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인 물, 정수기 물, 생수 중에 아기에게 어떤 물이 안전한지 고민되실 거예요. 문의도 많이 받았고요. 베싸는 다미에게 7~8개월 정도부터 정수기 물을 조금씩 주고 있어요. 아기의 목마름은 모유나 분유로 다 해소된다고 해서 다미도 아직 물의 필요성은 별로 못 느끼고, 빨대컵으로 빨아 먹는 재미를 즐기는 정도예요. 수유량이 줄고 이유식이 늘기 시작하면 서서히 물의 중요성도 높아지죠.

참고로 6개월 이전 아기에게는 물을 주면 안 되고, 돌 전 아기에게도 많은 양을 주지 않는 게 좋다고 해요. 아직 신장 기능이 미숙한 아기가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체내 나트륨 농도가 낮아져 뇌가 붓고, 최악의 경우 사망까지 갈 수 있어요. 이를 물 중독이라고 해요. 어쨌든 분유 물이든 마시는 물이든 아기는 물을 마시게 되는데, 안전하고 좋은 물은 어떤 물일까요. 선택지는 넷이에요. 수돗물, 수돗물을 끓인 물, 수돗물을 정수기로 거른 물, 그리고 생수.

수돗물, 생각보다 안전해요

우선 바탕이 되는 수돗물부터 볼까요. 한국의 수돗물은 세계적으로 수질이 높은 편이고 먹는물 기준에 적합한 음용수예요. 그렇지만 수돗물을 그대로 드시는 분은 거의 없죠. 한국에서는 수돗물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강해요. 하지만 조금만 공부해 보면 꽤 안전하다는 걸 아실 수 있어요. 유통이나 보관 과정에서 변질될 수 있는 생수나 정수기 탱크 안의 물과 달리 상시 수질 관리가 되고, 규제가 엄격하고, 미네랄도 대부분의 생수 못지않게 풍부해요.

그런데도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예요. 염소, 그리고 수도관이죠.

염소, 그리고 우리 집 수도관

염소는 수돗물을 무균 상태로 가정까지 보내기 위해 쓰는 일종의 소독제예요. 가정에 도달하기 전에 제거해 버리면 오는 도중에 세균이 생길 수 있으니,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에 염소가 남아 있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수돗물이나 수영장에서 나는 소독약 냄새의 원인이 바로 이 염소죠. 그래서 수돗물에는 잔류 염소와 소독 과정에서 생기는 소독 부산물이 존재하는데, 유해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어요. 염소는 동물에게 높은 농도로 노출시켰을 때 피부와 눈, 코가 가렵고 붓는 등의 이상이 나타났고, 소독 부산물은 방광암 확률을 높일 수도 있다는 연구가 있지만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아직 근거가 부족해 발암물질로 규정하지는 않았어요.

한 논문에 따르면 쥐와 사람의 아기를 수돗물에 오랫동안 노출시켰을 때 장에 자리 잡는 장내 세균이 감소했다고 해요. 어떤 성분 때문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세균을 죽이는 염소의 영향일 수 있다고 추측해요. 염소가 해로운 박테리아를 죽이지만 면역력 등 여러 면에서 유익한 장내 세균도 죽일 수 있다는 거죠. 앞선 글에서 소개했던 항생제와 비슷한 효과예요. 유아기에 자리 잡은 장내 세균의 종류는 어른이 되어서도 크게 바뀌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이 시기에는 좋은 장내 세균을 전멸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해요. 전멸만 하지 않으면 다시 증식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 평생 먹어도 무해할 정도의 잔류 염소라 해도 수돗물을 그대로 아기에게 먹이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여요.

두 번째는 수도관이에요. 정수장의 수질은 24시간 엄격히 관리되지만, 집까지 오는 수도관이 더럽거나 녹슬었다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오염되어 있을 수 있겠죠. 베싸는 서울에 사는데, 서울은 수도사업소에 전화하면 가정 수돗물 수질 검사를 무료로 해 줘요. 지자체별로 이런 서비스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어요. 베싸도 받아 봤는데, 탁도, 잔류 염소, 산도, 수도관에서 나올 수 있는 금속 등 다섯 항목을 검사했고 베싸네 수도관은 상당히 깨끗했어요. 바로 마시지 않더라도 목욕물로 쓰는 만큼 아기가 있는 집이라면 한 번쯤 받아 보시면 좋겠어요.

직원분 말씀에 따르면 이 수질은 냉수 기준이에요. 온수는 보일러를 거쳐 오기 때문에 중금속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식수로는 적합하지 않대요. 이 중금속은 끓인다고 없어지지 않으니 쌀을 씻거나 요리하거나 분유 물이나 젖병 소독용 물을 끓일 때는 꼭 냉수를 받아 쓰라고 하셨어요. 또 집을 비웠거나 아침처럼 오랫동안 물을 안 쓰다 쓸 때는 배관에 고여 있던 덜 깨끗한 물이 나올 수 있으니 30초에서 1분 정도 흘려보내고 쓰는 게 좋다고 하셨고요.

끓인 물, 알곡 넣고 끓인 물, 정수기 물, 생수 비교

정수기는 필터 방식에 따라 역삼투압식, 중공사막식, 나노 필터식으로 나뉘어요. 역삼투압식은 가장 잘 걸러지지만 속도가 느려서 저수조가 필요하고, 나머지 두 방식은 직수형이 가능해요.

염소와 소독 부산물은 수돗물을 끓이거나 어떤 정수기든 쓰면 제거돼요. 생수에는 애초에 염소가 없고요. 사실 염소나 소독 부산물은 휘발성이 강해서 물을 받아 하루만 냉장고에 두어도 사라진다고 해요.

