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4.06 · 17:40
유아교육 커리큘럼 '마음의 도구'를 집에서 적용해 보는 법
어른이 함께 조절해 주다가 도움을 줄여 가면 아이는 스스로 조절하게 돼요. 외적 매개체, 혼잣말, 계획하기로 집에서 시작해 보세요.
아이가 만 4세쯤 되면 "이제 더 이상 아기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길쭉해진 팔다리를 보면서도 느끼지만, 잘 이야기하면 기다려 주고 참기도 하고, 예전처럼 천방지축이 아니라 좀 차분해진 모습에서 더 많이 느끼게 되죠. 이 모든 변화는 아이가 점점 '마음의 도구'를 갖춰 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마음의 도구가 뭔가요
앞선 글에서 유아교육 커리큘럼 중 가장 유명한 몬테소리를 이야기했는데, 미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며 연구도 굉장히 많이 되고 있는 커리큘럼이 있어요. 이름이 바로 마음의 도구예요. 러시아의 교육학자 레프 비고츠키의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핵심 서적은 『정신의 도구』라는 책이에요. 최근에 이 책을 다 읽었는데, 아이가 잘 참고 기다리고 차분하게 행동하는 원동력인 주의력과 자기조절력을 어른이 어떻게 길러 줄 수 있는지 실마리를 많이 얻었어요.
이름이 좀 특이해서 저도 처음엔 낯설었는데, 공부해 보니 제가 이제껏 공부한 유아교육이나 뇌과학에서 하는 이야기와 전혀 다르지 않았어요. 아직 어린아이들은 스스로를 조절하거나 주의를 적절한 곳에 기울이는 능력, 즉 정신적인 도구가 없어요. 그래서 커 가면서 이 도구를 점점 갖춰 나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른이 옆에서 적절히 도와줘야 하죠.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야기죠? 뇌과학으로 말하면 전두엽, 더 정확히는 전전두피질의 발달과 성숙이에요.
책에는 이런 예시가 나와요. 네 살 아만다는 교사가 "노란 옷을 입은 사람은 손 들어 보세요" 하자 자기 옷을 들여다보다가 옷에 그려진 커다란 갈색 고양이에 정신이 팔려, 노란 옷이라는 말은 잊은 채 손을 들라는 말만 기억하고 손을 들고 있어요. 다섯 살 제인은 다른 친구가 이야기할 때는 손을 들고 이름을 부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지만, 참을 수 없어서 답을 말해 버려요. 물어보면 규칙이 뭔지 대답할 수 있는데도요. 여덟 살 토니는 "나무에 새들이 앉아 있는데 세 마리가 날아가고 일곱 마리가 남았어요. 처음에 몇 마리였을까요?"라는 문제에서 '날아갔다'는 말 때문에 계속 7에서 3을 빼요. 이 아이들은 모두 아직 자기 주의력을 잘 조절하지 못해서 학교생활과 학업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IQ가 낮아서가 아니에요. IQ 140 이상인 영재 아이들을 성인이 될 때까지 추적했더니 사회적으로 뛰어나게 성공한 비율이 평범한 아이들과 비슷했다는 통계를 들어 보셨나요? IQ보다 중요한 건 주의를 기울이고 스스로를 조절해 내는 능력, 즉 마음의 도구를 잘 갖추는 거예요.
어른이 함께 조절해 주다가 도움을 줄여 가요
마음의 도구가 뿌리를 둔 비고츠키 교육학은 더 성숙한 어른과 아이의 상호작용을 강조해요. 어른이 아이의 조절을 100% 도와주는 것도, "알아서 조절해" 하고 방치하는 것도 아니라, 적절한 도움을 주다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전략을 가르쳐 주면서 도움을 줄여 나가는 거예요. 제 글을 챙겨 보신 분이라면 스캐폴딩이라는 말이 익숙하실 거예요. 아이가 어른의 도움을 받아서 할 수 있는 것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어요. 완벽히 해내지 못하더라도 도움을 주면서 할 수 있게 계속 도와줘야 아이는 그 도움을 서서히 내면화하고, 결국 도움 없이도 해내게 돼요.
예를 들어 만지면 안 되는데 자꾸 손이 나가는 아이가 있다고 해 볼게요. "이 아이는 자기조절 능력이 없어서 그래" 하고 만 3~4세가 되어 알아서 갖출 때까지 멍하니 기다려서는 자기조절 능력이 발달하지 않아요. 자꾸 나가는 손을 붙잡아서 행동을 억제해 주고, "만지면 안 돼, 보기만 하는 거야"라고 계속 이야기해 주고, '만지지 마세요' 안내판에 주목하도록 주의를 돌려 주는 거예요. 이런 도움을 통해 아이는 점차 같은 상황에서 부모의 도움을 내면화해, 만지고 싶을 때 스스로 손을 잡거나 "만지면 안 돼"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거나 안내판에 자발적으로 주의를 돌리게 됩니다. 어른이 옆에서 꾸준히 도와주면서 아이의 스킬이 향상된다, 지금 잘 못하더라도 도움을 받아 해낼 수 있다면 도와주는 게 의미가 있다. 이 정도 배경지식을 갖고, 마음의 도구 유치원에서 쓰는 실천 전략 중 육아에 적용할 만한 것들을 소개할게요.
