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19.12 · 11:58
태교, 정말 효과 있는 걸까요? 태교의 과학
아빠 목소리는 태아에게 잘 닿지 않지만 엄마 목소리는 잘 들려요. 말 많이 하기, 자장가 미리 불러 주기, 스트레스 줄이기가 근거 있는 태교예요.
베싸는 태교를 굳이 해야 하나 싶어서 별로 안 했어요. 그런데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주변 사람들이 하도 태교는 잘하고 있냐고 물어보기에, 태교가 정말 근거가 있긴 한 건지 궁금해져서 리서치를 했었죠. 그 뒤로 특정한 형태의 태교는 하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 엄마들이 하는 태교는 크게 세 가지인 것 같아요. 태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대화하듯 말하는 태담, 주로 클래식을 들려주는 음악 태교, 그리고 태교 여행을 가거나 먹고 싶은 걸 먹는 식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기. 이 세 가지의 과학적 근거를 하나씩 살펴볼게요.
태담: 아빠 목소리는 안 들리고, 엄마 목소리는 잘 들려요
아기는 과연 엄마나 다른 사람이 배에 대고 이야기하는 걸 들을 수 있을까요? 태교 관련 연구들을 정리해 놓은 한 논문에 따르면, 자궁 속에서는 외부 소리 중 500헤르츠 이상의 음역이 약화되기 때문에 외부 소리가 모두 웅얼웅얼하는 소리로 들린다고 해요. 옆집에서 말하는 소리가 벽을 지나오면서 웅얼웅얼 들리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아빠나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태아에게 잘 안 들려요. 엄마 목소리도 자궁벽을 지나기 때문에 웅얼웅얼 들리긴 하지만, 공기를 거치지 않고 엄마 몸을 타고 바로 전달되어 소리가 확대돼요. 또 횡격막과 근육의 움직임을 동반하기 때문에 아기는 엄마 목소리에 더 집중하게 된다고 해요.
36주 된 태아에게 녹음된 엄마 목소리와 녹음된 낯선 사람 목소리를 들려줬을 때 태아의 반응에는 차이가 없었어요. 보통 움직임이나 심장 소리의 변화로 태아가 어떤 소리를 더 주의 깊게 듣는지 알 수 있거든요. 반면 엄마가 직접 말할 때와 녹음된 엄마 목소리를 비교하면 확실히 직접 말할 때 태아가 더 잘 감지했어요. 태아는 엄마 몸을 타고 전달되는 소리를 더 잘 듣고, 외부에서 오는 소리는 잘 못 듣거나 구분하지 못한다는 거죠. 아빠가 아무리 배에 대고 말해 봤자 아빠 목소리는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도 중요한 건 엄마 목소리는 잘 들린다는 거예요.
그럼 엄마가 아기에게 말을 건네는 태담에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논문에 따르면 아기는 태어나기 몇 주 전부터 엄마 목소리로 엄마가 쓰는 언어를 조금씩 배워 간다고 해요. 한 실험에서는 태어난 지 몇 시간 안 된 신생아에게 빠는 횟수를 기록할 수 있는 공갈 젖꼭지(쪽쪽이)를 물린 뒤 엄마의 모국어와 외국어를 들려주고 반응을 비교했어요. 신생아들은 엄마의 모국어를 들었을 때 집중하느라 쪽쪽이를 덜 빨았다고 해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아기라도 특정 언어를 많이 들을수록 그 언어의 소리 특징을 익히는 방식으로 언어를 배운다는 건 이미 밝혀져 있었는데, 그 배움이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다는 게 이 연구로 확인된 거예요.
그러니 태담은 아기가 엄마의 모국어를 듣고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결론 내릴 수 있어요. 다만 말의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엄마가 친구와 수다를 떨든 아기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든, 아기가 받아들이고 배우는 건 억양, 강세, 리듬 같은 엄마 모국어의 운율이거든요. 그래서 임신 후기에는 엄마가 최대한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게 중요해요. 집에서 쉬면서 말없이 하루 종일 TV만 본다면 TV 소리는 아기에게 그저 웅얼거림으로만 들려서 아무 영향이 없고, 말을 배울 수 있는 두 달 반가량의 시간을 놓치게 되는 거예요. 임신 중에 말을 많이 하는 환경이 아니라면 아기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말을 거는 식으로 일부러 말을 하게 만드는 게 의미가 있어요. 하지만 일을 하거나 이미 말을 많이 하는 환경이라면 굳이 태담을 할 필요는 없겠죠.
음악 태교: 기억은 하지만 똑똑해지진 않아요
음악 소리도 엄마 배를 거치면서 특정 음역이 약화되긴 하지만 아기에게 안 들리는 건 아니에요. 한 논문에 따르면 신생아에게 엄마가 임신 중 자주 봤던 드라마의 OST를 들려줬더니 다른 음악보다 더 집중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해요. 배 속에서도 바깥의 음악이 들리고, 자주 들으면 기억하게 된다는 거죠. 하지만 음악을 듣고 기억한다는 것이 아기에게 음악을 들려주면 뇌 발달이 좋아진다거나 똑똑해진다는 뜻은 아니에요.
