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0.04 · 8:07
전자레인지로 이유식 데워도 될까요?
너무 뜨겁지 않게만 데우면 영양소 손실은 오히려 적어요. 급할 때 해동하는 것도, 시판 이유식을 용기째 돌리는 것도 괜찮아요.
전자레인지로 이유식을 데워도 되나 마음 한구석이 늘 찜찜하셨던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전자레인지는 전자파로 음식을 익힌다는 점, 그리고 '전자파'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 때문에 각종 괴담의 주인공이 되어 왔죠. 다른 조리법보다 영양소가 더 파괴된다, 가열 중에 음식이 전자파를 흡수한다, 환경호르몬이 나온다. 다 들어 보셨을 거예요. 그래서 이유식 초기에는 중탕을 주로 하셨을 거고요. 하지만 이 편한 전자레인지, 정말 아기 이유식에 쓰면 안 되는 걸까요. 하나하나 짚어 볼게요.
전자레인지는 어떻게 음식을 데울까
한 의과대학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 따르면, 전자레인지는 통신에 쓰이는 전파와 비슷하지만 파장이 더 짧은 주파수로 음식을 가열해요. 이 주파수는 다른 분자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주로 물 분자만 골라서 진동시키는 특징이 있어요. 음식 속 물 분자를 진동시켜 마찰열을 내는 거죠. 다른 조리 방식보다 빠르게 열을 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가스레인지처럼 열이 나는 무언가에서 음식으로 열이 이동할 필요가 없고, 음식 속 물 분자 자체가 열을 내니까요.
괴담과 달리 여러 연구가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전자파 자체는 영양소에 직접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어요. 여러 연구를 종합한 한 논문은 전자레인지가 다른 조리법에 비해 단백질, 지방, 미네랄, 탄수화물, 비타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거나 없다고 결론 내렸고요.
영양소가 더 파괴된다?
다만 다른 가열 방식과 똑같이, 전자레인지도 음식이 특정 온도 이상에 이르면 어떤 영양소들은 파괴돼요. 이건 막을 수 없어요. 특히 열에 약한 게 비타민인데, 70도 이상에서 파괴되기 때문에 비타민을 살리고 싶다면 데울 때 음식이 너무 뜨거워지지 않게 주의해야 해요. 아마 이런 이유로 이유식을 미지근하게 데울 수 있는 중탕을 권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전자레인지를 써도 괜찮은 이유가 두 가지 있어요.
첫째, 전자레인지로도 너무 뜨겁지 않게 데울 수 있어요. 전자레인지라고 음식 온도가 갑자기 확 올라가는 건 아니에요. 5초만 돌리면 음식은 아직 차갑죠. 전자파가 물 분자를 오래 진동시킬수록 온도가 올라가는 거니까, 시간만 잘 맞추면 중탕과 마찬가지로 영양소 파괴를 막을 수 있어요. 게다가 영양소 파괴는 열에 노출된 시간과도 관계가 있는데, 전자레인지는 중탕을 비롯한 다른 조리법보다 익히는 시간이 훨씬 짧아서 같은 고온이라면 오히려 파괴가 덜하다고 해요. 온도계를 챙겨서 영양소를 완벽하게 보존할 게 아니라면, 전자레인지가 영양 손실이 가장 적은 방법 중 하나라고 영양학 전문가들은 말해요. 모유수유 아기가 이유식으로 꼭 보충해야 하는 철분 같은 미네랄도 데우는 정도의 열에는 변형되거나 파괴되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돼요.
둘째, 분유나 모유와 병행하는 시기에는 비타민을 이유식으로 꼭 섭취해야 하는 게 아니에요. 분유나 모유에 아기에게 필요한 비타민이 충분히 들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이유식 양이 많이 늘어서 수유량이 크게 줄기 시작하면 이유식으로 섭취하는 비타민도 조금씩 고민해야겠지만, 아이가 전반적으로 잘 먹기 시작하는 시기 전까지는 전자레인지로 손상될 수 있는 약간의 비타민까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과일 같은 간식으로도 비타민이 보충되고요.
냉동 이유식을 전자레인지로 해동해도 될까
냉동 음식을 해동할 때 주의할 것은 박테리아 번식이에요. 해동되는 과정에서 박테리아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거든요. 냉장고에 옮겨서 해동하는 게 좋다는 건 다들 아실 거예요. 냉장고 온도는 세균이 번식하기엔 너무 춥기 때문이죠. 그런데 급하게 해동해야 할 때 전자레인지를 쓰는 건 안전할까요?
미국 농무부 산하 식품안전검사국에서는 안전한 해동 방법 세 가지로 냉장고, 찬물, 전자레인지를 들고 있어요. 전자레인지 해동은 냉장고 해동만큼이나 안전하다는 거죠. 반면 따뜻한 물을 이용한 중탕이나 실온 해동은 박테리아 번식 위험이 있어 권하지 않아요.
재냉동은 어떨까요. 같은 기관에 따르면 냉장고에서 해동한 음식은 다시 냉동해도 안전해요. 해동 과정의 수분 손실로 맛이 약간 떨어질 수 있지만 안전에는 문제가 없고요. 한번 냉동된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동해서 다시 조리한 음식도 냉동해도 안전하대요. 저는 냉동 소고기를 해동해 이유식을 만들고 다시 얼리는 게 좋지 않을까 봐 한 끼 분량씩만 해동해서 만들어 바로 먹였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네요.
시판 이유식, 용기 그대로 돌려도 될까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을 담아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건 이제 거의 상식처럼 자리 잡았죠.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는 식약처 규정에 따라 영유아 식품을 담는 용기에 환경호르몬 유발 물질을 쓸 수 없게 되어 있어요. 영유아 용기가 아니더라도 식당 주방에서 쓰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환경호르몬 유발 물질이 들어 있지 않은 폴리프로필렌이고, 한때 논란이 된 폴리카보네이트 용기는 국내에서 이미 대부분 퇴출된 상태라고 해요. 국내에서 유통되는 시판 이유식은 모두 안전한 폴리프로필렌 혹은 유리 용기를 쓰고 있고요. 그러니 안심하고 이유식 용기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될 것 같아요.
베싸도 요새 바빠서 시리얼과 시판 이유식을 함께 먹이고 있는데, 냉동실에 넣어 두고 냉장고로 옮기는 걸 늘 까먹어서 전자레인지로 해동해서 데워요. 데울 때는 10초씩 돌려 보면서 어느 정도가 딱 알맞은지 알아 두셨다가 그만큼만 데우시길 추천해요. 전자레인지로 데우면 가운데 부분이 잘 안 데워질 수 있으니 중간에 한번 섞고 다시 돌리면 더 고르게 데워진다고 하네요.
정리해 보면
- 전자레인지의 전자파 자체는 영양소에 영향을 주지 않아요. 문제는 온도예요.
- 너무 뜨거워지지 않게 데우면 익히는 시간이 짧아 영양소 보존에 오히려 좋을 수 있어요.
- 10초씩 돌려 보며 알맞은 시간을 찾고, 중간에 한번 섞어 주세요.
- 급할 때는 전자레인지 해동도 안전해요. 냉장고에서 해동했거나 다시 조리한 음식은 재냉동해도 돼요.
- 시판 이유식 용기는 폴리프로필렌이나 유리라서 그대로 돌려도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