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19.10 · 10:02
잘 자는 아기가 커서 똑똑하고 예뻐지는 이유
깊이 잘 때만 나오는 호르몬이 성장, 비만, 집중력, 발달에 관여해요. 아기의 잠은 엄마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아기를 키우는 엄마 아빠에게 가장 큰 고민은 잠이죠. 정말 잘 자는 아기가 아니라면 잠을 최대 고민거리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으실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다미가 정말 잘 자는 편은 아니거든요. 등센서도 심하고, 팔이 빠져라 열심히 흔들어 줘야 잠들고, 4개월인 지금도 밤에 두세 번은 깨요.
영어에 '아기처럼 푹 잔다(sleeping like a baby)'는 표현이 있잖아요. 다미를 재우다가 문득 어이가 없더라고요. 이렇게 잠 못 자는 생명체를 살면서 본 적이 없는데 누가 그런 말을 만들었나 싶어서요. 아기가 정말 잘 잔다면 육아는 훨씬 편해지겠죠. 그런데 아기가 잠을 잘 못 자면 엄마가 힘든 게 가장 큰 문제일까요? 아기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잘 자는 아기는 성장, 비만, 발달, 집중력 등 모든 측면에서 더 잘 자라요. 아기가 깊이 잘 때만 나오는 호르몬들이 성장, 비만, 발달, 문제 행동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육아 전문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인 글과 학술지에 실린 논문 세 편을 바탕으로 정리했어요.
성장호르몬은 10시에 나오는 게 아니에요
아기가 늦게 자면 성장호르몬이 나오는 시간대에 잠을 안 자게 되어 잘 안 큰다는 말, 많이 들어 보셨을 거예요. 저도 어릴 때 엄마가 "10시부터 2시 사이에 성장호르몬이 나오니까 10시 전에 자라"고 하셔서 "그러면 시간대가 다른 미국 사람들은 몇 시에 자야 해?" 하고 물었다가 혼났던 기억이 나요. 정말 궁금했거든요. 나라마다 시차가 있는데 10시부터 2시라는 건 어디 기준인지.
사실 성장호르몬은 특별히 나오는 시각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에요. 잠의 여러 단계 중 비교적 깊은 수면 단계, 구체적으로는 잠들고 나서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쯤 뒤부터 나오는 호르몬이에요. 10시부터 2시라는 건 아마 아이들을 일찍 재우려고 만들어진 이야기인가 봐요.
아기도 마찬가지예요. 깊이 잠들어야만 성장호르몬이 나오기 시작해서 키도 크고 몸무게도 늘 텐데, 밤중에 자주 깨는 아기는 깊은 잠에 들어 있는 시간 자체가 줄어드니 성장호르몬의 혜택을 덜 받고, 남들보다 더 천천히 자라겠죠.
자다 깨는 아기는 불안한 상태로 자고 있어요
그런데 아기가 도대체 자다가 왜 깨는지 알고 계신가요? 앞선 등센서 글에서도 한번 말씀드렸는데, 아기들은 불안함과 공포심을 느껴서 깨는 거예요. 진화적으로 보면 아기는 연약한 존재라 늘 생존의 위협을 안고 있었고, 엄마 품에 안겨 있지 않으면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야 했거든요. 물론 현대 사회는 그렇지 않지만요.
잘 못 자고 자꾸 깬다는 건 이 불안함과 공포심을 늘 안은 상태로 잔다는 거예요. 당연히 밤새 스트레스 수치가 높고,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반응인 혈당 수치도 올라가 있겠죠. 이런 경우 향후 당뇨나 심장 질환을 갖게 될 확률이 더 높다고 해요.
잠이 부족하면 식욕 조절이 어려워져요
어른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아기가 잠을 잘 못 자면 배부를 때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가 줄어요. 그러면 식욕을 절제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비만 확률도 높아진다고 해요. 장기적으로 진행한 한 연구에서는 이 비만 경향이 생후 3년까지 유지됐다고 합니다.