배 속 아기에게 클래식을 들려주는 것에 관해 한국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좋다, 안 좋다 말이 많은데, 실제로 클래식이든 어떤 음악이든 들려줬을 때 아기에게 어떤 형태로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없었어요. 서양에서도 흔한 관행인 만큼 연구가 분명히 진행됐을 텐데 발표된 연구가 없다는 건, 배 속에서 음악을 듣는 게 별다른 효과가 없었거나, 다른 요소를 다 빼고 태교의 효과만 딱 발라낼 수 있는 연구 설계가 어렵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아기의 뇌는 배 속에서도 성장하지만 태어난 뒤에 성장 속도가 줄어드는 게 아니에요. 생후 3년까지 계속 폭발적으로 성장하죠. 그러니 굳이 출생 전에 음악을 들려주려고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자장가는 미리 불러 두면 써먹을 데가 있어요
이와 별개로 흥미로운 연구가 하나 있었어요. 엄마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출산 몇 주 전부터 출산 후 몇 주까지 특정 자장가를 계속 불러 주고, 한 그룹은 출산 후부터 불러 주고, 한 그룹은 아예 불러 주지 않았어요. 그런 다음 아기를 재울 때 그 자장가를 사용했더니, 출산 전부터 불러 준 첫 번째 그룹의 아기가 가장 잘 달래졌고 그다음이 출산 후부터 불러 준 그룹, 그다음이 안 불러 준 그룹이었다고 해요.
이 결과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어요. 첫째, 첫 번째 그룹이 출산 전후를 합쳐 제일 오랫동안 자장가를 불러 줬기 때문에 아기가 그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 둘째, 엄마 배 속에서 자장가를 들었을 때의 경험 자체가 아기에게 편안한 상태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 흔히 아기들이 자궁 속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그때의 자세를 편안해하고, 자궁 속에서 듣던 것과 비슷한 백색소음을 편안해한다고 하잖아요. 그것처럼 자궁 속에서의 편안한 기억과 그때 자주 듣던 멜로디가 아기의 뇌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거죠. 베싸는 둘 다 설득력 있는 설명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쪽이 맞든, 아기가 태어나기 몇 주 전부터 같은 자장가를 반복해서 들려주면 나중에 아기를 재우거나 달랠 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어요. 참고로 베싸는 다미가 배 속에 있을 때 이 논문을 읽고 '반짝반짝 작은 별'을 자주 불렀는데, 체계적으로 실험한 건 아니지만 다미가 이 노래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스트레스: 태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스트레스 받지 않기는 베싸가 태교라는 명분 아래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예요. 지금 임신 중이시라면 남편에게도 꼭 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스트레스는 정말 중요하거든요. 가디언지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산모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엄마의 혈액에 흐르고, 이 혈액이 다시 양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임신 17주에도 양수를 거쳐 스트레스가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예요. 여러 연구에서 태아가 코르티솔에 노출되면 뇌 발달이 저해되고, 그 결과 더 낮은 IQ나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확인됐어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임신 중 계속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아이가 성격 장애를 가질 확률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경우의 7배였고, 지속적으로 적당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에도 3배였다고 해요. 아주 심각한 스트레스야 당연히 문제가 되지만, 심각하지 않은 적당한 스트레스도 아기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에요. 물론 여기서 '적당한'이라는 건 산모 설문 결과라 상당히 주관적인 수치이긴 해요. 그렇지만 스트레스는 원래 주관적인 거예요.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엄마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어떤 엄마는 덜 받잖아요.
임신 중이시라면 하루하루를 한번 돌아보세요. 나는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거의 안 받고 있나.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아기가 영향을 받고 있을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을지 잘 생각해 보시고, 스스로 내면을 다스리는 방식이든 주변 환경을 바꾸는 방식이든 적극적으로 실행하셨으면 해요. 베싸는 출산이 임박할 때까지 회사에 다녔지만, 사람들과 대화하고 회사에서 제 몫을 하는 게 오히려 활력소였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업무 환경 자체에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배려받을 방법을 고민해 보시길 바라요.
정리해 보면
- 아빠 목소리는 태아에게 잘 닿지 않지만, 엄마 목소리는 몸을 타고 전달되어 잘 들려요.
- 아기는 엄마 목소리로 모국어의 운율을 배우니, 임신 후기에는 말을 많이 하는 환경을 만드세요.
- 음악 태교가 아기를 똑똑하게 한다는 근거는 없어요.
- 출산 전부터 같은 자장가를 반복해 불러 주면 나중에 재우고 달랠 때 유용해요.
- 적당한 스트레스도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