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다미가 가와사키병으로 며칠 입원을 했어요. 어린아이 입장에서는 낯설고 무서운 검사가 많았을 텐데,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다미가 잘 대처하더라고요. 조금 주저하다가도 용기를 내는 모습에 감동받았어요. 퇴원 전 피를 뽑아야 했는데, 그때는 다미가 많이 무서워해서 달래서 겨우 채혈을 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저는 다미에게 주사, 초음파, 엑스레이까지 다 무서웠을 텐데 정말 용감했다고, 다만 마지막에 피 뽑을 때는 조금 무서워했었다고 말해줬어요. 그러자 다미가 다음엔 피 뽑는 것도 용감하게 잘할 수 있다며 연습을 해보자고 하더군요. 한 달 뒤 경과를 보려고 다시 채혈을 했을 때, 다미는 눈물이 살짝 맺혔을 뿐 정말 용감하게 해냈습니다. 오늘은 아이에게 용기라는 가치를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저는 사실 용감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저는 무대 공포증, 발표 공포증이 되게 심한 사람이에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랬어요. 답을 알아도 손을 들고 말하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려서 늘 대답을 못 했고, 발표를 할 때도 스크립트를 완벽히 외우지 않으면 하지 못했어요. 라이브 방송을 안 하는 것도 편집할 수 없는 실시간 상황에서 대본 없이 말하는 게 너무 떨려서예요. 그런데 얼마 전 북토크에서 처음으로 대본 없이 발표를 끝까지 해봤는데, 괜찮더라고요. 원래 용감하지 않았던 제가 조금 더 용감해진 셈이죠. 용기란 결국 두렵고 낯설고 불편하지만 그래도 기꺼이 도전해 보려는 마음이에요. 아이가 이걸 일상에서 발휘할 수 있으면 부모 입장에서도 좋습니다. 특히 불안도와 위험 회피 성향이 높은 아이는 낯설고 불편한 걸 자주 경험해야 하는데, 용기가 없으면 그 자체가 어려워서 협조를 끌어내기 힘들거든요. 아이 입장에서도 용기가 있으면 삶이 달라져요. 제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두려워하는 채로 남아 있었다면 유튜브를 시작하지 못했을 거고, 그러면 제가 경험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제한됐을 거예요.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주세요
저는 왜 초등학교 때 그렇게 자신이 없었을까 많이 생각해 봤는데,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첫째는 어릴 때 부모님의 도움으로 용기를 내본 경험이 사전에 많이 쌓이지 못했다는 거예요. 제가 손을 들고 답을 말하고 싶었을 때 옆에 부모님이 있었다면, "손들고 한번 말해봐. 엄마가 도와줄게. 틀려도 괜찮아." 하고 격려해 줬을 거고, 저는 떨리지만 말했을 거고, 성공 경험을 쌓았겠죠. 어릴 때는 마흔 명 앞에서 주목받는 큰일부터가 아니라 아주 작은 것부터 성공할 수 있어요. 작은 용기를 내고 부모가 옆에서 도와주고 격려하고, 성공했을 때 "너 정말 용감했어, 무서웠는데도 용기 내줘서 고마워" 하고 긍정적으로 강화해 주는 거예요. "이거 한번 해볼까, 틀려도 괜찮아" 하며 두려움을 경감시키는 말도 해줄 수 있고요. 시도했다가 실패해도 잃을 게 없다는 걸 부모가 스캐폴딩하며 알려주는 거죠. 이런 경험이 쌓이면 초등학교에 가서 부모가 없어도 "떨리지만 용기 내면 좋은 일이 생기니까" 하며 기꺼이 손을 들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어요.
신뢰 관계가 있어야 용기를 냅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건 부모와의 신뢰 관계예요. 채혈처럼 꼭 해야 하는 일인데 아이가 거부할 때, 강압적으로 몸을 붙잡고 진행해야 하는 순간이 생길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 빈도가 높아지면 아이 마음속에 "부모는 내가 싫다고 해도 강압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그러면 부모를 신뢰하지 못해서 안심하고 용기를 내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내가 정말 싫어하면 부모님이 강제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아이는 더 기꺼이 시도해요. 부모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뭔가를 해볼 수 있게 하는 안정적인 애착 관계도 물론 중요하고요.
실패해도 괜찮다는 믿음
용기를 내려면 실패해도 큰일 나지 않는다는 믿음도 필요해요. 저도 처음부터 라이브 방송을 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용기가 없으니까요. 대신 영상을 녹화해서 찍기로 한 건 실패해도 편집으로 잘라내면 되기 때문에, 그 정도는 더 기꺼이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라이브나 강연처럼 실패했을 때 리스크가 큰 자리는 그만큼 더 큰 용기가 필요했던 거고요. 그래서 부모가 아이의 자율성을 최대한 지지해 주는 평소의 태도가, 아이가 더 기꺼이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부모가 직접 보여주는 용기
부모가 말로 전하는 메시지와 실제 행동이 일치할 때 이런 가치가 가장 잘 전달됩니다. 아이가 부모의 용감한 모습을 매번 지켜볼 기회는 없으니, 그 순간들을 말로 설명해 주는 것도 좋아요. "다미야, 엄마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너무 떨려. 그런데 어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 시간 동안 말했어. 엄청 떨렸는데 용감했지." 낯선 사람에게 말 거는 게 무섭지만 해봤다면, 안 먹어본 매운 음식을 못 먹을 것 같지만 한번 먹어봤다면, 그 순간을 아이에게 들려주는 거예요. 아이는 부모를 좋아하니까 이런 모습을 좋은 것으로 인식하고 따라 하고 싶어집니다.
불안하고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아이일수록 부모가 도와줘야 할 일이 많고, 잘 도와줘야 합니다. 용기를 내게 하는 게 더 어려운 만큼 강제로 하게 되는 경험이 늘어날 수 있고, 그러면 신뢰 관계가 무너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쉬워요. 반대로 이런 아이가 부모의 도움으로 어려운 도전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경험을 쌓아가면, 오히려 두려움을 극복하는 연습을 어릴 때부터 상시로 하게 되는 셈이라 더 탄탄한 용감함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예민한 아이일수록 부모의 긍정적인 육아 방식에서 더 큰 도움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많아요. 100% 성공하지 못해도 괜찮으니, 최대한 도와서 성공하게 하고, 성공한 것에 긍정적인 강화를 주고, 용감함이라는 가치를 알려주면서 부모도 함께 용기 내는 모습을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리해 보면
- 용기는 두렵고 낯설어도 기꺼이 도전해 보려는 마음이며, 부모가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
- 아주 작은 일부터 용기를 내보게 하고, 성공했을 때 구체적으로 칭찬해 주세요.
- 아이가 싫다고 할 때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빈도를 줄여 신뢰 관계를 지켜주세요.
- 실패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주면 아이는 더 쉽게 도전합니다.
- 부모가 두려움을 극복한 순간을 말로 들려주면 아이는 그 모습을 보고 따라 하고 싶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