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부에서는 주의력이 뭔지, 왜 중요한지, 어린아이의 주의력은 어떻게 발달하는지 살펴봤어요. 그중에서도 꼭 기억해 두셨으면 하는 개념이 내인성 주의와 외인성 주의인데요, 오늘부터는 이 내인성 주의를 일상에서 어떻게 길러 줄 수 있는지 하나씩 다뤄 보려고 합니다.

내인성 주의와 외인성 주의

내인성 주의와 외인성 주의 중에서 진짜 '주의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내인성 주의뿐이에요. 외인성 주의는 현저한 자극에 끌리는, 외부 요인에 반응하는 주의예요. 아이가 TV에 주의를 홀딱 빼앗겨서 주변에서 뭐라 해도 꿈쩍 않는다면, 그건 주의력이 아니에요. 자기 의도로 몰입하는 게 아니라 영상 자체의 특성이 아이의 주의를 끌고 가는 것뿐이니까요. 영상이나 게임 같은 미디어가 외인성 주의의 대표주자예요. 반면 아이가 놀이의 재미라는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그림을 그리거나 자동차를 늘어놓는 데는 내인성 주의가 많이 개입돼요. 영상 시청이 다른 놀이들보다 열등한 활동인 이유를 주의력 관점에서도 설명할 수 있는 셈이죠.

경험이 뇌를 키운다, 실행기능이란

뇌의 성장에 필요한 건 경험이에요.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관여하는 뉴런들이 발화하며 서로 연결되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이 네트워크가 탄탄해집니다. 즉 아이의 삶 속에서 내인성 주의를 발휘해야 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주의력이 길러진다고 볼 수 있어요.

이 경험들을 이해하려면 먼저 실행기능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하는데요, 주의력을 잘 컨트롤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의 행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말해요. 제가 예전에 아이큐보다 성공에 더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쉽게 말하면 주의력이라는 스킬이 현실에서 나타나는 모습이 실행기능이에요. 실행기능에는 세 가지 세부 분야가 있어요. 억제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 충동을 참고 억누르는 힘이에요. 화가 날 때 던지고 싶은 충동을 참고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억제가 되는 거죠. 작업기억은 정보를 머릿속에 잠시 담아 두는 능력이에요. 엄마가 두유팩을 주면서 "이거 꽉 누르면 안 돼"라고 했을 때, 아이가 그 말을 기억하면서 끝까지 먹을 수 있다면 작업기억력이 좋은 거예요. 전환은 한 활동에서 다른 활동으로 유연하게 넘어가는 힘이에요. 선생님 말을 듣다가 필기로 잘 넘어가지 못하는 아이는 전환이 서툰 경우예요.

왜 억제가 가장 중요한가

이 세 기능은 따로따로 발달하지 않고, 억제가 가장 먼저 발달하고 그 위에 작업기억이, 또 그 위에 전환이 발달하는 순서를 가져요. 그중 가장 중요한 걸 하나 꼽으라면 억제예요. 먼저 억제는 다른 능력들의 기반이 되는 능력이에요. 두유팩 사례를 다시 보면, "누르면 안 돼"라는 말을 기억하려면 "누르면 어떻게 되지"라는 자연스러운 호기심을 억누를 수 있어야 해요. 주의가 그 호기심으로 흘러가 버리면 방금 들은 말을 잊어버리게 되니까요. 전환도 마찬가지로, 선생님 말소리에 계속 흘러가려는 주의를 억제할 수 있어야 필기로 전환할 수 있어요.

둘째로 억제는 발달에 민감기가 있는 능력이에요. 억제는 만 5~6세까지 크게 발달하고 그 뒤로는 변화가 적은 반면, 작업기억과 전환은 성인이 될 때까지 비교적 꾸준히 발달해요. 그래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억제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으면, 그 뒤로는 억제 능력 자체를 키우기 어렵고 여기에 영향받는 작업기억과 전환도 충분히 탄력을 받지 못해요. 그러니 아이가 아직 유치원생 이전이라면, 충동을 잘 억제하는 방향으로 주의력을 길러 주는 걸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으면 됩니다. 이 목표로 접근하다 보면 각 기능이 서로 긴밀히 얽혀 있어서 작업기억과 전환 능력도 자연스럽게 함께 좋아져요.

다미의 마시멜로 실험

아이의 억제 능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만족지연 실험, 마시멜로 실험이에요. 보상을 참으면 하나 더 주겠다고 약속한 뒤 아이가 얼마나 참는지 보는 실험인데, 아직 어린 아이는 기질적으로 억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보통 만 4~6세 아이를 대상으로 해요. 다미가 만 4세를 넘었길래 한번 해봤어요. 좋아하는 초콜릿을 고르게 하고, 아빠가 게임을 하러 나가는 동안 기다리면 그 초콜릿을 주지만 힘들어서 종을 치면 게임이 끝나고 다른 초콜릿만 준다고 약속했죠. 다미는 곧잘 자리를 지키다가도 아빠가 있잖아 하며 말을 걸었고,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을 때 많이 힘들어하다가 결국 종을 치고 말았어요.

