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2.12 · 14:53
협조하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내는 대화, 아이의 자기조절력이 달라져요
지시로 억지 협조를 얻는 대신 동기를 조금 높여 주면, 아이는 할 만한 수준의 자기조절을 시도하며 자라요.
아이의 자율성을 지지하면서 부드럽게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는 세 가지 방향이 있다고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어요. 거부감을 줄이거나, 협조하고 싶은 동기를 높이거나, 둘을 동시에 하거나. 거부감 줄이기 전략은 앞에서 다뤘으니 이번에는 동기를 이끌어내는 전략들을 살펴볼게요.
동기를 이끌어내면 자기조절력이 자라요
부모가 씻자거나 어디 가자고 요청했을 때, 아이에게 거부감이 조금 있어도 협조하고 싶은 동기가 생기면 아이는 거부감을 억누르고라도 기꺼이 협조해요. 많은 부모님이 아이가 스스로 거부감을 억누르고 순순히 따라 주기를 기대하지만, 잘 안 되는 경험이 쌓이면 '이 나이엔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게 되죠.
물론 시기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원래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필요는 없어요. 부모가 동기를 이끌어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아이의 "싫어"가 "좋아"로 바뀔 수 있고, 이런 경험이 늘어날수록 아이의 자기조절력도 더 잘 발달해요.
지시로 강제 협조를 시키면 아이의 자기조절력과 뇌 발달에 도움이 안 되고, 차분하게 제안하는 부모의 아이가 나중에 자기조절력이 더 높았다고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는데, 그 메커니즘은 이래요. 자기조절력은 작은 것부터 성공하는 경험이 쌓이며 자라요. 5분 집중에 성공하고 그다음 10분, 15분으로 늘려 가듯이, 부모가 아이가 해내야 하는 자기조절의 강도를 조금 낮춰 주고 아이가 그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은 수준의 자기조절을 조금씩 해내면서 자라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협조하고 싶은 동기가 1, 거부감이 6이라면, 그냥 요청해서는 거부감을 6에서 1까지 억눌러야 하니 아이에게 너무 어려워요. 반면 동기를 높여 주는 전략으로 동기를 1에서 4까지 올려 주면, 거부감을 6에서 4 정도로 낮추는 건 해볼 만하다고 느끼게 돼요. 기꺼이 자기조절을 시도하게 되고, 성공하면 자기조절력이 한층 자라는 거죠.
10kg 아령을 혼자 들라고 하면 엄두도 안 나지만, "5kg는 내가 들어줄게, 나머지는 네가 들어볼래?" 하면 노력이라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근육이 자라는 것과 같아요. 동기를 높여 주거나 거부감을 줄여 주는 도움을 받아 어렵지만 조금의 거부감을 억누르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일 때 자기조절력이 자라는 거예요. "규칙대로 해야지" 하며 어쩔 수 없이 포기할 때는 스스로 조절하려는 노력이 거의 없어서 자라지 않고요.
본능과 친사회적인 마음을 활용하기
배고픔이나 졸림 같은 본능적인 동기를 활용할 수 있다면 충분히 활용하세요. 본능은 가장 강력한 동기거든요. 아이가 식사를 거부한다면 배고픈 상태에서 식탁에 앉게 하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에요. 젖병 거부와 수면 거부에도 비슷한 원리가 통해요.
본능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첫 번째 전략으로 친사회적인 동기를 활용해 보세요. 아주 어린 아이들도 남을 돕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책 꽂아" 하고 지시하기보다 "나 혼자 청소하려니 너무 힘들다. 저쪽 책 세 권만 꽂아 주면 좋겠다" 하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거죠. 양치 싫어하는 아이라면 "치약 짜는 거 도와줄 수 있을까?" 하며 화장실로 초대하고, 외출을 싫어한다면 "짐이 너무 많은데 이거 하나만 들어 줄 수 있을까?" 하고 접근해 볼 수도 있어요.
꼭 돕는 일이 아니더라도, "이거 해"라고 명령하지 않고 "나는 네가 이렇게 하면 기쁠 것 같아"라는 말투로 부모를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을 건드려도 좋아요. 며칠 전 다미가 샤워하기 싫다고 할 때 "샤워하고 향기로워지면 엄마 기분이 참 좋더라" 했더니 선뜻 샤워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일의 좋은 면을 보여 주기
두 번째 전략은 아이가 거부하는 행위의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거예요. 샤워라면 "샤워하고 나면 좋아하는 곰돌이 가운 입을 수 있잖아. 끝나자마자 입자" 하고, 놀이터에서 집에 가기 싫어한다면 "집에 가면 아빠가 오셨을지도 몰라, 확인해 보자" 할 수 있죠. 아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좋은 측면을 부각해서 동기를 높여 주는 거예요.
