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 이끌어내기 실전편의 마지막이에요. 아이가 거부할 때 아이 마음에는 거부감과 협조하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고, 거부감보다 협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죠. 이번에는 거부감 줄이기와 동기 높이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전략이에요. 말만 통하기 시작하면 유아든 유치원생이든 어른이 된 자녀와도 잘 쓸 수 있는 방법이고요.

선택지를 주면 거부감은 줄고 협조하고 싶은 마음은 커져요

선택지 주기는 자율성 지지 육아의 꽃이에요. 자율성 지지 육아를 다루는 책 중에 선택지 주기를 언급하지 않는 책을 보지 못했어요. 효과적인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 아이의 거부감이 줄어들어요. 사람은 통제권을 빼앗긴다고 느낄 때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아이가 생떼를 쓰는 건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좌절감에서 와요. 좌절감에 공감해 주면 마음이 조금 풀리지만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으니, 여기서 아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조금 열어 주는 거예요.

집에 가야 한다는 요구를 철회하지 않으면서도(아이에게 져 주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강제로 데려가지도 않으면서(아이를 이기지도 않으면서), 다른 구석에서 아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든 만들어 줄 수 없을지 고민하는 거예요.

  • "우리 이제 슬슬 집에 가야 하는데, 지금 하는 모래놀이를 조금 더 하다 갈까, 아니면 네가 좋아하는 그네를 한 번 더 타다 갈까?"
  • "이 과자는 살 수 없어. 대신 네가 살 수 있는 것들을 알려 줄 테니 거기서 골라 봐."
  • "외투는 입기는 입어야 해. 지금 입을래, 아니면 들고 나가서 밖에서 입을래?"
  • "이거 한입 먹어 보자. 먹고 나서 영 아니다 싶으면 뱉어도 괜찮아."
  • "대학은 꼭 갔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한 학기 다녀 보고 자퇴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건 네 자유야."

둘째, 부모에게 협조하고 싶은 마음도 올라가요. 카페에서 규칙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내 니즈를 이해해 주고 선택지를 주려고 노력하면 그 카페를 좋게 기억하게 되잖아요. 아이에게 선택지를 주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부모의 요구를 관철해야 할 때도, 다른 구석에서 선택지를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거예요.

선택하는 아이가 더 강한 동기를 가져요

아이가 어리다면, 이를테면 두 돌 미만이라면 선택지는 두 개만 주는 게 좋아요.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버거워서 오히려 협조를 방해할 수 있거든요. 돌도 안 된 아이에게도 바닥에 옷을 펼쳐 놓고 고르게 하거나, 간식을 두 개 바구니에 담아 원하는 걸 고르게 할 수 있어요. 두 옵션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뇌가 발달한다고 하니, 아이가 클수록 스스로 선택하는 부분을 점점 넓혀 주세요.

스스로 선택하는 아이는 더 강력한 내적 동기를 가져요. 교육학의 한 유명한 실험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려라" 하고 명령한 경우와 "아무거나 해도 좋다, 원한다면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선택지를 준 경우를 비교했더니, 그림을 선택해서 그린 아이들이 더 오래 그렸어요. 협조 이끌어내기에도 이 원리를 쓸 수 있어요. "우리 지금 나가자"보다 "놀이터 갈래, 도서관 갈래?" 해서 아이가 놀이터를 선택했다면, 내가 골라서 가는 거라는 인식 때문에 외출 준비에도 더 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어요.

한 걸음 물러서서 타협안 만들기

제가 정말 많이 쓰는 전략이에요. 부모가 뭔가를 요구했는데 아이가 거부하면, 거기서 부모가 한 발짝만 물러나는 거예요. 그리고 그 한 걸음 뒤의 새로운 지점에서 타협안을 만드는 거죠.

저는 다미가 나중에 인간관계에서도 타협안을 잘 활용하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친구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 할 때 "이거 내 거야" 하는 아이보다 "지금 하는 놀이만 다 하고 빌려줄게" 하고 타협안을 제시할 줄 아는 아이가 사회성이 높고 교우관계도 원만하잖아요. 부모가 가장 강력한 사회화 에이전트라는 건 연구로 많이 알려져 있으니, 이런 것도 부모가 가르쳐 주는 게 쉽겠죠.

저는 '내가 부모니까' 하면서 제 요구를 아이의 욕구보다 무조건 우선순위에 두고 싶지 않아요.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아이도 타인에게 그렇게 하는 걸 배우니까요. 한 발짝 물러서서 타협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직접 경험하는 게 아이에게 배움의 효과가 크고, 부모가 물러서는 모범을 보이면 아이도 자기 욕구를 조금 내려놓고 협조하려는 마음이 커지고 반항심도 줄어들어요.

져 주는 것과 타협은 달라요

이런 타협이 익숙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져 준다는, 끌려다닌다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놀이터에서 8시, 9시까지 힘들게 남아 있는 건 끌려다니는 거지만, 제가 말하는 건 "더 놀고 싶구나, 딱 10분만 기다려 줄게. 더 이상은 안 돼" 하는 거예요. 그 뒤에 아이가 또 거부한다고 또 타협안을 만들 필요는 없어요. 동의한 타협안이 깨졌는데 또 새 타협안을 만들면 그것도 깨질 수 있으니까요.

여유가 있는 규칙이 집을 평화롭게 해요

저희 집에는 밤에 그림책 다섯 권을 읽고 잔다는 규칙이 있는데, 실제로는 다미가 거의 항상 "한 권 더"를 외쳐서 여섯 권이에요. 여섯 권을 다 읽고 나면 또 "한 권 더"가 나오는데, 그러면 "원래 다섯 권인데 다미가 한 권 더 읽자고 해서 엄마가 들어줬지? 이제 끝났어" 하고 말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다섯 권 규칙만 내세울 때보다 훨씬 순순히 협조해요. "원래 다섯 권이야" 같은 이유 없는 규칙보다 "엄마가 네 부탁을 들어줬으니 이제 네 차례야"가 아이에게 더 설득력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와 협상하려면 항상 여유를 가지고 있는 편이 좋아요. 한 번 더 들어줄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협상 카드로 쓸 수 있으니까요. 물론 안전이나 위생, 사람을 때리는 것처럼 절대 지켜야 하는 규칙도 있지만, 그 외에는 저희 집의 '다섯 권 또는 여섯 권'처럼 어느 정도 여유를 두는 규칙이 필요해요. 아이의 욕구를 인정해 줄 여유는 있지만 루틴 자체가 깨지지는 않는 적당한 수준의, 타협의 여지가 있는 규칙이 저희 집이 평화롭고 민주적으로 돌아가는 비결이에요.

부모 자식 관계에서 "애한테 끌려다니지 마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꼭 누가 누구를 끌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부모도 한발 양보하고 아이도 한발 양보해서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가는 제3의 방법이 분명히 있어요. 진짜 본래 의미의 민주적인 가정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하며 사는 사람이 진짜 행복하다고 믿거든요. 얼마나 어리든 상관없이요.

정리해 보면

  • 요구는 철회하지 않되, 다른 구석에서 아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세요.
  • 어린아이에게는 선택지를 두 개만 주고, 일상에서 뭐든 고르게 해 주세요.
  • 스스로 선택한 아이는 그 일에 더 강한 내적 동기를 가져요.
  • 아이가 거부하면 한 걸음 물러서서 타협안을 제시하고, 그 타협안이 깨지면 더 물러서지 마세요.
  • 한 번 더 들어줄 여유가 있는 규칙을 만들어 협상 카드로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