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4.07 · 26:10
성공하는 아이의 생활 습관, 뇌과학으로 만들기
습관은 신호·행동·보상의 고리예요. 목표 행동을 잘게 쪼개고, 신호는 재밌게, 보상은 이미 있는 좋은 결과를 말로 짚어 주세요.
이번에는 스탠퍼드에서 뇌과학을 공부한 신경심리학 박사 김보경 님과 함께 아이의 습관을 만드는 법을 알아봤어요. 사람이 선택할 때 뇌가 그 선택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외부 환경을 어떻게 바꾸면 사람의 선택이 바뀌는지를 연구하는 행동과학자로, 아이의 습관 형성을 다룬 책 《스스로 해내는 아이의 비밀》을 쓰셨어요.
습관이 삶의 40%를 지배해요
습관이라고 하면 사소해 보이지만, 박사님은 습관을 넓게 정의하면 어떤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이라고 설명해요. 재밌을 때 박수 치는 것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방식까지, 어떤 신호에 내가 자동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패턴화된 게 습관이에요.
뇌에서 습관이 생긴다는 건 그 행동을 아주 잘하게 됐다는 뜻이에요. 매번 다 생각해서 결정하려면 힘드니까, 뇌는 자동으로 착착 진행되도록 습관을 만들고 싶어 하죠. 성인 기준 전체 행동의 40%가 조금 넘는 수준이 습관이고, 먹고 자는 일상 영역에서는 80% 정도가 습관이에요.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습관이 지배하는 거죠.
저는 가방 정리를 정말 못했는데, 엄마가 왜 이러냐고 물으면 "그냥요, 생각이 안 나요"밖에 할 말이 없었어요. 박사님은 이걸 '내성 착각'이라고 부르셨어요. 의식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닌데 그렇다고 믿는 거죠. 의지로 결심해서 하는 행동과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이 분리되어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해요. 가방 정리를 잘하려면 처음엔 의식적으로 연습을 꾸준히 해서 자동으로 하는 수준까지 가야 하고, 그때 비로소 습관이 됐다고 부르는 거예요.
미취학 아이에게 중요한 습관은 이런 것들이에요
베싸TV를 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6세 미만 아이를 키우시니까, 이 연령대에 어떤 습관이 중요한지 여쭤봤어요.
- 일상의 일관성. 자고 먹는 시간과 방식이 정형화되어 있고, 아이가 그걸 따르도록 반복해서 훈련해 주는 것.
-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때부터 신체 능력에 맞는 집안일에 참여하는 것.
- 뇌가 건강하게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충분한 수면과 영양. 수면 습관과 식습관은 습관의 영향이 특히 큰 영역이에요.
- 매일 충분한 운동 시간. 유치원 끝나고 놀이터에서 놀거나 아침 산책 후 등원하는 식의 운동 습관을 이 시기에 지켜 주세요.
- 읽는 행동이 익숙해지는 것. 입학 전 '엉덩이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지만, 박사님은 그게 학업 성취를 좌우한다고 보지 않으세요. 한글을 떼는 것보다 책이든 표지판이든 읽으면 뭔가 알 수 있다는 감각, 읽고 쓰는 행위가 자연스러운 게 중요해요. 매일 조금씩 읽어 주는 시간을 내 보세요.
-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습관. 아이에게는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더 많아질 거예요. 그럴 때 쉽게 포기하지 않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고 패턴을 연습하는 것, 생각도 습관이니까요.
이 중에서 부모님들이 가장 궁금해하실 앉아서 밥 먹는 습관, 씻고 자러 가는 습관,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습관 세 가지를 자세히 들어 봤어요.
습관을 만드는 기본 원리, 신호·행동·보상
다행히 습관을 만드는 방법에는 기본 원리가 있어요. 행동 앞에는 늘 '신호'가 있죠. 초록불이 켜지면 가고 빨간불이 켜지면 멈추듯, 신호가 주어지면 행동이 따라 나오고 그 결과가 있어요. 이 신호-행동-결과의 고리가 우리가 행동을 배우는 기본 메커니즘이에요.
