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힘든데 남들은 다 수월하게 둘째, 셋째까지 키우는 것 같고, 심지어 우리 엄마도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이상한 건지 아이가 이상한 건지 고민하게 될 때가 있죠. 오늘은 육아가 유독 힘들게 느껴질 때 가장 먼저 의심해봐야 할 것을 두 가지 층위에서 짚어볼게요.

육아는 원래 힘든 일이에요

아이는 혼자 크는 게 아니라 부모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배우고 자라요. 하루 종일 TV만 틀어주며 키울 게 아니라면, 깨어 있는 시간 내내 부모가 섬세하게 반응해주고 말을 걸어줘야 하죠. 루마니아 고아원 사례처럼 홀로 방치된 아이의 뇌가 어떻게 되는지는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져 있어요.

그런데 인류 역사 대부분 동안 육아는 어른 한 명과 아이 한 명이 일대일로 하는 방식이 아니었어요. 대가족 시스템 안에서 여럿이 서로 도우며 아이를 돌봤고, 그 사이사이 자기만의 쉬는 시간도 확보할 수 있었어요. 핵가족화된 오늘날 부모는 갑자기 육아를 일대일로 떠맡게 됐는데, 이건 애초에 비정상적인 상황이라 힘든 게 당연해요.

난이도를 가르는 건 부모와 아이 성향의 궁합

같은 육아라도 사람마다 체감하는 난이도는 크게 달라요. 몸에 열이 많아 겨울에도 얇게 입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만 추워도 덜덜 떠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요.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 하는 질문은 사실 별 의미가 없어요. 나에게 육아가 힘들다는 건 이미 팩트니까요.

아이의 기질만큼 중요한 게 부모와 아이 성향의 궁합이에요. 부모와 아이가 둘 다 무던한 편이면 육아는 평화롭고 수월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고, 둘 중 한쪽만 예민해도 난이도는 올라가요. 가장 힘든 조합은 부모도 예민하고 아이도 예민한 경우예요.

내가 예민한 부모인지 체크해보세요

예민하다는 건 같은 환경에서도 더 많은 자극을 받아들이고, 그 정보를 더 깊이 처리한다는 뜻이에요. 여러 일이 한꺼번에 벌어지면 유난히 빨리 지치고, 집이 조금만 어질러져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고, 육아용품 하나 고르는 데도 밤낮으로 고민하는 성향이라면 예민한 기질일 가능성이 높아요. 이런 부모는 아이가 힘들어할 때 그 감정에 더 강하게 동조하기 때문에 둔감한 부모보다 두세 배는 쉽게 지쳐요.

내가 예민한 편인지 잘 모르겠다면,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이 쓴 책에 자가 체크리스트가 있어요. 동그라미가 14개 이상이면 예민한 성향의 부모일 수 있고, 남성은 그보다 적어도 예민한 쪽에 속할 수 있다고 해요.

예민한 부모는 극단으로 흐르기 쉬워요

예민한 부모는 아이의 작은 신호도 놓치지 않고 감정에 깊이 공감할 수 있어서, 사실 반응육아를 잘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어요. 그런데 실제 통계를 보면 예민한 부모가 지나치게 허용적이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엄격한, 극단적인 육아로 흐르는 경우가 둔감한 부모보다 많다고 해요. 예민한 부모는 적당히를 잘 못 하고 모든 걸 다 처리하고 다 신경 쓰려다 보니 금방 지쳐버리기 때문이에요. 방전된 상태로는 아무리 좋은 자질을 타고났어도 좋은 육아를 하기 어려워요.

예민한 부모라면 도움을 더 적극적으로 받으세요

그래서 예민한 부모일수록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해요. 남들 다 혼자 하는 육아인데 나만 돈까지 써가면서 도움을 받아도 되나 싶은 마음, 저도 이해해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이 시기야말로 나 자신을 잘 챙겨야 하는 시기고, 휴식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예요. 평생 살면서 내 휴식 두 시간을 돈으로 사야 한다면, 지금이 가장 값진 순간일 거예요.

내가 육아 중 쉽게 방전되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그만큼 휴식을 챙기면서 육아하면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여 보세요. 그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시길 바라요.

정리해 보면

  • 오늘날의 육아는 원래 일대일로 하는 게 아니라서 힘든 게 당연해요.
  • 육아 난이도는 부모와 아이의 예민함 궁합에 따라 크게 달라져요.
  • 자가 체크리스트로 내가 예민한 부모인지 한번 확인해보세요.
  • 예민한 부모는 반응육아에 강점이 있지만 쉽게 지쳐 극단적인 육아로 흐르기 쉬워요.
  • 예민한 편이라면 죄책감 갖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