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만 4세가 되었을 때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모습까지 만들어 주는 것이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이 SNS에서 한 말인데, 무슨 뜻인가 궁금해서 더 들어봤어요. 만 4세쯤 되면 아이가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잖아요. 그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식으로 행동할 수 없다면 친구들에게 거절당하고, 거절로 시작하는 사회생활이 나쁜 첫 단추가 되어 뒤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조금 무섭죠. 물론 다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이런 역경을 딛고 회복하는 아이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릴 때 주양육자와 맺은 단단한 관계가 평생 영향을 미치고 자존감의 근원이 된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기관에 다니며 타인과 맺기 시작하는 관계 하나하나도 아이의 심리 발달과 행복감, 자존감, 유능감에 분명히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성 밑에 있는 핵심 기술

그러면 만 4세에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아이가 되려면 어떤 능력이 좋아야 할까요. 사회성이겠죠. 하지만 그건 동어반복이고, 사회성 밑에 있는 정말 중요한 핵심 기술을 꼽자면 주의력을 내 의도대로 다룰 수 있는 능력, 의도적 통제예요. 친구의 말을 끊고 내가 말하고 싶어도 꾹 참고 들을 줄 알고, 내 욕구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싶어도 상대에 맞게 조금 수정하거나 재조정할 수 있고, 선생님의 지시를 잘 기억해 끝까지 수행하고, 친구에게 화가 나는 마음에서 주의를 돌려 친구의 마음에 주의를 기울여 볼 수 있는 능력이죠.

앞선 글까지 기질의 빅3 중 외향성과 부정적 정서성을 살펴봤어요. 외향성은 어떤 대상이나 사람에게 접근하고 싶어 하는 정도, 부정적 정서성은 어떤 사건이나 대상에 부정적인 감정을 얼마나 크고 쉽게 느끼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였죠. 두 기질의 공통점은 반응이라는 거예요. 놀이터에서 처음 본 친구가 너무 신기해서 다가가 얼굴을 만져 보고 싶다면 외향성이에요. 친구라는 존재에 접근하는 방향으로 반응한 거죠. 반면 그 친구가 나한테 해를 끼칠까 봐 두려워 울어 버린다면 부정적 정서성이에요. 두려움을 느끼고 회피하는 방향으로 반응한 거고요.

의도적 통제는 이런 자동적인 반응을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특성이자 능력이에요. 친구 얼굴을 만져 보고 싶지만 꾹 참고 대신 다가가 말로 소통을 시도해요. 친구가 두렵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주의를 거두어 나만의 놀이에 집중해 보고, 옆에서 노는 모습을 자꾸 보다가 '무서운 애가 아닌 것 같네' 하고 생각이 바뀌기도 해요. 앞의 두 기질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영역이라면, 의도적 통제는 그 반응을 조절하는, 사람을 정말 사람답게 만드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어요.

늦게, 천천히, 그래서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의도적 통제는 다른 기질에 비해 늦게 나타나요. 돌이 가까워지면 조금씩 뿌리가 드러나기 시작해서 유아기, 특히 유치원생 시기에 가장 많이 자라요.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정말 크게 발달하는데, 전 세계에서 처음 학교에 들어가는 나이가 비슷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아이가 떼가 너무 많다거나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해서 고민인 부모님이 만 6세쯤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온다면 굉장히 안심하실 분이 많을 거예요. 그때서야 아이가 사람이 된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렇다고 모든 아이가 만 6세에 비슷한 수준의 의도적 통제 능력을 갖게 되는 건 아니에요. 다른 기질과 마찬가지로 개인차가 생기죠. 조금 특이한 점은, 천천히 발달하는 기질인 만큼 환경의 영향을 다른 기질보다 더 많이 받는다는 거예요. 어릴 때는 아직 변할 여지가 많다는 뜻이죠.

의도적 통제를 이루는 다섯 가지

첫째, 억제. 자동적인 반응을 억누를 수 있는 힘이에요.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충동을 참고 더 바람직한 방식으로 풀어 간다면 억제를 잘한 거예요. 눈앞의 마시멜로를 당장 먹고 싶은데 15분을 참았다면 그것도 억제죠. 화나는 감정이나 먹고 싶은 충동에는 우리 뇌의 '주의'라는 자원이 본능적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어요. 그 흐름을 '화가 날 때는 말로 표현한다'는 규칙이나 '기다리는 동안 머릿속에서 노래를 불러 볼까' 하는 전략으로 의도적으로 돌린 거예요. 억제는 집중력과도 관련이 있어요. 주변의 산만한 자극들로 주의가 흘러가는 걸 막고 공부나 일 같은 하나의 대상에 오래 집중할 수 있게 하거든요.

