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3단계 책읽기 중 2단계까지 설명드렸어요. 여기서는 세 단계 중 가장 중요한 3단계, 대화하며 읽기(dialogic reading)를 좀 더 자세히 풀어 볼게요. 책읽기는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읽어 주기보다 오고 가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소통의 수단이 되는 게 좋아요. 언어 발달에도 좋고, 아이가 책읽기를 더 즐겁고 흥미롭게 느끼는 데도 도움이 되거든요. 3단계는 책 내용을 가지고 아이와 주고받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단계인데, 여기에는 몇 가지 전략이 있어요.

열린 질문을 하고, 대답에 열정적으로 반응하세요

첫째, 질문하기예요. 부모가 "뭐, 언제, 어디서, 어떻게"를 묻는 열린 질문이 언어와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아요. 열린 질문의 반대는 "예, 아니오"로 대답하게 되는 닫힌 질문이고요. 한 연구에서는 부모가 24개월 아이에게 열린 질문을 많이 할수록 1년 뒤 아이의 어휘 수준이나 인지 수준이 더 높았다고 결론 내렸어요. 책읽기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읽는 도중에 열린 질문을 많이 할수록 어휘 습득과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되고, 부모가 적극적으로 질문할수록 아이가 책읽기에 느끼는 흥미도 높아질 수 있어요. 그러니 3단계에서는 "토끼가 당근을 먹었어, 안 먹었어?" 같은 닫힌 질문보다 "토끼가 뭘 먹고 있을까?", "토끼가 어디로 가고 있을까?" 같은 열린 질문을 많이 해 주세요.

하나 더, 아이가 대답했을 때 부모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신경 써 주세요. 만 3세 아이들에게 새로운 단어를 가르쳐 주면서 세 그룹으로 나눠 어휘 습득 효과를 살펴본 연구가 있어요. 첫 번째 그룹에서는 그림을 가리키며 이름을 말해 주는 포인팅과 라벨링만 했어요. 두 번째 그룹에서는 "OO 어디 있어?" 하고 물어보고 아이가 제대로 짚으면 "그래" 하고 감정 없이 반응했고요. 세 번째 그룹에서는 똑같이 물어보고 아이가 제대로 짚으면 "맞아, 맞아!" 하고 열정적으로 반응했어요. 결과는 첫 번째보다 두 번째, 두 번째보다 세 번째 그룹에서 어휘 습득이 더 잘 일어났어요. 단순히 포인팅과 라벨링만 하는 것보다 질문을 할 때 습득이 잘 되고, 아이의 대답에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도 습득 수준에 영향을 준다는 거죠.

앞선 글에서 아이는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잘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무슨 정보를 더 중요하게 받아들일지 결정할 때 아이는 어른이 주는 사회적 신호에 의존해요. 아이가 뭔가 말했을 때 부모가 심드렁한지, 기뻐하는지가 '내가 지금 말한 건 기억할 가치가 있구나' 하고 판단하는 단서가 되고, 그 정보를 얻는 데 더 집중하게 되는 거예요.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아이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열정적으로 반응해 주는 게 왜 중요한지 이해가 되시죠.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는 같은 환경, 같은 책을 가지고도 조금만 배우기도 하고 많이 배우기도 해요.

질문을 많이 하면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을까요?

언젠가 인터넷에서 아이에게 "이게 뭐야, 저게 뭐야" 하고 자꾸 물어보는 게 좋지 않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어른도 누가 끊임없이 테스트하고 물어보면 스트레스받지 않겠느냐는 거죠. 근거를 갖춘 주장은 아니었고, 개인적으로는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어요. 앞선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베싸가 아동 발달을 공부하면서 얻은 큰 깨달음 중 하나는 아이들의 삶의 목적이 어른과 달리 배움이라는 거예요. 아이들은 배우는 데 굉장히 큰 내적 동기를 지니고 있어요. 테스트하는 식의 질문을 할 때 아이가 어떤 태도로 대답하는지 한번 유심히 살펴보세요. 아마 많은 경우 열정적으로, 대답을 해내려고 안달 난 태도로 기꺼이 응할 거예요. 그 질문에 답하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단서를 찾으면서 뭔가 배우고 있는 중이니까요. 최근 읽은 책에서도 아이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져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고등 인지 능력을 담당하는 상위 뇌를 훈련시키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했어요.