참고로 영아기 때의 비만 경향이 어른이 될 때까지 유지되는지는 딱 잘라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비만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유지되기도 하고 극복되기도 하거든요. 그렇지만 호르몬 조절의 문제나 짧은 수유 텀으로 인한 과식 같은 경우, 과식은 일종의 습관이 되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이건 제 생각이고요. 서너 살 이후 어른이 될 때까지 추적한 연구는 없어서 확실한 근거를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집중력과 발달에도 영향을 줘요
잠은 신체 능력, 인지 능력, 그리고 ADHD와 연관된 집중력과도 관계가 있어요. 한 연구에서는 12개월 아기가 잠을 잘 못 잘수록 서너 살 때 다시 확인했을 때 집중을 조절하는 능력이 낮고 문제 행동을 더 보였다고 해요. 주의가 산만하고 하나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아기를 키우는 것도 굉장히 힘들어진다는 건 쉽게 상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
또 여러 연구에서 밝혔듯이 아기 때 잘 못 자면 신체 발달이 더뎌지고, 이는 유아기까지 이어졌어요. 발달은 학습을 거쳐 일어나는데, 잠을 잘 못 자면 집중하는 능력도 길러지지 않는 데다 학습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발달이 늦어지는 거예요. 잠을 잘 때 학습한 내용이 더 잘 습득된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로 밝혀져 있어요. 그래서 시험 볼 때도 밤새 공부하는 게 아니라 잘 자면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이런 사실은 학생이나 어른에게도 중요하지만, 그 어느 시기보다 폭발적으로 뇌와 신체가 발달하는 어린 아기에게는 훨씬 중요한 문제예요. 잠을 잘 못 자는 아기라면 아기 때부터 이미 남들보다 약간 뒤처진 상태로 세상에 나간다고 볼 수 있겠죠. 반대로 잠을 잘 자는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잠은 정말 중요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잘 잘까요
아기가 푹 자는 건 엄마의 정신 건강뿐 아니라 아기의 신체, 지능, 성격, 외모까지 모든 면에서 아주 중요해요. 아기의 수면은 거의 일과의 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아기가 잘 자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분이 수면교육을 해답으로 생각하실 거예요. 널리 알려진 유명한 수면교육 방법들은 모두 연구로 효과가 입증되었어요. 그렇지만 수면교육을 할 건지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아기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되기도 하고, 아기가 아직 너무 어린 게 아닌가 고민하는 분도 많을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4개월인 다미가 여러 이유로 아직 수면교육을 하기에 너무 어리다고 생각해서 잠시 미루고 있어요. 대신 아기가 푹 자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조사해서 최대한 푹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미가 신생아일 때가 생각나요. 정말 '아기처럼 잔다'는 말에 어울리게 잘 자던 아기였는데,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가시자마자 이렇게 잠자기를 무서워하는 아기로 변할 줄이야. 그래도 저는 '신생아 때는 잘 잤는데' 하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이제 인지 능력이 생기고 나니 유전자에 새겨진 생존 본능 때문에 잠드는 게 무섭고 두렵구나. 안전해진 세상에 빨리 적응하자, 엄마가 도와줄게' 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먹으려고 정말 힘들지만 노력하고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도대체 왜 못 자니" 하는 짜증도 약간 가라앉더라고요.
정리해 보면
- 성장호르몬은 정해진 시각이 아니라 깊은 잠에 들었을 때 나와요. 자주 깨는 아기는 그만큼 덜 받아요.
- 자다 깨는 아기는 불안한 상태로 자는 것이고, 밤새 스트레스와 혈당이 높아져요.
- 잠이 부족하면 렙틴이 줄어 식욕 조절이 어려워지고 비만 확률이 올라가요.
- 돌 무렵 잠을 못 잔 아기는 서너 살 때 집중력이 낮고 발달도 더딜 수 있어요.
- 수면교육이 이르다면, 아기가 푹 잘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