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1.09 · 9:47
신생아 때부터 '자기통제력'을 길러 줘야 할까요?
안 돼, 혼자 울음 그쳐'로는 자기통제력이 자라지 않아요. 따뜻하게 반응해 쌓은 관계 위에서 룰을 부드럽게 반복해 주세요.
베싸도 딸아이를 둔 한 사람의 엄마예요. 본격적으로 논문을 읽기 전에는 인터넷의 이런저런 육아 정보를 소비하고 전문가라는 분들의 말도 많이 들으면서 어떤 방향이 맞는지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각 분야 연구 자료만 가지고 오랫동안 공부하고, 그걸로 육아를 꾸준히 해 온 지금 얻은 큰 깨달음은 이거예요. 아무리 전문가의 말이라도 함부로 믿지 말 것.
다미가 어릴 때 봤던 어떤 영상
다미가 아직 어렸을 때 유튜브에서 영상을 하나 봤어요. 신생아 때부터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권위로 룰을 가르치고, 아기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도록 혼자 울음을 그칠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것이 두 돌 전 아이의 자기통제력을 기르는 데 아주 중요하다는 내용이었죠. 그때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겼어요. 나름 유명한 분이긴 했지만 아동심리를 공부한 분은 아니었고, 제 육아 방침과도 맞지 않았거든요.
최근에 이 영상을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그 말을 맹신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고 느꼈어요. 특히 댓글이 많이 걱정됐어요. 전 세계 아동심리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쌓아 온 연구 결과와 상당히 반대되는 이야기인데, 많은 부모님이 그걸 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앞으로 이렇게 키워야겠다고 다짐하고 계셨거든요. 그동안 아이에게 맞춰 주고 섬세하게 반응해 온 게 잘못된 육아였다고 생각하며 슬퍼하는 분까지 보여서 안타까웠어요.
전문가의 말도 골고루, 데이터로 검증된 것만
누구도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어요. 각자 해박한 영역이 따로 있고, 어떤 전문가라도 자기에게 특별히 영향을 준 경험이나 철학, 자기 세대의 문화에 기대어 주관적인 주장을 사실처럼 말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균형 있게 소비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육아 정보를 제 육아에 적용할 때 한두 명의 전문가 말이나 논문 한두 개만 가지고는 절대 결정하지 않아요. 데이터로 검증되고 대세로 밝혀진 것만 따르죠.
물론 어떤 영역이든 논란은 있어요. 하지만 부모의 양육 태도가 아이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연구자가 관심을 쏟아 온 영역이라 학계에 이미 대략적인 방향성, 정설 같은 것이 있는 상황이에요.
"안 돼, 네가 스스로 울음을 그쳐"로는 길러지지 않아요
아동 발달 연구나 책을 좀 읽어 보신 분이라면 아실 거예요.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이 아직 없는 아기에게 "안 돼, 네가 알아서 울음을 그쳐" 한다고 자기통제력이 길러지지는 않아요. 어릴 때는 더더욱 그래요. 생애 초기 1년 정도는 반응육아가 자기통제력을 비롯한 뇌 발달 전반에 아주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물론 100% 반응해 주고 달래 주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다만 그런 에피소드가 아이와의 일상에서 너무 잦아지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해요. 발달상 위험 요인이 있는 아이라면 자폐나 ADHD 등이 발현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일반적인 아이도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육아 관행으로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아요. 인지 발달에도 불리하고, 불안 수준이나 문제 행동 같은 사회정서 발달에도 좋지 않죠.
관계가 먼저 생기고, 그다음에 메시지가 힘을 가져요
어린 아기는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특히 울거나 힘들어할 때 섬세하게 반응해 주고 달래 주는 부모의 도움을 받으면서 배워요. '감정은 통제할 수 있는 거구나', '내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받아 주는 누군가가 있구나' 하고요. 이 믿음을 바탕으로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과 유대가 생기고, 긍정적인 관계가 형성된 다음에야 부모가 주는 메시지가 아이에게 영향력을 갖게 돼요. 강압적으로 따르게 하는 영향력이 아니라 아이가 자발적으로 따르는 긍정적인 영향력이에요. 이 관계를 기반으로 아이는 부모에게 반복해서 들은 메시지를 내재화하고, 스스로를 통제하려는 노력을 조금씩 해 나가죠. 사회적 학습이론이라고 해요. 쉽게 말하면 엄마 아빠가 평소에 하라고 하는 것들을 '아, 이렇게 해야겠다, 이렇게 하고 싶다' 하고 스스로 마음먹게 된다는 거예요.