둘째, 주의 전환. 어린아이들은 의도적으로 주의를 옮기는 게 어려워서 활동 전환을 힘들어하는 아이가 굉장히 많아요. 재밌게 놀고 있는데 엄마가 집에 가자고 하면, 놀이에 있던 주의를 꺼내서 '집에 간다'는 목표에 유연하게 다시 배정해야 하는데 이게 아직 어렵죠. 만 2~3세 아이를 둔 부모님 중에 이 주의 전환 문제로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분이 계실 텐데, 의도적 통제가 아직 부족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셋째, 저강도 즐거움 추구. 외향성에서 고강도 즐거움 추구를 이야기했죠. 자극 수준이 높은 활동을 즐기는 건 굉장히 타고난, 본능적인 거예요. 반면 저강도 즐거움 추구는 의도적 통제 아래 있기 때문에 더 천천히 발달하고, 본능적으로 재밌다기보다 '이걸 즐겨야겠다'는 의도로 천천히 발달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이가 들면서 채소가 맛있어지는 것과 비슷해요. 도파민을 확 분비시키는 단맛이나 자극적인 맛은 아니지만, 건강을 위해서든 주변에서 자꾸 먹으라고 해서든 의도를 갖고 자발적으로 먹다 보면 심심한 맛도 맛있어지잖아요. 아이도 의도적 통제가 발달하면 예전보다 심심한 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책상에 앉아 지루한 공부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돼요. 얼마나 오래 하느냐는 기질에 따라 다르지만요.

넷째, 잘 달래짐. 부정적인 감정에서 얼마나 잘 빠져나오는지예요. 아주 어린 아기도 나름의 감정조절 기제가 있어요. 부모가 갑자기 무표정으로 돌변하면 결국 울지만, 울기 전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새로운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며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려 하죠. 이런 기초적인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써서 스스로를 진정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예요. 부정적 정서성이 강한 아이는 이 조절 기제가 웬만큼 발달하지 않으면 감정조절이 어려워요. 기질들끼리도 이렇게 상호작용하는 면이 있어요.

다섯째, 조금 의외일 수 있는데, 잘 안기려 함이에요. 주양육자나 친밀한 어른에게 잘 안기고 싶어 하고 사회적 친밀감을 추구하는 성향이죠. 이게 왜 의도적 통제 안에 있을까요. 의도적 통제는 결코 아이가 혼자서 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이 글에서 하나만 얻어 가신다면 이 부분이면 좋겠어요.

의도적 통제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라요

의도적 통제는 스스로를 조절한다는 의미에서 자기조절이라는 말과 자주 함께 쓰여요. 그런데 '스스로'라는 말 때문인지, 충동을 억제하고 집중하고 주의를 전환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이 모든 게 아이 혼자만의 미션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어, 그냥 참아" 하고 말하거나,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두기만 하면 알아서 집중력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거나, 감정조절을 잘하게 하려고 "네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릴 거야, 알아서 진정해" 하고 도와주지 않는 식으로 나타나죠. 물론 결과적으로는 아이가 혼자 할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거기까지 어떻게 가느냐가 문제고, 그 길에는 부모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요.

어릴 때 아이는 주의력을 의도적으로 통제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해서 부모에게 의존해요. 대표적인 게 감정조절인데, 어릴 때는 부모가 99%를 해 주잖아요. 우는 아기를 안고 양옆으로 흔들면서 입으로 소리를 내며 달래던 시절 기억나시죠. 그건 부모의 타고난 직관이에요. 신생아를 "너 감정조절 능력 키워" 하면서 내버려 두지 않죠. 그렇게 내버려 둔다고 절대 감정조절 능력이 자라지 않아요. 아이가 스스로 조절하기 전에 선행하는 과정이 있는데, 그게 공동 조절이에요. 부모가 대신 하는 게 아니라 부모와 함께 조절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부모가 99%를 해 주다가 아이의 의도적 통제 능력이 서서히 올라가면서 아이가 스스로 하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많아져요. 부모가 충분히 도와줄수록, 그러니까 공동 조절이라는 첫 단계를 잘 밟고 넘어갈수록 다음 단계인 자기조절이 더 튼튼하게 발달해요.

한 연구는 이렇게 설명해요. 양육이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과정은 행동과 감정의 외부적인 조절로 일어나고, 달래 주고 진정시켜 주고 아이의 행동을 지켜보며 바로잡아 주는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 내면의 자기조절 능력의 기반이 된다고요. 부모가 외적으로 조절을 제공하지 않으면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서 빠져나오려고 스스로 전략을 쓰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봤어요.

