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을 퇴원하고 모유 수유를 하던 때, 어느 블로그에서 수유텀에 관한 글을 읽고 2시간 수유텀을 지키려고 애쓴 적이 있어요. 조금씩 자주 먹는 아기의 욕구대로 수유하면 약간만 배고플 때 먹게 되어 배불리 먹지 못하고, 모유의 앞부분인 전유만 계속 먹어 배에 가스가 차서 힘들어진다는 글이었죠. 조금 먹다 금방 잠드는 신생아 다미를 보니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 뒤로 수유를 기록하는 앱을 깔고, 다미가 배고프다고 울어도 2시간이 안 됐으면 힘들게 달래며 시간을 채워서 먹이곤 했어요.

많은 엄마들이 우리 아기 수유텀이 다른 아기와 비교해 정상인지 걱정하고, 저처럼 2시간, 3시간 딱 정해 놓고 수유하려 하고, 그 간격을 늘리려고 애써요. 그런데 수유텀을 지키는 게 정말 아기에게 좋을까요? 공부해 본 결론은, 수유텀 준수는 아기에게 그렇게 좋은 것 같지 않다는 거였어요. 진화인류학 박사가 운영하는 육아 사이트 Parenting Science와 공중보건 저널에 실린 논문을 바탕으로 정리했어요.

먹고 싶을 때 먹는 아기가 가장 적당히 먹어요

아기들은 배고픔과 포만감이라는 내부 감각을 잘 활용해서, 자기에게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칼로리만큼 딱 먹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연구로 밝혀졌어요. 모유든 분유든 상관없이요. 배불러도 계속 먹기도 하는 어른보다 자제력이 나은 거죠.

그런데 엄마가 아기의 신호대로 먹이지 않고 수유텀을 지켰을 때, 아이가 커서 비만이 될 확률이 더 높았어요. 엄마가 아기의 신호를 자꾸 무시하면 아기는 배고플 때 먹고 배부를 때 그만 먹는 섭취량 조절 능력을 서서히 잃게 되기 때문이에요. 배고프니까 먹는 게 아니라 먹을 시간이 됐으니 먹는다는 사회적 기준에 따라, 혹은 언제 거부당할지 모르니 가능할 때 많이 먹어 두자는 보상심리에 따라 먹게 되고, 이게 과식으로 이어진다는 거예요.

모유도 아기도 그때그때 달라요

아기의 필요는 계속 변해요. 활동을 많이 한 날도 있고, 열이 나서 수분이 더 필요할 때도 있고, 급성장기라 더 자주 먹어야 할 때도 있죠. 많은 아기에게 나타나는, 주로 저녁에 더 자주 먹는 클러스터 피딩이 생길 때도 있고요.

모유도 마찬가지예요. 엄마마다 모유에 든 지방 양, 즉 칼로리가 달라요. 식사량, 체질량, 나이, 사회경제적 지위, 흡연 여부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연구 결과 100ml의 모유에 든 지방은 2g에서 5g까지 다양했어요. 어떤 엄마의 모유는 다른 엄마의 모유보다 지방이 두 배 이상일 수 있다는 말이에요. 지방 함량이 낮은 모유를 먹는 아기는 위 용량이 한정되어 있으니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1시간 만에 또 먹어야 할 수 있어요. 일괄적으로 2시간에 한 번이라고 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죠.

모유 지방은 하루 중에도 크게 변해요. 가슴에 모유가 많이 차 있는 아침에는 낮고, 가슴이 말랑해지는 저녁에는 높아요. 또 출산 후 몇 개월에 걸쳐 아기의 칼로리 필요에 맞게 전반적인 지방 함량이 서서히 높아지고요. 엄마가 이런 변화까지 고려해서 수유텀을 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실제 모유를 먹고 있는 아기가 가장 잘 알 수밖에 없죠.

먹고 싶을 때 먹은 아기가 더 똑똑했다는 연구

수유텀을 지켜 먹은 아기와 먹고 싶을 때 먹은 아기의 IQ를 몇 년 뒤에 측정한 연구가 있어요. 먹고 싶을 때 먹은 아기의 IQ가 5살, 7살, 11살, 그리고 십 대에 이르기까지 네 번 모두 더 높았다고 해요. 연구 저자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꼽았어요. 먹고 싶은 대로 먹은 아기는 완모 성공 비율이 더 높았을 수 있다는 것, 더 자주 수유하게 됐는데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지능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기의 삶에서 가장 큰 활동인 먹는 일을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느냐 아기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주도적인 성격이 형성되고 이것이 나중에 학습 적극성과 IQ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거예요.

Parenting Science의 저자는 아기의 밥 달라는 요청이 계속 거부당하는 것은 반응적인 육아, 즉 아기의 요구에 바로바로 대응해 주는 육아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요. 반응적인 육아를 했을 때 아기의 뇌 발달이 더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는 많거든요. 다만 이 IQ 연구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예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죠.

베싸는 이제 수유텀을 기록하지 않아요

공부하고 나서 수유텀을 더 이상 기록하지 않게 된 건 당연한 일이겠죠. 배고파하는 기미가 보이면 바로 주고 있어요. 눈을 두리번거리고, 입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귀엽게 벌리거나, 주먹을 쭉쭉 빠는 여러 단서가 있어요. 때로는 먹은 지 정말 얼마 안 돼서 또 그러기도 하지만, 아기의 신호가 가장 정확하다고 믿고 배고파할 때마다 주고 있어요.

수유텀이라는 건 사실 아기를 위해서라기보다 엄마를 위해 만들어 놓고, 아기에게 좋을 거라는 이유를 붙인 게 아닐까 싶어요. 행복한 아기를 위해 수유텀을 과감히 없애 보시는 건 어떨까요.

정리해 보면

  • 아기는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 스스로 조절해서 먹는 능력이 있어요.
  • 신호를 무시하고 수유텀을 지키면 아기가 조절 능력을 잃어 나중에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져요.
  • 모유의 칼로리와 아기의 필요는 그때그때 달라서 정해진 수유텀이 맞을 수가 없어요.
  • 먹고 싶을 때 먹은 아기가 나중에 IQ가 더 높았다는 연구가 있어요. 다만 상관관계예요.
  • 시계 대신 아기의 배고픈 신호를 보고 수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