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3.03 · 10:44
효과적인 훈육, 감정을 가라앉혀 주는 게 먼저예요
훈육할 때 안아 줘도 돼요. 감정을 먼저 가라앉혀 줘야 '안 돼'라는 메시지가 아이 귀에 들어가거든요.
"훈육할 때 안아 줘도 되나요?" 종종 듣는 질문이에요. 제 생각에 아이를 안아 줘도 될까 하는 걱정은 육아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에요. 아동심리나 아동발달을 아무리 공부해 봐도 아이를 안아 주지 않아야 한다거나 안아 주지 않았을 때 이점이 있다는 좋은 근거가 없거든요.
많이 안아 줘서 많이 우는 게 아니에요
안아 주면 안 된다는 이야기들은 뿌리를 따져 보면 굉장히 단순한 관찰에서 잘못된 결론을 내린 경우가 많아요. 2000년 이전에는 연구에서 일방향적인 결론을 잘못 내리는 일이 흔했거든요. 예를 들어 부모가 아이를 얼마나 안아 주는지와 아이가 얼마나 우는지, 두 변수를 놓고 상관관계를 봐요. 그러고는 "많이 안아 준 부모의 아이가 많이 울더라"라고 결론을 내리는 거죠.
지금은 부모와 아이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이론적으로 훨씬 잘 정립돼 있어요. 오늘날 아동심리학자에게 물어보면 이렇게 답할 거예요. 부모가 아이를 많이 안아 주는 데는 아이 쪽 요인이 크다고요. 아이마다 기질적으로 부정적 정서성이 다르고, 생존 본능과 연관되어 울음으로 자기 욕구를 많이 표현하는 아이, 부모의 따뜻한 접촉을 굉장히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아이가 있어요. 그런 아이들이 타고나기를 많이 우는 거고, 부모는 아이가 울면 안아 주고 달래 주고 싶어 하게 되어 있죠. 타고나길 잘 우는 아이를 부모가 많이 안아 주는 것이지, 안아 줘서 많이 우는 게 아니에요.
옛날에는 부모의 행동이 아이를 이렇게 만든다는 식으로 단적으로 봤어요. 그 시대를 풍미한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나온 관점인데, 어떤 행동주의 심리학자는 어떤 아이를 데려와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해요. 어른의 행동이 아이를 결정한다고 본 거죠. 하지만 학문이 발전하면서 이제 우리는 알아요. 아이의 타고난 유전적·기질적 특성이 부모에게 영향을 미치고, 부모는 그에 따라 행동하고, 여기에 사회의 여러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한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을요.
정리하면, 안아 줬을 때의 부작용은 오늘날 밝혀진 바가 전혀 없어요. 안아 줘야 할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고,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한다, 감정을 조절하는 데 부모가 안아 주기를 원한다 싶으면 직관에 따라 안아 주면 됩니다. 예외는 수면교육이에요. 수면교육을 하려고 하신다면 그때만큼은 안아 주는 걸 피하는 방법이 있죠.
걱정의 정체는 상충되는 메시지예요
그러면 "훈육할 때 안아 줘도 되나요"라는 질문 뒤에는 어떤 걱정이 깔려 있을까요. 아이에게 자칫 반대되는 신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인 것 같아요. 훈육은 "안 돼", "네가 하는 행동은 허용될 수 없어"라는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데, 안아 주는 건 긍정적인 태도니까 "그거 해도 돼"라는 상충되는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거죠.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려요. 중요한 건 아이에게 안 된다고 하는 것과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인정해 주는 것을 분리해서 보느냐예요.
훈육이 필요한 상황에는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죠. 부모가 안 된다고 했을 때 좌절감을 이기지 못해 울음을 터뜨리거나, 애초에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던지거나 때리는 행동을 해서 훈육을 하거나요. 아이가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가 단호하게 "안 돼"라고 하면 그 말이 아이 귀에 들어갈까요?
어른도 마찬가지예요. 굉장히 좌절스러운 상황에서 욕을 했다고 쳐요. 옆 사람이 내 감정에 전혀 공감해 주지 않고 "야, 욕하면 안 되지"라고 하면 "맞아, 욕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까요? 아니에요. 그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거예요. 욕을 할 정도로 원시적인 뇌가 우리 뇌를 장악한 상태에서는 욕하지 말라는 이성적인 말이 아무 효과가 없어요. 아이도 똑같아요.
