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19.11 · 12:14
아기 이유식, 한 끼는 쌀 말고 다른 곡물로
소고기 미음만으로는 철분 권장량의 절반이 겨우 채워져요. 철분 강화 시리얼을 쓰되, 비소 때문에 쌀 아닌 곡물로 고르세요.
앞선 글에서 완모 아기에게 흔하면서도 심각한 철 결핍과 이유식 시작 시기를 이야기했어요. 이번에는 철분을 채우려면 무엇을 먹일지, 그리고 아기가 쌀을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되는 이유예요. 매 끼니 쌀을 먹이고 계시다면 특히 읽어 보세요.
다미는 소고기로 시작했어요
지난주 이유식을 시작한 다미는 벌써 소고기를 경험했어요. 이유식 초기에는 한 가지 재료로 만든 음식을 적어도 4일씩 경험하게 하라고 하는데, 그 재료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보는 데 2~3일 이상이 걸릴 수 있고,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충분히 천천히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예요. 그래서 다미는 소고기를 먼저 4일 정도 먹었어요. 철분을 충분히 주기 위한 선택이었죠.
우리나라 엄마들이 참고하는 이유식 식단표를 찾아보니, 쌀미음을 베이스로 재료를 하나씩 추가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매끼 미음에 소고기를 넣는 식단이 많더라고요. 완모 아기라면 철분이 풍부한 소고기를 매끼 먹이는 것도 좋은 선택이에요. 쌀미음이 먼저냐 소고기가 먼저냐에 법칙 같은 건 없어요. 저는 철분의 중요성을 잘 보여 드리려고 소고기로 시작했지만, 어차피 하나씩 다 경험하게 되니까요. 무엇을 지속적으로 먹이느냐가 제일 중요해요.
소고기 미음만으로는 절반이에요
소고기가 들어간 미음 식단을 보면 한 끼에 소고기 10g 정도가 들어가요. 쌀이 베이스라 소고기가 아주 많이 들어가지는 않죠. 8개월까지 하루 두 끼, 그 뒤로 하루 세 끼를 먹인다고 하면 소고기는 하루 최대 30g이에요. 이 분량이 철분 섭취에 충분할까요? 계산해 봤더니 하루 세 끼 30g의 소고기로는 하루 권장량의 절반 정도를 간신히 채울 수 있었어요. 앞선 글에서 12개월 완모 아기의 3분의 2 가까이가 철 결핍이라고 말씀드렸죠. 충분히 먹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예요.
미국소아과학회는 4개월 이상의 완모 아기에게 하루 몸무게 kg당 1mg의 철분제를 먹일 것을 권고하고 있어요. 철분제가 변비 같은 역효과를 낸다는 논란도 있지만, 미국소아과학회가 권고할 정도면 충분한 검증을 거쳤을 거라고 생각해서 저도 먹일까 고민 중이에요.
다만 미국은 철분을 우리나라보다 덜 걱정해도 되는데, 대다수 엄마가 철분이 강화된 시리얼을 이유식 주메뉴로 먹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아는 그 시리얼이 아니라, 쌀이나 귀리 같은 곡물로 만든 가루인데 하루 권장량을 채울 만큼 철분이 들어 있어요. 반면 한국에서 이유식에 쓰는 쌀이나 쌀가루는 철분이 강화된 식품이 아니라 그냥 쌀이에요. 철분이 거의 없는 쌀이 메인이고 거기에 소고기나 채소가 더해지는 형태라 철분이 충분히 섭취되지 않는 거예요.
철분을 충분히 먹이는 네 가지 방법
첫째,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을 함께 먹여요. 비타민C를 적절히 섭취하면 철분 흡수율이 높아져요. 과일을 일찍 주면 단맛을 좋아하게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에요. 엄마의 모유도 유당이 있어 단맛이 나고, 아기는 태어날 때 이미 단맛 선호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연구가 많아요. 그러니 베리류나 사과처럼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을 이유식 초기부터 소고기와 함께 주시면 좋아요.
둘째, 채소와 과일은 철분이 풍부한 것으로 골라요. 시금치, 완두콩, 케일, 브로콜리, 사과, 바나나 등에 철분이 많아요. 식물성 식품에 든 비헴철은 소고기와 같이 먹을 때 흡수율이 높아지니 시간 간격을 두지 말고 함께 먹이세요.
셋째, 칼슘은 간격을 두고 먹여요. 칼슘, 마그네슘 같은 다른 미네랄은 철분과 일종의 경쟁 관계라서 철분 흡수를 방해해요. 치즈처럼 칼슘이 풍부한 음식은 철분을 섭취하고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먹이는 게 좋겠어요.
넷째, 쌀 대신 철분 강화 시리얼을 먹여요. 사실 가장 쉬운 방법이고 저도 앞으로 이렇게 할 생각이에요. 제가 철분 강화 시리얼을 권하는 이유는 철분 때문만이 아니에요. 쌀 자체의 유해성 때문이에요.
