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3.03 · 17:11
부모가 알면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이 수월해지는 네 가지 전략
적응 기간은 점진적으로, 헤어질 때는 짧고 분명하게, 두 달이 지나도 힘들어하면 기다리지 말고 개입하세요.
어린이집이 아이에게 왜 스트레스가 되는지는 앞선 글에서 다뤘어요. 이번에는 부모가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을 실제로 도울 수 있는 전략을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다미가 어린이집 네 곳을 거치며 겪은 일과 적응 과정을 분석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네 가지로 정리했어요.
어렵고 힘든 일은 점진적으로
어렵고 힘든 일은 뭐든 서서히 익숙해지게 도와줘야 해요. 갑자기 들이밀면 거부감이 확 커지고, 그것과 관련된 건 뭐든 싫어하는 마음의 장벽이 생겨 버리거든요. '어, 이거 괜찮네' 하는 마음이 들 수 있게 천천히 다가가야 하죠. 어린이집 적응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아이가 아직 어리고, 부모와 떨어지는 게 처음이고, 민감한 기질이거나 낯가림이 있다면 충분한 적응 기간은 필수예요.
초기 적응 프로그램은 법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 어린이집 재량이라, 하는 곳도 있고 안 하는 곳도 있어요. 어린이집을 고를 때 적응 기간과 절차를 미리 자세히 알아보세요. 여러 연구에서 적응 초반에 부모와 함께 있을 수 있었던 아이들은 그러지 못한 아이들보다 스트레스 수준이 낮았고 적응에도 도움이 됐다고 해요. 부모가 있다는 안정감 속에서 그 공간과 친구들, 선생님을 더 적극적으로 탐색할 수 있고, 어린이집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쉬워지기 때문이에요. 복직 때문에 어린이집에 맡겨야 한다면 적응 기간을 미리 가질 수 있게 일정을 조정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조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쪽으로 조절하면 좋겠죠.
다미가 다닌 어린이집은 모두 기본적으로 동반 적응 기간을 뒀어요. 두 돌 정도까지는 점심만 먹고 하원했고, 나이가 들면서 적응을 더 잘하는 모습이 보이면 동반 기간과 조퇴 기간을 조금씩 줄였어요. 유치원은 아이들이 꽤 성숙한 시기라 부모 동반 적응 기간이 없는 곳도 많더라고요. 아이 기질에 따라 예외가 될 수도 있으니 유치원과 이야기를 잘 해 보시고, 원칙상 어렵다면 부모가 알아서 조퇴를 시키면서 머무는 시간을 서서히 늘리는 식으로 재량을 발휘하셔야 할 거예요.
동반 적응 기간에 부모는 무엇을 할까
다미는 서울로 다시 이사 오면서 네 번째 어린이집에 적응하게 됐는데, 4~5일 정도 동반 적응을 하는 동안 원장 선생님이 제 역할을 잘 안내해 주셨어요. 핵심은 부모가 곁에 있어 주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되, 아이가 부모하고만 상호작용하지 않고 어린이집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도록 격려하고, 갈수록 선생님과 더 많이 상호작용하게 하는 거예요.
저는 그 기간에 다미 가방에 자수를 놓는 과제를 받았는데, 이게 꽤 도움이 됐어요. 제가 뭔가에 몰두하고 있으니 다미가 낯설어서 와서 매달리고 안기기도 했지만, 그러다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가기도 하고 놀잇감을 살펴보며 자기도 할 만한 걸 찾으려고 했거든요.
다미의 첫 어린이집에서는 동반 적응 기간에 담임 선생님이 저에게 말을 정말 많이 걸어 주셨어요. 저는 낯가림이 있어서 그때는 선생님이 심심하신가, 원래 사교적이신가 했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다미가 선생님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요인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한 논문은 '사회적 참조'라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부모와 교사 사이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요. 어린아이는 스스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부모가 어떤 사람과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이 믿을 만하다는 일차적인 판단을 내려요. 이 논문의 원래 취지는 아침에 아이를 데려다주며 선생님과 짧게 이야기할 때, 아이만 챙기기보다 선생님과 눈을 맞추고 웃으며 아이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나누라는 거였어요. 동반 적응 기간에도 선생님 일을 너무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누면 좋겠죠.
