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3.10 · 18:00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힘, 자율성지지 육아와 의지력
자율성지지 육아를 받은 아이가 의지력이 강하고, 원하는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요.
일주일 뒤에 시험입니다. 여러분은 일주일 전부터 꾸준히 공부해서 시험 전날 편히 잠자리에 들 수 있는 학생이었나요, 아니면 해야 하는 건 알지만 계속 미루다가 밤을 새우는 학생이었나요. 우리 아이는 앞으로 어떤 아이가 되길 바라시나요. 오늘은 자율성지지 육아가 의지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의지력이 좋으면 다 잘될 것 같은 이유
의지력은 자신의 의지대로 뭔가를 해내는 능력, 실행력이나 행동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가끔 능력 하나를 골라서 확 끌어올릴 수 있다면 뭘 고를까 상상하곤 하는데, 의지력이 그 후보예요. 의지력이 좋으면 건강해지고 싶을 때 방법을 알아서 실천하고, 세계 여행을 다니고 싶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을 때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몇 년 실천하면 되니까요. 문제는 항상 의지력에 있죠. 의지력을 잘 발휘하려면 누가 옆에서 채찍질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기 조절을 잘할 수 있어야 해요. 그게 안 되니까 비싼 PT를 끊어서 나를 외적으로 조절하도록 만드는 거고요.
주의력이라는 큰 그림
자기 조절과 자율성지지 육아의 관련성은 지난 글에서 개괄적으로 살펴봤는데요, 오늘은 조금 더 길게 호흡하면서 의지력이 높은 사람의 성격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런 특성을 키우기 위해 아이의 자율성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근거와 함께 살펴볼게요. 저는 아동 발달을 공부하면서, 모든 발달 영역의 핵심 중 핵심에 있는 능력이 주의를 의지대로 조절하는 능력, 즉 주의력이라고 느꼈어요. 의도적으로 자기를 조절하는 자기 조절력, 하나에 집중하고 다른 자극에 빼앗기지 않는 집중력, 부정적 감정에서 주의를 빼서 긍정적인 쪽으로 옮기는 감정 조절력, 타인의 마음 상태에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 이론과 공감 능력, 선생님 말도 듣고 필기도 하는 멀티태스킹 능력, 문제 앞부분을 마음 한켠에 담아 두는 작업 기억력, 충동적인 마음에서 주의를 빼내는 충동 억제 능력까지, 다 주의력이에요.
매일매일이 주의력 캠프
아이의 주의력이 잘 자라려면 스스로 주의를 조절해 보는 연습을 일상에서 자주 해야 하는데, 육아 태도에 따라 이 연습 기회가 많아지거나 적어질 수 있어요. 반응 육아를 통한 공동주의가 충동 억제 연습의 기회를 준다면, 자율성지지 육아는 아이가 외적 조절이 아닌 내적 조절, 즉 스스로 자기를 조절하려는 동기를 높여 줘요. 부모는 아이의 능력을 장기적으로 키우려는 입장이기 때문에 기회 제공뿐 아니라 동기를 높이는 부분도 중요하게 봐야 해요. 기회는 부모가 무한히 제공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주의력을 키워 준다는 프로그램으로 꽉 찬 일주일짜리 캠프가 있다고 해도, 다녀오면 주의력이 조금 오를지는 몰라도 아이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예요. 더 중요한 건 아이가 스스로 자기를 조절하려는 전반적인 동기를 가진 사람으로 커가는 것이고, 그 동기가 있으면 하기 싫은 일에도 자율적으로 자기 조절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의력 연습이 됩니다. 매일매일이 주의력 캠프인 셈이죠.
행동지향형과 상태지향형
독일 심리학자 율리우스 쿨은 사람을 행동지향형과 상태지향형으로 나눕니다. 행동지향형은 결정을 행동으로 쉽게 옮기는, 의지력이 강한 사람이에요. 시험 일주일 전부터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고, 외적인 보상이나 강압이 없어도 알아서 자기 조절을 합니다. 상태지향형은 현 상태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어 결정을 행동으로 잘 옮기지 못하고, 데드라인 같은 외적 조건이 눈앞에 닥쳐야 움직여요. 나이가 들어 옆에서 조절해 주던 부모가 없어지면 PT를 끊거나 벌금 시스템을 만드는 식으로 자신을 상황에 몰아넣어야 하니 자기 조절 성공률도 떨어지는 편이에요.
이 구분 아래에는 감정 조절 능력이 있어요. 행동지향형은 하기 싫은 마음을 조절해 "할 수 있어, 해보자"라는 긍정적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실패에 따른 부정적 감정도 잘 조절해서 어려움이 닥쳐도 쉽게 포기하지 않아요. 반면 상태지향형은 부정적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해 도중에 포기하는 일이 많고, 이게 다음 도전에서 긍정적 감정을 만들어 내는 데도 나쁜 영향을 줘요. 통제적인 육아를 받으며 자란 사람은 상태지향형이 될 가능성이 높고, 자율성을 지지받으며 자란 사람은 행동지향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상태지향형인 사람들은 통제적인 방식으로 소통할 때, 행동지향형인 사람들은 자율성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소통할 때 자기 조절을 더 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통제를 받아 온 사람은 통제적으로 대할 때 더 잘 듣는다는 뜻이죠.
