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1.11 · 15:20
이유식·유아식 거부를 풀어 가는 대원칙 두 가지, 식사 루틴과 책임의 분리
돌 이후에는 정해진 시간에만 먹이고, 뭘 언제 먹을지는 부모가, 얼마나 먹을지는 아이가 정해요.
앞선 글에서 한 입이라도 억지로 더 먹이려는 부모의 태도가 오히려 식사 거부나 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사실 아기를 키울 때는 뭐든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잠도 잘 자고, 어른처럼 딱 앉아서 밥도 잘 먹고, 친구들과 활발하게 어울리고. 이런 기대치를 최종 목표로 가져가되 조급해하지 않고 길게 보는 게 참 중요해요.
아이도 식사 시간을 전쟁으로 느껴요
아이는 아직 모든 것을 천천히 배워 가는 중인데, 부모가 기대하는 모습을 당장 보려고 재촉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얽힐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부모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정반대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말아요. 아이와의 식사 시간을 '전쟁'이라고 많이 표현하시죠. 문제는 아이도 똑같이 느낀다는 거예요. 당연히 "밥 먹자"는 말에 마음이 활짝 열리는 게 아니라 닫히고, 투쟁 모드에 들어가게 되죠. 그래서 이번에는 억지로 먹이기의 대안으로, 아이와 즐거운 식사 시간을 만들어 가기 위한 큰 원칙 두 가지를 설명할게요.
첫 번째 원칙: 돌 이후에는 정해진 시간에만 먹어요
돌 무렵부터 아이의 식사에는 루틴, 즉 매일 반복되고 지켜야 하는 스케줄이 중요해져요. "돌 정도 되면 아기의 식사는 디맨드 피딩에서 루틴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돌 이후 유아에게는 먹고 싶을 때 먹이는 온디맨드 방식이 좋지 않다"는 거예요. 아이마다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돌 정도부터 아이의 삶 전반에 규칙이나 스케줄이 서서히 중요해지기 시작하고, 식사도 마찬가지예요.
어린 아기는 인위적인 스케줄이나 수유 텀을 지키기보다 먹고 싶어 할 때 먹이는 게 좋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여러 기관과 전문가가 그렇게 권장해요. 반면 돌 이후 분유나 모유가 아니라 식사가 주식이 되면 식사 시간과 간식 시간을 정해 놓고 먹이는 게 더 중요해져요. 물론 어제까지 먹고 싶을 때 먹다가 오늘부터 딱 이때만 먹으라고 할 수는 없죠. 이유식과 수유를 병행하는 이유식기가 바로 이 전환기예요. 이유식기를 지나면서 아침, 점심, 저녁, 간식 루틴을 잡아 나가야 한다는 뜻이죠.
수유를 끊고 아이가 식사로만 영양을 섭취하기 시작하면 많은 부모님이 아이가 배고플까 봐 걱정하세요. 부모의 본능이기도 하고, 아이가 말을 못 하니 더 걱정되죠. 그래서 아이가 식사를 부실하게 하면 다음 식사까지 배고플까 봐 그 마음을 참지 못하고 간식을 줍니다. 간식은 보통 식사보다 맛있고 손쉽게 먹을 수 있죠. 아이는 간식으로도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것, 먹고 싶으면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식사를 굳이 끝까지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천천히 알게 돼요. 그래서 식사를 거부하고, 부모는 또 배고플까 봐 우유나 간식으로 배를 채워 주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는 식사 루틴도 한계선 테스트로 배워요
돌 이후 아이는 음식은 식사와 간식 시간에만 먹는 것이라는 개념을 서서히 배워야 해요. 즉 정해진 시간 외에는 음식을 주지 않으셔야 해요. 돌 이후 아이는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자율성을 얻으려 애쓰지만, 동시에 세상에 내 맘대로만 할 수 없는 한계선이 있다는 걸 어렴풋이 인식하게 돼요. 그래서 이 한계선을 명확히 이해하려고 자꾸 테스트를 해요. 리밋 테스팅이라고 하죠. 부모가 "안 돼"라고 해도 아이가 그 행동을 계속 반복하잖아요. 이게 진짜 안 되는 건가, 지금만 안 되는 건가, 다른 방식으로 하는 건 괜찮은가, 다른 사람한테 하는 건 괜찮은가. 여러 상황에서 시도하고 부모 눈치를 보면서 '이건 어떤 상황에서도 안 되는 거구나'를 이해하는 거예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시기의 아이들이니 열 번, 스무 번 해 봐야 알 수 있죠. 그래서 어떤 상황이든 부모가 일관되게 반응해 주는 게 중요해요.
