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육아를 한다고 무턱대고 전집만 사 모으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어떤 책이 왜 좋은지, 어떻게 읽어 주는 게 진짜 책육아인지 모르고 있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거예요. 돌에서 세 돌 사이 아이의 그림책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돌이 지나면 책을 고르는 기준이 필요해요

앞선 글에서 돌 이전 아기에게 책을 읽어 주면 평소에 쓰지 않는 다양한 단어를 들려줄 수 있어 언어 환경이 풍부해지고, 아직 인지 능력이 부족한 아기에게는 물체나 캐릭터를 또렷하게 알아보고 이름과 연결 짓기 쉬운 단순한 책이 좋다고 말씀드렸어요. 실제로 다미도 돌 전부터 돌이 조금 지나서까지, 어른이 보기에는 너무 단순해서 이게 정말 재미있을까 싶은 책을 가장 좋아했거든요.

돌이 지나 아이가 언어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면 어떤 책을 어떻게 보여줄지 부모가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는 책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지 않고 브랜드나 입소문을 보고 한꺼번에 사들이는 전집 문화가 있죠. 그러다 보니 어떤 책이 아기에게 좋은지,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기준을 세우고 안목을 기르기가 쉽지 않아요. 베싸도 바쁘고 시국이 시국이라 다미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기 어려워서, 소개 글과 리뷰만 읽고 중고 전집을 몇 개 들여 그중에서 골라 읽어 주고 있었어요.

그러다 이번에 리서치를 하면서 어린 아기의 그림책을 고를 때 생각보다 고려할 게 많다는 것, 그리고 단순히 읽어 준다고 책육아의 이점을 다 누리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읽어 줘야 효과가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그림책 읽어 주기가 구체적으로 아이의 어떤 발달에 도움이 되는지부터 짚어 볼게요. 이 부분을 이해해야 책 고르는 법과 읽어 주는 법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거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이에게 책 읽어 주기는 언어 발달에 생각보다 더 중요하고 인지 발달과 사회성 발달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학계에서나 대중적으로나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죠. 왜 그런지 여섯 가지로 나눠 볼게요.

언어 활동의 양과 질이 모두 높아져요

첫째, 아이와 책을 읽을 때와 그냥 놀아 줄 때 부모와 아이의 대화를 녹음해 비교해 보면, 책을 읽을 때 부모와 아이 모두 언어 활동의 양이 더 많아진다고 해요. 아이가 받는 언어 인풋의 양도, 아이가 뭔가 말해 보려고 시도하는 횟수도 모두 언어 발달에 중요한 요소죠.

둘째, 양뿐 아니라 부모가 주는 언어 자극의 질도 높아지고 풍부해져요. 한 연구에 따르면 책을 읽어 줄 때 부모는 라벨링을 훨씬 자주 해요. 라벨링은 그림이나 물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름을 말해 주는 것인데,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하는 시기에 어휘 습득에 큰 도움이 되는 상호작용이에요. 이 연구에서 부모와 아이가 그냥 놀이할 때는 전체 발화의 7%만이 라벨링이었는데, 그림책을 읽을 때는 75.6%가 라벨링이었다고 해요.

어휘 수준이 높아지면 아이는 평소 들려오는 언어 자극을 더 잘 이해하게 돼요. 아이에게 사과와 처음 보는 과일을 동시에 내밀면서 "사과 먹고 싶어? 뭐가 먹고 싶어?" 하고 물어본다고 해 볼게요. 아이가 '사과', '먹다', '싶다'를 모두 모른다면 이 문장과 상황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어요. 아이에게는 의미 없는 자극인 거죠. 그렇지만 '사과'와 '먹다'를 알고 있다면 '왼손에 있는 사과 말고 다른 쪽 손에 있는 게 무화과인가 보다', '이걸 내밀면서 내 반응을 살피는 걸 보니 싶다는 내가 원하는 걸 물어보는 말인가 보다' 하고 유추할 수 있어요. 이제 이 문장은 아이에게 어느 정도 의미 있는, 배움을 일으키는 자극이 됩니다.

즉 어휘 수준이 높아질수록 언어를 더 많이 배우고, 그러면 예전에는 의미 없던 책 속 문장이나 일상의 문장에서도 새로운 배움이 일어나는 선순환이 생겨요. 이렇게 언어 발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거예요. 어른이 영어를 공부할 때도 모르는 단어가 90%인 문장보다 50%인 문장이 훨씬 학습 효율이 좋은 것과 같아요.

부모가 책을 읽어 줄 때 더 다양하고 복잡한 문장을 쓰는 경향도 있어요. 특히 이야기책을 읽을 때는 현실에서와 달리 다양한 시제를 쓰게 되거든요. 18~25개월 아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그냥 놀 때 부모는 "그네 밀어 줄게", "이리 와"처럼 시제가 없는 문장을 주로 써요. 반면 이야기책에서는 "다미가 그네를 타고 있어요" 같은 현재 시제, "다미는 행복해서 크게 웃었어요" 같은 과거 시제가 텍스트에 자주 등장하고, "이 다음에는 다미가 어떻게 할까?" 같은 미래 시제 표현도 부모가 자주 하게 돼요. 과거의 사건을 되돌아보거나 미래를 예측해 보는 등 좀 더 다양한 사고가 따라오는 언어 활동이 가능해지는 거죠. 이는 아이가 다양한 언어 구조를 배우고 여러 시점을 이해하도록 도와서 인지 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해요.