첫째, 행동을 쉽게 일으키는 신호를 잘 골라야 해요. 신호가 어려우면 실행이 안 되죠. 둘째, 행동 뒤에 좋은 결과, 즉 보상이 따라온다는 연결 고리가 있어야 해요. 밥을 먹으면 배불러서 좋고 숙제를 다 하면 홀가분해서 좋은 것처럼, '했더니 좋더라'는 걸 스스로 깨닫는 게 중요해요. 좋아야 다시 하고, 반복해야 습관이 되니까요. 신호와 보상의 고리를 잘 세팅하고 반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 틀로 접근하면 돼요.
앉아서 밥 먹기, 시작할 때 앉는 것만 목표로
어린아이는 원래 가만히 앉아 있는 게 힘들어요. 그래서 습관을 만들기 전에 점검할 게 있어요. 의자가 편한가(다리가 안 닿으면 높이를 고쳐 주세요), 다 같이 정해진 자리에서 먹는가(그러면 따라 할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배가 고픈가예요. 배고픈 아이는 초반에 어느 정도 앉아서 적극적으로 먹거든요.
여기서 줄 수 있는 보상은 '앉아 있는 게 더 좋다'는 느낌이에요. 아이는 어른들 얘기에 끼고 싶어 하니, 엄마 아빠가 맛있게 밥을 먹고 있으면 거기 참여하는 게 좋다는 걸 느껴요. 그래서 자꾸 앉으라고 하기보다 시작하는 순간에 앉는 것만 목표로 하세요. "밥 먹자" 하면 와서 앉아 "잘 먹겠습니다" 하는 것, 1분만 앉아 있어도 됐다고 치는 거예요. 아이가 자리를 벗어나면 가족들에게서 혼자 떨어지는 셈이니, 조금 더 앉아 있고 싶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성공하면 "오늘 잘 앉아 있네", "같이 먹으니까 좋다"처럼 인정을 얹어 주세요. 상을 준다기보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말을 계속 해 주는 거예요. 한 숟가락 먹고 가 버려도 괜찮아요. 다시 오면 또 한 숟가락, 또 인정, 이렇게 조금씩 늘려 가면 돼요. 타이머로 몇 분을 채워야 한다고 접근할 필요는 없어요. 가족 옆에서 나도 한몫한다는 기분으로 식사 자리를 즐기게 해 주면 됩니다.
씻고 자러 가기, 욕실 문 넘는 것만 재밌게
가장 안 되는 건 놀고 있는데 씻으러 가자, 자러 갈 시간이라고 할 때예요. 여기서도 앉아서 먹기와 마찬가지로 목표 행동을 작게 줄여요. "씻고 양치하고 자야지"는 덩어리가 너무 크니, 첫 번째 목표는 욕실로 가는 것 하나, 잘 때는 방에 들어가는 것 하나만 잡으세요.
신호는 최대한 재밌게 만들어요. "왜 안 씻어, 셋 셀 동안 안 오면 화낸다" 하며 실랑이하는 시간을 늘리지 마세요. 박사님이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노래예요. 아무 노래 뒤에 "이야이야요"를 붙이면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부르며 따라오게 만들 수 있어요. 약발이 떨어지면 노래를 바꿔 주고요. 욕실에 먼저 가서 불을 켜는 경주를 하면서 적당히 져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안 씻으려는 자와 씻기려는 자의 대치는 대개 씻을 때가 아니라 씻으러 갈 때 일어나니, 욕실 문을 넘는 것 자체를 재밌고 쉽게 만들어 보세요.
