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으로 어린이집이나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는 건 어린아이의 세계에서 아주 큰 일이에요. 아이는 아직 이 세상이 안전한 곳이라는 걸 경험으로 확신하기 전 단계라서, 자기 안전을 보장해 주는 부모와 떨어져 새로운 세계로 혼자 걸어 들어가는 게 굉장히 힘들 수밖에 없죠. 그래서 입소할 때 많이 울고 저항하고, 부모도 아이도 힘든 시간을 보내요. 어떤 아이가 적응을 잘하고 어떤 아이가 더 힘들어하는지 알면, 우리 아이는 좀 힘들 수 있으니 이런 방향으로 더 신경 써 줘야겠다, 혹은 걱정보다는 잘할 수 있겠다 같은 판단을 내리고 첫 기관 생활을 더 자신 있게 이끌어 주실 수 있을 거예요.

만 3세라는 기준에 얽매이지 마세요

다미가 어린이집에 처음 입소할 즈음 리서치를 해서, 만 3세 이전에, 만 2세 이전이면 더 심하게, 사회성이나 정서 발달에 불리함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앞선 글에서 소개했어요. 부모와 분리되어야 하고 여러 또래와 상호작용해야 하는 환경이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베싸뿐 아니라 많은 곳에서 만 3세를 말하다 보니 이걸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는 분들도 있어요. 사실 만 3세, 36개월, 1,095일을 기점으로 아이 마음속에서 단계가 딱 바뀌는 건 아니에요. 어떤 발달도 그런 식으로 일어나지 않아요. 만 3세를 넘겼다고 어린이집에서 스트레스를 전혀 안 받게 되는 것도 아니고요.

또 제가 말씀드린 건 다 통계예요. 만 3세 이전부터 어린이집에 다닌 아이들이 발달상 불리한 지표를 보였다 해도, 한 명 한 명을 보면 불리했던 아이도, 그렇지 않은 아이도,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한 아이도 있어요. 부모 입장에서는 큰 통계보다 우리 아이에게 좋으냐 나쁘냐가 중요하잖아요. 그러니 기준치에 얽매이기보다 어릴 때의 어린이집 생활이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어떤 특성의 아이가 더 취약한지 먼저 아셔야 해요. 그래야 우리 아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인지 살펴보고, 계속 다녀도 되겠다, 아니면 다닐 수밖에 없으니 재원 시간을 줄이거나 다른 부분에서 보완하겠다 같은 판단을 주체적으로 내릴 수 있어요.

어린이집이 집보다 스트레스인 이유

어린이집이 집보다 스트레스 요인이 많은 환경이라는 건 분명해요. 적응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적응기의 스트레스를 빼고도 그래요. 적응을 마치고 겉보기에 평온하게 다니는 중에도, 가정보육 중인 비슷한 프로파일의 아이들과 비교하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의 스트레스 수치가 더 높게 측정되거든요.

학자들이 꼽는 대표적인 이유는 친구들이 있는 사회적 환경이에요. 어린아이는 주로 어른과 상호작용하면서 배워요. 어른은 아이에게 맞춰 주고, 세심하게 반응해 주고, 더 잘 배우도록 발판을 놓아 주고,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면 도와주는 존재죠. 반면 또래는 저마다 자기중심적이라 갈등이 생기기 쉽고, 아이가 많으니 예측하기 힘든 돌발 상황도 많아요. 소리에 예민한 아이라면 울고 소리 지르는 아이 때문에 위협을 느낄 일도 많고요. 뛰어다니는 아이한테 떠밀리거나 놀다가 갑자기 장난감을 빼앗기는 사건 하나하나가, 사회생활에 아직 준비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어요.

이런 일은 키즈카페나 문화센터에서도 얼마든지 생기죠. 하지만 그럴 때는 애착 대상인 부모가 옆에 있어요. 부모는 위험할 때 아이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존재라서, 함께 있기만 해도 아이는 같은 환경에서도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아요. 부모가 일종의 쿠션, 버퍼 역할을 하는 거예요. 어린이집 교사는 부모만큼 세심하게 챙겨 줄 수 없고 부모만큼 강한 애착 관계도 아니라서, 아이들은 또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더 취약해져요.

