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편 가까운 논문과 100여 권의 책을 참고해서 정리했다는 육아 대원칙을 한 방송에서 소개했습니다. 영상 노출부터 수유, 수면교육, 훈육까지 시청자분들이 보내주신 질문에 답한 내용도 함께 정리해 볼게요.

영상 시청, 무조건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에요

영유아 미디어 노출은 TV가 가정에 보급된 1970년대부터 연구가 쌓여온 오래된 주제예요. 미디어가 발달에 좋은지 나쁜지 하나만 고르라면 당연히 안 좋다고 답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아울렛에서 혼자 쌍둥이를 데리고 온 엄마가 핸드폰 거치대를 세워두고 30분 동안 편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누군가는 나쁜 부모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 부모를 응원하고 싶었어요. 전업으로 아이를 돌보는 부모에게는 그런 소소한 휴식이 꼭 필요하고, 그 시간 덕분에 이후 더 행복하게 육아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미디어가 아이한테만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아니라, 부모를 포함한 가정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로 관점을 넓혀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영상을 안 보는 시간의 질

두 돌 이전에는 영상을 아예 보여주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저는 그걸 모든 가정에 일괄 적용할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영상을 많이 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비교하면 발달이 느리거나 자기 조절력이 약한 경향이 나타나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이게 영상이 뇌에 직접 나쁜 영향을 준다기보다, 영상을 보는 시간만큼 놀이나 탐색, 부모와의 상호작용처럼 발달에 꼭 필요한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 있어요. 그러니까 영상 시청 시간이 길지 않고 규칙이 있으면서, 그 나머지 시간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가정 전체로 봤을 때 오히려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지킬 것: 규칙, 그리고 시기

그렇다고 마냥 편하게 보여줘도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아이가 떼를 쓴다고 규칙 없이 보여주기 시작하면 오히려 떼쓰는 이유만 늘어납니다. 언제, 얼마나 볼 수 있는지 규칙을 명확하게 정해두는 게 먼저예요. 그리고 언어 발달 측면에서는, 어릴수록 영상 속 소리로는 학습이 잘 안 된다는 연구가 많아요. 사람이 옆에서 직접 말을 걸어주는 상황이 아니면 뇌가 그 자극을 유의미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죠. 그래서 영어든 한국어든 영상이 언어 학습에 도움이 되려면 세 돌 정도는 지나야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육아 대원칙 ① 반응육아와 ② 자율성 지지

책에서 정리한 다섯 가지 원칙 중 세 가지를 소개하면, 첫 번째는 반응육아예요. 부모가 일방적으로 자극을 쏟아붓는 게 아니라, 아이가 옹알이나 단어로 서브를 보냈을 때 거기에 반응해서 리턴을 해주는 겁니다. 이런 서브 앤 리턴 방식의 상호작용이 모든 학습과 발달에 효과적이에요. 두 번째는 자율성 지지입니다. 아이가 삶에서 스스로 선택하는 영역을 늘려주고,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거예요. 아이가 탐색하고 싶어 할 때 지나치게 제지하기보다 가능하면 허용해 주고, 다 해주기보다는 스스로 해볼 기회를 주는 방향입니다.

육아 대원칙 ③ 구조 만들기

세 번째는 구조 만들기예요. 아이 머릿속에 어떤 행동이 좋고 나쁜지, 해도 되고 안 되는지가 잘 정리돼 있는 상태를 "구조가 있다"고 표현해요. 이 구조가 잘 잡혀 있어야 아이가 자발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하기 쉬워집니다. 흔히 구조를 잡아주는 방법으로 훈육만 떠올리기 쉬운데, 저는 훈육 외에도 모델링과 긍정적 강화까지 세 가지를 함께 써야 구조를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봐요.

Q. 수유 텀을 꼭 지켜야 하나요?

4개월 아기가 분유를 먹다가 웃으면서 먹기를 멈추는 게 그만 먹겠다는 신호인지 묻는 질문이었어요. 초반에는 아이가 배고픈지 배부른지 신호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아요. 세 시간이 지났으니 배고플 것이다, 얼마를 먹었으니 배부를 것이다 같은 정해진 텀이나 양에 맞추기보다는, 아이를 잘 관찰하면서 반응적으로 수유하는 게 좋습니다. 아이마다 한 번에 다 먹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고 쉬면서 먹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으니, 먹기를 멈추면 일단 중단하고 아이가 더 먹을 의사가 있는지 반응을 보면서 판단하시면 됩니다.

Q. 모유가 분유보다 좋다는 말, 사실인가요?

모유 먹은 아이가 더 똑똑하고 분유를 먹으면 비만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 어느 정도는 연구로 뒷받침되긴 합니다. 다만 모유 수유와 분유 수유를 실험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보니, 모유를 선택하는 부모와 분유를 선택하는 부모 사이의 다른 차이들이 결과에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어요. 그래서 인과관계까지 명확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모유가 진화적으로 아이에게 맞게 만들어진 만큼 안전한 선택인 건 맞지만, 분유를 먹인다고 아이가 뒤처질 거라고 볼 근거는 부족해요. 분유를 고르실 때는 말토덱스트린이나 팜유 같은 특정 성분이 논란이 되는 경우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고, 시중 분유는 법적 기준을 갖춰야 판매되는 만큼 기본적인 영양은 다 충족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Q. 모유 수유 중에 못 먹는 음식이 있나요?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매운 음식을 먹지 말라는 이야기가 흔한데, 매운 성분이 그대로 혈액을 거쳐 모유로 가는 게 아니라서 드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마늘이나 파처럼 향이 강한 음식은 그 성분이 모유 맛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아이가 유난히 거부한다면 그때 주의해 보시면 돼요. 참치 같은 대형 어종은 수은 함량 때문에 임신부와 수유부 모두 자제하는 게 권고됩니다.

