에 현미, 통밀빵, 오트밀 같은 다양한 통곡물 음식을 소개해 주시면 좋아요. 통곡물은 정제 탄수화물보다 영양소가 훨씬 풍부하고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 비만 예방, 인지능력과 면역력 향상 등 여러 이점이 있어서, 이 습관을 길러 주면 어떤 영양제보다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다만 뭐든 과한 건 좋지 않아요. 곡물의 절반을 통곡물로 하라는 권고였죠.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을 너무 많이 먹으면 장에 가스가 차거나 배가 아플 수 있고, 포만감 때문에 영양이 풍부한 다른 음식을 덜 먹게 될 수도 있어요. 과하지 않게 적당히 먹여 주세요.

유제품은 하루 2회분, 두 돌 전에는 일반 우유로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돌 이후 아기에게 하루 유제품 2회분을 먹일 것을 권고하고 있어요. 유제품에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 각종 지용성 비타민, 그리고 지방이 풍부해서 식단에서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채워 주기 때문이에요. 유제품 2회분 없이 일반 식사만으로는 특히 칼슘, 칼륨, 지방의 권장량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고 해요.

2018년 한국 영양 통계를 보면 돌에서 두 돌 사이 아이들의 유제품 섭취량은 하루 220g 정도, 한 컵쯤이었어요. 미국 소아과학회가 권고하는 하루 2회분은 우유 기준으로 2컵 정도예요. 한국 아기들은 필요한 유제품의 절반밖에 먹고 있지 않다는 얘기죠. 그 결과 칼슘과 칼륨을 부족하게 섭취하는 아기들이 적지 않았고, 지방을 부족하게 섭취하는 아기의 비율은 38%였어요.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돕는 필수 미네랄이고, 지방은 뇌의 60%를 구성하는 성분이라 뇌와 신체 발달에 중요한데, 유제품으로 상당 부분 보충할 수 있어요. 그래서 미국 소아과학회는 적어도 만 2세 전에는 저지방이나 무지방이 아닌, 모유와 비슷한 지방 함량의 일반 우유를 선택하라고 권해요.

마그네슘은 어떨까요. 돌에서 두 돌 사이 한국 아기들의 평균 섭취량은 137.4mg으로 권장량 80mg보다 훨씬 많았고, 부족하게 섭취하는 아기는 전체의 7.24%였어요. 한국 아기들이 많이 먹는 김 같은 해조류에 마그네슘이 아주 풍부하고, 그 밖의 음식에도 상당히 들어 있기 때문으로 보여요. 하지만 아이가 편식이 있어서 이런 음식을 특히 안 먹는다면 마그네슘 결핍이 오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마그네슘이 결핍되면 피로, 짜증, 칼슘과 비타민 흡수 방해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불안이나 ADHD와의 관련성을 보고한 연구 결과도 있어요. 유제품을 하루 2회분 먹는 것만으로도 마그네슘 권장량의 상당 부분을 채울 수 있고요. 유제품, 이만하면 웬만한 영양제보다 낫죠.

다만 우유를 너무 많이 마시는 건 권장되지 않아요. 지방이 풍부한 우유를 너무 많이 마시면 배가 불러 다른 음식을 덜 먹게 되고, 장 출혈을 일으켜 철 결핍성 빈혈이 올 수 있거든요. 그러니 하루 딱 2회분 정도만, 여러 번에 나눠 먹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정리해 보면

  • 채소를 싫어하면 당장은 과일로 영양을 채우되, 억지로 먹이지 말고 열 번 스무 번 꾸준히 내미세요.
  • 채소는 과일과 함께, 그리고 맛과 식감이 다른 채소 두 가지 이상을 함께 주세요.
  • 두 돌 전에 현미, 통밀빵, 오트밀 같은 통곡물을 소개하고, 곡물의 절반 정도를 통곡물로 하세요.
  • 유제품은 하루 2회분(우유 2컵 정도), 두 돌 전에는 일반 우유로 주세요.
  • 우유를 너무 많이 마시면 다른 음식을 덜 먹고 빈혈이 올 수 있으니 여러 번에 나눠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