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1.05 · 17:11
생떼 뒤에 숨은 감정, 그리고 생떼를 자주 쓰는 아이는 무엇이 다를까
생떼는 분노에서 슬픔으로 흐르는 정상 발달 현상이에요. 기질과 부모의 대처, 양육 태도, 관계, 언어 발달이 빈도를 가릅니다.
아이가 생떼를 대체 왜 부리는지 이해해 보려고 하신 적이 있나요. 안 그래도 힘든 육아를 더 힘들게 하는 주범이 생떼죠. 생떼는 흔히 만 2~3세에 나타나지만 이르면 12개월, 늦으면 만 4세까지도 나타날 수 있는 정상적인 발달 현상이에요. 뭔가 원하는 게 있는데 이룰 수 없을 때 극심한 좌절감을 조절하지 못해서 나타나는데, 소리를 지르거나 울거나 드러눕거나 주변 사람을 때리고 발로 차는 등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으로 보이죠.
생떼 뒤에 어떤 감정이 자리 잡고 있는지 이해하면, 아이가 지금 거치고 있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조금 더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부모가 차분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돼요. 그다음에 생떼를 더 자주, 많이 쓰는 아이들의 특징을 살펴볼게요.
생떼는 좌절에서 시작돼요
생떼를 쓰지 않는 아이도 있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의 생떼를 경험하게 돼요. 생떼는 아이가 좌절을 겪을 때 나타나요. 나이가 들면서 아이는 자기가 뭘 원하는지 분명해지고 강력하게 원하는 게 생겨요. 흔히 자기주장이 강해진다고 하는데 당연한 현상이죠. 그런데 원하는 걸 손에 넣지 못할 때도 많아요. 과자를 하나 더 먹고 싶은데, 놀이터에서 집에 가기 싫은데, 지금 자러 가기 싫은데, TV를 더 보고 싶은데, 부모가 원한다고 다 들어줄 수는 없죠. 이럴 때 아이는 좌절감을 겪어요. 세상을 아직 잘 모르는 아이가 '내가 원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구나'를 힘들게 조금씩 배워 가는 중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외출해서 온갖 자극에 시달려 굉장히 피곤하거나 배가 고플 때도 그래요. 자기가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고 부모에게 상황을 판단해서 요구를 말하기도 어렵죠. 이럴 때도 아이는 좌절감을 겪어요. 이렇게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원하는 것까지 얻지 못하면 생떼가 자주 일어나요.
아이의 뇌는 뚜껑이 열리기 쉬워요
어린아이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는 뇌 영역이 아직 잘 발달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잘 울고 짜증을 내는 거죠. 어른이 삶에서 원하는 걸 못 한다고 매일 울고 짜증 낸다면 감정 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지만, 아기는 달라요. 한 뇌과학자가 쓴 책에서는 사람의 뇌를 상위 뇌와 하위 뇌로 나눠요. 상위 뇌는 논리적이고 인지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말하자면 더 문화적이고 교양 있는 뇌예요. 하위 뇌는 생존이나 공포, 분노처럼 더 원시적인 부분을 담당하고요. 사람의 뇌는 하위 뇌가 먼저 발달하고 점차 상위 뇌가 발달해요.
아이는 아직 상위 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서 하위 뇌가 주도권을 잡기 쉬워요. 쉽게 말해 뚜껑이 열리기 쉽다는 거죠. 어른이 보기엔 하잘것없는 이유로도 뚜껑이 열려요. 상위 뇌가 덜 발달했고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도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마음에 안 들지만 이렇게까지 화낼 일은 아니지' 하고 감정이 커지지 않게 조절하는 인지적 전략을 쓰기 어렵다는 뜻이에요. 여러 전략을 써서 감정을 잠재울 수 있는 어른이 이런 능력이 없는 아이를 보고 왜 별것 아닌 걸로 이렇게까지 화를 내냐고 답답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이제 막 걸음마를 하는 아기를 보면서 왜 이렇게 느리냐고, 좀 빨리 걸으라고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한 발달심리학 교수는 이렇게 표현했어요. 아이는 당신을 힘들게 하려고 생떼를 쓰는 게 아니다. 감정의 홍수에 휩쓸리는 것은 아이 스스로에게도 아마 무서운 경험일 것이다.
