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3.12 · 11:47
훈육 대신 한계 설정, 군대에서 쓰던 말부터 버리자
훈육이라는 말 대신 한계 설정을 쓰면 아이의 자기 조절력을 키우는 데 더 도움이 돼요.
저는 베싸 육아에서 근거 기반 육아 대원칙 세 가지로 반응 육아, 자율성지지 육아, 구조 만들기 육아를 꼽는데요, 이 원칙들은 모두 주의력의 일환인 자기 조절력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그중 구조 만들기 육아가 왜 아이의 자기 조절력을 높이는지, 그리고 제가 왜 평소에 "훈육"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구조 만들기, 아이 머릿속에 표를 만들어 주는 일
구조 만들기라고 하면 감이 잘 안 오실 텐데, 여기에는 한계 설정, 모델링, 긍정적 강화가 포함돼요.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아이에게 "그건 나쁜 행동이야", "그건 좋은 행동이야"라는, 행동의 지침이 되는 구조를 머릿속에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구조가 없는 아이는 이 행동 저 행동이 아무렇게나 머릿속에 널려 있지만, 구조가 있는 아이는 이건 좋은 행동, 이건 나쁜 행동, 이럴 때는 해도 되고 이럴 때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표를 참고할 수 있어요.
"훈육"이라는 말이 우리를 몰아가는 방식
말에는 힘이 있어요. 그 단어가 반영하는 문화나 사고방식이 함께 따라오기 때문이죠. "따끔하게 혼을 내다"라는 표현을 볼게요. 이 말 대신 "아프게 혼을 내다"라고 표현했다면, 아이를 혼내는 데 조금 더 주저했을지도 몰라요. "따끔하다"는 오래 고통스럽거나 몸에 상처가 남는 느낌이 아니라 잠깐 따갑고 마는 느낌이잖아요. 훈육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예요. 엄격하고 단호하게, 처벌과 보상이 연상되는 느낌이지, 따뜻하고 유대감을 강조하며 아이와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느낌은 아니죠.
훈육은 원래 군사 분야에서 먼저 쓰인 단어로, 생도들의 행동을 감시하거나 교정한다는 의미가 강했어요. 영어 discipline도 마찬가지로, 어리고 미숙한 대상, 심지어 동물을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게 만든다는 행동 교정의 의미가 강합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아이를 훈육할 때 무의식중에 행동을 교정한다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게 돼요. 처벌이나 보상을 동원하고 평소보다 조금 더 무섭고 단호하게 굴어서, 아이의 행동이 그 자리에서 변해야만 "훈육에 성공했다"고 느끼죠. 아이가 물건을 던졌을 때 무섭게 혼을 내서 "안 던질게요"라는 말을 들어야만, 아이가 울다가 그쳐야만 성공한 것처럼요.
하지만 이런 방식의 행동 교정은 아이가 실제로 느끼거나 반성하거나 스스로 조절해 보려는 노력을 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냥 엄마를 더 이상 무섭게 만들지 않으려면 그렇게 말하거나 울음을 참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익혔을 뿐이거든요.
한계 설정으로 바꾸면 달라지는 것
그래서 저는 해외에서 점점 더 많이 쓰는 단어인 한계 설정을 씁니다. 되는 행동과 안 되는 행동을 가르치되, 행동 교정보다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두는 거예요. 아이에게 바운더리를 설정해 준다는 것은 "여기까지는 행동할 수 있고, 여기부터는 안 돼"라는 걸 알려 주는 일이에요. 이 과정에서 아이가 실제로 그 행동을 하고 안 하고는 부차적인 문제고, 더 중요한 건 바운더리가 어디인지 이해시켜 주는 것이죠.
훈육에 초점을 맞추고 아이에게 "안 돼"라고 말했다고 해 볼게요. 훈육의 성공은 행동 교정에 있으니, 아이가 그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기를 바라게 되고, 또 같은 행동을 하면 "내가 뭘 잘못했나" 하며 고민에 빠지고 좌절과 분노를 경험하기도 해요. 반면 한계 설정에 초점을 맞추고 "안 돼"라고 말한다면, 그 행동이 바운더리를 넘어섰다는 메시지가 아이에게 전달된 순간 한계 설정은 이미 성공한 거예요. 물론 아이가 그 한계선을 무시하고 이상하게 행동할 수도 있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죠.
자기 조절력이라는 연결 고리
한계 설정과, 아이가 실제로 바운더리 안에 머무르는 것, 즉 행동이 교정되는 것 사이에는 자기 조절력이라는 연결 고리가 필요해요. 아이가 자기 조절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한계 설정을 아무리 해도 행동 교정이 안 될 수 있는데, 이건 부모 탓이 아니에요. 계속 일관되게 한계를 설정해 주면 될 뿐, 성공과 실패를 따질 필요도 없죠.
자기 조절력은 부모의 육아 태도나 아이의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도 있지만, 아이의 뇌가 발달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부모가 뭘 하든 자기 조절이 잘 안 돼요. 자기 조절을 가능하게 하는 뇌 회로가 천천히 발달하기 때문이죠. "훈육은 만 2~3세부터 하라"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온 것으로 보여요. 그전에는 행동 교정에 중심을 둔 훈육이 잘 통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한계 설정은 달라요. 아이에게 행동의 바운더리를 가르쳐 주는 건 만 6개월 정도부터도 할 수 있어요. 물론 아이의 행동이 실제로 바뀔 거라는 기대 없이, 그냥 바운더리를 가르쳐 주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거예요.
베싸가 실천한 방법
행동 교정 자체를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에요. 그 목표에 대한 집착과 기대치를 잠시 내려놓고, 우리가 진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는 거죠. 다이어트를 할 때 체중계 숫자에 매일 집착하며 좌절하는 대신, 식단과 운동 루틴처럼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더 효과적인 것과 비슷해요. 육아에서 우리가 진짜 할 수 있는 건 한계 설정이에요.
제가 평소에 비교적 차분하게 육아를 할 수 있었던 건, 이런 것들을 하면서 그게 훈육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저는 계속해서 다미 주변에 한계선을 그려 줬어요. "이건 던지면 안 돼, 던져도 되는 건 이거야", "물을 바닥에 부으면 안 돼, 물을 부어도 되는 곳은 이곳이야", "그림은 바닥이 아니라 종이에 그리는 거야"처럼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는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저런 상황에서는 저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걸 서서히 알게 돼요. 자기 조절력이 아직 부족해도 좋아하는 엄마 아빠를 위해, 그리고 한계선이 어디인지 자신 있게 아는 상황부터 조금씩 자기 조절을 시도해요. 때로 성공하고 때로 실패하면서 자기 조절력이 서서히 자라고, 행동은 자연스럽게 교정됩니다.
정리해 보면
- 구조 만들기 육아(한계 설정·모델링·긍정적 강화)는 아이 머릿속에 행동의 기준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 줘요.
- "훈육"이라는 단어는 행동을 그 자리에서 교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만들어 부모를 지치게 해요.
- 훈육 대신 한계 설정에 초점을 맞추면, 성공의 기준이 "메시지가 전달됐는가"로 바뀌어요.
- 한계 설정이 실제 행동 교정으로 이어지려면 자기 조절력이라는 연결 고리가 필요하고, 이건 아이의 뇌 발달 속도에도 달려 있어요.
- 아이에게 일관되게, 차분하게 한계선을 알려 주세요. 행동은 자기 조절력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