문제는 스트레스가 있느냐가 아니라 과도하냐예요

간단히 말하면 어린이집은 스트레스예요. 부모라는 버퍼가 없는 심한 스트레스, 혹은 가볍더라도 매일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뇌 발달을 저해하고 건강에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살면서 스트레스를 아예 안 받을 수는 없죠. 집에서 부모가 단호하게 훈육할 때도 아이의 스트레스 수치는 올라가고, 초등학생, 중학생도 집보다 학교에 있을 때 스트레스 수치가 더 높아요. 아이의 삶에서 스트레스를 차단하는 건 필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아요.

부모가 봐야 할 건 지금 단계의 우리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과도한가예요. 아이마다, 기관마다, 담임 선생님의 특성에 따라,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재원 시간에 따라 스트레스 수준은 달라져요. 만 3세 이전엔 무조건 과도하고 그 뒤에는 괜찮다는 이분법이 아니라는 거죠.

이 사실을 먼저 짚은 이유가 있어요. 리서치를 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부모 자신의 죄책감이나 걱정, 불안이 아이의 적응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부모가 아이와 헤어질 때 무의식적으로 새어 나오는 감정이 실제로 아이의 불안도를 높이고 적응 기간을 더 길게 한다고 해요. 잘 다닐 수 있는 아이인데도 부모가 너무 불안해서 조급하게 퇴소를 결정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요. 어린이집은 아이에게 마냥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에요. 보내기로 결정했다면 지식을 갖고 가장 현명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원 생활을 지켜보다 아이에게 과도한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으면 그때 다른 대안을 찾으시면 됩니다.

대상 항상성, 사회성 발달 이야기 팩트체크

인터넷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봤어요. 만 3세가 되면 부모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는 걸 확신하는 대상 항상성이 완성되니 어린이집에 보내도 괜찮다는 이야기요. 사실 이건 좋은 근거를 갖춘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 이야기는 몇십 년 전 마거릿 말러라는 심리학자의 대상관계이론에서 나온 거예요. 흔히 아시는 18~24개월의 재접근기(부모에게 껌딱지처럼 달라붙는 시기), 24~36개월에 형성된다는 대상 항상성 개념이 다 여기서 나왔어요. 각 시기의 행동을 나름대로 잘 설명하는 이론적 틀이긴 하지만, 과학적으로 잘 입증된 것은 아니고, 이 개념을 부모와의 분리가 가능한지의 기준으로 쓸 수 있다고 제시된 적도 없어요. 정말 그렇다면 부모는 두 돌 세 돌 전에는 아이 곁을 절대 떠나면 안 되겠죠. 하지만 2000년대에 이미 아이를 다른 양육자에게 맡기는 것 자체는 애착 형성이나 발달에 불리하지 않다는 근거가 많이 나왔어요. 아이는 부모뿐 아니라 다양한 어른과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됐든 양육의 질이에요.

사회성이나 언어발달을 목적으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도 종종 봐요. 보냈더니 말이 트였다는 경우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부모가 스트레스가 낮아져 더 좋은 양육을 하게 됐거나 자연스럽게 말이 트일 시기였던 것을 잘못된 인과관계로 해석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세 돌도 안 된 아이에게 또래 관계가 사회성이나 언어발달에 좋다는 근거는 아직 뚜렷하지 않아요. 언어발달은 어른이 일대일로 말을 많이 걸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하고요. 사회성 하면 교우관계가 떠올라 어린이집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기 쉽지만, 생애 초기는 부모와의 일대일 관계 속에서 감정 조절 능력 같은 기초 스킬을 길러 주는 데 집중해야 하는 시기예요. 보통 세 돌 정도, 유치원에 가는 시기를 기점으로 사회성의 준비가 되면 큰 스트레스 없이 친구 관계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가면서 사회성을 더 잘 키울 수 있게 돼요. 물론 더 빨리 준비되는 아이도, 더 늦는 아이도 있어요.

적응이 더 힘든 아이: 나이, 기질, 애착

먼저 나이예요. 대체로 돌 전까지는 부모와의 분리가 비교적 쉽고, 돌이 지나면서 점점 더 어려워하고 저항하다가, 유아기가 지나며 성숙해지면서 다시 쉬워진다고 해요. 보통 돌에서 세 돌 사이에 가장 많이 보내기 시작하니 많은 분이 아이의 저항을 겪을 수밖에 없죠. 아이는 7~8개월을 지나면서 부모의 표상을 마음속에 담고 그리워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낯가림과 분리불안이 나타나요. 유아기 동안 다소 높은 분리불안이 유지되다가, 부모가 다시 돌아온다는 걸 확신하게 되고, 세상이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자기 감정을 추스르는 능력이 좋아지면서 분리를 덜 어려워하게 돼요.