식사도 마찬가지예요. 식사와 간식 시간에만 음식을 먹는다는 건 아이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아이는 아직 잘 몰라요. 그래서 이상한 시간에 특정 음식을 달라고 하고, 밤중에 우유를 달라고 난리 치고, 식사 도중에 과일을 먹겠다고 하고, 영상을 보여 주지 않으면 안 먹겠다고 하면서 부모의 반응을 보고 식사 루틴을 이해해 가는 거예요. 그러니 부모는 말과 행동으로 식사 루틴을 명확히 알려 줘야 하고, 가장 중요한 건 식사와 간식 시간 외에는 음식을 주지 않는 거예요. 한 연구에 따르면 식사와 간식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 사이에 음식이나 음료가 허용되지 않는 아이는 아무 때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아이보다 식사량이 50% 더 많고, 식탁에 앉아 배부를 때까지 집중해서 먹을 확률도 높다고 해요.
간식과 음료가 식사를 방해해요
음료는 조금 가볍게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는데, 음료도 식사를 상당히 방해할 수 있어요. 물은 물론 빼고요. 과일 주스처럼 당분이 높아 칼로리가 높은 음료도, 우유처럼 지방이 많아 쉽게 배부른 유음료도 식사가 얼마 안 남았을 때는 주지 않는 게 좋아요. 주려면 식사 직후나 자기 전, 아니면 간식 시간에만 주시면 돼요.
하루 종일 아이를 쫓아다니며 먹이거나 배고프지도 않은데 굳이 간식을 주는 건, 배고플 때 먹고 배부르면 그만 먹는 바람직한 습관이 자리 잡는 걸 방해해요. 안 배고파도 먹는 습관은 당장은 별문제가 아니어도 나중에 아이가 아무거나 꺼내 먹고 사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비만으로 이어지기 아주 쉬워요. 어른 중에도 별로 안 배고픈데 습관적으로 간식을 먹는 분이 꽤 있죠. 집에 아이가 있다면 어른도 그런 모습은 보여 주지 않는 게 좋겠죠. 대체로 정해진 식사와 간식 사이에는 두 시간 정도 텀이 있는 게 좋아요.
두 번째 원칙: 뭘 언제 먹을지는 부모가, 얼마나 먹을지는 아이가
앞의 원칙이 하루 중 언제 먹일지였다면, 이번에는 각 식사 안에서의 원칙이에요. 앞선 글에서 소개한 아이 먹이기 전문가 엘린 새터 선생님이 고안해서 유명해진 '책임의 분리'예요. 핵심은 이거예요. 무엇을(what), 언제(when) 먹을지는 부모의 책임 영역이고, 얼마나(how much), 먹을지 말지(whether)는 아이의 책임 영역이다.
부모는 식탁에 어떤 음식이 올라갈지 결정해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에,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 한두 개는 있는 구성이 좋겠죠. 그리고 식사 시간과 간식 시간을 결정해요. 다음은 우리가 놓치기 쉬운 아이의 책임 영역이에요. 준비해 준 식사 중에 각각의 음식을 얼마나 먹을지, 안 먹을지는 아이가 결정해야 해요. 여기서 '책임'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아이가 결정했으면 그에 따르는 결과도 아이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번 식사는 한 숟갈만 먹고 말기로 했다면 그에 따라오는 배고픔은 자기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부모가 알려 줘야 해요.
그런데 각 음식을 먹을지 말지 아이가 결정한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우실 것 같아요. 반찬을 여러 개 준비했는데 반만 쏙 먹고 일어나거나 아예 안 먹겠다고 하면, 그냥 먹이지 말라는 건가 싶으시겠죠. 원칙을 아는 건 중요해요. 아이와의 식사 시간은 이런 형태여야 하는구나 하는 큰 그림을 잡는 거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유연성을 바탕으로 여러 원칙을 잘 조합하는 거예요. 아이가 밥과 반찬을 자율적으로 골라 먹는다는 원칙도 중요하지만, 각 식품군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영양학적 원칙도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골고루 먹도록 어느 정도 노력하면서 최대한 아이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해요. 이래서 육아가 어렵죠. 하라는 대로 따라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원칙을 이해하고 내 나름의 방식으로 적용해야 하니까요.