헤어질 때는 점을 딱 찍으세요
적응 기간 중이든 끝난 뒤든 부모는 어느 시점에 아이와 헤어져야 하고, 이때의 태도가 적응을 쉽게도 어렵게도 만들어요. 한 연구에서 아이와 헤어질 때 부모의 태도를 여러 유형으로 나눠 봤더니, 적응을 방해하고 불안을 키우는 유형이 두 가지 나타났어요. 아이가 다른 것에 열중할 때 몰래 빠져나가는 도망형, 그리고 인사를 하고 나서도 너무 오래 머무르는 유형이에요.
몰래 빠져나가면 아이는 부모가 언제 사라질지 몰라 불안해서, 어린이집과 선생님, 친구들을 마음껏 알아 가지 못해요. 반대로 인사하고도 불안해하며 오래 머무르면 부작용이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아이가 자기 울음이 부모를 붙잡아 둔다는 걸 알게 되어 더 울게 되고, 이별이 계속 힘들어진다는 것. 특히 돌아섰다가 울음을 참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건 이별을 유난히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됐어요. 다른 하나는 부모의 불안한 모습을 보고 아이가 어린이집과 선생님을 믿을 만하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 앞서 말한 사회적 참조가 여기서도 작동해요.
헤어질 때 중요한 건 '이제 간다'는 점을 딱 찍는 거예요. 그 전까지는 아이의 불안을 낮추려고 얼마든지 노력하셔도 돼요.
- 늦게 일어나 재촉하며 출발하기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에 여유롭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세요. 정서적인 컵이 채워져 기관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더 잘 견딜 수 있어요.
- 등원하면서 아이의 감정과 등원 과정을 계속 이야기해 주세요. 마음의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돼요.
- 불안과 긴장을 알아주고 이름을 붙여 주고 인정해 주세요. "긴장되지? 아빠도 친구들하고 친해지기 전에는 긴장해. 예전에 어린이집 다닐 때도 처음엔 긴장했는데 다니다 보니 괜찮아졌잖아."
- 도착했는데 아이가 여전히 많이 불안해하고 거부한다면, 특히 초반 적응기에는 10분이든 20분이든 시간을 정해 놓고 앞에서 조금 놀며 안정을 찾게 도와줘도 괜찮아요.
그런데 이별 시점을 정하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아이 울음에 영향받지 않겠다, 잠시 울더라도 선생님이 잘 달래 주실 거라고 100% 믿는다'는 마음으로 점을 찍어 주셔야 해요. 점을 안 찍고 이별이 늘어지면 아이 마음속에 작은 희망이 생겨 계속 부모에게 매달리고, 선생님에게 마음을 주는 시점이 더 늦어져요.
점을 찍는다는 의미로 이별 의식을 하나 만들면 좋아요. 매일 반복되는 부모와 아이만의 특별한 의식인데, 별것 아닌 것 같아도 효과가 크고 여러 논문에서도 추천하는 방법이에요. 어떤 의식이든 좋지만 뽀뽀처럼 애정이 담기고 평소에 잘 안 하는 조금 특별한 것, 그리고 짧은 게 좋아요. 저는 뽀뽀를 해서 다미 주머니에 넣어 줘요. 작은 비타민에 뽀뽀한 다음 아이에게 들려 보내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을 때 까서 먹어" 하고 말해 줄 수도 있겠죠.
이별 의식을 한 다음에는 부모가 먼저 아이를 선생님에게 건네주세요. 앞서 여러 가정의 이별 과정을 분석한 연구에서, 부모가 준비되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먼저 아이를 데려간 경우 아이의 저항이 더 심했다고 해요. 머뭇거리지 말고 마음을 딱 먹고 건넨 뒤, 웃는 얼굴로 아이에게 인사하고 선생님께도 웃으며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돌아서는 거예요. 아이가 울면 마음이 많이 힘드시겠지만, 뒤돌아서 손 흔드는 정도는 괜찮아요. 다만 다시 돌아가서 안아 주지는 마세요. 두 번째 이별이 더 힘들어질 뿐이에요.