생떼는 분노에서 슬픔으로 흘러요
생떼를 깊이 연구한 학자들은 생떼가 좌절감 아래 있는 두 가지 감정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밝혔어요. 분노와 슬픔이에요. 아이들의 생떼 패턴과 소리를 분석해 보면 초반에는 분노가 우세해요. 분노는 생떼가 시작되는 초기에 확 피크를 찍고 서서히 줄어들어요. 분노는 "왜 내 요구를 안 들어주는 거야, 들어줘"라는 표현이에요. 언어 능력과 인지 능력이 더 발달한 아이라면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어떤 말을 할까 고민하고 협상을 시도하겠지만, 어린아이는 그런 능력이 없어서 들어 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그러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면 감정의 중심이 분노에서 슬픔으로 옮겨 가요.
한 연구에서 관찰한 생떼의 75%는 1분 반에서 5분 사이에 끝났다고 해요. 흔하지는 않지만 30분에서 1시간씩 지속되는 생떼도 있는데, 이런 긴 생떼는 분노보다 슬픔의 기간이 길다고 해요. 분노는 소리 지르기, 드러눕기, 발로 차기, 던지기, 때리기, 발 구르기로 나타나고 슬픔은 울기, 칭얼대기, 보채기로 나타나요.
아이가 생떼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건 부모가 이 감정을 알아차리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거예요.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을 겪을 때 '나는 지금 화가 많이 났어', '나는 지금 절망스러워' 하고 감정에 이름을 붙여 말해 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좀 누그러져요. 화난 상대를 마주했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너는 지금 아주 화가 났구나', '너는 지금 슬프구나' 하고 겉으로 보이는 행동 아래 자리 잡은 감정에 이름을 붙여 보면, 상대의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려 함께 흥분하지 않고 이성적인 거리를 둘 수 있어요. 그래서 아이가 생떼를 쓸 때 "난리 좀 그만 피워" 하고 행동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너 화가 정말 많이 났구나", "너 많이 슬프구나" 하고 감정을 짚어 주면 아이의 감정을 다독이는 것은 물론 부모가 진정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돼요.
어떤 아이가 생떼를 더 자주 쓸까
생떼는 정상적이고 흔한 현상이지만 어떤 아이들은 더 자주, 심하게 보여요. 왜 그럴까요. 여러 이유가 있어요.
먼저 기질이에요. 어떤 아이는 대체로 기분이 좋은 긍정적 정서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아이는 잘 짜증 내고 화도 잘 내는 부정적 정서성을 가지고 있어요. 당연히 부정적 정서성이 강한 아이일수록 생떼를 부릴 가능성도 높죠. 또 하나에 집중하다가도 다른 곳으로 주의를 잘 돌리는 아이가 있고 이걸 잘 못하는 아이가 있는데, 주의를 잘 돌리는 아이가 생떼를 덜 부린다고 해요. 주의 돌리기는 아이가 감정을 조절하는 데 굉장히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거든요. 기질적으로 낯선 상황에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아이도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생떼를 잘 부리는 경향이 있어요.
두 번째는 생떼를 대하는 부모의 방식이에요. 아이가 생떼를 부릴 때 부모가 부적절하게 반응하면 생떼는 원하는 걸 얻어 내는 유용한 도구가 되어 버릴 수 있어요. 만 4세쯤 되면 자기조절 능력과 언어 능력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마련인 생떼가 중학생 때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부모의 부적절한 대처에서 비롯된다고 해요.
양육 태도와 부모 자녀 관계
세 번째는 부모의 양육 태도예요. 여러 연구에서 강압적이거나 지나치게 허용하는 양육 방식이 생떼를 비롯한 문제 행동을 늘리는 경향이 나타났어요. 양육 스타일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아이에게 애정을 담아 따뜻하게 대하는지(따뜻함)와 부모가 아이를 통제할 수 있는지(통제 가능성) 두 요소를 조합해요.
