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남들보다 빠른가, 느린가" 하는 생각에 피로감을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또래와 비교되는 아이의 모습에 "대체 어떻게 키워야 하지"라며 걱정하신 적은요. 오늘은 이런 생각의 틀 자체를 바꿔줄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하버드와 컬럼비아에서 아동발달을 공부하고 신간 『하버드 동그라미 육아』를 낸 지니킴 박사님을 모셨어요.

"빠르다 느리다" 대신 "다양하다"로 봐주세요

지니킴 박사님은 "빠르다 느리다"라는 말 자체가 아이가 저마다 가지고 태어난 고유성을 무시하는 표현이라고 말합니다. 어른들 세계를 보면 사람마다 강점과 약점이 있다는 걸 당연히 받아들이면서, 유독 육아에서는 모든 영역에서 아이가 빨랐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거예요. 특히 한국 사회가 이 "빠르다 느리다"는 표현에 더 민감한 편이라고 짚었습니다.

책 제목이기도 한 "동그라미 육아"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육각형 인재"처럼 모든 영역에서 최고가 되는 아이를 그리는 대신, 아이가 단단하게 자기중심을 잡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잘하나, 어떻게 살고 싶나"를 스스로 알아가면서 다양한 환경에 잘 맞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고 해요. 부모 역시 아이의 한 면만 보지 말고 총체적인 발달을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다고 합니다.

아이는 어떤 말을 듣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자아상이 형성됩니다. "너는 느린 아이구나", "너는 걱정을 끼치는 아이구나" 같은 말을 계속 들으면 아이는 정말 그런 자아상을 갖게 돼요. 그래서 발달의 다양성, 즉 사람마다 가지고 태어난 고유성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들어주는 출발점이라고 박사님은 말합니다.

육아 고민의 절반은 기질 때문입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기질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지니킴 박사님은 부모들이 육아하면서 겪는 걱정의 절반 이상이 기질 때문이라고 말해요. 기질은 사람마다 타고나는 고유한 특성이자, 세상의 다양한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며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기본적인 생존 방식이라고요. 그래서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심지어 쌍둥이도 기질이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박사님도 두 딸을 키우면서 이 차이를 실감했다고 해요. 첫째는 이른바 "이지고잉" 기질로 평온하고 긍정적이라 함께 있으면 즐겁지만, 둘째는 예민하고 내성적이라 새로운 걸 배우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마다 "싫어"부터 나오고 어릴 때는 늘 부모 뒤에 숨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슬프거나 화가 나도 눕는 법이 없는 첫째와 달리 둘째는 바닥에 눕기도 했고요. 전문가라고 해서 아이를 다르게 키운 게 아니라, 처음부터 타고난 기질이 달랐던 것뿐이라고 박사님은 짚습니다.

중요한 건 이런 기질에서 강점을 찾아 주목하는 것입니다.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는 부모 입장에서 힘들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을 잘 알고 목표 의식이 뚜렷하며 리더십이 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어요. 박사님이 가르쳤던 한 아이는 친구들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화를 내고 밀치기도 했지만, 교실에서 규칙을 배우며 조절 능력을 기르더니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이 됐다고 합니다.

위험 회피가 높은 아이, 신중함이 강점입니다

여기서부터는 기질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첫 번째는 위험 회피가 높은 아이. 새로운 걸 잘 시도하지 못하고 부모 손을 잘 놓지 않아서, 키우는 부모는 답답함을 자주 느낄 수 있어요.

