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3.03 · 8:29
어린이집 적응을 좌우하는 기관 쪽 요인, 담임 선생님·반 규모·기관 규모
적응을 예측하는 건 담임 선생님과의 관계예요. 반과 기관 규모는 아이 나이와 기질에 따라 작은 게 좋을 수도, 큰 게 좋을 수도 있어요.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에는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만큼 기관 쪽 요인도 영향을 줘요. 다미는 14개월 때 제가 일을 시작하면서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고, 중간에 이사를 다니느라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어린이집을 네 곳 다녔어요. 그 적응기를 따라가면서 담임 선생님, 반 규모, 기관 규모 이야기를 해 볼게요.
적응을 예측하는 건 담임 선생님과의 관계예요
다미가 처음 다닌 어린이집은 만 1세 반이라 교사 한 명에 아이 셋인 환경이었어요. 반의 다른 두 아이는 이미 적응을 마친 상태라 선생님이 다미에게 많은 지원을 해 주실 수 있었죠. 상호작용을 아주 잘해 주시는 베테랑 선생님이기도 했고요. 처음 분리할 때 다미가 많이 울었지만 선생님이 안아 주고 업어 주고 차분하게 계속 안심시켜 주시니 점점 안정을 찾는 모습이 보였어요. 그때 저는 불안으로 가득한 초보 엄마라 멀리 가지도 못하고, 교실 밖 창문 옆에 서서 눈물을 글썽이며 다미를 훔쳐보고 있었죠.
교사와의 관계는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을 예측하는 주요 변인 중 하나로 꼽혀요. 앞선 글에서 부모는 아이의 스트레스를 줄여 주는 버퍼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교사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에는 낯설지만, 힘들 때 교사가 도와주고 안아 주고 달래 주는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교사를 의지할 수 있는 존재, 애착 대상으로 여기게 되고, 교사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많이 낮아져요. 그래서 초기 적응 과정에서 아이는 최대한 따뜻하게 반응해 주는 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해요. 교사 대 아동 비율은 당연히 낮을수록 좋고요. 가능하다면 어린이집과 조율해서, 적응에 도움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고 순차적으로 적응하게 하면 더 좋아요. 특히 더 어린 아이들이 그래요. 한 반 세 명이 모두 적응을 너무 힘들어하는 아이들이면 선생님이 하나하나 섬세하게 봐 주기 어렵거든요. 그런 경우라면 입소를 한두 주 미루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겠죠.
다미는 두 돌 무렵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면서 어린이집을 옮겼는데, 두 번째 어린이집에서는 적응을 잘 못 했어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고 보는데, 그중 하나가 담임 선생님과의 관계예요. 입소 과정에 착오가 있어서 예정대로 만 2세 반에 들어가지 못하고 만 3세 반에 자리를 만들어 들어갔는데, 한 반에 아이가 15명 정도라 담임 선생님이 다미를 개별적으로 챙겨 주기 어려웠어요. 대신 원장 선생님이 힘들어하는 다미를 일대일로 많이 돌봐 주셨죠. 엄마로서 고마운 일이었지만, 그러다 보니 원장 선생님과는 애착이 생겼어도 담임 선생님과의 관계는 진전이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줄여 주고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건 뭐니 뭐니 해도 항상 함께 있는 담임 선생님이에요. 아이가 적응을 어려워할 수 있는 성향이라면, 부모가 어린이집과 소통을 많이 하면서 담임 선생님과 최대한 좋은 관계, 긍정적인 경험을 쌓아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셔야 해요.
반 규모, 작을수록 좋기만 할까요
어린이집은 법으로 정해진 것보다 아이를 적게 받는 일이 많지 않아서, 반 규모는 보통 아이 나이에 따른 법정 비율대로 정해져요. 만 1세 반은 1대 3, 그다음은 1대 7, 그다음은 1대 15 하는 식으로 커지죠. 다만 두 반을 한 교실에서 두 담임이 운영하는 곳도 있고 한 반을 한 선생님이 한 교실에서 맡는 곳도 있어서, 아이가 실제로 경험하는 반의 규모는 달라질 수 있어요. 놀이학교 같은 사설 기관을 택하면 한 반 정원이 적게 잡힌 곳을 갈 수도 있고요.
