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제가 생각하는 안전한 수면교육 시기를 말씀드렸는데, 다미는 아직 어리기도 하고 제 마음도 아직 수면교육 쪽으로 기울지 않은 상태예요. 그래서 대신 최대한 잘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데이터가 충분한 연구들을 보면서 아기 수면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하나씩 모아 봤어요. 이미 아시는 것도 있고, 듣긴 들었는데 정말 맞는 말인지 의심스러운 것도, 아예 몰랐던 것도 있으실 거예요. 저도 리서치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 많았거든요. 열 가지 중 먼저 네 가지예요.

온도, 생각보다 수면의 질에 영향이 커요

아기를 시원하게 키워야 한다는 말은 조리원이나 산부인과에서 많이 들으셨을 거예요. 그런데 막상 키우다 보면 춥지 않아도 자꾸 뭔가 덮어 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죠. 하지만 아기는 체온 조절 능력과 발차기가 약해서 이불 안에 싸여 있으면 체온이 점점 올라 잠을 잘 못 자고, 아주 어린 경우 오버히팅으로 인한 영유아 돌연사 증후군의 위험까지 있다고 하니 조심하셔야 해요.

한 연구에서 방 온도나 이불 때문에 체온이 높아진 아기들이 더 깊이 못 자고 잘 깨는 경향이 있었어요. 밤 동안 아기가 깨는 빈도와 온도를 살펴봤더니 이런 패턴이 나왔어요.

  • 시원한 환경에서 잔 아기들은 처음 깨는 시간이 좀 빠른 경향이 있었어요. 3시간이 아니라 2시간 뒤에 처음 깨는 식으로요. 그렇다고 깨는 횟수가 더 많지는 않았고요.
  • 많이 껴입었거나 더운 환경에서 잔 아기들은 한밤중이라고 할 수 있는 수면 후 3~5시간 사이에 더 잘 깼고, 깨는 횟수도 시원한 환경의 아기들보다 많았어요.

즉 엄마 아빠가 한밤중에 깨지 않으려면, 그리고 아기가 깨는 횟수를 줄이려면 너무 덥지 않게 재우는 게 좋다는 결론이에요. 어른도 마찬가지예요. 사람은 원래 따뜻할 때보다 약간 시원할 때 더 숙면할 수 있다고 해요. 일어났을 때 땀을 많이 흘렸다면 수면의 질이 그리 좋지 않았을 수 있어요. 아기도 침대에서 들어 올렸는데 좀 뜨겁다거나 땀을 많이 흘렸다면 온도 환경을 다시 생각해 보셔야 해요.

겨울에도 어차피 기본 난방은 하시잖아요. 얇은 옷과 얇은 이불로 편안히 잘 수 있는 시원한 온도를 만들어 주세요. 의사나 수면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적정 온도는 18도에서 22도 사이라고 해요. 저희는 실내온도를 23도 정도로 유지하면서 잘 때는 얇은 옷에 너무 두껍지 않은 이불을 덮어 주고 있어요.

다만 이건 모두 밤잠 이야기예요. 낮잠은 조금 다르게 하고 있어요. 저는 시원한 환경의 아기들이 더 빨리 깨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낮에는 조금 더 푸근하게 덮어 주고 있어요. 밤잠과 달리 낮잠은 한번 깨면 끝이니까요. 그렇게 하니 더 길게 자는 느낌이 들긴 하더라고요.

생각보다 아기를 늦게 재우고 계실 수 있어요

저도 그랬거든요. 아기가 잠드는 시간을 제 일정에 맞추다 보니 밤 9시, 10시, 11시로 자꾸 늦춰지더라고요. 한 연구에 따르면 일찍 잠들고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자는 습관을 가진 아이들이 더 잘 자요.

아기들은 자연스럽게 생체리듬에 따라 날이 밝는 6~7시쯤 잠에서 깨요. 계속 자고 있더라도 아침에는 빛 때문에 밤처럼 양질의 잠을 잘 수는 없고요. 그래서 밤잠도 7~8시쯤 들어야 과하게 피곤하지 않아요. 그런데 잘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아 잠드는 시간이 9시, 10시로 밀리면 너무 피곤한 상태가 되어 버려요. 피곤하면 쉽게 잠들 것 같지만 아기들은 반대예요. 너무 피곤하면 잠에 잘 못 들고 더 신나 해요. 재우는 데 더 오래 걸리고 결과적으로 더 늦게 자 버리죠. 그래도 날이 밝으면 깨는 본능은 그대로라 아주 늦게 일어나지는 않고요. 결국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덜 자게 되는 거예요.

아기를 9시, 10시에 재우고 계신다면 잠드는 시간을 조금씩 앞당겨 보세요. 저는 원래 9시에 재우기 시작해서 10시가 되어야 잠들었는데, 지금은 8시에 시작해서 9시에 잠드는 스케줄로 앞당겼고 앞으로 조금 더 당길 계획이에요. 다만 10시에 자던 아기를 갑자기 7시에 재우면 낮잠처럼 자고 9시에 다시 일어나 밤새 씨름하게 될 수 있으니, 급격하게 바꾸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당기는 게 좋아요.

완전히 잠들기 전에 눕히고, 깨서 울면 잠시 기다리기

많은 분이 이미 아시지만 실천은 쉽지 않으셨을 거예요. 잠들기 전에 눕히면 깨 버리기 일쑤고, 지칠 대로 지친 엄마는 깨는 일 없이 빨리 재우고 좀 쉬고 싶으니까요. 그래도 힘들더라도 깨어 있을 때 눕히는 연습을 많이 하셔야 해요.