주의력을 키우는 육아 태도, 그리고 멘토의 힘

이번 글과 다음 글에서는 억제 능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밝혀진 육아 방향성 네 가지, 반응 육아, 자율성지지 육아, 구조 만들기 육아, 풍부한 언어 환경을 하나씩 다룰 거예요. 그전에 육아 태도와 주의력이 무슨 관계인지 먼저 짚어 볼게요. 영유아의 실행기능을 수십 년 연구한 아델 다이아몬드 교수는 최근 한 학술서에서 주의력 향상 프로그램들의 효과를 비교 분석했어요. 효과가 가장 높다고 알려진 순서는 요가 같은 마음챙김 프로그램, 주의력을 중심 목표로 하는 교육 커리큘럼, 컴퓨터를 쓰지 않는 인지 훈련, 컴퓨터를 쓰는 인지 훈련이었는데요, 순위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나온 인사이트가 중요해요. 거의 같은 과제라도 멘토가 옆에서 주의를 어떻게 조절하고 할당하면 되는지 알려주거나 그냥 함께 있어 주는 경우와, 혼자 컴퓨터로 하는 경우는 효과 차이가 컸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한두 달 하는 단기 프로그램은 효과가 적었고,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차지하며 오래 진행되는 프로그램일수록, 그리고 나이가 어릴수록 효과가 높았어요. 결국 무엇을 하느냐보다 옆에서 도와주는 어른의 존재, 그런 사회적 맥락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아이와 늘 함께 있는 부모가 최적의 주의력 트레이너가 될 수 있는 이유죠.

반응 육아와 공동주의

가장 먼저 살펴볼 건 반응 육아예요. 부모가 아이의 세계에 들어가 아이의 말이나 행동에 관심을 갖고 적절히 반응해 주는 것을 뜻하는데, 하버드대 아동발달연구센터도 강조하는 원칙이고 애착 형성에도 중요하지만, 주의력 발달에도 매우 중요해요. 바로 공동주의 때문이에요. 공동주의는 어른과 아이가 하나의 대상에 함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말해요. 반응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가 관심 갖는 대상에 부모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니, 일상 속 공동주의 횟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특정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도 몰라서 그냥 허공을 응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때 부모가 딸랑이를 흔들어 주의를 모아 주면, 아이는 부모의 가이드를 받아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험을 하게 돼요. 이후 부모와 함께 어떤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기초적인 사회적 교류를 하고 즐거움을 느끼죠. 아이가 더 크면 이 경험을 지속시키려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소리를 내며 부모의 주의를 적극적으로 끌기 시작해요. 이런 공동주의는 아이가 한 대상에 주의를 지속하는 시간을 늘린다는 것이 여러 연구로 밝혀졌어요. 혼자 주의를 기울일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같은 대상에 주의를 기울일 때 더 오래 지속된다는 뜻이에요.

이렇게 누군가 옆에서 도와줄 때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뭔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교육학에서는 스캐폴딩 효과라고 해요. 사회적 파트너의 스캐폴딩을 받으면서 아이는 더 오래 주의를 기울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산만하게 하는 다른 대상으로 주의가 빠져나가려는 충동을 억제하며 주의력이 자라요. 어른이 보는 대상을 아이도 볼 때, 아이는 다른 현저한 자극이나 자기가 보던 것을 계속 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엄마가 보는 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거야", "나도 엄마와 경험을 나누고 싶어" 같은 사회적 동기로 주의를 조절해요. 내인성 주의를 아주 기초적인 형태로나마 발휘해 보는 거죠. 제가 자기 조절 이야기를 할 때 공동 조절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주의력도 마찬가지예요. 혼자서 오래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을 갖추기 전에, 타인의 도움을 받아 함께 주의를 기울이는 경험이 많아야 해요. 실행 방법은 어렵지 않아요. 아이가 보는 것을 함께 봐 주고, 거기에 적절히 말로 반응해 주면 됩니다.

정리해 보면

  • 주의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스스로 의도를 갖고 조절하는 내인성 주의뿐이고, 영상이나 게임에 끌리는 건 외인성 주의예요.
  • 실행기능의 세 요소인 억제, 작업기억, 전환 중 억제가 가장 먼저 발달하고 다른 기능의 기반이 돼요.
  • 억제 능력은 만 5~6세까지 크게 발달하니, 유치원 이전에는 충동 억제를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면 좋아요.
  • 주의력 향상에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옆에서 도와주는 어른의 존재가 더 중요하고, 부모가 최적의 트레이너가 될 수 있어요.
  • 아이가 보는 것을 함께 봐 주는 반응 육아는 공동주의를 늘려서 아이의 주의 지속 시간과 억제력을 키워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