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1.09 · 6:26
달걀 섭취에 상한선이 있다고요? 미국 식단 지침을 직접 읽어 봤어요
미국 지침의 '주 2~3개'는 상한선이 아니라 건강한 식단의 예시예요. 다만 유아식에서는 식사량에 맞게 조절하면 돼요.
최근 제가 가끔 보는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선생님의 유튜브 채널에서, 미국 보건복지부와 농무부가 달걀을 일주일에 2개에서 2개 반까지만 먹으라고 권장했다는 영상을 봤어요. 베싸는 앞선 글에서 하루 한 알 달걀 이유식이 아이의 성장과 뇌 발달에 좋았다는 연구를 소개했었죠.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그때 정말 열심히 조사했는데, 영유아에게 달걀을 일주일에 몇 개 이하로 먹이라는 지침은 아무리 찾아도 없었거든요.
그 권고는 어디서 나온 걸까
제 글을 보고 아이에게 달걀을 많이 먹이신 분들이 불안해하실 것 같아 걱정이 됐어요. 내가 모르는 사이 새 지침이 나온 건가 하고 다시 찾아봤지만 역시 없더라고요. 그래서 채널 운영자분께 근거 자료를 공유해 달라고 댓글을 달았고, 2020년 12월에 나온 미국 보건복지부와 농무부 자료를 기반으로 했다는 답을 받았어요.
그 자료에서 달걀이 나오는 부분은 표 하나예요. 모유나 분유를 먹지 않는 12~23개월 아이를 위한 '건강한 미국식 식단 패턴' 표죠. 여기에 달걀이 주당 2개에서 3개 사이로 적혀 있어요. 하루 700, 800, 900, 1,000칼로리처럼 아이마다 다른 식사량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적어 둔 거고요. 단위는 식품군마다 정의가 조금씩 다른데, 달걀은 그냥 한 개를 뜻해요.
상한선이 아니라 식단의 예시예요
그럼 이 표에 나온 모든 식품을 이 수치 이하로 먹이라는 뜻일까요? 아니에요. 이건 건강한 식단의 예시를 참고용으로 만들어 둔 것이지, 각 식품군을 이 정도 이하로 먹이라는 상한 섭취량 권고가 아니에요.
만약 이게 정말 상한선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같은 표에 도정된 곡물, 즉 흰쌀과 흰 밀가루 항목이 있어요. 흰쌀은 조리된 밥 기준으로 2분의 1컵이 한 단위인데, 이건 햇반 반 개 정도예요. 미국 보건복지부와 농무부가 달걀을 주 2.5개까지만 먹으라고 권고한 게 사실이라면, 똑같은 표에 따라 흰쌀밥은 하루에 햇반 한 개에 한참 못 미치는 양까지만 먹이라고 권고한 게 되는 거죠. 그러면 한국 아이들은 거의 다 상한선을 훨씬 넘겨 먹고 있는 셈이에요. 제가 보기엔 달걀보다 이게 더 큰 문제로 보이네요. 이 표는 상한선이 아니라, 건강하다고 추천할 만한 미국식 식단의 예를 든 것뿐이에요.
권고 자료를 인용할 때 확인해야 할 것들
이런 자료를 인용해서 뭔가를 주장할 때는 상당히 신중하게 많은 자료를 검토해야 해요. 간혹 리서치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자료를 번역해서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그런 식으로 했으면 베싸TV는 진작에 망했을 거예요.
하루 달걀 한 알이 좋다는 연구를 소개하기 전에 저는 이런 것들을 확인했어요. 달걀 섭취에 관해 권위 있는 기관들이 이제까지 어떤 권고를 했는지. 그 권고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달걀처럼 예전에는 일정 수준 이상 섭취를 자제하라고 했다가 가이드라인이 바뀐 식품이라면, 콜레스테롤 연구들과 각 기관의 입장, 그리고 가이드라인이 왜 바뀌었는지까지요. 많은 분이 보고 실제로 아이에게 적용하는 콘텐츠인 만큼, 스스로 높은 기준을 두고 확신이 들 때까지 자료를 확인해요.
이유식과 유아식 콘텐츠를 만들면서 선진국의 권고 자료를 정말 많이 봤는데요. 특정 영양소의 상한 섭취량은 종종 있어도, 특정 음식의 상한 섭취량을 권위 있는 기관이 정한 경우는 별로 없어요. 우유처럼 많이 먹으면 장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있죠. 기관 입장에서도 사람들의 식생활에 실제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 아주 조심스럽게 권고하는 거예요. 그 내용을 전달하는 사람도 기관이 의도한 바를 살려서 명확하고 조심스럽게 전해야 하고요.
어쨌든 제가 보기에 해당 자료를 포함한 어떤 자료에서도 달걀을 주 2.5개 이내로 제한하라고 말하지 않아요. 채널 운영자분께 조심스럽게 의견을 드렸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으셔서, 불안해하실 분들을 위해 이렇게 정리하게 됐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하루 한 알은 아니에요
다만 저는 하루 한 알 달걀 이유식의 장점을 믿고 저도 그렇게 먹였지만, 맥락과 상황에 관계없이 무조건 하루 한 알 이상 먹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특히 이유식기를 지나 모유나 분유를 끊은 아이라면 다양한 식품으로 균형 있게 영양소를 섭취하는 게 더 중요해지거든요.
식사량이 좀 적은 아이인데 '달걀 하루 한 알'이라는 공식에 유아식 시기까지 너무 집착해서 다른 몸에 좋은 음식을 못 먹이고 있지는 않으신지 한번 돌아보세요. 생선이나 고기로 단백질을 충분히 먹은 날에는 달걀을 식단에서 뺄 수도 있고, 노른자만 줄 수도 있죠. 유아식에서 달걀은 여전히 섭취가 권장되는 훌륭한 식품이지만, 전체 식단의 조화와 균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아이의 식사량에 따라 적당히 조절해 주시면 돼요.
정리해 보면
- 미국 지침의 '달걀 주 2~3개'는 상한선이 아니라 건강한 식단의 예시예요.
- 같은 표를 상한선으로 읽으면 흰쌀밥도 하루 햇반 한 개에 훨씬 못 미치게 먹이라는 말이 돼요.
- 권위 있는 기관이 특정 음식에 상한 섭취량을 정한 경우는 드물어요.
- 모유·분유를 끊은 뒤에는 하루 한 알 공식보다 식단 전체의 균형을 먼저 보세요.
- 단백질을 충분히 먹은 날은 달걀을 빼거나 노른자만 줘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