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미가 5개월이 됐어요. 제가 좀 미루는 성향이 있어서 이유식도 알아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아직 6개월이 안 됐으니 급할 것 없다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리서치를 시작하고 보니 너무 늦게 시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제 부랴부랴 마트에서 소고기를 사 와 다미의 첫 이유식을 먹였어요. 한두 입 먹고 말았지만요. 왜 6개월을 기다리지 않았는지, 왜 쌀미음이 아니라 소고기였는지는 철분 이야기를 하면 이해가 되실 거예요.

이유식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철분이에요

이유식을 6개월에 시작해야 한다는 이유를 아시나요? 바로 철분 때문이에요. 모유, 그리고 모유를 본떠 만든 분유에는 아기가 두 돌이 될 때까지 필요한 영양분이 다 들어 있어요. 철분만 빼고요. 아기는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태반으로 철분을 공급받아 대략 6개월 치를 몸에 저장한 채로 태어나요. 그래서 이 저장분이 고갈되는 6개월쯤에 철분을 추가로 공급하려고 이유식을 하는 거예요. 물론 고형식으로 가는 중간 단계로 음식에 익숙해지는 과도기의 의미도 있지만, 적어도 영양학적으로는 철분 공급이 첫 번째 목표예요.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아는 이유식 시기와 식단이 아이에게 충분한 철분을 주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특히 완모인 경우에요. 분유에는 모유보다 철분이 훨씬 많이 들어 있어서 완분 아기는 이유식으로 철분을 공급하는 데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완모 아기는 몸속 저장분이 고갈된 뒤 음식으로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철 결핍이 오고, 더 심해지면 철 결핍성 빈혈로 발전할 수 있어요.

완모 아기 셋 중 하나가 6개월에 이미 철 결핍

나라별 식단 차이가 있으니 한국 논문을 먼저 가져와 봤어요.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 83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6개월 때 철 결핍 상태였던 아기가 완모는 33.3%, 분유는 5.3%, 완모지만 2개월부터 철분제를 함께 먹인 경우는 6.7%였어요. 6개월에 이미 철 결핍이라는 건, 6개월 전에 저장분이 바닥나서 이유식을 이미 시작했어야 했는데 철분 공급이 안 됐다는 뜻이에요.

12개월 때는 더 심각해요. 이유식을 병행하는 완모 아기가 철 결핍일 확률이 무려 63.6%였어요. 우리나라 엄마들이 이유식으로 아이에게 철분을 충분히 주고 있지 않다는 말이죠. 이 논문은 철 결핍 여부만 봤는데, 더 진행된 철 결핍성 빈혈을 본 다른 연구에서는 12개월 완모 아기의 20%가 빈혈로 역시 높았어요. 브라질 연구에서는 4개월 아기의 5.7%, 6개월 아기의 26.2%가 철 결핍이었고요. 4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철 결핍 아기 비율이 확 늘어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6개월에 철분이 고갈된다'는 말은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지, 스무 명 중 한 명은 4개월 전에, 다섯 명 중 한 명은 4~6개월 사이에 고갈된다는 뜻이에요.

철 결핍이 왜 심각할까요

한 연구에 따르면 생후 1~12개월 사이에 철 결핍을 경험한 아기는 평생 영향을 미치는 영구적인 기능 저하를 겪을 확률이 더 높았어요. 철분은 중추신경계와 뇌가 급격히 자라는 영아기에 매우 중요한 영양소거든요. 철 결핍이 있었던 아기들은 전반적으로 운동·언어 발달이 느렸고, 사회적·정서적 문제 행동을 보일 가능성도 더 높았다고 해요.

철 결핍성 빈혈이 있는 아기들의 수면 패턴을 관찰한 연구도 있어요. 밤에 더 자주 깨고, 자면서 뒤척임이 더 심했어요. 잠을 잘 못 자는 것 자체가 발달 지연이나 문제 행동과 관계있다는 건 앞선 글에서도 말씀드렸죠. 그러니 돌 전 아기가 밤잠을 정말 못 잔다면 철 결핍성 빈혈도 한번쯤 의심해 보세요. 철 결핍이 이렇게 흔하면서도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치다 보니, 미국소아과학회와 세계보건기구는 12개월 때 철분 부족과 빈혈 여부를 검사해 볼 것을 권고하고 있어요.

준비됐다면 4개월부터 시도해 보세요

그럼 급격히 발달하는 시기에 철 결핍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기가 중요해요. 6개월 전에도 저장된 철분이 바닥날 수 있으니, 아기가 거부하지 않는다면 4개월부터 이유식을 시도해 보는 게 좋겠어요. 물론 먹지 않으려는데 억지로 먹여서는 안 되고요. 목을 어느 정도 가누고, 음식을 주었을 때 자동으로 뱉어 버리는 반사가 없고, 엄마가 먹을 때 빤히 쳐다보며 관심을 보이는 것 같은 신호가 있어요. 4개월부터 잘 관찰하다가 가능하면 빨리 시도해 보세요.

4개월이냐 5개월이냐 6개월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아토피 가족력이 있다면 6개월까지 이유식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연구가 있고, 가족력이 없는 경우엔 4~5개월에 시작한 아기가 6개월에 시작한 아기보다 아토피가 적었다는 반대 결과도 있어요. 그렇지만 대체로 4~6개월 사이에 아기가 준비됐다면 시작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에요.

특히 남자 아기는 여자 아기보다 철 저장량이 더 빨리 고갈되는 경향이 있었고, 4개월 때 몸무게와 출생 몸무게의 차이가 클수록 빨리 고갈됐다고 해요. 3kg으로 태어난 아기는 그 몸무게만큼의 철분을 저장하고 태어나는데, 4개월에 7kg까지 자라면서 저장했던 철분을 다 써 버리는 거예요. 우리 아기가 출생부터 4개월 사이에 다른 아기보다 급격히 자란 편이라면 철 결핍을 더 걱정하셔야 해요.

한국 논문을 보면 이유식 시작 시기는 평균 5개월대였지만, 아기가 이유식을 잘 먹기까지 4주 넘게 걸렸다는 답이 53.6%나 됐어요. 엄마가 철분이 제대로 갖춰진 음식을 줬더라도 아기가 실제로 철분을 섭취하기 시작하는 건 7.5개월쯤이라는 얘기예요. 그사이 철분이 부족해 신경과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고 수면 부족으로 아기와 엄마 둘 다 고생할 걸 생각하면, 이유식을 시도하는 시기는 훨씬 앞당겨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주제를 조사하면서 저도 이유식에 경각심을 갖게 됐어요. 이것만큼은 꼭 놓치지 않으셨으면 해요.

정리해 보면

  • 모유·분유에 없는 유일한 영양소가 철분이고, 이유식의 첫 번째 목표는 철분 공급이에요.
  • 완모 아기는 6개월에 3분의 1, 12개월에 3분의 2가 철 결핍이었어요.
  • 영아기 철 결핍은 운동·언어 발달과 문제 행동, 밤잠에까지 영향을 줘요.
  • 아기가 준비 신호를 보이면 4개월부터 이유식을 시도해 보세요.
  • 남자 아기, 급성장한 아기는 철분이 더 빨리 고갈되니 더 신경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