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2.10 · 14:46
어린이집과 유치원, 상담을 다녀 보니 결국 놀이를 봐야 했어요
어린이집과 유치원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어요. 자유놀이와 친구 관계를 얼마나 배려하는 곳인지 보세요.
요즘 유치원 알아보는 시즌이라 그런지, 다미 또래인 만 3세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 "유치원 어떻게 하실 거예요?" 하고 많이 물어보셨어요. 저희 집은 남편이 다미를 등원시키고 제가 하원시키는 구조라 저는 아침에 일찍 출근하는데, 그 출근길에 생각을 정리해 봤어요.
어린이집과 유치원, 근본적인 차이는 없어요
다미는 지금 일반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고, 일반 유치원에 지원할 계획이에요. 어린이집과 유치원 둘 중에 뭘 고를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많이 물어보시는데 제가 보기에 사실 별 차이는 없어요. 예전에는 어린이집은 보육, 유치원은 교육이고 관할 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런 이야기를 했죠. 그런데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상담하며 느낀 건, 지금은 다 누리과정으로 묶여 있다는 거예요. 어린이집에 다닌다고 교육적인 혜택을 못 받는 아이가 있어서는 안 되고, 관할이 달라서 생기는 교육 격차를 정부가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어느 쪽이 더 교육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중요한 건 우리 집 근처에 좋은 어린이집이 있느냐, 좋은 유치원이 있느냐예요.
굳이 차이를 꼽자면, 유치원은 원장 재량으로 쉬는 날이 많은 편이에요. 샌드위치 데이에 쉰다거나 하면 워킹맘에게는 굉장히 힘든 부분이죠. 어린이집은 그런 날이 별로 없어서 워킹맘이라면 스트레스가 조금 덜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것도 기관 하기 나름이라서, 워킹맘을 배려하는 유치원도 있고 워킹맘에게 힘든 어린이집도 있어요. 이런 정보는 사실 맘카페에서 얻을 수밖에 없죠. 두 기관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생각하시고, 집 근처의 좋은 곳을 찾는다고 보시면 좋겠어요.
다미는 몬테소리 유치원에 지원하려고 해요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도 괜찮지만 유치원으로 옮기기로 한 건, 다미를 몬테소리 유치원에 보내고 싶기 때문이에요. 저는 원래부터 몬테소리 교육을 시키고 싶었고 특히 만 3세 이후에는 꼭 그러고 싶었는데, 마침 사는 곳 주변에 제가 괜찮다고 판단한 몬테소리 유치원이 있거든요. 물론 안 될 수도 있지만 일단 지원해 보려고 해요.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건 놀이예요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고를 때 유아교육학이나 아동학 관점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놀이예요. 누리과정도 이제는 놀이 중심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알고 있고요. 만 3세, 4세가 되면 이제 학습을 좀 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취학 전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놀이가 매우 중요해요. 기관을 정하는 것 같은 의사 결정을 할 때 부모의 교육 철학과 방향이 잘 잡혀 있는 게 그래서 중요하죠. 사실 초등학생도 놀이가 굉장히 필요한데 놀 권리를 빼앗기고 있죠. 유치원생 나이의 아이들은 더더욱 놀아야 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곳, 원장님의 철학이 그런 곳을 보세요. 같은 누리과정을 하더라도 놀이를 얼마나 할 수 있게 하느냐 같은 세부적인 부분은 원장님 재량이거든요. 저라면 방과 후에 영어나 한글을 하는 곳보다 자유놀이를 더 권장하는 곳에 보낼 거예요.