쌀에는 비소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쌀이 주식이고 쌀에 상당히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죠. 소화가 잘되고 부드럽고 다른 재료와 잘 섞이니 아기 이유식도 자연스럽게 쌀이 메인이 돼요. 그런데 영양 면에서 보면 쌀은 그렇게 좋은 음식이 아니에요.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낸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시판 이유식 대부분에 적어도 한 가지 중금속이 들어 있었고, 특히 쌀이 들어간 이유식의 비소 수치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어요. 미국에서 이유식으로 가장 많이 먹이는 게 쌀로 만든 철분 강화 시리얼이라 이 소식이 미국 엄마들에게 큰 충격을 줬죠.
지구상의 모든 음식에는 비소, 납,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어느 정도 들어 있어요. 물이나 토양에서 흡수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쌀은 다른 곡물과 달리 물에 담가 재배하기 때문에 중금속이 더 많아요. 지역의 토질과 수질에 따라 편차는 있고요.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쌀은 미국 쌀보다 비소 함량이 낮아 비교적 안전하다고 해요. 식약처는 2016년 쌀의 비소 함량 기준을 새로 만들었고, 작년에는 이유식용 쌀가루를 포함한 시판 이유식에 그보다 엄격한 비소 기준을 신설했어요.
그래도 삼시 세끼 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아기에게 세끼 모두 쌀을 먹이고 떡뻥 같은 쌀 과자까지 먹이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 규제는 완벽하지 않아요. 앞서 소개한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비소 함량 규제가 있는데도 시판 쌀 시리얼 7개 중 4개 제품에서 기준을 넘는 비소가 검출됐어요. 우리나라에도 규제가 있지만 기준을 벗어난 쌀 이유식이 버젓이 유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시판 이유식이 아니라 보통 쌀로 직접 만드는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보통 쌀은 비소 기준 자체가 이유식용보다 높고, 장기간 섭취하면 이 정도 비소도 유해하다는 주장이 있어요.
둘째, 아기가 중금속에 노출됐을 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아직 몰라요. 식약처는 한국 쌀은 비소 수치가 높지 않아서 성인이 매일 밥을 먹어도 인체에 영향이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어요. 하지만 아기는 뇌와 몸이 급격히 발달하는 시기라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성분은 미량이라도 위험할 수 있고, 그 위험성을 본 장기 연구가 없어서 더 걱정이 돼요. 미국 리포트에서는 아이들이 중금속에 장기간 노출되면 IQ 저하, ADHD, 당뇨, 암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어요. 중금속의 역효과 자체는 분명히 있다는 말이에요. 한 논문에 따르면 유럽의 3세 미만 아이들은 몸무게를 고려하면 성인보다 적게 먹는데도 성인의 2~3배에 이르는 비소를 섭취하고 있고, 어린 만큼 중금속의 영향에도 더 민감해요. 하물며 12개월 미만 한국 아기가 삼시 세끼 이유식으로 쌀을 먹는다면요. 비소가 덜 든 한국 쌀이라도 위험할 수 있어요.
물론 이런 연구를 설계하기 어렵다는 건 이해가 돼요. 아기들을 둘로 나눠 한 그룹은 수년간 쌀을 많이 먹이고 한 그룹은 먹이지 않는 실험을 어떻게 하겠어요. '쌀을 먹은 아기의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을 검증하는 실험에 어떤 엄마가 자기 아기를 쌀 그룹에 넣고 싶겠어요. 비소 함량이 높은 지역 아이들이 컸을 때의 발달을 보면 되지 않느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발달은 부모의 경제 수준, 교육열, 전반적인 문화 등 지역 차이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비소의 영향만 딱 뽑아내기가 쉽지 않아요. 중금속은 어디에나 있으니 완전히 피하기도 쉽지 않고요. 그래도 적어도 뇌와 몸이 급격히 자라는 시기의 아기만큼은 엄마가 신경 써서 중금속 위험을 최대한 피하게 해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래서 결론은 이거예요. 아기에게 철분을 충분히 주기 위해 철분 강화 시리얼을 먹이되, 쌀로 된 것 말고 귀리나 보리 등 다른 곡물로 된 것을 고르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쌀 섭취가 줄고 철분도 충분히 먹일 수 있어요. 세끼 중 한 끼 정도만 쌀을 먹인다거나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쌀을 먹인다는 식으로 정해 두는 것도 좋겠어요. 미국에서는 5세 미만 아이에게 쌀을 먹이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한국 쌀은 미국 쌀보다 안전한 편이라고 하니 섭취량만 신경 써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정리해 보면
- 소고기 미음만으로는 하루 철분 권장량의 절반이 겨우 채워져요.
- 비타민C 과일과 철분 많은 채소는 소고기와 함께, 칼슘은 간격을 두고 먹이세요.
- 철분 강화 시리얼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쌀 말고 귀리·보리 등 다른 곡물로 고르세요.
- 쌀은 물에 담가 재배해 비소가 많고, 아기에게 미치는 장기 영향은 연구된 적이 없어요.
- 세끼 중 한 끼나 일주일 중 이틀 정도만 쌀을 먹이는 식으로 쌀 섭취를 줄여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