감정을 먼저 가라앉혀야 "안 돼"가 들려요
그래서 어른이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좀 가라앉혀 주고, 필요하면 안아 주고 달래 주고 공감해 주면서 "이건 안 되는 행동이야"라는 말을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게 준비를 시켜 주는 거예요. 『베싸육아』에서도 언급했는데, 훈육을 수십 년간 연구한 그루섹 교수는 훈육이 효과적이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첫째, 아이가 심정적으로 메시지를 수용할 준비가 되었는가. 둘째, 부모가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했는가. 명확하게 전달한다는 건 앞서 말한 혼란스러운 신호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그보다 먼저 중요한 게 수용할 준비예요.
훈육 상황에서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훈육에 앞서 감정을 공동 조절해 주는 게 필요해요. 아이가 진정됐다면 그다음에 혼란스럽지 않게, 명확하게 말해요. 눈을 보면서 웃으면서 따뜻하게가 아니라 약간 단호하게요. 다만 무섭게 할 필요는 없어요. 무섭게 하면 또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거든요.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흥분을 잘 하니까 부정적인 감정 없이 중립적으로 눈을 보며 "때리면 아파. 그렇게 하면 안 돼" 하고 넘어가는 거예요. 그렇게 해야 훈육이 효과가 있어요.
잘하면 안아 주고 잘못하면 무섭게 처벌하는 옛날 행동주의식 훈육이 아니라, 긍정적인 관계와 분위기 안에서 효과까지 고려해 훈육하는 이런 큰 흐름을 긍정훈육(positive discipline)이라고 불러요. 긍정훈육이 맞는 방향이라는 건 미국의 주요 기관들도 인정하고 있고요. 내가 긍정훈육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기준은 이거예요. "잘못했으니까 안아 주면 안 돼"가 아니라, 공감받고 싶은 마음과 부정적인 감정 자체는 인정해 주면서 행동을 분리해서 잘못된 행동에만 "안 돼"라고 할 수 있느냐. "안아 주면 안 돼"는 효과적인 훈육이 뭔지 잘 몰랐던 시절 우리 부모에게 배운 걸 그대로 답습하는 거예요. 우리는 이제 더 나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니 과학적으로 더 좋다고 밝혀진 훈육 방식을 의식적으로 쓰려고 노력해야겠죠.
필요할 때 안아 주는 건 훈육보다 앞서는 역할이에요
훈육할 때든 전반적으로 아이를 키울 때든 안아 줘도 될까 하는 의문은 갖지 마시고 마음 편하게 안아 주셨으면 해요. 저는 다미가 태어나서 일부러 안아 주지 않은 적이 딱 한 번 있어요. 9개월쯤 안아서 재우다가 눕혀서 재우는 연습을 하루 이틀 했을 때 안아 달라고 우는 다미를 안아 주지 않았죠. 그 외에는 지금도 아이가 필요로 할 때 안아 줄 수 있는 것, 그게 훈육을 비롯한 어떤 목표보다 중요한 저의 1번 역할이자 본질적인 목표라고 생각하고 항상 필요하면 안아 주고 있어요.
그렇다고 일부러 안아 주실 필요는 없어요. 부정적인 감정이 동반되지 않는 훈육 상황도 굉장히 많거든요. 아이가 실수로 뭔가를 했을 때 안아 주면서 말할 필요는 없고요. 아이가 클수록 부정적인 감정을 잘 조절하게 되어서 안아 주지 않고 말로만 훈육하면 되는 상황이 많아져요. 그럴 땐 그냥 바로 말하시면 되고, 아직 어려서 감정 조절에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기에는 안아 주시면 돼요. 그게 감정조절력을 키우는 데도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거든요. 필요할 때 안아 주면 감정조절력이 커지면서 서서히 안아 줌을 덜 필요로 하는 아이로 자라요. 안아 주는 걸 필요로 하는 아이에게 부모가 억지로 안아 주지 않을 필요는 전혀 없어요.
정리해 보면
- 안아 줬을 때의 부작용은 밝혀진 바가 없어요. 많이 안아 줘서 많이 우는 게 아니라, 잘 우는 아이를 많이 안아 주는 거예요.
- 훈육이 효과적이려면 아이가 메시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해요.
-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온 상태에서는 "안 돼"가 귀에 들어가지 않으니, 필요하면 안아 주고 달래서 먼저 가라앉혀 주세요.
- 진정된 뒤에 무섭지 않게, 중립적으로 눈을 보며 짧게 말하세요.
- 감정은 인정하되 잘못된 행동에만 "안 돼"라고 하는 것이 긍정훈육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