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둘이서 놀이동산에 갈 수 있나요? 아이 나이와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물론"이라는 분도, "미쳤냐"라는 분도 계실 거예요. 연인과 갈 때는 전혀 힘들지 않던 일이 아이와 간다고 하면 왜 이렇게 힘들어질까요. 줄을 선 채 얌전히 기다리는 능력,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 아직 없기 때문이고, 이 능력들은 모두 주의력과 관련이 있어요. 아이 인생의 코어 스킬인 주의력이 영유아기에 어떤 식으로 발달하는지부터 살펴볼게요.

다미도 산만한가 싶은 순간이 많았어요

저도 세 돌 무렵까지는 다미가 좀 산만한가 하는 의문이 드는 순간이 많았어요. 장난감 여러 개를 두면 하나를 조금 만지작대다가 바로 다른 장난감으로 넘어가곤 했거든요. 어릴 때는 원래 이런가 싶다가도 주의력이 부족한 건 아닌지, 내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주의력이 신생아 때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어떻게 발달하는지, 어린아이들 사이의 뚜렷한 개인차는 어디서 오는지, 부족한 아이는 높여 줄 수 있는지 차근차근 공부하기 시작했죠.

주의력은 놀이동산에 갈 수 있느냐, 수업 시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수 있느냐의 문제만이 아니에요. 부모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 지시를 끝까지 듣고 기억했다가 수행하는 것,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그 감정에서 주의를 거두는 것, 내 감정 대신 상대의 마음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이 모두가 주의력을 요구하고, 주의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다 잘해요. 특히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교우관계부터 학업, 일상까지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서, 초등학교 입학 후에 ADHD 진단을 받으러 가는 경우가 많죠.

좋은 소식은 주의력이 성인기까지 끊임없이 발달하는 능력이고, 부모의 의도적인 노력이 효과가 있다는 거예요. 경험은 뇌를 만들고 뇌는 계속 변할 수 있거든요. 조금 기운 빠지는 소식은 주의력에 타고난 개인차가 있어서, 어떤 아이들은 주의를 컨트롤하기 어려운 기질을 타고난다는 것. 그런데 이런 아이들이야말로 부모의 노력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아이들이고, 그 기질은 다른 차원에서 강점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꼭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에요. 저도 주의력을 공부하면서 그 어떤 주제보다 많은 논문을 읽었는데, 그 덕에 아이들을 산만하다 아니다로 판단하지 않고 더 정당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시끄러운 키즈카페에서 "엄마!" 소리만 들리는 이유

며칠 전 몇몇 엄마들과 키즈카페에 갔어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뒤쪽에서 어떤 아기가 "엄마!" 하고 부르자, 저를 포함해 그곳의 엄마 대부분이 하던 말을 멈추거나 휴대폰에서 고개를 들고 일제히 그 아기를 바라봤죠. 엄마가 되고 나니 "엄마"라는 소리에 뇌가 자동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며 다 같이 웃었어요. 옆 테이블 대화 소리, 아이들이 소리 지르는 소리, 커피 머신과 청소기 소리가 가득한 곳이었는데 그 소리들은 다 귀를 스쳐 지나가고, 가장 큰 소리도 아니었던 "엄마"만 귀에 와서 꽂힌 거예요.

이게 가능한 건 우리 뇌의 주의 시스템 덕분이에요. 특정 대상이나 자극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시스템이죠. 세상에 가득한 청각·시각 자극이 선택 없이 다 대뇌까지 들어온다면 우리는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지고, 정말 중요한 자극을 우선 처리하기도 어려워질 거예요. 생존과 학습에 꼭 필요한 시스템인데, 영유아기에는 아직 발달하는 중이라 어른의 주의력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요.

뇌에는 세 가지 주의 네트워크가 있어요

뇌과학자들은 사람의 뇌에서 주의와 관련해 서로 협력하는 세 가지 네트워크가 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냈어요. 첫 번째 각성 네트워크는 졸리거나 멍해지지 않고 초롱초롱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기본 바탕이에요. 두 번째 지향 네트워크는 감각 자극에 반응해 특정 대상에 주의를 자동으로 할당해요. 키즈카페에서 "엄마" 소리에 제 주의가 돌아간 게 이 네트워크가 한 일이죠. 세 번째 실행 주의 네트워크는 자동으로 나타나는 반응을 억제하고, 자발적인 의도를 가지고 내 힘으로 주의를 컨트롤할 때 쓰는 네트워크예요.

학교 쉬는 시간에 책을 읽고 싶은데 옆에서 친구들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고 해 볼게요. 큰 소리에 자동으로 주의가 가는 건 지향 네트워크의 일이에요. 큰 소리, 화려한 시각 자극, 새로움에 주의가 가도록 시스템화되어 있거든요. 그래도 원한다면 의지를 가지고 그쪽으로 가는 주의를 억제하면서 계속 책을 읽을 수 있죠. 이게 실행 주의 네트워크의 힘이에요.