만약 많은 질문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 같다면, 부모가 너무 대답을 강요했거나, 대답을 해도 적절한 리액션을 해 주지 않고 답만 말하기를 강요해서 그럴 수 있어요. 다미도 질문하면 대체로 열심히 대답하지만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 대답을 안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크게 강요하지 않고 다미가 관심 가질 만한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요. 그리고 다미가 뭔가 대답해 주면 언제나 격하게 반응하면서 다미의 답을 다시 한번 반복해서 들려줘요. 책을 읽을 때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아이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해 보세요.

아이의 말을 더 정확하고 긴 문장으로 확장해 주세요

둘째, 확장하기예요. 책읽기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언어 발달에 아주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전략이에요. 아이가 무엇인가 말하면 그 말을 좀 더 정확한 표현으로 다시 말해 주거나, 살을 붙여서 추가로 말해 주는 거예요. 다미는 요새 여러 단어를 붙여서 문장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아직 완전하지는 않아요. 이럴 때 그 문장을 더 복잡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바꿔서 들려줘요. 살을 붙인다는 건, 아기가 멍멍이를 가리키며 "멍멍" 했다면 "그래, 멍멍이"에서 끝내지 않고 "그래, 멍멍이가 엄마한테 뛰어오고 있네" 하고 문장을 만들어 주는 거예요. 다만 아이의 언어 수준에서 너무 크게 벗어나게 확장하면 아기가 그 문장의 뜻을 이해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요. 아이가 말하려는 문장의 범위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이렇게 확장해서 말해 주면 아이가 부모의 말을 이해하기 쉬워요. '내 말을 다시 말해 주는 거구나' 하고 기대하고 듣기 때문이에요. 아무 단서 없이 들을 때보다 당연히 언어 습득이 더 효과적으로 일어나겠죠. 앞선 글에서 반복 읽기의 장점을 말씀드렸는데, 반복이 진행될수록 아이들은 책의 그림이나 스토리에 익숙해지고 자발적으로 이런저런 말을 더 많이 하기 시작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이가 익숙한 책 내용을 두고 이런저런 말을 하려고 할 때, 그 말을 더 정확한 표현으로 바꿔 주거나 살을 붙여서 약간만 더 복잡하고 긴 문장으로 들려주시면 돼요. 베싸의 경험으로는 아이의 언어 수준에 따라 확장하는 방식이 달라져요. 다미가 아직 단어 하나씩 말하던 때는 거기에 살을 붙여서 많이 들려줬고, 요즘처럼 여러 단어를 붙여 말해 보려고 애쓰는 시기에는 다미가 말하려는 문장을 더 정확하고 완전한 문장으로 바꿔서 들려주고 있어요.

책 내용을 아이의 경험과 연결해 주세요

셋째, 아이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 짓기예요. 책을 읽다가 아이의 경험과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오면 그걸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거예요. 아기가 나오는 책을 읽다가 "다미도 이런 일이 있었지? 기분이 어땠어? 속상했어?" 하는 식으로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질문과 대화가 오가게 돼요. 앞서 말한 책에서도 아이가 지난 경험을 떠올려 보고 그때 느낀 감정과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야기 나누는 경험이 아이의 뇌 발달에 얼마나 좋은지 잘 설명되어 있어요. 앞선 글에서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좋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런 책을 읽을 때는 등장인물의 감정만 이야기하기보다 아이가 오늘이나 어제 실제로 느낀 감정을 이야기하는 게 그 감정을 이해하고 이름 붙이는 데 더 큰 도움이 되겠죠.