집중할 대상이 분명해서 배움의 효율이 높아요

셋째, 그냥 놀이를 하거나 일상에서 말을 들려줄 때, 아이는 그 문장이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수많은 자극 중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동작 없이 "다미야, 우리 이제 공을 가지고 놀자" 하고 말했다고 해 볼게요. 다미는 제가 방금 자기가 가지고 놀던 블록 이야기를 하는 건지, 자기 자신 이야기인지, 방금 옆을 지나간 고양이 이야기인지, 바깥에서 나는 소리 이야기인지 분명히 알기 어려워요.

반면 책에서 "다미야, 우리 이제 공을 가지고 놀자"라는 문장은 보통 누군가 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그림과 함께 나오죠. 아이들은 돌 정도가 되면 책이란 책 속 그림을 두고 이야기하는 활동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게 돼요. 그래서 엄마가 말한 문장을 그림을 보면서 이해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자연스럽게 그림에 집중해요. 귀에 들리는 언어 자극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분명한 단서를 갖게 되는 거예요.

집중해야 할 대상이 분명하지 않고 후보가 너무 많으면, 아직 인지 능력이 부족한 아이에게는 일종의 인지적 부담이 되고 언어 자극과 대상을 연결하는 집중력도 떨어질 수 있어요. 책을 읽을 때는 이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되어서 같은 언어 자극을 받아도 배움의 효율이 훨씬 높아져요.

반복할 수 있어요

넷째, 아이들은 읽었던 책을 읽고 또 읽으려고 하죠. 부모에게는 매번 같은 에피소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책 읽는 모습을 녹화해서 분석해 보면 읽는 횟수에 따라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 형태가 조금씩 바뀐다고 해요. 반복해서 읽은 책은 아이가 그림과 스토리에 익숙해져서 스스로 라벨링을 하거나, 관련된 무언가를 표현하거나, 예전에 들었던 문장을 떠올려 말하기도 해요. 그러면 부모는 처음처럼 텍스트를 그대로 읽기보다 아이가 표현한 것을 바탕으로 문장을 조금 다르게 말하거나 단어를 덧붙이고, 현실에 적용해 보고,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매번 조금씩 다른 풍부한 상호작용을 하게 돼요.

현실에서도 매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느냐고 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에게는 경험이 쌓이면서 책이란 '그림을 보면서 뭔가 말을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때문인지, 일상의 일보다 책을 읽을 때 훨씬 더 많은 말이 오가요. 그래서 책 읽기를 하며 상호작용을 많이 하면 특히 표현 언어, 그러니까 아이가 말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가장 크게 발달할 수 있다고 해요.

사회성과 수학 실력에도 영향을 줘요

다섯째, 책 읽기는 언어뿐 아니라 사회성에도 영향을 줘요. 한 논문에 따르면 아기와 책을 읽을 때 부모는 마음의 상태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진다고 해요. '생각하다'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나타내는 문장들이죠. 아이에게 이런 말을 평소에 얼마나 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현실에서, 특히 어린 아기에게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를 표현하기는 쉽지 않아요. 책을 읽을 때는 스토리 전개상, 혹은 책 내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부분이 좋은지 묻기 쉬워서 이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더 많이 오가게 돼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생각해 보는 것, 즉 누가 뭘 알고 모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같은 개념을 접하는 것은 이후 사회성과 공감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해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아이는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이것이 사회성 발달의 토대가 되는 거죠.

마지막으로 여섯째, 부모와 책 읽기를 많이 한 아이들은 이후 수학을 잘한다고 해요. 언어 능력이 뛰어난 아이가 수학도 잘하기도 하고요. 수학을 잘하려면 개념 이해가 중요한데, 책을 읽으며 아이는 일찍부터 다양한 개념을 배우는 연습을 할 수 있어요. 또 순서, 상징, 인과관계, 논리적 사고 같은 전반적인 인지 능력이 모두 책 읽기로 발달할 수 있고, 이것이 수학 실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요.

정리해 보면

  • 책을 읽을 때 부모와 아이 모두 언어 활동의 양이 늘어요.
  • 책을 읽을 때 라벨링이 훨씬 잦아져 어휘가 늘고, 어휘가 늘면 일상의 말에서도 더 많이 배우는 선순환이 생겨요.
  • 책은 집중할 대상이 분명해서 같은 언어 자극도 더 효율적으로 배워요.
  • 반복해 읽을수록 상호작용이 달라지고 풍부해져서 표현 언어가 자라요.
  • 마음 상태를 이야기할 기회가 늘어 사회성과 공감 능력의 토대가 되고, 개념 학습과 논리적 사고는 수학 실력으로 이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