다미는 요즘 저희가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이런 말을 해요. "여기는 내리막길이니까 뛰면 안 돼." "집에서 쿵쿵 뛰어다니면 안 돼, 밑에 이모가 힘들어." "엄마, 많이 안 보고 이거 하나만 볼게요." 물론 저희가 많이 했던 말들이에요. 아직 어린 아기인 만큼 자기 행동을 완벽하게 통제하지는 못하고, 그런 기대를 하시면 안 돼요. 그래도 스스로 통제해 보려는 노력으로 일부러 이런 말을 먼저 뱉어 보고, 부모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계속 노력해 볼 동기가 생기는 거죠.
옛날 방식이 맞다면 우리는 아직도 체벌하는 사회에 살고 있겠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무조건 앉아서 먹어야 해." 룰이라는 개념조차 모르는 아이에게 어른이 만든 룰을 따르라고 강요하고, "울더라도 어쩔 수 없어, 이건 해야 돼" 하는 접근. 가끔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이렇게 해야 자기통제력이 길러진다고 받아들이는 건 솔직히 조금 위험해요. 육아 스타일은 개인의 선택이라 누구도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분야를 많이 연구한 분들이 자기통제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밝힌 방식은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통제적이고 강압적이거나 덜 섬세한 육아는 자기 행동을 조절하고 싶어 하는 자발적인 동기를 꺾고, 덜 협조적이고 더 반항적인 아이로 만들 수도 있어요.
어릴 때를 떠올려 보세요. 부모님이 "학생이니까 공부하는 거야, 공부는 무조건 하는 거야" 한다고 스스로 방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하게 되던가요. 역효과가 나기 마련이죠. 옛날에는 어린 아기도 이런 방식으로 키웠을지 몰라요. 하지만 옛날 방식이 무조건 맞다면 우리는 아직도 아이를 체벌하는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을까요. 더 나은 양육 방법을 많은 학자가 연구해 온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안 되는 건 분명히 있어요. 안 되는 것까지 다 허용하는 방식은 통제력 발달에 좋지 않아요. 다만 맥락 없이 권위로 그냥 "안 돼" 하는 방식은 부작용이 많다고 밝혀졌다는 말씀이에요. 룰은 가르치되, 생애 초기부터 섬세하고 따뜻하게 반응해서 만들어진 단단한 유대를 바탕으로 일관되고 부드럽게, 반복해서 말해 주고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해요. 아이가 룰이 뭔지 이해하고 말을 알아들을 무렵부터요. 그러면 '얘가 언제 이렇게 커서 스스로를 통제하려고 하지' 싶을 만큼 놀라운 모습으로 부모를 감동시키게 될 거예요. 아이와 상황에 따라 달라서 100%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데이터로 확인되는 대다수의 경향은 그렇고, 어릴 때부터 반응육아를 받으며 자란 다미도 그 경향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 이야기는 돌아다니면서 먹는 아이를 어떻게 앉혀서 먹일까 고민하다 나온 거예요. 저는 다미가 어릴 때 앉아서 먹어야 한다는 룰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앉아서 잘 먹거든요. 얌전히 앉아 있기 어려워하는 아이의 본능을 어릴 때부터 꺾고 어른처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그 시기 아이에게 과연 적절한지,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정리해 보면
- 전문가의 말이라도 한두 사람의 주장만 믿지 말고, 데이터로 검증된 방향을 따르세요.
- 생애 초기 1년의 반응육아는 자기통제력을 포함한 뇌 발달 전반에 중요해요.
- 아이는 섬세하게 반응해 주는 부모와의 관계 위에서 부모의 메시지를 내재화하고 스스로를 통제하려고 노력해요.
-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육아는 자발적인 동기를 꺾고 더 반항적인 아이로 만들 수 있어요.
- 룰은 아이가 이해할 무렵부터 일관되고 부드럽게 반복해서 가르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