보상은 박사님이 '설탕 코팅'이라 부르는 것, 좋은 거라는 느낌을 겉에 씌워 주는 거예요. 바쁘다면 씻기는 시간을 애정 표현에 쓰세요. 씻기면 뽀얘지니 얼굴을 씻겨 주며 눈도 코도 예쁘다고 말해 주는 거죠. 사실 가장 큰 보상은 깨끗하고 개운해지는 것 그 자체예요. 땀으로 끈적해진 몸이 씻고 나오면 뽀송해지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좋은 결과를 말로 짚어 주시면 돼요. 스티커 같은 걸 새로 만들어 줘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않으셔도 돼요.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다 씻었으니 책 읽자"도 좋아요. 다만 "안 씻으면 책 안 읽어 줘"가 아니라, 씻고 잠옷 입으면 책 읽고 잔다는 순서로 붙여 두세요.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좋은 결과를 말로 짚어 주는 것, 그게 아이에게는 보상으로 느껴져요.
속상할 때 바로 꺼내 쓸 노래 하나
부정적인 감정을 공격적으로 표현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분이 많은데, 부정적인 상황에서 자동으로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이 있다면 짜증이나 공격으로 표현할 필요조차 없어요. 단체생활을 시작하면 친구와 의견이 안 맞고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등 아이 입장의 고난과 역경이 점점 생기죠. 이 시기에 좋은 습관은 감정이 상했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무언가를 습관화하는 거예요.
감정 조절은 어른도 어려운 일이라, 이제 막 연습을 시작한 아이가 잘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간단한 행동이나 말을 습관으로 붙여 두면 쉽게 꺼내 쓸 수 있어요. 박사님은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도리 얘기를 해 주셨어요. 기억을 못 하는 물고기 도리는 늘 "just keep swimming"을 부르며 헤엄치는데, 당황스러운 상황이 오면 계속 헤엄치다 보면 집을 찾아올 수 있다고 엄마가 가르쳐 준 거예요. 도리는 그 사실은 잊었지만 노래는 남아서, 뭔가 해야 할 때마다 그 노래를 부르며 나아가요.
이렇게 간단한 말이나 노래를 하나씩 심어 주기에 좋은 나이예요. 네다섯 살 아이가 블록이 무너져 속상할 때 심호흡하며 마음을 다스리기는 어렵죠. "으악" 했다가 노래를 부르며 다시 쌓아 보는 거예요. 아이가 속상해할 때 엄마가 같이 그 노래를 부르며 안아 주면,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되는구나 하는 이해가 아이가 크면서 점점 늘어나요.
박사님 댁에서 요즘 많이 부르는 노래는 두 가지예요. 〈주토피아〉의 'Try Everything'은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겠다는 가사라 뜻대로 안 돼 속상해하는 아이에게, 실사판 〈알라딘〉의 'Speechless'는 침묵하지 않고 용기 있게 말하겠다는 가사라 말하기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불러 준다고 해요. 아이가 자주 겪는 어려움에 맞는 노래를 찾아 자주 불러 보세요. "그냥 해 봐" 하고 미는 것보다, 격려가 되는 노래를 습관처럼 들려주는 게 효과적이에요.
습관은 없다가 생기는 거예요
박사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기억에 남아요. 어떤 습관을 만드느냐보다, 습관은 없다가 생기는 것이라는 걸 아는 게 중요하다고요. 책 읽기든 운동이든, 습관이 되지 않은 일은 너무 애써야 하고 하고 나면 지쳐요. 차곡차곡 연습해서 습관이 되면 그때부터는 별생각 없이 그냥 하게 되죠. 내가 못하던 걸 할 수 있게 되는 그 과정을 경험해 보는 것, 아이도 어른도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정리해 보면
- 습관은 신호가 주어지면 자동으로 나오는 행동이고, 일상 행동의 상당 부분을 지배해요.
- 신호는 쉽고 재밌게, 행동 뒤에는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는 걸 아이가 스스로 느끼게 하세요.
- 목표 행동은 잘게 쪼개세요. 밥은 시작할 때 앉는 것만, 씻기는 욕실 문 넘는 것만.
- 보상은 새로 만들기보다 깨끗해지고 함께 먹어서 좋다는, 이미 있는 좋은 결과를 말로 짚어 주세요.
- 속상할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노래나 짧은 말을 하나 정해 함께 불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