베싸네 집에서는 이렇게 적용했어요
참고하실 수 있도록 제 경험을 들려드릴게요. 다미도 식사를 대체로 많이 남기는 편이었어요. 저는 아이가 자기 식사량을 필요한 만큼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을 너무 많은 자료에서 반복해서 봤기 때문에, 다미의 식사량이 문제라기보다 제가 준비하는 양이나 제 기대치가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하나 기억해 두시면 좋은 건, 아이의 위는 아이 주먹 정도 크기로 매우 작다는 거예요. 그래서 다미가 보통 어느 정도 먹는지 파악한 뒤 식사량을 거기에 맞춰 조정했어요.
다미도 당연히 편식을 해요. 저는 이걸 편식이라기보다 '아직 익숙해진 반찬의 가짓수가 많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책임의 분리에 따라 알아서 먹으라고 하면 물론 좋아하는 밥만 먹거나 특정 반찬만 먹죠.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먹고 싶어 하는 걸 먹게 하되 그렇게만 두지는 않고, 옆에서 다른 반찬을 적당히 권했어요. 강압적이기보다 긍정적으로 유도하려고요. "뱉어도 괜찮아, 한번 먹어 볼까?" "안 먹고 싶어? 그럼 엄마가 먹어 볼게. 엄마는 맛있는데." "다미는 맛이 없었구나. 이렇게 손톱만큼 작게 잘라 주면 먹어 볼 수 있겠어?" 그래도 싫다고 하면 "알았어, 오늘은 엄마가 다 먹을게" 하고요. 먹으면 칭찬을 많이 해 줬어요. 하루아침에 바뀐 건 아니지만 예전에 안 먹던 반찬도 어느새 조금씩 먹고 있더라고요.
그럼에도 뭐든 남길 수 있어요. 식사량은 아이가 정하는 거니까 아이가 더 안 먹으려 하거나 너무 돌아다니면 그냥 치우면 돼요. 남긴 것에 부정적인 코멘트를 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그냥 "이제 안 먹고 싶구나" 하고 치우는 거예요. "한 숟갈도 안 먹었는데 어떻게 치우죠, 너무 배고플까 봐 걱정돼요" 하는 분이 분명 계실 거예요. 원칙과 큰 방향을 세워 두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게 중요해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하면 돼요. 오늘 이만큼 하면 아이도 이만큼 따라와 주고, 그다음엔 또 이만큼, 이렇게 부모와 아이가 함께 큰 목표에 서서히 도달해 간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아이 연령에 맞춰 유연성을 발휘할 수도 있어요. 다미가 18개월 이전에는 안 먹는다고 하면 일단 치우긴 했지만, 너무 배고플까 봐 걱정될 때는 간식 바구니에 과일이나 치즈를 소량 넣어 뒀어요. 29개월인 요즘은 말이 더 잘 통하니까, 식사를 안 하려고 너무 돌아다니면 "다 먹었어? 다 먹었으면 치워야지" 하고 한번 말해 줘요. 협박처럼 들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요. 그러면 돌아와서 다시 먹기도 하고 계속 안 먹겠다고 하기도 해요. 그만 먹겠다고 하면 스스로 식판을 퇴식대에 가져다 놓고 다른 활동으로 넘어가게 도와줘요. 스스로 치우면 식사를 끝내는 책임이 아이에게 있다는 걸 더 명확하게 해 줄 수 있거든요. 몬테소리 육아의 일환이기도 하고요.
요즘은 너무 적게 먹어서 다음 식사나 간식 시간 전에 우유나 간식을 달라고 하면 "지금은 간식 시간이 아니야, 조금 있다가 먹자"라고 말해 줘요. 그러면 보통 물을 마시더라고요. 저는 다미 정도 나이가 됐으면 정해진 시간에 먹지 않으면 배고플 수 있다는 걸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부분은 집집마다 다르게 적용하실 수 있어요. 정해진 식사와 간식 시간에 배를 채운다는 큰 룰 안에서 아이가 너무 배고파하면 소량의 건강한 간식을 주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러다 이 간식 때문에 아이가 식사 시간에 충분히 배고파하지 않는 것 같다면 조금 더 엄격하게 적용해 보는 식으로 조절해 나가시면 돼요.
정리해 보면
- 돌 이후에는 먹고 싶을 때 먹이는 방식에서 정해진 식사·간식 루틴으로 서서히 옮겨 가세요.
- 식사와 간식 시간 사이에는 물 말고는 음식도 음료도 주지 마세요. 텀은 두 시간 정도가 좋아요.
- 아이는 한계선을 시험하며 루틴을 배우니 부모가 일관되게 반응해 주세요.
- 뭘 언제 먹을지는 부모가, 얼마나 먹을지와 먹을지 말지는 아이가 정해요.
- 원칙은 큰 그림으로 잡고, 아이 나이와 우리 집 사정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