한 연구는 아기가 생후 몇 개월일 때의 잠 관련 습관과, 12개월이 되었을 때 셀프 수딩 능력을 습득했는지의 상관관계를 살펴봤어요. 사람은 어른이라도 밤중에 여러 번 깨는데, 이때 스스로 다시 잠드는 능력을 셀프 수딩, 즉 자기 달래기 능력이라고 해요. 이 연구에 따르면 눕혀질 때 깨어 있었던 아기들이 12개월 때 셀프 수딩을 할 확률이 더 높았어요.

한 가지 설명은 이래요. 아기들은 기본적으로 주변 환경이 불안하고 무서워서 잠을 잘 못 자는 것이니, '여기 누워서 잠들어 봤는데 안전하네, 내가 살아 있네' 하는 경험을 계속 하게 해서 잠자리를 안전하게 느끼도록 해 줘야 한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당연히 눕히면 울겠지만, 누운 채로 계속 달래면서 재우다 보면 어느 시점에 아기가 너무 졸려서 더 울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어 버리는 일이 생겨요. 그런 식으로 경험하게 해 주시면 됩니다. 참고로 저는 이 방법을 주로 낮잠 시간에 하고 있어요. 밤잠은 재우기가 더 힘들고 저도 하루 종일 지쳐 있어서, 혹시 깨서 다시 울면 너무 힘들어지니까요. 엄마도 스트레스를 조절해 가면서 육아해야 해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요.

같은 연구에서, 아기가 깼을 때 부모가 더 천천히 반응할수록 12개월 때 셀프 수딩을 할 확률이 더 높았다고 해요. 물론 아주 늦게 반응하면 안 되겠죠. 이건 제 생각인데, 아기가 깨서 울면 엄마가 오잖아요. 울면 엄마가 오네, 하다가 어느 날 엄마가 늦어도 오긴 오는구나, 좀 기다려 볼까, 여기 안전하네, 괜찮네. 이런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울 때 바로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아기에게 셀프 수딩을 시도해 볼 기회를 준다는 설명도 있고요.

그럼 이게 바로 수면교육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는데, 맞아요, 비슷해요. 다만 수면교육 중 가장 널리 알려진 퍼버법은 아기를 처음 재울 때 울게 놔두고 일정한 간격으로 체크하는 것이고, 여기서 말하는 건 자다 깨서 울었을 때 바로 안아 올리지 않고 조금 지켜본 뒤 달래 주는 것이라 조금 달라요. 아기가 울게 두는 시간도 퍼버법처럼 길지 않고요. 연구에서 평균 반응 시간은 3분 정도였다고 해요.

다 아는 수면 유도법,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속싸개, 백색소음, 매일 같은 수면 의식, 마사지. 모두 아기의 숙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찾을 수 있었어요. 도움이 되니까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아기를 꼭 감싸는 속싸개는 답답해 보인다는 이유로 안 하시는 분도 많이 봤어요. 저도 처음에 속싸개를 한 다미가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용을 쓰는 걸 보고 답답한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죠. 하지만 아기가 용쓰는 건 답답해서라기보다, 아직 근육이 미숙한 아기가 변을 밀어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속싸개를 풀어 놔도 용쓰기는 마찬가지거든요. 다만 제가 참고한 속싸개 효과 연구는 100일 전 아기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모로 반사가 없어지는 4개월 이후에는 속싸개가 의미가 없을 수도 있어요.

수면 의식의 하나로 목욕을 많이 시키시는데, 목욕 자체가 아기의 숙면을 유도하는지 딱 들어맞는 연구는 없었어요. 대신 어른 대상 연구들을 종합한 한 연구에서, 잠자리에 들기 90분 전에 뜨거운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잠에 더 빨리 들고 더 잘 자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몸의 중심 온도와 관계가 있는데요. 사람의 중심 체온은 오후와 저녁에 약간 올라갔다가 잠자기 전에 떨어지기 시작해서 깊은 잠을 잘 때 제일 낮다고 해요. 뜨거운 물로 목욕하면 혈액순환이 촉진되면서 몸의 중심에서 손발 같은 주변부로 열이 이동하고, 그 결과 중심 온도는 낮아져요. 몸이 잠에 대비해 온도를 떨어뜨리는 걸 도와주니 더 빨리, 더 잘 자게 된다는 거예요. 첫 번째로 말씀드린 시원한 환경에서 더 잘 잔다는 것도 이런 온도 변화와 관련이 있을 수 있죠. 이 원리가 아기에게도 적용된다면 자기 1시간에서 1시간 반 전에 목욕을 시키면 더 잘 잔다고 추측해 볼 수 있어요.

종합하면 수면 의식으로 목욕과 마사지를 한 뒤 속싸개를 하고 백색소음을 틀어 주면서 재우면 좋겠죠. 이미 많은 분이 이렇게 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정리해 보면

  • 너무 덥지 않게 재우세요. 얇은 옷과 얇은 이불, 18~22도가 권장 온도예요.
  • 7~8시쯤 잠들도록, 매일 비슷한 시간에 조금씩 앞당겨 재우세요.
  • 완전히 잠들기 전에 눕히고, 자다 깨서 울면 잠시 기다렸다가 달래 주세요.
  • 속싸개, 백색소음, 일정한 수면 의식, 마사지, 자기 1시간 반 전 목욕은 모두 근거가 있는 방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