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유식은 몇 개월부터 시작하라고 누가 딱 정해 주기를 바라게 되죠. "지침이 바뀌어서 이제 꼭 6개월부터 먹여야 한다는데, 그전에 먹여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6개월이 절대적인 정답처럼 알려져 있는데, 다른 기관의 지침과 의견도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공식 지침은 '6개월'이 맞아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유식 시작 시기를 두고 4개월이다 6개월이다 그 사이다 말이 많지만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의 공식 지침을 꼽자면 6개월이에요. 세계보건기구가 2001년에 정한 '생후 6개월까지는 모유만 먹인다'는 지침이고, 미국소아과학회와 캐나다, 한국 소아청소년과학회도 이 지침을 따르고 있어요. 벌써 20년이 넘은 지침이죠.

'원래 모유 수유아와 분유 수유아 지침이 따로 있었는데 최근 6개월로 통일됐다'는 말은 어디서 나온 건지 저도 모르겠어요. 원래 그렇게 나뉘어 있지 않았고, 아무리 찾아도 근거가 안 나오더라고요.

말이 많은 육아 세계에서 권위 있는 기관의 지침은 소중하고, 함부로 내리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이 지침을 절대 어기면 안 되는 정답지로 여기기보다 조금 융통성 있게 받아들일 필요도 있어요. 특히 세계보건기구처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기관의 지침은 각 나라의 특수한 상황보다 개발도상국 사정까지 고려해서 내려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지침은 '6개월 동안 모유만'이니까, 분유를 먹이는 분들은 이미 이 지침을 어기고 있는 셈이에요.

4~6개월 사이를 권하는 기관도 많아요

소아과에서 상담을 받거나 여러 기관의 자료를 보다 보면 6개월을 황금률처럼 따르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되실 거예요. 4개월을 마지노선으로 본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4개월에서 6개월 사이 어딘가를 권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 미국 메이요 클리닉은 4~6개월 사이에 대부분의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할 준비가 된다고 안내해요.
  • 미국 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는 4~6개월 사이에 시작하는 것이 6개월 이후보다 알레르기 예방 면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해요.
  • 유럽 소아소화기영양학회는 2009년에 "산업화된 국가에서 4~6개월 사이에 시작하는 것이 6개월 이후보다 나쁘다는 과학적 근거는 현재 없다"고 했고, 2017년 자료에서는 "4개월 이전에 시작해서는 안 되며 6개월을 넘겨서도 안 된다"고 해서 권장 시기를 4~6개월 사이로 두고 있어요.

현실은 어떨까요. 한 유명 맘카페에서 339명의 엄마에게 물었을 때 한국에서는 6개월에 시작한 분이 많은 편이었어요. 반면 미국과 호주에서 진행한 설문에서는 6개월에 시작했다고 답한 비율이 7%밖에 안 됐어요. 미국·호주 엄마들이 더 잘 안다는 게 아니라, 6개월 전에 시작하는 비율이 이렇게 높다는 거예요.

개월 수보다 아이의 준비 신호

이유식 시작 시기 자료들은 대부분 세계보건기구 지침을 언급하면서도, 개별 아기가 발달적으로 준비됐는지를 더 중요하게 다뤄요. 이런 신호가 보이면 대체로 준비가 된 거예요.

  • 목과 허리를 잘 가누면서 앉아 있을 수 있다.
  • 어른이 먹을 때 유심히 보고 음식에 손을 뻗는 등 관심을 보이거나 입에 넣으려고 한다.
  • 음식을 혀로 밀어서 뱉어내는 반사가 사라졌다.
  • 몸무게가 출생 때의 2배가 됐다.

4개월로 앞당기자는 주장도 있어요

미국 버지니아대의 한 소아과 교수는 작년에 낸 논문에서 이유식 시작 지침을 4개월로 앞당기는 걸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세계보건기구의 6개월 지침은 위생이 나빠 이유식의 세균을 걱정해야 하는 개발도상국 환경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이고, 6개월 이전에 시작해서 얻는 이점을 보고하는 연구가 늘고 있다는 거예요. 채소나 과일을 조금 일찍 접한 아이가 나중에 채소·과일을 잘 먹는 경향이 있다거나, 달걀 같은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6개월 전에 접한 아이가 면역이 생겨 알레르기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거나, 철분 부족을 겪을 확률이 낮아진다는 결과들이에요.

저는 그중에서도 철분 결핍을 특히 관심 있게 조사했어요. 다미가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 철분이 부족해지기 쉬운 모유 수유 중이었거든요. 그때 모유 수유아 상당수가 철 결핍이었다는 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지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었죠. 한국 영유아의 철분 결핍을 깊이 연구해 온 인하대 소아청소년과의 한 교수는 한국 영유아의 이유식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를 같은 학회지에 발표하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이유식에 적응하는 데 한 달에서 세 달까지 걸릴 수 있고 한국 영유아 식단에 전반적으로 철분이 부족하니 이유식 시작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게 좋겠다는 주장이었어요.

베싸의 결론

종합하면, 2001년 이후 바뀌지 않은 세계보건기구 지침에 따라 미국과 한국은 6개월을 이유식 시작 시기로 공식 권고하고 있어요. 아토피 가족력 같은 위험 인자가 있으면 6개월 이후에 시작하는 게 좋다는 근거가 있지만 이것도 아직 논란의 대상이고, 그 밖에 꼭 6개월 이후여야 하는 이유는 명확한 근거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어요. 여러 의료기관과 전문가는 4~6개월 사이 어딘가를 권하고 있고요.

여기에 이유식 적응에 걸리는 기간, 철분에 중점을 두지 않는 한국의 전통적인 이유식 식단, 높은 편인 한국 아기의 철분 결핍률까지 생각하면, 저는 아이의 발달 단계를 살펴보면서 4~6개월 사이에 시작해 적응 기간을 충분히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20년 전에 나온 '6개월간 모유만' 지침의 앞부분만 선택적으로 떼어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어요.

참고로 철분 결핍이 오기 쉬운 경우는 작게 태어난 아이, 급성장기에 몸무게가 빨리 늘어난 아이, 그리고 남자아이예요. 철분은 저장해 뒀다가 성장에 쓰는 영양소라서, 빨리 자라는 돌 전에는 하루 요구량이 11mg이었다가 성장세가 둔해지는 돌 이후에는 8mg으로 줄어요. 급성장하다가 갑자기 성장이 둔해지면 철분이 고갈될 수 있는 거죠. 이런 개인차를 고려해서 출생 몸무게의 2배가 되는 시점에 이유식을 시작하는 것도 괜찮아요. 보통 4~6개월 사이에 오거든요.

정리해 보면

  • 공식 지침은 세계보건기구의 '6개월까지 모유만'이고, 20년 넘게 바뀌지 않았어요.
  • 4개월이 마지노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4~6개월 사이를 권하는 기관도 많아요.
  • 목 가누기, 음식에 보이는 관심, 뱉기 반사 소실, 출생 몸무게 2배 같은 준비 신호를 보세요.
  • 이유식 적응에 1~3개월이 걸릴 수 있고 한국 식단은 철분이 부족하니, 4~6개월 사이에 시작해 적응 기간을 충분히 가지세요.
  • 아토피 가족력 등 위험 인자가 있으면 6개월 이후가 좋다는 근거도 있으니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