아이를 안심시키는 물건과 말
애착 이불 같은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어떤 기관에서는 적응 프로그램의 하나로 부모가 직접 만든 애착 인형을 아이에게 선물하는 의식을 하기도 해요. 만드는 과정을 아이가 직접 보면 더 좋겠죠. "이거 엄마가 다미 생각하면서 직접 만든 거야. 어린이집에서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을 때 꼭 안아 줘. 그러면 엄마를 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거야." 이렇게 말해 주면 아이가 조금 더 안심할 수 있어요.
말로도 안심시킬 수 있어요. "다미가 너무 힘들어하면 선생님이 엄마한테 전화 주시기로 약속했어." 어린이집 옆 카페를 가리키면서 "오늘 엄마가 도중에 잠깐 나갈 건데 바로 여기서 다미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다미가 크게 소리치면 엄마가 들을 수도 있을걸? 엄청 가깝지?" 엄마가 어디에 있을지, 얼마나 가까이 있을지, 중요한 일이 생기면 얼마나 빨리 달려올 수 있는지 이야기해 주는 거예요. 부모와 떨어지는 게 아이에게는 굉장히 두렵고 위협적인 일이라는 걸 진심으로 이해하고, 최대한 안심할 수 있게 돕는 거죠.
물론 그래도 울어요. 하지만 울음을 그친 뒤에라도 부모가 해 준 말이 떠오르며 안정을 느끼는 순간이 올 거고, 사진·목걸이·인형 같은 물건과 부모의 말은 분명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도움이 돼요.
두 달이 지나도 힘들어하면 개입이 필요해요
적응 기간은 아이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어린이집을 너무 싫어한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에요. 언제까지 기다려 봐야 할까요. 한 연구에서 어린이집 입소 후 스트레스 수준을 4개월까지 추적했는데, 입소 2개월 시점에 스트레스가 높았던 아이들은 대부분 4개월 시점에도 여전히 높았어요. 전체 아이의 15% 정도가 그랬죠. 연구자들은 두 달이 지나도록 적응하지 못하면 기다려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으니, 때를 놓치지 말고 적절하게 개입하라고 권해요.
기관의 특성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면 가능한 경우 반이나 기관을 옮기는 것도 방법이에요. 하원 후에 반 친구들과 일대일로 친해질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볼 수도 있고,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아이가 선생님과 특별히 더 친해질 수 있는 전략을 함께 찾아볼 수도 있죠. 당분간 조금 일찍 하원하면서 아이가 어린이집에 천천히 좋은 감정을 갖도록 도울 수도 있고요. 어린아이가 오랜 시간을 보내는 기관에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때도 있어요.
어떤 아이는 등원할 때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울음으로 표현하지만, 어떤 아이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관찰해 보면 어린이집에서 긍정적인 정서가 낮고 우울해 보이거나 전반적으로 스트레스 징후가 나타나기도 해요. 두 달이 지났는데도 등원 거부가 너무 심하거나, 거부가 심하지 않더라도 하원 후에 유난히 징징거리고 짜증을 내고 잠을 잘 못 잔다면, 기관 생활이 지금 아이에게 정말 괜찮은지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짜셔야 해요.
어린이집이라는 가정 밖의 새로운 세계에 안정적으로 적응하고, 친구들·선생님과 관계를 잘 맺고, 그 경험이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는 것. 저는 이게 아이의 삶에서 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새로운 사람과 집단에 적응해 나갈 때 자신감의 기반이 될 테니까요.
정리해 보면
- 적응 기간은 충분히, 점진적으로 두세요. 어리고 민감하고 첫 이별인 아이일수록 더 그래요.
- 동반 적응 기간에는 아이가 어린이집을 탐색하고 선생님과 상호작용하도록 격려하세요.
- 몰래 빠져나가지도, 인사 후에 오래 머물지도 마세요. 짧은 이별 의식으로 점을 찍고 부모가 먼저 아이를 선생님에게 건네세요.
- 애착 물건과 '엄마가 어디에 있을지'를 알려 주는 말로 아이를 안심시키세요.
- 두 달이 지나도 적응을 어려워하면 기다리지 말고 반·기관 변경, 선생님 상담, 이른 하원 같은 개입을 고려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