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아기의 뇌에 과부하를 줄 수 있는 영상의 요소들을 설명드렸어요. 이어서 어떤 영상이 아기의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되는지 정리해 볼게요. 한 논문에 따르면 18개월 이상부터는 상징 개념을 포함해 영상을 이해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에, 영상 시청으로도 언어 발달이 촉진될 수 있다고 해요. 그러면 어떤 영상을 봐야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될까요? 네 가지 기준이 있어요.

사회적 신호가 풍부한 영상

방금 언급한 논문은 현실 세계와 달리 영상에서 언어를 습득하기 어려운 이유가 사회적 신호(social cue)의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아기는 현실에서 부모와 상호작용하면서 언어를 가장 잘 습득하는데, 부모가 말을 걸 때 여러 사회적 신호를 적절하게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밥 먹자"라고 말할 때 숟가락을 보여 주는 행동, "이리 와"라고 말할 때 두 팔을 벌리는 몸짓, "이거 사과야"라고 말할 때 사과를 가리키는 행동, 감정을 표현할 때 함께 나오는 표정이나 몸짓, 말하는 톤이나 강도, 스킨십 같은 것들이죠. 이런 사회적 신호가 아기의 주의를 끌고, 특정 상황이나 사물을 단어와 연결할 수 있게 도와줘요.

반면 영상은 사회적 신호가 현실보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부족해요. 아기는 스토리를 완전히 이해할 나이가 아니라서 언어가 나오는 맥락을 잘 알지 못하고,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현실에 비해 스토리도 낯설죠. 표정이나 몸짓도 현실보다 크게 부족하고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회적 신호를 줄 수 있도록 스토리가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몸짓이나 표정이 과장되게 표현되는 영유아용 영상을 고르는 게 좋아요.

배경과 캐릭터가 비슷하게 반복되는 영상

텔레토비 같은 영상을 생각하시면 돼요. 한 연구에 따르면 21개월 아기들에게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할 때, 모르는 캐릭터보다 아는 캐릭터가 설명할 때 더 잘 이해했다고 해요. 등장인물과 하루하루의 패턴에 이미 익숙해진 현실 세계와 달리 영상 속에는 낯선 요소가 너무 많아요. 낯선 배경과 캐릭터, 구조의 영상을 볼 때 아기들은 이 낯선 요소에 적응하는 데 인지 자원을 너무 많이 써 버려서, 실제로 학습해야 하는 개념이나 언어에는 자원을 충분히 쓰지 못해요. 반면 반복 노출로 배경과 캐릭터, 구조에 익숙해지고 나면 주의를 언어와 개념에 잘 돌릴 수 있게 되죠. 그래서 아는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더 잘 몰입하고 학습도 더 잘했다는 거예요.

따라서 아기가 영상으로 언어를 잘 배우려면 배경과 캐릭터, 구조가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해야 해요. 배경이나 캐릭터가 잘 바뀌지 않는 하나의 시리즈를 골라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보는 게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되겠죠.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영상

다양한 영유아용 프로그램이 언어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가 있어요. 그중 '도라 익스플로러'와 '블루스 클루스'가 언어 발달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두 영상의 공통점은 시청자가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거예요. 등장인물이 시청자에게 직접 눈을 맞추며 말을 걸고, 실제 현실에서 그러듯 잠깐 여유를 준 뒤 피드백을 주거나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촉진하죠. 이런 스타일의 영상을 6개월에서 30개월 사이에 꾸준히 본 아이들은 특히 표현 언어 발달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해요. 베싸도 다미가 영상의 스토리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다 싶으면 도라를 활용해서 영어를 조금씩 익혀 주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배경음악은 적고 노래는 잘 활용하는 영상

한 연구에서는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 아기들에게 현실의 상호작용 또는 영상으로 특정 행동을 가르쳤어요. 악기가 연주되는 배경음악이 있을 때와 없을 때로 나눠서요. 그 결과 현실에서는 배경음악의 유무가 학습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영상에서는 배경음악이 있을 때 학습이 더 잘 안 됐어요. 영상에서는 배경음악과 언어 자극을 분리하기가 더 어렵고, 영상에서 배운 내용을 현실에 적용하기도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에요.

반면 다른 논문에서는 학습해야 할 내용을 노래로 다시 한번 제시하는 전략이 언어 발달에 좋다고 해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몰입도와 참여 수준을 높일 수 있고 반복 학습도 가능하니까요. 이 밖에 단순한 말을 반복해서 들려주는 것, 익숙한 루틴으로 새로운 개념을 전달하는 것, 언어적으로 풍부한 구성 등도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되는 요소라고 해요.

엄마라면 이유식을 만들 때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아기가 잘 먹을 수 있게 노력하시죠. 영상을 보여 줄 때도 이런 노력이 필요해요. 너무 자극적이거나 인위적이지 않으면서 언어 발달에 도움 되는 요소를 충분히 갖춘 영상을 골라야 해요. 물론 자극적인 영상에 익숙해진 아기들은 이런 좋은 영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음식과 마찬가지로요. 그래서 더 어린 나이에는 자극적인 영상을 먼저 보여 주지 말고, 덜 자극적이고 교육적인 영상 위주로만 조금씩 보여 주시기를 권해요. 자극적인 영상 위주로 보여 주는 것에 비해 영상 시청 중독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될 거예요.

정리해 보면

  • 스토리가 단순하고 몸짓과 표정이 과장된, 사회적 신호가 풍부한 영유아용 영상을 고르세요.
  • 배경과 캐릭터가 잘 바뀌지 않는 하나의 시리즈를 반복해서 보여 주세요.
  • 등장인물이 시청자에게 말을 걸고 질문하는,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영상이 표현 언어에 도움이 돼요.
  • 배경음악은 적고 배울 내용을 노래로 다시 들려주는 영상이 좋아요.
  • 어릴 때는 자극적인 영상보다 덜 자극적이고 교육적인 영상부터 조금씩 보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