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1.12 · 12:34
육아 스트레스와 불안, 이렇게 다스려요
스트레스와 불안을 스스로 인정하고 도움을 받으면, 화를 덜 내며 여유 있게 육아할 수 있어요.
다미가 밥을 잘 안 먹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화가 났던 적이 있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화 뒤에는 스트레스와 불안이 있더라고요. 오늘은 화를 조절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 두 감정, 스트레스와 불안을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지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화를 참기 어려워져요
평소 스트레스 수준이 높으면 육아 상황에서 분노를 억누르기가 더 어렵습니다. 특히 돌 이후, 아이가 자기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하는 유아기가 되면 육아 스트레스는 늘어나기 시작해서 만 3세 즈음 정점을 찍는 경향이 있어요. 아이의 자율성 욕구와 움직이는 능력은 빠르게 자라는데, 행동을 조절하거나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은 아직 미숙하다 보니 부모에게 저항하고 한계를 시험하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오거든요.
인류는 원래 공동체 속에서 함께 육아를 해 왔는데, 부모와 아이가 1대1로 마주하는 오늘날의 핵가족 상황은 그 자체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국어에서 애를 '본다'는 표현도 마음에 걸려요. 육아는 아이를 다치지 않게 지켜보기만 하는 일이 아니라, 세심하게 반응해 줘야 하는 어렵고 힘든 일이니까요.
내가 힘들다는 걸 스스로 인정해 주세요
요즘 시대의 부모는 열악한 상황에서 육아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데, 육아가 본질적으로 힘든 일이라는 걸 공동체가,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인정해 줄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나만 왜 이렇게 힘들지,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하며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자책하게 되기 쉽거든요.
사람마다 스트레스 대처 능력은 다 달라요. 선천적인 차이도 있고, 직장 스트레스나 만족도, 배우자와 가족의 지지, 경제적 상황, 자녀 수와 터울, 아이의 기질 같은 여러 조건에 따라 내 스트레스 수준이 달라질 수 있죠. 남들과 비교하면서 '왜 나만 힘들지' 하고 자책하지 마세요. 애초에 비교할 수 없는 문제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내가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해 주는 거예요.
혼자 다 하려 하지 말고 도움을 받으세요
휴식 시간, 특히 수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 꼭 주변의 도움을 받으세요. 혼자 하기보다 도움을 받으면 화도 덜 내고 아이에게 더 좋은 육아를 해 줄 수 있다는 걸 배우자나 가족과 합의하고 도움을 청하시면 좋겠어요. 저도 전업으로 육아할 때 집안일은 청소 등 제한된 범위에서만 하고, 다미가 낮잠 자는 시간은 제 휴식이자 공부 시간으로 썼어요. 나머지는 남편이 퇴근한 뒤 함께 했고요.
정부의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면 소득 수준에 따라 저렴한 가격으로 교육받은 시터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조부모님이나 시터님 같은 제3자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면 어린이집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만 3세 이전 시설보육이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가정보육을 권하는 건 아니에요. 부모의 스트레스와 육아의 질까지 함께 고려하면, 전업이든 워킹맘·워킹대디든 부분적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미도 14개월 무렵부터 하루 2시간씩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해서 지금은 낮잠을 포함해 5~6시간 정도를 보내고 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다미가 아기띠에 얌전히 안겨 있던 시절엔 매일 2~3시간씩 걸으며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운동을 원래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햇빛을 쬐고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아이가 예쁘다며 말을 걸어오는 분들과 한마디씩 나누며 사회적 욕구도 채웠고요. 돌 이후 아기띠에서 벗어나려는 시기부터는 어린이집의 도움을 받으며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스트레스 관리에 큰 도움이 됐어요. 요즘은 다미의 낮잠 시간이나 일과 중 짬이 날 때 차 한 잔 하며 뇌를 쉬게 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불안도 화를 키우는 감정이에요
부모로서의 역량과 역할에 불안감이 높고 아이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수준이 높은 부모는, 같은 상황에서도 분노를 조절하기가 더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이미 불안한 상태에서 누가 옆에서 더 불안하게 만들면 그 사람에게 더 화가 나는 것과 비슷한 원리죠. 한 논문에서는 평가를 중시하는 문화, 그리고 부모가 자녀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문화 때문에 많은 부모가 불안과 염려 속에서 육아를 하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어요.
저도 이유식기에 다미가 밥을 잘 안 먹을 때 유독 화가 났던 게, 돌아보면 그 밑에 '내가 아이를 잘 못 먹이고 있나' 하는 불안과 죄책감이 깔려 있었더라고요. 지금은 다미가 잘 먹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먹는 문제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나니 아이가 잘 안 먹어도 화가 나지 않게 됐어요.
지식이 자신감을, 자신감이 여유를 만들어요
불안은 "불안해하지 말라"는 말만으로는 잘 가시지 않아요. 한 논문에서는 그 해답으로 '양육 역량'을 언급했는데, 부모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한 지식과 기술, 자신감, 동기, 효능감을 아우르는 개념이에요. 부모가 아이를 잘 이해하고 각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다고 느낄 때 자신감과 효능감이 생기고, 불안 수준이 줄어들면서 같은 상황에서도 화를 덜 내게 되는 것 같아요.
미국의 부모 분노조절 프로그램인 RETHINK도 부모에게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지식을 전달해서, 현실적인 기대치와 자신감을 갖고 아이를 대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더 잘 알면 더 잘 대처할 수 있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감정도 더 잘 다스릴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가 계속 떼를 쓸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좌절감이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방법보다 "아이는 왜 이렇게 행동하고 나는 왜 이렇게 대처해야 하나"라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좀 더 집중해 보세요. 그러면 아이가 떼를 쓰는 순간도 한결 잘 버텨지더라고요.
정리해 보면
- 육아 스트레스는 핵가족화된 1대1 육아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커지는 감정이니 자책하지 마세요.
-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힘들다는 사실부터 스스로 인정해 주세요.
- 휴식 시간이 부족하다면 배우자, 가족, 아이돌보미, 어린이집 등 주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으세요.
- 부모 역할에 대한 불안은 화를 키우니, 특정 상황에 대한 부담과 죄책감을 내려놓아 보세요.
- 아이의 발달과 행동에 대한 지식을 쌓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그만큼 화를 덜 내며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