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3.08 · 14:43
훈육의 핵심은 규칙이 아니라 존중입니다
규칙을 몇 개 가르치느냐보다, 아이가 규칙 자체를 존중하게 만드는 관계가 훈육의 핵심입니다.
요즘 육아 콘텐츠들을 보면 부모의 권위와 엄격한 훈육을 강조하는 게 트렌드가 된 것 같아요. 저도 훈육이 중요하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요즘 부모들이 훈육을 안 해서 아이들이 이상해진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조금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훈육을 안 해서가 아니라, 방향이 잘못됐을 뿐
저는 한국에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훈육하지 않는 부모를 거의 못 봤어요. 오히려 한국 부모들은 다른 나라보다 훈육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을 훨씬 크게 느끼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살아본 일본, 북유럽과 비교해 봐도 그래요. 유럽은 아이가 아이답게 구는 것에 관대한 분위기가 있어서 부모들이 눈치 안 보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지만, 한국은 민폐를 끼치는 것에 워낙 민감해서 다들 훈육을 걱정하고 고민하죠. "요즘 부모들이 훈육을 안 한다"는 전제를 뒷받침할 통계도 저는 찾지 못했어요. 오히려 훈육 안 하는 부모들이 이슈화되면서 일반화되는 건 아닐까 싶어요. 유튜브를 하면서 보니 많은 분들이 육아 문제를 이분법으로 단순하게 바라보시더라고요. 영어를 노출하거나 안 하거나, 학습을 시키거나 안 시키거나 둘 중 하나로만 생각하시는 것처럼요. 그런데 그 안을 잘 들여다보면 발달 단계에 맞게 긍정적으로 노출하고 가르치는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 훈육도 마찬가지예요. 문제는 훈육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방법론을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그냥 우리가 어릴 때 받았던 방식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훈육의 핵심은 규칙을 존중하는 마음
그러면 방법론은 뭘까요. 저는 그 핵심이 존중이라고 생각해요. 아이에게 규칙 자체를 존중하는 법을 가르치는 거죠. 규칙을 스스로 지키고 싶은 마음이 없는 아이에게는 규칙을 백 개, 천 개 가르쳐도 소용이 없습니다. 아이가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규칙은 부모에게서 오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는 규칙 하나하나뿐 아니라 규칙이라는 것 자체를 대하는 태도를 배워요. 어떤 규칙을 알고 있어도 상황에 따라 쉽게 어겨버리는 아이와, 규칙을 지키려고 애쓰는 아이의 차이는 결국 그 규칙을 존중하느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위계질서로만 다스리면 규칙은 금방 무너진다
부모가 아이의 욕구에는 관심 없이 규칙 지키는 것에만 집중하는 관계에서는, 아이가 규칙을 미워하게 됩니다. 이런 아이가 규칙을 지키는 이유는 딱 하나, 혼나지 않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이렇게 위계질서에 기대어 부과된 규칙은 그 위계를 벗어나는 순간 휴지 조각이 됩니다. 무서운 사람 말은 잘 듣지만 만만해 보이는 사람 말은 바로 무시하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아이가 되는 거죠. 실제로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훈육은 오히려 문제 행동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물론 정반대로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 허용적인 육아도 문제입니다. 아이가 규칙에 대해 아무 태도도 갖추지 못한 채 사회에 나가게 되니까요.
규칙을 존중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관계
아이가 규칙을 내면화하는 데는 부모와의 관계가 결정적입니다. 안정적인 유대감이 있어야 아이는 자기 행동이 부모를 기쁘게 하는지에 신경을 씁니다. 유대감이 없다면 부모가 뭘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어지겠죠. 부모가 제멋대로 규칙을 부과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욕구를 다 들어주지는 못해도 귀 기울이고 존중하려는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예요. 그리고 부모가 정한 규칙과 지시는 합당하고 일관돼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는 "어길 수 있으면 어겨도 되는 게 규칙"이 아니라 "내 욕구도 규칙 안에서 얼마든지 충족할 수 있다"는 태도를 배우게 돼요. 이 소신은 어떤 트렌드가 와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다미는 자기주장도 있지만 필요할 때는 자기 조절도 잘 하고 규칙도 잘 지키는 아이로 크고 있습니다.
정리해 보면
- 한국 부모들이 훈육을 안 한다는 전제보다, 훈육의 방법론을 다시 점검해 보세요.
- 규칙을 몇 개 가르치느냐보다 아이가 규칙 자체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게 먼저입니다.
- 위계질서로만 누르는 훈육은 그 위계를 벗어나면 쉽게 무너집니다.
- 안정적인 유대감과 합당하고 일관된 규칙이 아이가 규칙을 내면화하는 바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