만 3세부터는 사회성도 살펴보세요
만 3세 정도부터는 아이가 사회적인 관계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해요. 그룹 놀이가 충분히 있는지,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을 충분히 권장하는지 잘 보시면 좋아요. 이런 건 기관 참관을 한번 가 보면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놀고 있는지, 선생님이 옆에서 어떻게 놀도록 도와주는지 볼 수 있잖아요. 아이들이 갈등을 겪을 때 선생님이 어떻게 중재하고 어떻게 스스로 해결하도록 도와주는지, 사실 이런 걸 봐야 하는 거지 방과 후에 영어를 하고 한글을 하고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금 다미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일반 어린이집인데 자유놀이에 굉장히 중점을 두고, 어린이집인데도 5세부터 7세까지는 몬테소리 기관처럼 혼합반으로 운영해요. 저는 혼합반에서 오는 사회적인 배움도 굉장히 많다고 봐요. 유치원도 혼합반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몬테소리 기관이든 아니든, 아이가 사회관계에서 얻는 게 있는 곳인지, 자유놀이를 충분히 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중점적으로 보시면 돼요.
상담만으로는 감이 안 올 수도 있지만 힌트는 있어요. 예를 들어 방과 후 프로그램에 학습에 치중된 선택 과목이 많다면, 원장님이 확고한 아동교육 철학을 갖고 있다기보다 부모의 니즈에 맞춰 운영한다는 증거일 수도 있어요.
저는 그렇게 원을 결정했는데, 그래도 쉽지는 않더라고요. 어려운 선택이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내 선택이 아이에게 가장 좋을 거라는 확신을 가진다면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어차피 우리 아이를 천재로 만들어 주는 완벽한 기관을 찾아 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아이의 타고난 잠재력을 죽이지 않는 곳을 고르기만 해도 굉장히 성공한 거고, 절반 이상의 기관은 아마 그런 곳일 거예요.
영어유치원과 놀이학교는 어떨까요
영어유치원은 저는 반대하는 쪽이에요. 아시겠지만 어린아이에게 영어를 노출하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아요. 저도 집에서 다미와 하루 한두 시간씩 영어로 대화하는 시간을 아직도 갖고 있고요. 영어유치원의 문제는 전반적인 언어 수준이 일반 유치원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는 거예요. 원어민이든 누구든 어른은 아이에게 말할 때 그 아이의 언어 수준에 맞춰 조절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영어유치원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한국어보다는 영어를 못 하는 경우가 많죠. 그러면 기관 전체의 언어 수준이 아이들의 영어 실력에 맞춰 끌려 내려가요. 기관은 원래 가정에서 받는 것보다 더 고급 언어 인풋을 받을 기회인데, 그 기회가 사라지는 거예요. 언어적으로 조금 빈곤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죠.
학습 위주로 가는 곳이 많다는 것도 단점이에요.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부모의 요구 사항이 학습에 치중될 가능성이 높고, 누리과정처럼 아이들을 놀게 하라는 정부 지침도 내려오지 않는 자유로운 기관이라 얼마든지 학습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분위기예요. 영어유치원이라고 무조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어요. 놀이를 충분히 시키고 진짜 교육 철학을 가진 분이 운영하는 곳도 있을 수 있지만, 제가 다 본 건 아니어도 많이 보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영어유치원과 미국의 유치원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놀이학교도 마찬가지예요. 설립 목적이나 운영 방침이 아이의 올바른 발달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아이를 공부시키고 인지적으로 밀어붙이고 싶은 부모의 니즈를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관리 감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설립하는 사람 마음이거든요. 물론 전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상담을 다녀 보니 그런 경향과 리스크가 있다는 거예요. 부모가 다니면서 분위기와 교육 철학을 파악하고, 정말 아이에게 뛰어난 교육을 제공하는 곳인지 판단할 자신이 없다면 피해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모를 위해 나라에서 누리과정이라는 걸 만들어 안전망처럼 도와주고 있는 거니까요.
정리해 보면
-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이제 누리과정으로 묶여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없어요. 집 근처의 좋은 곳을 찾으세요.
- 취학 전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놀이예요. 자유놀이를 얼마나 배려하는 곳인지 보세요.
- 만 3세부터는 친구와의 상호작용과 갈등 중재 방식을 참관에서 확인하세요.
- 방과 후 프로그램이 학습 위주라면 부모 니즈에 맞춘 운영일 수 있어요.
- 영어유치원과 놀이학교는 언어 수준과 학습 위주 운영의 위험이 있어요. 판단할 자신이 없다면 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