외적 매개체 사용하기
마음의 도구 유치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매개체라고 부르는 것이에요. 아이가 규칙이나 스킬을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도움을 주는 징검다리 같은 거죠. 어른이 외부에서 도와주는 단계와 아이가 혼자 잘하는 단계 사이에, 어른이 매개체 사용법을 알려 주는 단계와 아이가 매개체의 도움을 받아 혼자 하는 단계가 들어가요.
육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매개체는 타이머일 거예요. 타이머가 없을 때 어른은 아이를 직접 통제해요. "엄마가 그만 놀고 밥 먹으라고 할 때까지 노는 거야"라고 하고, 식사 준비를 하다가 "자, 이제 그만 놀아"라고 말해서 놀이를 중단시키죠. 반대 극단에는 아이가 식사 준비가 어디까지 됐는지 중간중간 살펴보다가 다 된 것 같으면 알아서 장난감을 정리하고 숟가락을 놓으러 가는 단계가 있고요. 그 중간 단계에서 5분마다 소리를 내서 "식사 준비가 얼마나 됐는지 확인해 봐"라는 신호를 주는 타이머가 있다면, 아이는 그 신호를 받아 식사 준비 상황을 체크하면서 놀이를 조절해 나갈 수 있어요.
비고츠키 학자들은 유아가 이런 외적 매개체의 도움 없이는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능력이 없다고 봐요. 그래서 외적 매개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자발적이고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하죠. 집에서 아이의 모든 행동을 일일이 지시하고 직접 통제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아이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게 돕는 시각적·청각적 신호를 개발해 집 곳곳에 놓아 두면 도움이 돼요. 부모의 잔소리 없이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니 부모의 삶이 편해지는 건 물론이고, 아이의 자기조절력도 좋아져요. 몇 가지 예를 볼게요.
- 신발장에 신발 모양 표시를 붙여 두면, 아이는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참고 가지런히 놓는 자기조절력을 발휘하기가 더 쉬워요. 충분히 내면화되면 나중에는 표시 없이도 신발을 잘 정리해요.
- 상대방 말을 진득이 듣지 못하는 아이에게 마음의 도구에서는 귀 모양 도구를 줘요. 이걸 들고 있는 아이는 지금 자기가 들어야 하는 역할이라는 걸 시각적으로 보면서 더 잘 기억하고 충동을 참아 낼 수 있어요. 듣는 모자, 듣는 의자처럼 소품에 특별한 상징을 부여해도 좋은데, 아이가 어릴수록 진짜 귀를 닮은 그림처럼 직관적인 시각 신호가 들어가면 더 좋아요.
- 편식이 심한 아이에게 "골고루 먹어, 시금치도 먹어야지"를 부모가 끊임없이 말해야 한다면 그 말은 결국 잔소리나 배경 소음이 되기 쉬워요. 대신 식탁 가까이에 골고루 먹는 것의 중요성을 아이 눈높이로 알려 주는 시각 자료를 붙여 볼 수 있어요. 에너지를 주는 곡류와 탄수화물, 성장을 돕는 고기·달걀·생선 같은 단백질, 부드러운 피부와 반짝이는 머릿결과 좋은 시력을 상징하는 채소와 과일로 나눈 자료라면 한국어로 힘나는 음식, 쑥쑥 크는 음식, 빛나는 음식 정도로 이름 붙일 수 있겠네요.
- 외출 준비를 할 때 "이거 해, 저거 해" 일일이 지시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 단계를 밟아 가도록 루틴 차트를 만들 수도 있어요.
- 청각적 매개체도 좋아요. 정리할 시간에 트는 노래 같은 거죠.
이런 외적 매개체에 대한 의존은 아이의 조절력이 좋아짐에 따라 점점 없애 나가시면 돼요.
혼잣말 모델링하기
비고츠키 이론에서 프라이빗 스피치라고 하는 혼잣말도 일종의 매개체인데, 아이의 자기조절력을 기르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 연구로 밝혀졌어요. 그래서 마음의 도구 커리큘럼에서는 어른이 혼잣말을 통해 아이가 의도적으로 자기 행동을 통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가르쳐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델링이에요. 어른은 이미 자기 행동을 잘 조절하니 혼잣말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지만, "혼잣말을 쓰면 자기조절을 더 잘할 수 있어"라는 걸 가르쳐 주려고 일부러 소리 내어 생각하는 거예요.
밥을 다 먹고 나서 그냥 치우는 게 아니라 "어, 밥을 다 먹었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아, 그릇을 싱크대에 갖다 놔야지"라고 크게 말하면서 치워요. TV를 끌 때는 "아, 끝났네. 다음 거 시작하기 전에 이제 끄는 거야"라고 하면서 끄고요. 거실이 복잡한데 새 장난감을 꺼내야 할 때는 "어, 장난감이 하나, 둘, 세 개나 나와 있잖아. 새로 꺼내기 전에 다시 정리해야겠어"라며 치우기 시작하는 거죠. 장난감 정리에 관심 있는 분이 많으니 매개체 팁을 하나 덧붙이면, 교구장 어딘가에 바구니와 공 세 개를 두고 장난감을 꺼낼 때마다 공을 하나씩 꺼내는 시스템을 만들어 볼 수 있어요. 세 개를 다 꺼냈다면 "어, 공이 없네. 꺼낼 수가 없겠다" 하고 다시 정리하면서 공 세 개를 바구니에 넣는 거예요.
