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을 맞아 제 육아를 한번 돌아봤어요. 되는 대로 육아하지 않으려고 늘 마음을 먹는데, 목표도 없고 스스로 점검하는 계기도 없으면 무기력증에 빠지기 쉽더라고요. 그래서 다미와 함께할 올해 목표를 시기별로 정리해 봤습니다. 육아는 시기마다 목표가 같을 수 없으니, 더 어린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도 참고하실 수 있도록 제가 다시 육아를 한다면 시기마다 어떤 목표를 세울지 하나씩 이야기해 볼게요.

왜 육아에도 목표가 필요할까

사람은 의미 없는 일을 오래 하면서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예전에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려웠던 중년 여성들이 무기력증을 많이 겪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일이나 공부와 달리 육아는 밖에서 누가 잘하고 있는지 점검해 주는 사람이 없어요. 그러다 보면 하루하루를 그냥 버티게 되고, 아이가 언제 커서 혼자 놀아줄까만 기다리게 되죠. 아이를 전념해서 키우는 일이 년 단위의 의미 없는 희생처럼 느껴진다면 너무 아깝잖아요. 그 시간 안에서 부모도 성장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출산율 문제를 포함해서 많은 것들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저는 육아에도 일이나 공부처럼 목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0세, 반응하기와 말 걸기

돌까지는 반응하기와 말 많이 하기, 이 두 가지가 목표예요. 아이가 아직 말을 못 하는 시기라 부모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별말 없이 지나가기 쉽습니다. 저도 다미가 돌 이전이었을 때 아기띠에 태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긴 했는데, 정작 아이가 보는 것에 같이 관심을 가지고 눈을 맞추며 말을 걸어준 시간은 하루 중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쉬워요. 그리고 이 시기 가장 중요한 반응은 아이가 울거나 힘들어할 때 잘 달래주는 겁니다. 100%까지는 아니어도, 대체로 따뜻하게 달래주는 것만으로 아이의 애착 형성과 감정 조절 능력에 큰 도움이 돼요. 아이의 신경계가 아직 발달하는 시기라, 부모가 반응적으로 달래줄수록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진정시키는 능력의 기본값이 더 좋은 쪽으로 자리 잡는다고 해요.

1세, 부정적 감정에 대처하는 법 함께 배우기

한 살 무렵은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짜증, 던지기, 때리기 같은 행동으로 표현하는 시기예요. 언어로 표현할 능력도, 감정을 조절할 뇌 발달도 아직 안 됐으니까요. 그래서 부모가 이해하기도, 적절히 대처하기도 유독 힘든 시기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천근아 교수님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아이가 바늘처럼 행동할 때 부모가 쿠션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요. 아이가 바늘처럼 굴면 부모도 같이 바늘이 되기 쉽지만, 그 순간 받아줄 수 있는 쿠션이 되어줄 때 정서지능이 가장 잘 자란다고 하죠.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목표로 삼을 만하다고 생각해요. 이걸 위해서는 아이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는 것만큼, 내 안에 어떤 트리거가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해요. 아이가 울면 유독 화가 난다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못 견딘다면, 그 반응이 어디서 왔는지 스스로와 대화해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2세, 성공 경험과 협조 얻기

두 살에는 성공 경험과 협조 얻기, 이 두 가지를 목표로 삼으려고 해요. 아이 기질에 따라 무게를 다르게 두면 좋은데, 협조가 잘 안 되는 아이라면 협조 얻기에, 순한 아이라면 성공 경험에 좀 더 힘을 실어보세요. 성공 경험은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해냈다는 즐거움을 일상 속에서 자주 느끼게 해주는 거예요. 지금은 부모가 섣불리 개입하지 않고 일부만 도와주는 것만으로 쉽게 만들어줄 수 있지만, 초등학교에 가서 비교당하고 수업을 못 따라가기 시작하면 그때는 훨씬 어려워집니다. 협조 얻기는 아이의 요구가 늘어나는 시기에 부모와 욕구가 부딪힐 때 강압적으로 누르지 않고 타협하는 법을 연습하는 과정이에요.

3세, 놀이에 능숙한 아이 그리고 관계

다미는 지금 세 살 후반인데, 올해 목표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놀이를 잘하는 아이로 만드는 것. 유아기 교육은 결국 놀이니까, 주도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놀이를 잘 해내는 아이가 그 안에서 더 많은 능력을 기른다고 생각해요. 다른 하나는 관계예요. 아이가 기관에 있는 시간이 늘고 저도 일의 비중을 조금 더 높이려다 보니, 예전만큼 열심히 놀아주지 않아도 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관계는 그냥 거기 있는 게 아니라 계속 가꿔야 하는 거잖아요.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다미와 십 분도 못 놀고 재우러 가는 날도 있어서, 주말엔 적어도 한두 시간, 평일에도 십 분이든 이십 분이든 일대일로 노는 시간을 우선순위에 두려고 합니다. 다미도 수영장이나 키즈카페보다 엄마랑 집에서 노는 걸 더 좋아하거든요. 그게 다미에게는 힐링이 되는 시간인 것 같아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세운 목표이니 참고만 하셔도 좋고, 각자 아이 나이에 맞게 부모로서 어떤 성장을 하고 싶은지, 아이의 어떤 면을 도와주고 싶은지 나름의 목표를 세워보셔도 좋겠습니다.

정리해 보면

  • 0세는 아이가 힘들어할 때 따뜻하게 반응하고 말을 많이 걸어주세요.
  • 1세는 아이의 부정적 감정을 받아주는 쿠션이 되어주고, 내 안의 트리거도 들여다보세요.
  • 2세는 아이 기질에 맞게 성공 경험이나 협조 얻기에 힘을 실어보세요.
  • 3세 이후는 놀이에 능숙해지도록 돕고, 짧더라도 매일 일대일로 노는 시간을 확보하세요.
  • 올해 아이와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를 하나 정해보고, 연말에 되돌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