중금속은 물을 그냥 끓이면 사라지지 않아요. 보리나 결명자 같은 알곡을 넣어 끓이면 알곡에 중금속이 흡착돼요. 보리차를 끓인 뒤 티백을 바로 버려야 하는 이유가 이거예요. 금속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40~5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해요. 정수기 중에서는 필터가 가장 촘촘한 역삼투압식이 중금속을 대부분 거르고, 중공사막식이나 나노 필터식은 일부를 걸러요. 그런데 한국에 살고 계신다면 수돗물의 중금속은 애초에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베싸는 생각해요. 노후 수도관에서 나올 수 있는 철이나 구리는 몸에 축적되지 않고 대부분 배출되기 때문에 위험성이 낮아요. 수질검사 항목에서도 심미적 영향 물질, 즉 색이나 맛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몸에 유해하지는 않은 물질로 정의돼 있어요. 납, 카드뮴, 수은, 비소 같은 중금속은 극미량으로 기준이 설정되어 있고 엄격한 관리로 수돗물에서는 거의 검출되지 않아요. 오히려 정수기 내부에서 금속 가루가 떨어져 나와 검출되는 경우도 있고요. 생수는 수돗물과 같은 수질 기준을 지켜야 하지만 업체가 자율적으로 지키는 것이라 수돗물보다는 리스크가 있어요. 아직 국내 생수에서 중금속이 검출된 사례는 없는 것 같지만요.

미네랄은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로 물로도 섭취할 수 있어요. 수돗물에는 다양한 미네랄이 풍부하고, 끓여도 그대로 유지돼요. 알곡을 넣고 끓이면 더 늘어나고요. 역삼투압식 정수기는 필터가 너무 강력해서 미네랄까지 걸러 버리고, 중공사막식과 나노 필터식은 유지돼요. 생수는 브랜드별로 수원지가 달라 미네랄 함량 차이가 커요. 주의할 것은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지나치게 높은 지하수, 경수예요. 한국 생수는 대부분 연수지만 해외 생수 중에는 경수가 있고, 최근 국내에 출시된 제주 용암수도 경수라고 해요. 경수를 많이 마시면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니 아기에게는 피하셔야겠죠.

미네랄은 식품으로 섭취하면 되지 굳이 물로 먹어야 하나 의문이 들었는데요. 수돗물의 칼슘은 하루 2L를 마셔도 아이의 하루 필요량에 비하면 소량이에요. 그래도 늘 필요량을 충족하는 식단으로 먹는 건 아니니, 어차피 마시는 물로 매일 기본적인 칼슘을 먹어 준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해요. 한 연구에서는 미네랄 수치가 높은 물을 먹어 온 아이들이 키가 더 크고 뼈도 더 튼튼했고, 한국수자원공사 자료에서는 수돗물의 칼슘 농도가 높은 창원시에서 골다공증 발병 비율이 낮은 경향이 있었어요. 물로 먹는 미네랄이 소량이라도 의미 없는 건 아닌 것 같네요.

다음은 대장균 같은 세균이에요. 수돗물은 염소 덕분에 무균이고, 직수형 정수기는 무균 상태인 수돗물을 바로 걸러 먹기 때문에 역시 무균이에요. 저수조가 있는 정수기는 염소를 거른 뒤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저수조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세균이 번식할 수 있어요. 생수 역시 염소가 없어 마찬가지고요. 한 실험에서 생수 뚜껑을 따자마자 측정했을 때는 1ml당 한 마리의 세균이 검출됐는데, 입을 대고 한 모금 마신 직후에는 기준치를 훌쩍 넘었어요. 특히 여름철에는 세균이 100만 마리까지 증식하는 데 4~5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대요. 생수는 뚜껑을 열자마자 먹고 바로 버리는 게 안전하겠네요.

생수가 불안한 이유

생수는 페트병에서 녹아 나올 수 있는 화학물질도 걱정이에요. 페트병이 높은 온도나 햇빛에 노출되면 포름알데히드나 아세트알데히드 같은 유해 물질이 나올 수 있어요. 법으로 정한 기준치 이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고는 하지만, 페트병에 담긴 채로 보관과 유통을 거치는 동안 높은 온도나 햇빛에 노출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으니 약간 불안하죠.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생수 관련 업체 중 상당수가 위생 기준을 한 번 이상 위반했고, 처벌이 약해 상습적으로 어기는 업체도 있다고 해요.

그래서 베싸 생각에는 업체가 자율적으로 품질을 관리하는 생수보다 엄격한 관리 시스템이 적용되는 수돗물이 더 안전해 보여요. 붉은 수돗물 사태로 불신이 커지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수돗물이든 정수기든 생수든 다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중 어떤 것이 그나마 안전한지 따져 보고 선택해야겠죠.

그래서 아이에게 먹일 물로 가장 좋은 건 수돗물을 보리차로 끓인 물, 그다음이 직수형 정수기 물, 그다음이 그냥 끓인 물이에요. 수돗물에 중금속이 거의 없으니 뒤의 둘은 같은 순위로 봐도 되겠네요.

정리해 보면

  • 6개월 이전 아기에게는 물을 주지 말고, 돌 전에도 많은 양은 피하세요.
  • 한국 수돗물은 상시 관리되는 안전한 물이지만, 잔류 염소 때문에 그대로 먹이기엔 적합하지 않아요.
  • 가장 좋은 건 수돗물을 보리차로 끓인 물, 그다음이 직수형 정수기 물과 그냥 끓인 물이에요.
  • 생수는 세균 번식과 페트병, 자율 관리라는 불안 요소가 있으니 뚜껑을 열면 바로 먹고 버리세요.
  • 분유 물이나 요리에는 꼭 냉수를 받아 쓰고, 오래 안 쓴 수도는 30초에서 1분 흘려보낸 뒤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