주의를 조절해야 하는 놀이를 할 때도 부모가 혼잣말을 적극적으로 쓰고, 결국 아이도 따라 하게 해 보세요. 블록을 갖고 논다면 "어, 무너졌네. 왜 자꾸 무너질까 생각해 보자. 이 블록은 너무 작아, 제일 아래에 큰 걸 써야겠어" 혹은 "카펫 위에서 해서 그런가, 바닥에서 다시 쌓아 봐야지" 하는 식으로요. 주의를 집중하면서 사고의 흐름을 끝까지 이어 가는 것도 혼잣말이 있으면 더 수월해져요. 동생을 자꾸 때리는 아이에게는 "때리면 안 돼. 멈추고 생각하자, 멈추고 생각하자"라고 반복해서 모델링해 주시면, 아이가 스스로 혼잣말을 하면서 행동을 멈추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게 돼요. 이성적인 사고의 흐름을 머릿속이 아니라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한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계획하기
앞으로의 일을 미리 계획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전두엽 기능 중 하나예요. 스스로 계획하고 거기에 맞게 과제를 해 나가려면 높은 수준의 자기조절력이 필요하고, 반대로 계획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조절력이 연습되기도 해요. 어린아이들은 당연히 계획을 잘 못하는데, 그래서 마음의 도구에서는 작은 것부터 계획하고 시행하는 습관을 계속 가르쳐요.
같이 블록 놀이를 할 때 아이의 연령과 발달 수준에 따라 계획 요소를 조금씩 추가해 볼 수 있어요. 그냥 위로만 쭉 쌓으며 노는 아이라면 부모가 "음, 오늘은 큰 것부터 조금씩 줄어들게 쌓아 봐야겠어" 하고 쌓아 보여 주는 거예요. 간단한 계획이죠. "자석 타일로 네모를 쭉 붙여 올린 다음 마지막에 지붕을 만들어야지" 정도도 좋고요. 아이가 더 크면 구조물을 만들기 전에 간단한 청사진을 그리게 할 수도 있어요. 매번 그럴 필요는 없지만요. "엄마는 겨울왕국에서 본 엘사 성을 만들어 보고 싶어. 가운데는 이렇게 생겼고 양옆에 날개가 있네, 문 앞까지 가는 계단이 있고" 하고 대강 구조를 계획한 다음 거기에 맞게 표현해 보는 거죠. 물론 놀이에서는 중간에 수정될 수 있는 열린 계획이 더 좋아요.
계획하는 연습은 일상에서 정말 다양하게 해 볼 수 있어요. 식사 전에 소리 내어 계획해 보세요.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고등어가 나왔네. 그런데 고등어만 먹으면 골고루 먹기 어렵겠지? 그래서 고등어를 한 번 먹은 다음에는 꼭 다른 반찬을 먹는 계획을 세웠어. 다미는 오늘 어떻게 식사하고 싶어?" 잠자리 독서가 세 권 읽기 루틴이라면 "책을 세 권 골랐구나. 어떤 것부터 시작해서 어떤 것을 마지막으로 읽을까?" 하는 미니 계획을 세울 수도 있고요. 주말에는 다미가 하고 싶은 것과 엄마 아빠가 하고 싶은 것을 그리거나 쓴 다음 하루 계획표를 만들어 볼 수 있고, 장보기 전에 리스트를 그리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에요. 다만 아이가 성향상 정해진 계획에 굉장히 집착한다면, 계획은 항상 바뀔 수 있고 그래도 괜찮다는 것도 늘 함께 알려 주세요.
마지막으로 마음의 도구에서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역할놀이·상상놀이(make-believe play)예요. 비고츠키 이론에 따라 상상놀이를 핵심에 두는데, 특히 주제와 역할을 미리 계획해서 써 놓고 일종의 연극처럼 풀어내는 작업을 많이 해요. 상상놀이가 자기조절력과 관련해 연구가 많이 됐다는 건 앞선 글에서 소개했죠.
정리해 보면
- 주의력과 자기조절력은 아이가 알아서 갖출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어른이 함께 조절해 주다가 도움을 줄여 가며 길러 줘요.
- 타이머, 신발 모양 표시, 루틴 차트, 정리 노래처럼 아이가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게 돕는 외적 매개체를 집 곳곳에 두세요.
- 이성적인 사고의 흐름을 머릿속이 아니라 입 밖으로 꺼내어, 혼잣말로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 블록 쌓기, 식사, 잠자리 독서, 주말 일정처럼 작은 것부터 아이와 소리 내어 계획해 보세요.
- 매개체 의존은 아이의 조절력이 좋아지는 만큼 점점 줄여 나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