그래서 의도적 통제 항목에 잘 안기려 함이 있는 거예요. 잘 안기려 하고 친밀감을 추구하는 성향이 높다는 건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어려울 때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하고 또 받을 수 있는 아이는 그 어려움을 극복해 낸 경험이 쌓여요. 그 경험 안에는 도움받은 부분도 있지만 스스로 진정해 보려 하고 부모가 하는 말대로 한번 생각해 보려 한 부분도 조금씩 있고, 그러면서 '이 상황을 내가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자라요. 부모 눈에는 그냥 다 안아 주고 달래 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요. 부모가 모델링으로든 말로든 적절한 대처 방법을 알려 줬다면, 어느 시점부터 아이는 혼자 조절해 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해요. 그렇게 자기조절이 자라요.

외적인 도구가 내면의 도구가 되기까지

주의력 리서치를 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주의력을 잘 다루는 능력은 기본적으로 타고난 측면이 있고 그 이후에는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자란다는 것이었어요. 교육학자 레프 비고츠키는 이렇게 말했어요. 아기들은 어릴 때 '정신의 도구'를 갖고 있지 않으므로, 어른은 아이 내면에 정신의 도구가 생길 때까지 외적인 도구를 건네주어야 한다고요. 다르게 말하면 스캐폴딩이죠. 도움을 받아 상황을 해결해 갈 때 아이는 '누가 도와줬다'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이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걸 배워요. 도움을 받는다고 능력이 안 자라거나 의존성이 커지는 게 아니라 자신감이 쌓여요. 어른이 현명하게 도움을 조금씩 줄여 나가면 아이가 스스로 하는 부분이 커지고, 결국 어른에게 받았던 외적인 도구가 내면의 정신의 도구로 자리 잡아요. 애초에 어른이 도구를 건네주지 않았다면 아이는 정신의 도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을 거예요.

앞서 말한 억제, 주의 전환, 저강도 즐거움 추구도 다 마찬가지예요. 아이는 막 만지고 싶은 충동을 스스로 억제할 수 없죠. 부모가 계속 손을 잡아 멈춰 주고 "안 돼"라고 말해 주다 보면 그 도움이 점차 내면화되어 부모 얼굴만 봐도 자기 행동을 조절할 수 있게 돼요. 우는 아이 눈앞에서 딸랑이를 흔들어 주의를 돌리면 부정적인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부모는 자연스럽게 가르쳐 주고, 놀이터에서 나오기 싫어 우는 아이에게 집에 가면 어떤 즐거운 걸 할 수 있는지 일깨워 주면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주의를 다시 배정할 수 있다는 걸 알려 주죠. 심심한 놀이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보여 주고 도와줘요.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창밖을 보며 이야기하고 손놀이도 하고 인형으로 역할놀이도 하고 퀴즈도 내다 보면 아이는 '심심한 놀이도 괜찮네, 재밌네' 하고 깨닫고, 자극이 낮은 상황에서 혼자 놀아야 할 때 그걸 재활용하는 거예요.

일대일 상호작용 시간이 바닥에 있어야 해요

앞으로 의도적 통제를 키우는 여러 방법과 전략을 말씀드리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밑바닥에 어른과 아이 사이의 풍부한 상호작용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한 연구는 부모가 영아와 하루 중 상호작용하며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아이가 18개월일 때 의도적 통제 능력이 좋다고 보고했어요. 꼭 부모일 필요는 없지만, 어릴 때는 다른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주의력을 다루는 능력도 일대일 상호작용 맥락에서 가장 잘 자라요. 선택권이 있다면 어릴 때는 아이가 어른과 일대일로 가급적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세요. 아이의 주의력이 잘 자라는 좋은 기반이 될 거예요.

정리해 보면

  • 의도적 통제는 외향성과 부정적 정서성이라는 본능적 반응을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기질이자 능력이에요.
  • 돌 무렵 뿌리가 보이고 유치원생 시기에 가장 크게 자라며, 천천히 발달하는 만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 억제, 주의 전환, 저강도 즐거움 추구, 잘 달래짐, 잘 안기려 함 다섯 가지로 이루어져요.
  • 자기조절은 부모와 함께 조절하는 공동 조절을 충분히 거쳐야 튼튼해져요. 혼자 하라고 내버려 두지 마세요.
  • 어릴수록 어른과 일대일로 상호작용하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