Q. 이제라도 수면교육을 시작해도 될까요?

7개월인데 아직 안아서 재우고 있고,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잘 안 됐다는 질문이었어요. 저는 다미가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였는데도 수면교육을 따로 하지 않았어요. 저 자신이 잠을 잘 자는 편이라 새벽에 여러 번 깨도 크게 힘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육아의 질에 영향을 줄 만큼 힘드시다면, 아이를 울리는 방식의 수면교육을 시도해 보셔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길어야 한두 주 정도 울음을 감내하는 기간인데, 그 정도의 단기적인 스트레스가 아이의 애착이나 정서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낮 동안 부모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훨씬 오래 누적되면서 아이에게 더 큰 영향을 줘요.

Q. 분리수면, 꼭 일찍 해야 할까요?

외국은 일찍 아이 방을 따로 주고 한국은 오래 함께 자는 경우가 많은데, 분리수면이 정서 발달에 더 좋은지 묻는 질문이었어요. 외국에서 분리수면을 일찍 하는 건 아이에게 더 좋아서라기보다 부모도 부부생활을 하고 잠을 자야 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분리수면 자체가 좋다거나 나쁘다고 보고하는 연구는 없습니다. 결국 아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건 함께 있는 동안 부모가 얼마나 섬세하게 반응해주느냐이지, 같은 방을 쓰느냐 아니냐가 아니에요. 분리수면을 시키고 싶다면 갑자기 바꾸기보다 안아 재우다가 눕혀 재우고, 옆에 있다가 조금씩 멀어지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게 아이도 덜 힘들어합니다.

Q. 쪽쪽이를 물려 재워도 괜찮을까요?

쪽쪽이가 빠지면 아이가 깨서 다시 찾는 걸 보면 쪽쪽이 때문에 잠을 설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쪽쪽이를 물고 자는 아이와 안 물고 자는 아이가 밤에 깨는 횟수를 비교한 연구를 보면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해요. 아이들은 수면 중에 얕은 잠 단계에서 잠깐씩 깨는데, 그때 스스로 다시 잠들지 못하는 아이는 빨기처럼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합니다. 쪽쪽이를 없애도 안아달라거나 수유를 원하는 식으로 다른 방법을 찾을 뿐이라서, 결국은 혼자 잠드는 능력을 기르는 수면교육의 문제이지 쪽쪽이 자체의 문제는 아니에요.

Q. 아이가 때리거나 던져요, 훈육은 언제부터 할 수 있나요?

17개월 아이가 손으로 때리거나 물건을 던진다는 질문이었어요. 이 시기 아이들은 자기가 뭘 할 수 있는지 세상에 대고 실험해 보는 중이라, 때렸을 때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그 실험의 일부입니다. 아직 어디까지가 안 되는 건지 명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되는 게 자연스러워요. 화내지 않고 담담하게 "그렇게 하면 아파, 안 돼"라고 일관되게 알려주면 서서히 줄어듭니다. 세 돌 무렵의 공격적인 행동은 조금 결이 달라서, 부정적인 감정을 아직 건강하게 표현할 줄 몰라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훈육 자체는 아주 어릴 때부터 필요한 상황이면 해야 하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설명도 점점 더 자세하게 더해가면 됩니다. 다만 부모가 화를 내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만들면 아이는 공포부터 느껴서 정작 훈육의 내용은 잘 들리지 않으니,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알려주는 게 중요해요.

Q. 부모가 실수하면 애착에 문제가 생기나요?

수면교육을 하느라 아이를 울렸거나 하루 한두 번 큰소리를 냈다고 해서 애착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에요. 애착은 "이 사람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인데, 평소 아이의 요구에 반응하는 비율이 전체의 70~80% 정도만 되어도 안정적으로 형성됩니다. 어쩌다 한 번 잘 못 해준 날이 있어도 그다음 날 다시 반응적으로 대해주면 되는, 누적으로 쌓이는 문제라서 한두 번의 실수에 너무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정리해 보면

  • 영상 시청은 그 자체보다 그로 인해 줄어드는 상호작용 시간의 질이 더 중요합니다.
  • 반응육아, 자율성 지지, 구조 만들기라는 세 원칙을 육아의 기준으로 삼아보세요.
  • 수유·수면 고민은 정해진 텀이나 방법보다 아이를 관찰하며 반응적으로 접근하세요.
  • 훈육은 화내지 않고 일관되게,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씩 넓혀가면 됩니다.
  • 하루 한두 번의 실수보다 평소 아이에게 반응해주는 비율이 애착을 결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