아이가 많이 어리거나, 민감한 편이거나, 사회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는 한 반 아이 수가 적은 편이 좋아요. 기관에 다니는 아이들의 스트레스 수치를 측정한 많은 연구에서 그룹 규모가 크고 소음 수준이 높을수록 스트레스가 높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고했어요. 앞선 글에서 어린이집이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이유는 또래의 존재 때문이라고 했잖아요. 또래가 많으면 더 힘들어지는 거죠. 그래서 최근 서울시에서는 만 3세 반 정원을 15명에서 10명으로, 만 0세 반 정원을 세 명에서 두 명으로 낮추기도 했어요.
그렇다고 어떤 어린이집이든 어떤 아이든 반이 작기만 하면 좋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한 연구에서는 적응 초반에는 그룹 규모가 큰 것이 스트레스를 키우는 요인이었지만, 적응을 대체로 수월하게 하는 아이들의 경우 입소 후 2~4개월 시점에는 그룹 규모가 큰 것이 오히려 전반적인 스트레스를 낮추는 요인이었다고 보고했어요. 큰 그룹이 친구를 사귀기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죠. 처음에는 다들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기관에 조금 적응하고 나면 좋아하는 친구가 그 교실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평소 경험과 스트레스 수준이 달라질 수 있어요. 반이 크면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날 기회도 많겠죠. 그래서 아이가 너무 어리지 않고 순한 기질이라 적응이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면, 반 규모가 큰 곳에서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날 기회를 더 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성별이 같은 아이들끼리 또래 관계를 더 잘 맺는 경향이 있어서, 반에 동성 친구가 몇 명은 있는 편이 친구 사귀기에 유리해요.
기관 규모, 아늑한 곳이 맞는 아이도 있어요
기관 규모는 딱히 근거라고 할 만한 게 없고 제 생각이라는 점을 감안해 주세요. 다미가 두 번째 어린이집에서 적응을 힘들어했던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규모였던 것 같아요. 만 3세 반에 들어가 한 반에 친구가 15명이나 됐던 것도 스트레스였겠지만, 기관 자체도 전체 원아가 200명쯤 되는 굉장히 큰 곳이었거든요. 오가며 마주치는 낯선 아이들이 너무 많고, 소음 수준도 전반적으로 높았어요. 아이가 워낙 많으니 밥 먹기 전 손 씻기, 양치, 놀이터 가기 같은 걸 모두 시간 맞춰 줄 서서 규칙대로 하지 않으면 금방 엉망이 되니까 규칙이 아주 중요해지죠. 적당한 나이부터는 규칙을 지키는 게 자기조절에 도움이 되고 필요한 부분이지만, 아직 어리고 안 그래도 스트레스가 높을 때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아이의 나이나 기질에 따라서는 규모가 큰 어린이집보다 가정 어린이집처럼 아늑한 곳이 더 맞을 수 있어요.
다만 공간이 너무 좁지는 않은지도 살펴보세요. 한 연구에서는 아이 한 명당 1.5평 미만의 놀이 공간으로 정의한 너무 좁은 공간이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보고했어요. 방 크기를 대충 보고 아이 수로 나눠 보면 돼요. 어린이집을 고를 때 참고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정리해 보면
- 담임 선생님과의 관계가 적응을 예측해요. 아이가 따뜻하게 반응해 주는 담임과 좋은 관계를 쌓도록 부모가 소통에 신경 쓰세요.
- 적응이 힘든 아이들이 한 반에 몰리지 않게 입소 시기를 조율해 보세요.
- 어리거나 민감한 아이는 작은 반이 좋지만, 순하고 적응이 수월한 아이는 큰 반에서 친구 사귈 기회를 얻기도 해요.
- 기관이 너무 크면 소음과 규칙이 어린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요. 아이당 놀이 공간이 1.5평은 되는지도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