돌 전 아기는 자극에 끌려다녀요

아기들이 어릴 때, 특히 돌 전에는 지향 네트워크가 우세해요. 첫 6개월 동안은 거의 전적으로 지향 네트워크의 지배 아래 있어서, 아기는 마치 자기 의지가 없는 것처럼 외부 자극에 좌지우지돼요. 눈앞에서 딸랑이를 쓱 움직이면 보고 싶든 아니든 볼 수밖에 없죠. 자극의 특성만이 중요해요. 선명한 색, 뚜렷한 대비, 적당한 복잡성, 새로움, 반짝이는 불빛, 움직임 같은 특성을 가진 자극을 '현저하다(salient)'고 표현하는데, 사람 얼굴에도 반응하는 특성이 있고요. 이렇게 자극의 형태를 따라가는 주의를 외인성 주의라고 해요. 외부 요인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주의라는 뜻이죠.

앞선 글에서 배터리가 들어가는 전자 장난감 이야기를 한 적이 있죠. 장난감 회사의 목적은 아이의 주의가 장난감에 끌리게 하는 거예요. 외인성 주의가 메인인 아이들은 자극이 화려하면 끌릴 수밖에 없으니, 소리가 나거나 번쩍이거나 움직이는 전자적인 요소를 넣어 자극을 현저하게 만들죠. 상업성이 강한 브랜드의 장난감이 일단 화려한 이유예요.

돌 무렵부터 내인성 주의가 싹터요

돌이 가까워지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해서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해요. 선택권이 진정으로 아이에게 넘어가기 시작하는 거죠. 이걸 내인성 주의가 발달한다고 하는데, 실행 주의 네트워크가 조금씩 발달하기 시작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싫거나 자기에게 과한 자극에서 의도적으로 눈을 돌리는 능력이 생겨요. 영아가 가장 먼저 보이는 자기조절 행동 중 하나예요. 6개월 이후 아기 중 부정적 정서성이 낮은 아이들은 이 초기 자기조절 능력만으로도 스스로 감정을 잘 다루고, 재워 주지 않아도 혼자 잠들기도 해요.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뭔가 나타날 것 같은 텅 빈 곳에 시선을 고정하는 능력도 생겨요. 영아기 주의력 연구의 선구자인 오리건대학교 마이클 포스너 교수 팀은 무언가 나타날 것을 예측해 미리 그곳에 시선을 보내는 능력이 빨리 나타나는 아기일수록 이후 더 뛰어난 주의력을 보인다는 것을 여러 연구로 입증했어요. 자극 없이 빈 공간에 의지를 가지고 예측하며 주의를 보내는 것 자체가 내인성 주의의 발달이거든요. 구멍에 공을 넣으면 안쪽 경사를 타고 굴러 나오는 몬테소리 교구가 있는데, 내인성 주의가 아직 발달하지 않은 아이는 공이 떨어진 자리만 보다가 공이 나오면 그제야 시선을 돌려요. 반면 내인성 주의가 발달한 아이는 공이 굴러 나올 지점을 예측해서 미리 그곳을 보고 있죠.

영유아 인지 발달 연구의 선구자인 아델 다이아몬드 교수의 실험도 재미있어요. 투명한 벽 너머로 물체가 보이는 상자인데, 보이는 대로 손을 직선으로 뻗으면 벽에 막히고, 위쪽으로 손을 넣은 다음 아래로 꺾어야 꺼낼 수 있어요. 시범을 보여 준 뒤 상자를 주자 9개월 아기들은 계속 일직선으로 손을 뻗어 투명한 벽을 뚫으려다 실패했고, 12개월 아기들은 위쪽으로 손을 넣어 성공했어요. 다이아몬드 교수는 9개월 아기는 눈앞의 자극에 반응해 바로 손을 뻗는 것이고, 12개월 아기는 꺼내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일직선으로 뻗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비슷한 이유로 12개월 무렵부터 아기들은 구멍에 뭔가를 넣는 식으로, 목적을 가지고 놀잇감의 기능대로 놀기 시작해요. 그전에는 자극에 이끌려 만져 보고 탐색하는 활동이 놀이의 대부분이죠.

돌에서 두 돌 사이가 가장 산만해 보여요

그래도 실행 주의 네트워크는 아직 초기 단계라서, 만 3~4세 미만 아이들은 여전히 지향 네트워크가 우세해요. 보이면 봐야 하고 만져야 하고, 주의가 자꾸 어딘가로 자동 전환되죠. 여기서 특히 새로움이라는 요소에 주목해 주세요. 아기는 새로운 것에 끌리는데, 보거나 만지며 상호작용을 하고 나면 새로움이 떨어지고 그 대상의 현저함도 낮아져요. 그러면 새로움이 더 높은 다른 대상으로 주의가 자동 전환되고요. 새로움 추구라는 기질 특성이 강한 아이들은 이런 모습을 더 많이 보여요. 그래서 부모는 아이가 산만하다고 느끼기 쉽죠.