다음은 기질이에요. 순한 기질보다 까다롭고 민감한 기질을 타고난 아이가 적응을 더 어려워해요. 민감하다는 건 외부 신호를 더 크게 받아들인다는 뜻이고, 스트레스 요인도 그만큼 크게 받아들인다는 뜻이거든요. 민감한 아이는 보통 위험 회피 성향이 크고, 겁이 많거나 불안도가 높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려요. 기질적으로 낯을 가리고 두려움이 많은 아이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아이들은 적응 여부와 상관없이 어린이집에 있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어요. 반대로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놀이를 많이 하는 사교적인 아이는 스트레스 수준이 전반적으로 더 낮대요. 우리 아이가 평소 또래를 좋아하고 잘 어울린다면 적응도 잘할 거라고 예측할 수 있겠죠.

다미는 위험 회피 성향이 좀 있고 민감한 편이라, 세 돌 전에는 친구들과 직접 어울려 놀기보다 따로따로 노는 병행놀이를 하거나 혼자 놀거나 주로 선생님과 상호작용하고 싶어 했어요. 이런 모습을 보면 엄마랑만 맨날 같이 있어서 그렇다고 판단하기도 하는데, 아이가 많이 어릴 때는 기질의 비중이 크고 경험의 비중은 서서히 높아져요. 어쨌든 이런 기질이 다미의 적응에는 조금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다음은 애착이에요. 부모와 안정 애착을 형성한 아이가 적응에 더 유리해요. 입소 후 4개월 동안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추적한 한 연구에서는 안정 애착 아이들의 수치가 더 빨리, 더 잘 안정되는 경향이 있었어요. 100명 정도 중 4개월이 지나도 높은 수치를 유지하거나 등원을 거부하는 아이가 15% 정도나 됐는데, 불안정 애착 아이들에게서 더 높은 비율로 일어났다고 해요. 저자는 유아기는 애착이 경험에 따라 더 쉽게 변할 수 있는 시기이므로, 부모가 평소보다 더 반응적이고 세심하고 따뜻하게 육아하는 것이 적응과 스트레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적었어요.

입소 전에 또래 경험을 만들어 주세요

또 다른 요인은 입소 전 또래 관계 경험이에요. 또래 관계를 평소에 많이 경험했거나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스트레스도 덜 받고 적응도 더 잘했다고 해요. 또래 관계는 어린이집의 주요 스트레스 원인인데, 그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자신감이 있다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겠죠. 그래서 특히 외동이라면 보내기 전에, 아니면 보내고 나서라도 초반에 또래와 소규모로 노는 경험을 많이 만들어 주시면 좋아요. 부모가 있는 안정감 있는 환경에서 또래 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조금씩 쌓아 주는 거예요.

아이들끼리 갈등이 생기면 부모가 직접 개입하기보다, 언어 표현이 되는 아이라면 말로 표현해 보라고 격려하거나, 상대 아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설명해 주면서 친구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어른의 도움이 없으면 아이는 "또래는 위험해", "쟤는 내가 싫어서 날 공격해"처럼 잘못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요.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해 주는 영역이지만, 부모가 일대일로 더 섬세하게 도울 수 있고 안정감 있는 환경에서 미리 연습할 기회가 있다면 더 좋겠죠. 베싸는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초반 적응에 계속 어려움을 느낀다면 같은 반 친구 한 명과 그 부모님을 2대 2로 자주 만나 노는 플레이데이트도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정리해 보면

  • 만 3세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에요. 통계보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인지 보세요.
  • 어린이집은 부모라는 버퍼 없이 또래 관계를 겪어야 해서 집보다 스트레스가 높아요.
  • 스트레스가 있느냐가 아니라 지금 우리 아이에게 과도한가가 판단 기준이에요.
  • 부모의 죄책감과 불안은 아이의 적응을 더 어렵게 해요.
  • 돌에서 세 돌 사이, 민감한 기질, 불안정 애착, 또래 경험 부족이 적응을 더 어렵게 해요.
  • 입소 전후에 부모가 함께 있는 소규모 또래 놀이 경험을 만들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