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보내달라고 조르더니 한두 달 만에 그만두는 아이들이 있죠. 인공지능이 빠르게 세상을 바꾸는 요즘은 어떤 진로가 옳은 선택인지조차 확신하기 어려운 시대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불확실할수록 특정 기술보다 시대를 관통하는 '뿌리'가 되는 힘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학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뿌리 능력 중 하나가 바로 회복탄력성입니다.

회복탄력성이 왜 중요할까

회복탄력성은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견뎌내고 뭔가를 꾸준히 해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말해요. 뭔가를 시작해서 끝까지 해내는 과정에서 아이는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도 쌓이고, 그 안에서 진짜로 배우는 게 많거든요. 반대로 뭘 시작해도 금방 포기해 버리면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놓치게 되죠. 부모가 아이를 끝까지 끌고 가 줄 수는 없으니, 아이 스스로 꾸준히 해낼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하버드에서 영유아 회복탄력성을 연구한 지니킴 박사님의 책 <회복탄력성의 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볼게요.

기질은 부모 탓이 아니에요

지니킴 박사님은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타고난 기질, 자존감, 대인관계와 소통 능력, 대처 능력을 꼽았어요. 이 중 기질은 타고나는 부분이라 부모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에요. 순한 편이고 외향적이며 긍정성과 유머 감각을 갖춘 아이일수록 회복탄력성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이걸 알아두면 육아하는 마음이 한결 편해져요.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어려움을 잘 못 견디는 것 같을 때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않아도 되니까요. 반면 자존감, 대인관계, 대처 능력은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 있는 영역이고, 학교에서 따로 가르쳐 주지 않는 만큼 부모가 더 신경 써서 채워 줘야 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칭찬과 보상, 그리고 연결이라는 두 가지를 다뤄 볼게요.

칭찬과 보상은 동기를 만드는 도구예요

칭찬과 보상은 긍정적 강화라는 하나의 방법으로 묶을 수 있어요. 바람직한 행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좋은 피드백을 주면서 동기를 이끌어내는 거죠. 혼자서는 선뜻 하지 않을 어려운 과제도 옆에서 계속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면 아이는 동기를 얻어 끝까지 해낼 수 있어요. 이 성공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스스로 유능하다고 느끼고, 그 유능감을 발판 삼아 다음 도전에도 기꺼이 나서게 됩니다. 동기에는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가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내적 동기가 좋다는 걸 다들 아실 거예요. 그런데 아이가 아직 어려서 성공 경험도, 성취감을 맛본 기억도 부족하다면 애초에 내적 동기가 생겨날 계기 자체가 없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외적 보상으로 성공 경험을 만들어 주고, 그 경험이 쌓이면서 내적 동기가 자라나면 외적 보상의 비중을 서서히 줄여 가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 다미와 읽은 그림책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요. 벌 받을까 봐 두려워서 억지로 친절하게 굴던 주인공이, 사람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모습에 뜻밖의 행복을 느끼면서 나중엔 정말로 우러나서 친절한 사람이 되거든요. 외적 동기로 시작한 행동이 그 안에서 좋은 감정을 맛보면서 내적 동기로 옮겨간 거죠.

칭찬에도 기술이 필요해요

그냥 '잘했네', '멋지다' 한마디로는 효과가 크지 않아요. 책에서 강조하는 건 진정성이에요. 아이가 국어 시험에서 100점을 맞아 왔다면, 방방 뛰며 기뻐하거나 여기저기 자랑하기보다 아이가 그 과정에서 뭘 했고 뭘 느꼈는지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게 먼저예요. 시험지를 보여 달라고 하고, "문제가 스무 개나 되는데 하나도 안 틀렸네", "준비하면서 책 열심히 읽는 거 봤어"처럼 구체적으로 짚어 주는 거죠. 40점짜리 시험지를 가져왔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잘 짚어보면 풀이 방식이 맞았던 문제, 문제 푸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부분을 찾아 줄 수 있어요. 이렇게 아이가 겪은 과정 전체에 진짜 관심을 가지면 칭찬은 자연스럽게 구체적이고 좋은 칭찬이 됩니다. 저는 다미가 신발 정리처럼 시키지 않은 일을 스스로 했을 때도 "벌써 아홉 번째네", "덕분에 신발장이 깨끗해서 나갈 때 기분 좋겠다"처럼 구체적으로 짚어서 이야기해 주려고 해요.

혼자 힘으로 버티는 아이는 없어요

어려움을 견디는 힘을 흔히 개인의 의지력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어려움을 잘 버텨내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주변과 잘 연결된 사람들이에요. 책에서는 타인과의 연결이 아이에게 세 가지 도움을 준다고 해요. 나를 아끼는 사람이 있다는 정서적인 도움,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 그리고 필요할 때 직접 나서 주는 실질적인 도움이죠. 이 세 가지에 언제든 기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아이는 실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안심하고 나아갈 수 있어요. 앞서 학원을 금방 그만두는 아이 이야기를 했잖아요. 같이 다니는 친구가 있어서 "너도 힘들지, 같이 연습하고 가자" 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부모와의 관계가 좋아서 "선생님이 좀 무서워서 안 다니고 싶어"라고 터놓고 말할 수 있다면요.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본 경험이 쌓인 아이는 다음번에도 쉽게 포기하지 않아요. 반대로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점점 도움을 청하지 않게 됩니다. 결국 학원을 오래 다니는 아이와 금방 그만두는 아이의 차이는 순수한 의지력이 아니라, 주변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느냐의 차이일 수 있어요.

부모와의 관계가 가장 든든한 뿌리

아이가 세상에 나와 처음 맺는 관계가 부모와의 관계예요. 이 관계가 좋으면 아이는 이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훨씬 유리한 자리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부모와 확고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다른 관계를 맺는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그 안에서 아이는 성숙한 정체성도 배워 나가요. 방법은 이미 다들 알고 계실 거예요. 구체적으로 칭찬해 주기, 웃어 주기, 긍정적인 말과 표정을 쓰려고 애쓰기, 고맙다는 말 건네기,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 보내기, 욕구를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기, 애정 어린 스킨십 같은 것들이요. 다만 부모 자녀 관계는 저절로 좋아지는 게 아니라 언제든 소홀해질 수 있고, 계속 신경 쓰고 투자해야 지켜진다는 걸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회복탄력성은 자랄 여지가 생깁니다.

정리해 보면

  • 아이의 기질은 부모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 잘 못 견디는 모습을 보여도 자책하지 않는다.
  • 어린 아이에게는 칭찬과 보상 같은 외적 동기로 성공 경험을 쌓아 주고, 내적 동기가 자라면 서서히 줄여 간다.
  • 칭찬할 때는 결과보다 아이가 겪은 과정과 노력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구체적으로 짚어 준다.
  • 아이가 어려움 앞에서도 나아갈 수 있도록 언제든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는 믿음을 준다.
  • 부모와의 관계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웃어 주고 고마움을 표현하며 꾸준히 가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