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19.08 · 6:17
아기 트림, 안 한다면 꼭 안 시켜도 됩니다
가스 때문에 아기가 불편하다는 근거는 없고, 트림을 시킨 아기가 오히려 더 많이 게웠어요.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는 트림에 이렇게 집착하게 될 줄 모르셨을 거예요. 저도 조리원에서부터 수유하고 나면 꼭 트림을 시켜야 한다, 안 그러면 배앓이를 한다는 말에 시원한 트림 소리를 듣기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등을 두드렸어요. 10분씩 시키다 보면 내가 트림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요. 열심히 두드려도 트림을 잘 안 하는 다미를 보면 미션을 클리어하지 못한 찝찝한 느낌, 아시죠. 많은 엄마들이 트림을 못 시키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방법을 묻고, 아기가 무거워지면 힘드니 언제까지 시켜야 하는지 궁금해해요.
그런데 정말 트림을 시켜야 아기가 편할까요? 트림을 하고 나면 편안해하는 것 같은 느낌은 엄마의 착각일 수도 있잖아요. 저는 근거가 없으면 다 의심해 보는 의심왕이라 조사를 시작했어요. 결론은 아기 트림, 꼭 시키지 않아도 괜찮다예요. 소화기관에 찬 가스 때문에 아기가 정말 불편해하는지 밝혀진 바가 없고, 트림을 시키면 오히려 더 많이 게운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에요. 근거 기반 의학을 다루는 사이트에 실린 소아과 의사 클레이 존스의 글과 '차일드'라는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바탕으로 정리했어요.
가스 때문에 불편하다는 근거는 없어요
클레이 존스에 따르면 아기가 먹고 나서 가스 때문에 불편해한다는 데는 근거가 없어요. 어른들이 그렇게 추측할 뿐이죠. 아기는 기능이 약해 스스로 트림할 수 없으니 도와줘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고, 어른처럼 스스로 트림할 수 있대요. 신생아는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으니 울면 어른들은 그 상황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싶어서 여러 이유를 갖다 붙여요. 그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게 배에 가스가 차서 운다, 그래서 트림을 시켜야 한다는 거죠. 어른은 트림을 안 했다고 불편하거나 배가 아프지 않은데, 아기만 특별히 크게 불편하고 아프다는 주장은 의학적 근거도 없고 의심할 여지가 많아요.
또 아기들은 하부 식도 괄약근이라는 근육이 덜 발달해서 잘 이완되고 열리기 때문에 가스 배출이 오히려 더 잘 일어날 수 있고, 그래서 트림이 굳이 필요 없을 수 있다고 해요. 하부 식도 괄약근은 식도와 위 사이를 막아 주는 근육이에요. 눕거나 물구나무를 서도 음식이나 위산이 역류하지 않는 건 이 근육 덕분이고,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분들은 이 근육의 기능이 떨어져 위산이 역류하는 경우가 많죠. 아기는 이 근육이 제 기능을 못 해서 식도와 위 사이의 문이 잘 열리고, 그래서 잘 게워요. 조리원에서는 위가 작아서 게운다고 하던데 아주 정확한 사실은 아니었네요. 이 문이 열려 있으니 먹을 때 들어간 공기도 어른보다 오히려 더 잘 나올 수 있다는 얘기예요. 공기를 눈으로 본 건 아니니 확실한 말은 아니고, 구조상 아기가 공기 배출에 유리할 수 있다는 추정 정도로 이해하시면 돼요.
트림을 시킨 아기가 오히려 더 게웠어요
'차일드'에 실린 논문의 제목은 '건강한 신생아의 영아산통과 게움 예방을 위한 트림의 무작위 통제 실험'이에요. 무작위 통제 실험은 인과관계를 검증하기에 이상적이고 가장 과학적인 방법에 가까운 실험이에요. 참여한 엄마와 아기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트림을 시키고 다른 그룹은 시키지 않는 실험을 3개월 동안 했어요.
아기가 긴 시간 이유 없이 울고, 가스로 인한 배앓이가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는 것을 영아산통, 콜릭이라고 하는데요. 이 울음의 빈도와 아기가 게우는 횟수에 트림이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어요. 결과는 영아산통으로 우는 빈도와 트림 여부는 상관관계가 없었어요. 가스 때문에 배앓이를 해서 우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이죠. 두 번째로, 우리 상식과는 다르게 게우는 횟수는 트림을 시킨 집단에서 오히려 더 높았어요. 트림을 시키려고 등을 두드리는 과정에서 더 게우게 된 것 같아요. 아기가 게우는 건 속이 불편해서라기보다 하부 식도 괄약근이 잘 열리기 때문이니, 그 문이 열렸을 때 자꾸 등을 두드리면 오히려 더 게우겠죠. 우리 아기가 잘 게운다고 해서 트림을 꼭 시키려고 애쓸 필요는 전혀 없어 보여요.
다미는 이렇게 하고 있어요
정리하면, 아기가 가스 때문에 불편해한다는 의학적·과학적 증거는 없어요. 불편하지 않다는 증거도 없지만, 어른들의 근거 없는 추측일 수 있는 거죠. 무리하게 트림을 시키려다 아기가 오히려 더 게울 수 있고요. 예부터 내려온 어른들 말씀대로 트림을 시켜 줘야겠다 싶으면 그렇게 해도 별문제는 없지만, 아기가 트림을 잘 안 하거나 그 과정이 힘들다면 미션 완료하듯 꼭 시키려고 애쓸 필요는 없어요.
다미는 원래 트림을 잘 안 해서 예전에는 한밤중에도 20분씩 등을 두드렸는데요. 지금은 수유 후 바로 잠들면 그냥 두고, 깨어 있으면 세워서 잠깐 토닥여 주기만 해요. 예전보다 더 울거나 많이 토하지는 않아요. 불안하신 분들은 하루 이틀 트림을 건너뛰어 보고 아기의 반응을 살펴보시길 추천해요.
정리해 보면
- 아기가 가스 때문에 불편해한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어요.
- 아기는 하부 식도 괄약근이 잘 열려서 공기도 어른보다 오히려 잘 나올 수 있어요.
- 무작위 통제 실험에서 트림 여부는 영아산통 울음과 상관이 없었고, 트림을 시킨 아기가 더 많이 게웠어요.
- 아기가 트림을 잘 안 하거나 시키기 힘들다면 억지로 시키지 마세요.
- 불안하다면 하루 이틀 건너뛰고 아기의 반응을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