| 통제 가능성 낮음 | 통제 가능성 높음 | |
|---|---|---|
| 따뜻함 낮음 | 방임형 | 권위주의형 |
| 따뜻함 높음 | 허용형 | 권위형 |
방임형은 아이에게 따뜻하게 해 줄 생각도, 통제할 생각도 없는 경우예요. 권위주의형은 아이의 요구와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부모의 뜻을 지키려는 경우로, 어른의 요구에 순순히 따를 것만 지시하거나 지나치게 금지하는 강압적인 육아 스타일이에요. 허용형은 따뜻하긴 하지만 아이를 부모의 지시에 따르게 할 권위가 없어서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형태예요. 이 경우 지시에 따르게 하려고 간식이나 영상 같은 보상을 지나치게 쓰게 되고, 규칙을 가르치거나 건강에 중요한 식습관을 잡기 어려워서 결과적으로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나쁠 수 있어요. 마지막 권위형이 가장 이상적이에요. 부모가 아이의 요구와 감정에 섬세하게 반응하면서도 보상이 아닌 말로 충분히 아이를 이끌 수 있고 어느 정도 권위도 가질 때 아이는 가장 이상적으로 발달하고 문제 행동도 가장 덜 보여요.
네 가지 중 특히 강압적인 육아 방식이 생떼 같은 문제 행동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 가장 많은 연구로 입증됐어요. 즉 생떼를 줄이려면 아이에게 따뜻하게 대하면서도 필요한 순간에 어떻게 부모의 말을 잘 듣게 할 것인지를 많이 고민해야 해요. 아이의 기질에 따라 이건 아주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권위형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하면 장기적으로 생떼도 더 많이 생기고 부모도 아이도 계속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네 번째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예요. 여기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많지만 두 가지만 볼게요. 하나는 애착이에요. 부모와 안정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있을 때 좌절감을 덜 겪고, 그래서 생떼도 줄어든다고 해요. 정확한 메커니즘까지는 알 수 없지만, 안정적인 정신적 기반을 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정서적으로 더 안정되고 좌절감을 덜 느끼는 걸 수도 있고, 안정 애착을 형성한 부모가 대체로 반응육아나 권위형 같은 이상적인 육아 스타일을 갖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다른 하나는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긍정적인 관심이에요. 아이가 크면서 "안 돼"라고 해야 하는 순간이 많아지죠. 이건 부정적인 관심이에요. 부모가 긍정적인 관심을 주지 않고 관심을 아예 주지 않거나 부정적인 관심만 많이 주면, 아이는 부정적인 관심이라도 받으려고 애쓰게 된다고 해요. 아이는 물론 긍정적인 관심을 가장 좋아하지만 그게 없을 때는 무관심보다 차라리 부정적인 관심이라도 받으려 하거든요. 그래서 긍정적인 관심이 충분하지 않으면 생떼로 부모의 관심을 끌려는 빈도가 높아질 수 있어요. 평소에 긍정적인 관심을 많이 주세요. 꼭 칭찬을 퍼붓지 않아도 괜찮아요. 말을 많이 걸어 주고, 같이 놀아 주고, 상호작용을 열심히 해 주면 돼요. 아이가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 잘 노는 스타일이라도 긍정적인 관심을 충분히 주는 건 꼭 필요해요.
말이 늘면 생떼가 줄어요
마지막은 언어 발달이에요. 언어는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죠. 아이가 말로 자기가 원하는 걸 더 잘 전달하고, 부모가 안 된다고 하면 흥정도 해 보고, 안 될 때는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서 생떼는 점차 줄어들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언어 발달이 느릴수록 생떼가 더 자주,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말이 느린 아이는 강도 높은 생떼를 부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아이의 두 배나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생떼는 크게 줄 수도, 더 늘 수도 있어요. 지식은 힘이에요.
정리해 보면
- 생떼는 원하는 걸 얻지 못한 좌절에서 오는 정상적인 발달 현상이에요. 아이는 아직 감정을 조절할 뇌가 덜 자랐어요.
- 생떼는 분노로 시작해 슬픔으로 흘러요. "화가 많이 났구나" 하고 감정에 이름을 붙여 주세요.
- 부정적 정서성, 주의 전환의 어려움, 낯선 상황을 두려워하는 기질이 생떼를 늘려요.
- 생떼에 부적절하게 대응하거나 강압적·허용적으로 키우면 생떼가 굳어져요. 따뜻하면서도 권위 있는 부모가 되세요.
- 안정 애착과 긍정적인 관심, 언어 발달이 생떼를 줄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