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19.09 · 8:13
전유와 후유, 물젖과 참젖은 구분할 필요 없어요
모유량이 아주 많은 경우만 빼면 아기는 하루 동안 전유와 후유를 골고루 먹게 되어 있어요.
모유수유는 직접 해 본 사람이 아니면 이렇게 힘든지 몰라요. 저도 해 보기 전에는 젖 먹이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모유수유 클리닉이니 컨설팅이니 하나 싶었거든요. 막상 해 보니 양이 너무 부족할 때도, 너무 많을 때도 있고, 아기가 사출 때문에 잘 못 먹고 울기도 하고, 젖몸살로 고생하기도 하죠. 무엇보다 아기가 먹는 유일한 영양분일 수 있다 보니 잘 먹이고 있는 건지 늘 불안해요.
이런 불안 중 하나가 전유·후유 불균형이에요. 아기가 젖을 짧게 먹으면 전유만 먹게 되어 영양분이 많은 후유를 놓친다는 이야기죠. 몰랐으면 차라리 마음이 편했을 텐데 어디서 듣고 나니 괜히 걱정되기 시작하는 거예요. 때로는 너무 많은 정보가 독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똑같이 걱정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조리원에서 나와 수유를 하는데 아기가 5분씩만 먹고 잠들더라고요. 검색해 보니 5분 미만으로 먹으면 뒤에 나오는 후유를 못 먹어서 영양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기가 아주 배고플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이거나, 전유를 유축해서 좀 빼고 수유하라는 조언들이 있었어요. 전유·후유 때문에 일부러 수유텀을 조절하기 시작했다는 글도 있었고요.
그런데 저는 좀 의아했어요. 그럼 아기가 못 먹고 남은 후유는 어떻게 되는 거지? 다음 수유 때는 다 리셋되고 다시 전유부터 시작하는 건가? 다음 수유가 10분 뒤에 시작되면 어떻게 되지? 공부해 본 결론은, 전유·후유 불균형은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예요. 모유량이 아주 과다한 경우를 빼면 아기는 하루 동안 전유와 후유를 다 먹게 되어 있거든요. 호주와 미국의 모유수유 센터 홈페이지, 그리고 켈리맘이라는 육아 정보 사이트를 참고했어요. 켈리맘은 과학 전문가가 운영하는 곳은 아니지만 제가 본 포스팅은 탄탄한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고 있어서 신뢰할 만한 출처라고 판단했어요.
전유와 후유는 따로 만들어지지 않아요
모유는 가슴의 유선 끝쪽에 있는 주머니 같은 포상 조직에서 만들어져요. 이때 전유와 후유가 따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한 종류의 모유가 만들어져요. 모유가 가슴에 차오르면서 지방은 그 특성상 액체에서 분리되어 자기들끼리 뭉쳐 이 주머니의 벽에 많이 붙어 있어요. 수유가 시작되면 아기가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사출 반사가 두 번에서 다섯 번 정도 일어나요. 물총처럼 세차게 나오는 그 사출 말고, 원래 뜻은 아기가 빨기 시작하고 몇 분 뒤에 모유가 스스로 뿜어져 나오는 현상이에요. 이 사출 반사로 유관이 열리면서 지방 덩어리들이 유관을 따라 유두 쪽으로 흘러가요. 지방이 유두에 도착하면 나오는 모유의 지방 함량이 높아지겠죠. 이렇게 지방이 상대적으로 많은 모유를 후유, 그 이전의 지방이 적은 모유를 전유라고 해요.
연구에 따르면 모유에 든 지방의 양은 수유를 시작하고 몇 분이 지났는지가 아니라 가슴이 얼마나 비어 있는지, 즉 얼마나 말랑말랑한지에 따라 높아져요. 모유가 만들어져 유관에 저장되어 있고, 지방의 상당량은 주머니 벽에 붙어 있죠. 가슴이 빵빵한 상태에서 수유하면 저장돼 있던 전유가 먼저 나가요. 수유가 끝나고 남은 모유는 이미 주머니에서 흘러나온 지방과 섞여 있는 상태고요. 모유가 금방 다시 빵빵하게 차오르면 지방이 다시 희석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말랑말랑한 가슴에서 나오는 모유는 지방 함량이 높아요. 그러니 아기는 가슴이 빵빵한 아침에는 전유를 많이 먹지만, 매번 조금씩만 먹더라도 가슴이 보통 말랑해지는 저녁에는 후유를 많이 먹게 돼요. 하루 동안 보면 어쨌든 전유와 후유를 골고루 먹게 된다는 뜻이에요.
전유·후유 불균형이 생기는 경우
그럼 전유·후유 불균형이라는 건 아예 없는 걸까요. 그건 아니에요. 모유가 금방 다시 차오르는, 즉 모유량이 아주 많은 엄마의 경우에는 아기가 전유만 계속 먹게 될 수 있어요. 지방이 유두에 도달하지도 않았는데 모유가 세차게 나오니 아기가 배불러서 그만 먹고, 모유가 많다는 건 가슴이 금방 다시 차오른다는 뜻이라 지방이 또 희석되어 다음 수유 때도 전유를 먹게 되죠. 하루 종일 가슴이 빵빵할 만큼 모유가 아주 많은 엄마들 이야기예요.
이런 경우 모유가 저지방이기 때문에 아기는 필요한 칼로리만큼 섭취하려는 특성에 따라 모유를 아주 많이, 자주 먹게 돼요. 그러면 모유에 든 유당도 과다 섭취하게 되고, 유당이 과하면 가스가 생겨 배앓이를 하고 거품 섞인 녹색 변을 본다고 해요. 다만 녹색 변이라고 무조건 유당 과다는 아니니 녹색이라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이렇게 일시적으로 불균형이 생길 수는 있지만, 모유량이 아기가 먹는 양보다 많아서 가슴이 계속 빵빵하면 뇌에서 생산량을 줄이라고 명령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어 있어요. 아기가 먹는 양에 맞게 조절되니 모유가 너무 많은 것도 크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어요.
앞부분을 짜내 버리거나 수유텀을 늘리지 마세요
모유량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를 빼면 모든 아기는 전유와 후유를 골고루 먹을 수 있고, 모유량이 많은 경우에도 아주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조절돼요. 그러니 아기가 전유만 먹는 것 같다고 일부러 앞부분을 짜내 버리지 마세요. 그러면 가슴이 자꾸 비워지니 모유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생산량이 늘고, 그 때문에 오히려 불균형이 더 생길 수 있어요. 또 아기가 한 번에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임의로 수유텀을 늘리지도 마세요. 앞선 글에서 설명했듯 인위적인 수유텀은 아기의 식욕 조절 능력을 떨어뜨리고 향후 지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다미는 최근에 갑자기 많이씩 먹기 시작하긴 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유가 5분을 넘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특히 졸릴 때는 금방 잠들어 버리곤 했죠. 전유·후유를 제대로 알게 된 뒤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수유하고 있어요.
정리해 보면
- 전유와 후유는 따로 만들어지지 않고, 가슴이 비어 갈수록 지방 함량이 높아져요.
- 모유량이 아주 많은 경우만 빼면 아기는 하루 동안 전유와 후유를 골고루 먹어요.
- 모유가 너무 많아도 아기가 먹는 양에 맞게 자연스럽게 조절돼요.
- 전유를 일부러 짜내 버리거나 임의로 수유텀을 늘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