통제적으로 키워도 되는 걸까
그럼 그냥 통제적으로 키워도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어요. 되고 안 되고는 없습니다. 몬테소리를 꼭 해야 하냐면 아닙니다. 아이에게 말을 많이 걸어 줘야 하냐면 그것도 안 걸어 줘도 됩니다. 학대에 가까운 방임만 아니라면 육아는 부모의 선택 영역이고, 사람마다 목표도 상황도 달라서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보기에 적당히 통제적인 육아는 무난한 선택이 될 수 있어요. 아이에게 최선은 아니지만, 아주 강하게 통제하거나 심하게 엄격하지 않다는 전제하에 적당히 통제하고 보상을 활용하면서 우리가 자란 환경과 비슷하게 키우면 아이는 보통은 잘 자라고, 반응 육아나 풍부한 언어 환경까지 챙기면 보통 이상도 될 수 있어요. 내가 이렇게 안 하면 아이를 망칠까 봐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아이가 잠재력을 더 잘 펼치도록 돕고 싶고,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커갈지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싶다면, 자율성지지 육아에 관심을 가지고 최대한 잘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좋은 결과가 따라올 거예요. 두 유형 중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쪽은 행동지향형입니다. 시켜서 해야 하는 과제에서는 상태지향형과 비슷하거나 조금 못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의미를 찾고 목표를 정할 수 있는 과제에서는 훨씬 몰입해서 폭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어요. 대학 입시가 다인 시대는 끝났고, 학교를 떠나 평생 성장해야 하는 과정에서는 행동지향성이 훨씬 도움이 될 거예요.
재미없어도 하는 아이 만들기, 통제의 숨겨진 대가
자율성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 중에서도 제게 가장 와닿았던 건, 자율성을 지지받은 아이들이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었어요. 한 연구에서 아이들에게 타겟이 나타나면 클릭하는 반복적이고 재미없는 과제를 시켰는데, 어떤 아이들에게는 지시와 보상 같은 통제적인 방식을, 어떤 아이들에게는 자율성을 지지하는 방식을 썼어요. 통제적인 방식에서는 "너는 좋은 성과를 내야 해, 집중해서 잘 눌러야 해"처럼 말했고, 자율성지지 방식에서는 과제의 의미를 설명하고 지루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 "네가 열심히 참여하기로 결정한다면"처럼 아이의 결정임을 강조했어요.
과제를 마친 뒤 연구자가 자리를 비우면서, 원한다면 같은 과제를 다시 해봐도 되고 다른 걸 하며 놀아도 된다고 이야기해 줬어요. 지시적으로 설명하고 물질적 보상까지 약속한 가장 통제적인 조건에서는 흥미롭게도 아이들이 반대로 행동했어요. 과제가 재미없다고 느낀 아이들이 오히려 더 자발적으로 과제를 했고, 재밌다고 느낀 아이들은 하지 않았죠. 반면 보상 없이 자율성만 지지받은 조건에서는 재밌다고 느낄 때 더 과제를 했고, 재미없다고 느낄 때는 하지 않았어요. 자신의 내면의 선호와 재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한 거예요. 연구자들은 이것을 지시나 보상 같은 통제의 숨겨진 대가라고 표현했습니다.
학자들은 이 현상을 자기 통합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해요. 자율성을 지지받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선호나 감정, 욕구에 긍정적 인식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선택해도 된다"는 무의식을 갖게 돼요. 반대로 통제를 받으며 자라면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안 돼"라는 무의식이 생기고, 이게 다양한 의사 결정 상황에서 마음의 소리로 작용해요. 그래서 자율성지지 받은 아이는 공부에 긍정적 인식을 심어 주고 난이도를 조절해 주는 방식이 잘 통하지만, 통제받으며 자란 아이는 같은 방법을 써도 효과가 적을 수 있어요. 내면의 선호대로 행동하면 안 된다는 무의식이 동기 자체를 떨어뜨리기 때문이죠. 살면서 뭔가를 선택할 때 순전히 욕구와 적성만으로 고르지 못하고 "그게 더 현명한 길 같아서", "남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 같은 이유를 대는 경우가 있다면, 그 뒤에는 이런 자기 통합의 부재가 있었는지도 몰라요.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하기 어려워지는 거예요.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 그게 무엇보다 아이의 행복에 크게 기여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리해 보면
- 의지력은 외부 채찍질 없이 스스로 자기 조절을 하는 힘이고, 주의력이 여러 발달 영역의 핵심에 있어요.
- 자율성지지 육아는 아이가 내적 조절 동기를 갖게 해서, 일주일짜리 캠프보다 훨씬 꾸준한 주의력 연습 기회를 만들어 줘요.
- 통제적으로 자란 아이는 상태지향형, 자율성을 지지받은 아이는 행동지향형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 적당히 통제적인 육아도 무난한 선택일 수 있지만, 아이가 스스로 몰입해 폭발적인 성과를 내려면 자율성지지가 더 유리해요.
- 지시나 보상 같은 통제는 아이가 재미를 느껴도 오히려 하지 않게 만드는 숨겨진 대가를 남길 수 있어요.
- 아이가 자신의 선호와 욕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원하는 대로 선택해도 괜찮다는 감각을 키워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