이런 아이들의 강점은 섬세함입니다. 주변의 디테일을 잘 알아차리고 상황 파악도 빠른데, 신중하기 때문에 무모하거나 위험한 일을 벌이지 않는다고 해요. 박사님의 둘째도 위험 회피 기질이 높아서, 유치원에 다닌 지 4년이 지나서야 다른 반 선생님과 편하게 인사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이런 아이를 갑자기 밀어붙이는 건 좋지 않다고 박사님은 강조합니다. 회피 성향이 높은 아이는 자라서도 기질 자체가 크게 바뀌지 않고, 성인이 될 때까지 얼마나 경험하고 연습하느냐에 따라 그 상황에 잘 대처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면 작은 성취감조차 느끼지 못해 오히려 다음 도전을 더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건 점진적 노출입니다. 수영장에 처음 갈 땐 "여기가 수영장이야"라고 알려주고, 다음번엔 30분 넘게 곁에서 기다려주는 식으로 조금씩 익숙해지게 해주는 거예요.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여러 명이 있는 놀이터에 밀어넣기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함께 즐길 친구 한 명부터 시작해서 "같이 노니까 재밌다"는 경험을 쌓게 하고, 그다음 두 명, 세 명으로 서서히 늘려가는 방식이 좋습니다. 놀이터는 아이들 사이 갈등 요소가 많아 사실 가장 어려운 장소라, 좁고 안전한 공간에서 시작해 점점 넓은 공간으로 옮겨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극 추구가 높은 아이, 호기심이 강점입니다

다음은 자극 추구가 높은 아이입니다. 에너지 레벨이 높고 행동이 먼저 나가는 편이라, 부모는 계속 아이를 제지해야 해서 버겁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이런 아이들은 새로운 만남, 새로운 장소, 새로운 일 모든 것이 신나는 아이예요. 호기심이 많고 궁금한 게 많아서 배우는 것도 좋아하니 다방면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큽니다. 나중에 공부해야 할 시기가 와도 스스로 알아서 빠르게 성취해내는 편이라고 해요.

다만 어릴 때는 경계를 잘 몰라요. 반가운 마음에 낯선 어른에게도 달려가 안기는 식이라 상대는 부담스러울 수 있고, 친구에게 놀자고 했다가 거절당하는 일도 잦습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편안하게 느끼는 개인 공간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도움이 됩니다. 박사님은 비눗방울 안에 아이가 들어가는 놀이로 이 "퍼스널 스페이스" 개념을 가르쳤다고 해요. 비눗방울끼리 부딪히면 터지듯, 서로의 공간을 존중해야 한다는 걸 아이들이 쉽게 이해했다고 합니다.

감각이 예민한 아이, 섬세함이 강점입니다

감각이 예민한 아이는 이것저것 요구가 많고 편식도 심해서 부모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런 아이들은 미세한 것을 잘 잡아내는 만큼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고 섬세합니다.

박사님은 두 딸의 차이로 이를 설명했어요.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지나치는 액자를 첫째는 있는지도 몰랐지만, 둘째는 "핑크색 장미 그림, 아래 바구니에 반짝이도 있었다"고 세세하게 기억했다고 합니다. 감정에 대해서도 첫째는 다소 무딘 편이지만, 엄마의 기분을 먼저 물어보는 쪽은 둘째였다고 해요. 감각이 예민한 아이는 타인의 감정에도 잘 공감하는 편입니다.

성취 몰입과 사회적 민감도가 높은 아이도 강점이 있습니다

성취 몰입이 높은 아이는 뭔가에 몰입하는 힘은 있지만 못하는 것이나 지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서, 부모는 "못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잘하고 싶고 이기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강력한 동기부여가 돼요. 부모가 따로 동기를 북돋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노력하니 자기계발의 큰 자원이 되는 셈이죠. 다만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는 것, 이기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도 함께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 민감도가 높은 아이는 선생님이 안 된다고 한 것에 유독 집착하거나 친구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느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상황을 파악하는 힘이 뛰어나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에서 협동하고 소통하는 감각을 이미 갖춘 셈입니다. 어릴 때는 이 예민함을 다루기 힘들지만, 절충할 수 있는 도구를 꾸준히 알려주고 연습시키면 오히려 더 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자원이 된다고 박사님은 말합니다.

정리해 보면

  • "빠르다·느리다" 대신 발달의 다양성으로 아이를 바라봐 주세요.
  • 육아 고민의 절반 이상은 기질에서 비롯됩니다. 부모의 잘못이 아닙니다.
  • 위험 회피가 높은 아이는 급하게 밀어붙이지 말고 점진적으로 노출시켜 주세요.
  • 자극 추구가 높은 아이에게는 퍼스널 스페이스 개념을 알려주세요.
  • 어떤 기질이든 약점보다 강점을 먼저 찾아 주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