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육아에서 큰 주제인데 베싸TV에서는 그동안 많이 다루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미는 원래 잘 자는 아이인가 보다 하실 수도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한 시간 넘게 걸리던 다미 재우기가 15분으로 줄어든 경험부터 풀어 볼게요.

다미도 잘 자는 아이는 아니었어요

다미는 기질적으로 순하다기보다 까다로운 편이고, 어릴 때는 등센서도 잠투정도 심해서 고생을 좀 했어요. 그러다 9개월이 다 된 어느 날, 너무 졸렸는지 안아 달라고 울 힘도 없이 누운 채로 스르르 잠들어 버리더라고요. 그 뒤로는 눕혀 놓고 옆에서 토닥이면 조금 울다 잤어요. 한 달 전까지는 늘 제가 옆에 누워 재웠고, 보통 한 시간쯤 걸렸어요.

그런데 최근 다미의 수면 패턴이 두 가지 바뀌었어요. 불을 끄면 15분 안에 잠들게 된 것, 그리고 자기 침대에서 혼자 잠들게 된 것. 여기서는 첫 번째 이야기를 할게요.

낮잠을 건너뛴 사흘

15분 안에 잠들게 된 건 수면 거부가 사라진 것과 관련이 있어요. 다미는 이사 후 새 어린이집에 적응하느라 한 달 정도 오전만 다녔는데, 스트레스 때문인지 집에 와서 낮잠 드는 데 한참 걸렸고 일어나면 5시가 넘는 날이 많았죠. 당연히 밤잠도 10시를 넘기게 됐어요. 그전까지는 9시쯤 재웠거든요.

이어 어린이집 낮잠 적응기가 시작됐는데 다미는 낮잠을 거부했고, 하원 후에 재우기도 애매했어요. 남편이 "이왕 이렇게 된 거, 저녁에 바로 잘 수 있게 낮잠을 아예 재우지 말자"고 해서 사흘 정도 낮잠 없이 밤까지 버텨 봤어요. 5~6시쯤 다미가 졸려서 비몽사몽해지면, 그때 자 버리면 밤잠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바다에도 가고 공원에도 가면서 계속 깨어 있게 도와줬어요.

졸린데 못 자면 오히려 텐션이 올라가요

어린아이들은 졸릴 때 자지 못하면 오히려 더 활발해지죠. 쉬어야 할 시간에 못 자면 몸이 '지금 비상 상황이구나' 하고 판단해서 코르티솔이나 아드레날린처럼 몸을 깨우는 호르몬을 마구 분비하기 때문이에요. 투쟁-도피 모드라고 하죠. 아이가 졸려하기 시작하는 지점을 놓치지 말고 재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그 지점을 지나면 진정시켜 재우기가 훨씬 어려워지거든요. 평소 아이가 밤마다 이런 하이퍼 모드에 들어간다면, 늘 자야 할 시간을 넘겨서 깨어 있는 거라고 보시면 돼요.

다미도 7시쯤 이 모드에 들어가 두 시간 정도 업된 상태로 있다가, 9시에 방으로 데려가면 베개에 머리를 대기가 무섭게 잠들었어요. 이런 날이 사흘쯤 반복된 뒤로는 9시 조금 전에 잠자리로 가서 책을 두세 권 읽고 불을 끄면 20분 안에 잠들기 시작했고, 이 패턴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어요. 원래 한 시간 넘게, 이사로 환경이 바뀔 때는 두 시간까지도 걸리던 게 보통 15분으로 줄어든 거예요.

사실 20분 안에 잠드는 게 정상이라고 해요. 재우는 데 20분 넘게 걸린다는 건 아이가 자기를 거부하고 있고, 좋은 수면 습관이 자리 잡지 못했다는 뜻이거든요. 얼마 전 베싸 커뮤니티에서 돌 이후 아기를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데도 20분 안에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잠에 얽힌 감정을 바꿔 주는 베드타임 페이딩

우연히 쓰게 된 이 방법은 알아보니 베드타임 페이딩이라는 수면교육 기법과 원리가 같았어요. 퍼버법보다 덜 알려졌지만 더 부드러운 방식이에요. 핵심은 아이가 너무 졸려서 자연스럽게 잠들 때까지 깨워 두는 것. 머리를 대면 바로 잠드는 경험을 여러 번 하게 해서, 잠자리에 이미 붙어 버린 부정적인 감정을 '자고 싶은데 잘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감정으로 바꿔 주는 거예요.

어른도 내일 출근인데 잠이 안 와서 괴로웠던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자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 잠이 더 안 오고, 이게 반복되면 잠자리에 드는 것 자체가 싫어지죠. 아이도 마찬가지예요. 분명 졸린데 한두 시간씩 버티는 아이, 화장실 가자, 물 먹자, 책 읽어 달라, 거실로 나가자며 부모 팔을 잡아끄는 아이는 잠과 부정적인 감정이 단단히 얽혀 있는 거예요. 정해 둔 시간 안에 재우려다 실패하는 일이 거듭되면, 아이는 "자러 가자"는 말에 침대에서 벌어졌던 갈등과 강요, 마지막의 한숨과 굳은 얼굴까지 함께 떠올리게 돼요. 그래서 졸린 기분 자체를 더 거부하게 되는 거죠.

왜 이렇게 됐는지 먼저 점검해 보세요

아이가 잠을 거부하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어요.

  • 너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생체리듬이 어긋난 경우. 우리 몸은 빛에 따라 낮과 밤을 구분하고 코르티솔, 멜라토닌 같은 호르몬으로 잠을 깨우고 재우거든요.
  • 낮잠이 너무 늦거나, 낮잠 횟수를 줄일 때가 됐는데 계속 같은 시간에 재우는 경우. 안 졸린데 자야 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굳어졌을 수 있어요.
  • 어둠이나 밤을 두려워하는 경우.
  • 자기 전에 늘 켜져 있는 TV나 자극적인 영상 때문에 잠이 방해받는데 정해진 시간에 자라고 강요받는 경우.
  • 철분 부족 같은 영양 문제,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

낮잠을 건너뛰면서 든 생각인데, 엄마들은 낮잠 시간과 잠자리 시간에 좀 집착하는 면이 있지 않나요. 두 시간이 걸려도 낮잠을 포기하지 않다가 어느새 4시가 되고, 아이가 전혀 졸린 기색이 없는데도 정해진 시간이라며 불을 끄고 울어도 눈 질끈 감고 버티기도 하죠.

물론 베싸도 일관된 잠자리 시간과 수면 의식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아이에게 잠이 이미 싫고 무서운 것이 되어 버렸는데 그걸 풀어 주지는 않고 정해진 시간만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 때문에 부모의 스트레스도 커지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필요는 있어요. 낮잠 건너뛰기는 개인 경험담일 뿐이라 권하기는 어렵고, 같은 원리를 검증된 절차로 정리한 것이 베드타임 페이딩이에요.

정리해 보면

  • 재우는 데 20분 넘게 걸린다면 아이가 잠을 거부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 잠자리 실랑이가 반복되면 잠과 부정적인 감정이 얽혀 수면 거부가 굳어져요.
  • 너무 졸려서 스르르 잠드는 경험을 여러 번 하면 잠자리에 얽힌 감정이 바뀌어요.
  • 아이가 졸려하기 시작하는 지점을 놓치지 말고 재우세요.
  • 정해진 시간을 강요하기 전에 생체리듬, 낮잠, 스크린, 두려움을 점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