이런 전략을 일상에서 많이 쓰면 아이가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돼요.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낙관적인 아이』에서,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밝은 면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회복탄력성이 높고 행복하게 산다고 했어요. 낙관성은 부모가 길러 주고 싶은 성격 특성일 텐데, "샤워할 시간이야" 하고 윽박질러서는 배울 수 없으니, 싫은 순간에도 긍정적으로 볼 만한 부분이 있다는 사고방식을 일상에서 스며들듯 가르쳐 주면 좋겠죠.
다만 그 활동과 직접 관계없는 젤리나 영상 같은 외적인 보상을 들이미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행위 자체에서 밝은 면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관계없는 보상을 누가 던져 주기만 기다리게 될 수 있거든요.
이유를 붙여서 말하기
세 번째 전략은 이유를 제시하는 거예요. 아직 언어 이해력이 미숙한 두 돌 미만 아이라면 시각 자료가 유용해요. 말로만 하지 않고 정리된 차트를 보여 주면서 "봐봐, 지금 양치할 시간이잖아" 하고 이유를 더 명확하게 주는 거죠.
저희 남편은 다미가 크록스를 신고 에스컬레이터에서 돌아다니려 했을 때, 크록스가 에스컬레이터에 끼어 뜯어지는 영상을 보여 준 적이 있어요. 그 뒤로 "신발 뜯어지는 영상 기억나지? 위험하니까 딱 서 있자" 하면 금방 충동을 참더라고요. 어린아이에게는 말보다 직접 경험, 그게 어려우면 이런 간접 경험이 잘 통해요.
아이가 커서 언어 이해력이 좋아지면 말로 설득하는 게 좋아요. 부모가 어떤 지시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왜냐하면' 사고방식을 심어 주는 게 중요해요. 신발을 벗고 돌아다니려 하면 "뾰족한 걸 밟으면 아플 거야, 신발 신자", 휴대폰을 던지면 "고장 나면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못 해, 돌려줘" 하는 식으로요. 이런 대화를 많이 한 아이들은 이유를 바탕으로 주장하는 능력이나 비판적 사고력이 더 잘 길러질 수 있다고 해요.
간단한 것이라도, 아니 간단할수록 이유를 붙여서 말해 보세요. 마법처럼 먹히지 않아도 지시에는 이유가 있다는 사고방식을 심어 주는 과정이에요. 다미는 원하는 걸 요청할 때 "엄마랑 수영장에 간 지 오래됐으니까 오늘 꼭 가고 싶어요"처럼 이유를 많이 붙이는데, 그러면 저도 거절하기 어려워서 귀찮아도 "그래, 가자" 하게 돼요.
이유를 들어 설득하면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가 있다는 건 연구로도 밝혀졌어요. 줄 서 있는 사람에게 새치기를 부탁하는 실험에서, 그냥 부탁하는 것보다 '왜냐하면'을 붙여 이유를 대면 거절하지 못하는 비율이 더 높아졌다고 해요. 이렇게 이유를 제시하며 아이의 동기를 높여 주는 연습을 어릴 때부터 일상적으로 해 보세요.
협조했다면 고맙다고 말해 주세요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든 협조했다면 그 순간 긍정적인 피드백을 잊지 마세요. 싫은 마음을 누르고 샤워에 동의했다면 머리를 말려 주면서 "잘 참고 엄마 말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하고 말해 주세요. 그러면 아이 마음속에 '싫어도 참고 협조하는 건 좋은 것'이라는 메시지가 남아요.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전략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협조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마음 자체를 높이는 방법이에요.
정리해 보면
- 아이의 자기조절력은 할 만한 수준의 자기조절에 성공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자라요.
- 동기를 조금 높여 주면 아이가 억눌러야 할 거부감이 줄어 협조를 시도할 마음이 생겨요.
- 배고픔·졸림 같은 본능과 남을 돕고 싶어 하는 친사회적인 마음을 활용하세요.
- 거부하는 행위의 좋은 면을 보여 주되, 관계없는 외적 보상은 피하세요.
- 어린아이에게는 시각 자료로, 말이 통하면 '왜냐하면'을 붙여 이유를 말해 주세요.
- 아이가 협조했다면 그 자리에서 고맙다고 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