베싸 커뮤니티에서 설문을 해 보니 특히 아기가 잘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돌에서 두 돌 사이에 산만하다는 응답이 많았어요. 정말 우리나라 아기들이 산만하다기보다 시기적으로 그렇게 느끼기 쉬운 때라는 뜻이죠. 실행 주의 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는 두 돌 이후에는 산만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조금 줄었다가, 세 돌 이후에는 아이에게 거는 기대가 높아져서인지 기관에 다니는 아이가 많아져서인지 다시 비슷해졌어요. 이제 아이를 '산만하다' 대신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 줄 수 있겠죠. 발달 단계상 주의를 잘 컨트롤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시기, 외부 자극에 더 이끌리는 시기, 새롭고 흥미로운 대상에 주의를 계속 재할당하며 탐색하는 시기라고요.

주의를 빨리 옮기는 건 오히려 발달의 신호예요

학교에서의 산만함이나 오래 앉아 있는 엉덩이 힘을 결정하는 건 지향 네트워크보다 실행 주의 네트워크이고, 이건 발달과 성숙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려요. 흥미로운 건 지향 네트워크 측면에서만 보면 주의 전환을 잘한다는 게 이 네트워크의 효율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거예요. 지향 네트워크가 메인인 시기에 주의를 빠르게 잘 옮기는 건 오히려 주의력 발달이 잘 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죠.

3~4개월 아기가 어딘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응시하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벌써부터 집중력이 좋은가 싶다가, 아이가 크면서 주의를 확확 옮기니 집중력이 왜 이렇게 없나 싶어지죠. 실제로는 3~4개월 때 주의를 전환하는 능력이 부족했다가 갈수록 유연하게 전환하는 능력이 발달한 거예요. 몇 년 뒤에는 의도와 목표를 가지고 하나에 집중하는 실행 주의 네트워크가 개입해서 산만하다고 느끼지 않게 될 텐데, 아직 거기까지 못 간 단계인 거죠.

한 연구에서는 7.5개월보다 10개월 아기들이 기존 자극에서 눈을 돌려 새 자극으로 더 빠르고 유연하게 주의를 옮겼다고 보고했어요. 또 다른 연구에서 영아들에게 주의력 훈련을 했더니, 훈련받은 아기들은 흥미로운 대상이 여러 개 있는 방에서는 하나하나를 더 짧게 살펴보며 주의를 자주 전환한 반면 대상이 하나뿐인 방에서는 그 대상에 더 길게 집중했어요. 주의력이 좋은 아이들은 맥락에 따라 주의를 자유롭게 조절하고, 부모가 이 대상에 흥미를 보이는지 확인하려고 부모 얼굴도 봤다가 하는 식으로 전환이 더 잘 일어난다는 거예요. 이 연구는 주의를 자주 전환할 수 있는 9개월 아기가 이후 언어 발달에서 더 유리했다는 결과를 인용하기도 했어요. 그러니 어린 아기가 키즈카페처럼 흥미로운 게 많은 곳에서 금방금방 주의를 옮긴다고 산만하다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유연하게 주의를 전환하는 능력이 좋아졌다고 더 정당하게 대우해 주시면 어떨까요.

집중력은 실행 주의 네트워크가 자라야 생겨요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주의 유지 능력, 즉 집중력, 그중에서도 공부처럼 재미없는 활동에 주의를 길게 유지하는 능력과 꼭 필요한 데로만 주의를 옮기는 능력은 실행 주의 네트워크의 발달에 따라 자라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의를 컨트롤하는 능력이죠. 실행 주의 네트워크는 돌 무렵부터 서서히 발달해 성인기까지 이어지는데, 만 3.5~4세는 되어야 비로소 지향 네트워크보다 우세해져요. 이 시기는 의도적으로 주의를 조절하는 능력이 훌쩍 좋아져서 말도 잘 듣고 자기조절도 잘하게 되고, 많은 부모가 "육아가 좀 편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때예요. 만 2세에서 7세 사이는 실행 주의 네트워크가 아주 급속히 발달하는 시기라, 이때 부모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알아 두면 좋겠죠.

정리해 보면

  • 주의력은 자기조절, 감정조절, 지시 따르기까지 아우르는 발달의 코어 스킬이고, 성인기까지 계속 발달해요.
  • 돌 전 아기는 지향 네트워크가 우세해서 화려하고 새로운 자극에 자동으로 끌려요.
  • 돌 무렵부터 실행 주의 네트워크가 싹트며 스스로 선택해 주의를 기울이는 내인성 주의가 발달해요.
  • 만 3~4세 전에는 주의가 자주 옮겨 가는 게 정상이고, 빠른 주의 전환은 오히려 발달이 잘 되고 있다는 신호예요.
  • 아이를 산만하다고 부르기 전에, 외부 자극에 이끌려 탐색하는 시기라고 이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