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0.05 · 13:31
장내 미생물이 아기의 뇌와 성격, 수면까지 좌우하는 이유
장내 미생물은 기분, 성격, 인지능력, 수면까지 아이의 뇌에 폭넓게 영향을 줘요.
지난 글에서는 장내 미생물이 우리 아이의 건강과 비만, 피부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어요. 오늘은 장과 뇌의 관계, 그리고 장내 미생물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려드리려고 해요. 언뜻 보면 장은 소화와 배변, 뇌는 생각과 성격과 관련된 별개의 기관처럼 보이지만, 사실 둘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장과 뇌는 어떻게 연결될까
장내 미생물은 호르몬이나 화학물질을 만들어 뇌에 영향을 주고, 신경 다발이나 면역세포를 통해서도 뇌와 소통해요. 이런 관계를 장-뇌 축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은, 사실 90%가 뇌가 아닌 소화기관의 장내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해요. 이 밖에도 장내 미생물은 도파민, 옥시토신처럼 행복감, 불안, 집중력, 보상과 동기에 관련된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생성과 활동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어요.
기분과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
한 논문에 따르면 삶의 질이 낮고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의 장내 미생물을 살펴보니 특정 좋은 세균이 부족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나쁜 세균이 늘어난 상태였다고 해요.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도 마찬가지예요. 한 연구에서는 사회적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쥐 그룹과 쉽게 포기하는 쥐 그룹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유의미하게 달랐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쥐일수록 염증을 유발하는 세균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도 장내 미생물과 관련이 있어요. 한 대학의 연구에서 성인 여성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만 4주간 요거트를 먹게 했는데요. 요거트에는 장내 미생물 건강에 도움을 주는 좋은 세균이 풍부해요. 두 그룹에게 화나거나 두려운 표정의 사진을 보여주며 감정을 관장하는 뇌 활동을 관찰했더니, 요거트를 먹은 그룹의 뇌가 훨씬 차분했다고 해요.
성격과 인지능력, 문제 행동
18~27개월 아이들 중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아이들이 내성적인 아이들보다 장내 미생물 종류가 더 다양했다는 연구도 있어요. 어른도 마찬가지로 사교적인 사람일수록 장내 미생물이 다양하고 좋은 세균이 많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인지능력도 관련이 있는데요, 생후 초기 특정 세균의 많고 적음에 따라 아이들을 나눠 몇 살 뒤 인지능력을 검사해보니 언어발달을 포함한 전반적인 인지능력에 차이가 있었다고 해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불안, 우울, 충동 조절의 어려움 같은 문제 행동이 특정 장내 미생물의 증가와 유의미한 관련이 있었어요. 다만 부모와 아이 사이의 애착이 잘 형성되어 있으면, 장내 미생물 구성이 나쁘더라도 문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도 함께 입증되었다고 해요.
수면과의 관계
아직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수면의 질이 좋았다고 해요. 장내 미생물이 면역세포를 자극해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이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 농도가 수면의 질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장내 미생물은 생후 3년 정도의 이른 시기에 자리를 잡고, 이때 만들어진 구성이 평생 크게 바뀌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이 모든 영향은 양방향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장내 미생물이 기분과 스트레스, 수면에 영향을 주지만, 반대로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도 장내 미생물 환경을 나쁘게 만들어서 벗어나기 어려운 악순환이 만들어지거든요.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만드는 첫걸음은 자연분만과 모유수유예요. 자연분만 과정에서 아기는 산도에 있던 엄마의 미생물을 물려받고, 모유에는 아기가 소화하지 못하는 다양한 올리고당이 들어 있어 장 속 좋은 세균의 먹이가 되어줘요. 다만 저도 제왕절개와 분유수유로 다미를 키웠는데, 이 부분에 너무 얽매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관리해줄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는 유산균이에요. 유익균 자체를 보충하는 프로바이오틱스와, 유익균이 좋아하는 먹이를 공급하는 프리바이오틱스로 나뉘는데요. 어릴 때 먹은 유산균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변화를 준다는 확실한 근거는 아직 없어요. 그래서 유럽의 한 소아과 학회에서는 유산균 보충을 적극적으로 권고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먹는 동안에는 유익균 수가 늘고 설사나 아토피 같은 증상이 줄어드는 효과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고, 부작용도 보고된 바 없어서 꾸준히 먹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아토피 등 알레르기 성향이 있거나 제왕절개, 분유수유로 장내 환경이 조금 더 불리할 수 있는 경우라면 좀 더 신경 써서 챙겨주면 좋겠습니다.
정리해 보면
- 세로토닌 등 기분을 좌우하는 호르몬 대부분이 장내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 장내 미생물은 스트레스 취약성, 공감, 성격, 인지능력, 문제 행동에도 폭넓게 관여합니다.
- 장내 미생물과 스트레스·수면 부족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악순환 관계임을 기억합니다.
- 자연분만과 모유수유가 어렵다면 유산균 등 다른 방법으로 장내 미생물을 관리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