다만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이 아닌 과거의 에피소드를 머릿속에 떠올려 대화를 이어 가는 건 어린아이에게 조금 어려울 수 있어요. 아이가 아직 어려서 어제 있었던 일 같은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줘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 아이가 평소에 반복적으로 자주 하는 경험이나 특정 인물을 이야기하거나, 책에 나오는 물건과 똑같은 집 안의 물건을 찾아다니면서 읽어 주는 식으로 경험과 연결해 주셔도 좋아요. 예를 들어 다미가 좀 더 어렸을 때 어떤 책을 '할아버지 책'이라고 불렀는데, 그 책에 할아버지가 나와서 읽을 때마다 할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해 줬기 때문이에요. 책에 나오는 물건을 집에서 찾아다니는 건 돌 전후로 많이 했는데, 다미가 이 활동을 하면서 책읽기에 특히 재미를 붙였던 기억이 나요. 물론 부모는 좀 귀찮아질 수 있어요. 그 책을 읽을 때마다 물건을 찾으러 가자고 하거든요.

이 밖에도 책의 내용, 그림, 등장인물을 두고 아이와 자유롭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그게 바로 대화하며 읽기예요. 책에 쓰인 글자가 없다고 생각하고, 아이와 그림을 보면서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런저런 말을 만들어 들려주기만 하면 돼요.

3단계를 실제로 적용하는 법

책을 처음 읽어 줄 때는 일단 책에 적힌 글은 없다고 생각하고, 표지부터 포인팅과 라벨링을 해 주면서 그림을 설명해 준다는 느낌으로 보여 주세요.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특히 18개월 미만이고 한두 단어로 말하거나 아직 말을 못 하는 단계라면 "이건 아기야, 이건 유모차야" 하는 식으로 그림 속 대상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말해 주는 걸로 시작하면 좋아요. 아이가 좀 더 커서 책에 나오는 대상의 이름을 대체로 알고 단어를 조금 능숙하게 붙여 말하기 시작했다면 "이건 뭐야, 저건 뭐야" 하기보다 그림을 문장으로 설명해 주세요. 아는 단어가 많은데 자꾸 "이거 뭐야" 하면 오히려 흥미를 잃을 수 있거든요. "엄마가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밀어 주고 있네" 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아이가 책에 좀 친숙해지면 2단계로 넘어가 본문을 읽어 주세요.

다만 너무 엄격하게 "1단계를 다 하고 2단계로 넘어가라"는 뜻은 아니에요. 단계별 읽기라고 하니까 오늘부터 내일까지 1단계, 그 뒤 일주일은 2단계, 그 뒤부터는 3단계 하는 식으로 딱딱 잘라 적용하는 건가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전혀 아니에요. 대체로 이런 흐름으로, 아이가 책에 얼마나 익숙해진 상태인지에 따라 읽어 주기의 무게중심이 조금씩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신경 써서 읽어 주면 된다는 거예요. 본문이 정말 쉽고 간단한 책은 1단계 포인팅과 라벨링을 하면서 본문 읽기도 같이 해도 되고, 아이가 이미 좋아하고 많이 읽은 책은 바로 3단계부터 시작할 수도 있어요. 어떤 책은 처음부터 1, 2, 3단계를 다 살려서 읽어 주되 처음 몇 번은 2단계 비중이 높고, 열 번 이상 읽었을 때는 3단계 비중이 높아지기도 하고요.

본문 읽기를 충분히 했고 아이가 스스로 내용을 예측하면서 적극적으로 손가락질도 하고 말도 하기 시작하면, 3단계 전략들을 써서 주고받는 대화를 나누면 돼요. 질문도 하고, 아이의 말을 확장도 해 주고, 아이의 경험과 연결도 하면서 책을 도구 삼아 아이와 대화한다고 생각해 주세요. 베싸의 경험으로는 기승전결이 있어서 스토리의 흐름이 중요한 책은 계속 2단계로 본문을 읽으면서 3단계를 추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스토리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책은 3단계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가는 게 더 좋은 경우도 있었어요.

3단계 읽기를 알고 나서 책읽기가 어렵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게 왜 좋은 방식인지 설명하느라 말이 길어져서 그렇지, 방법만 놓고 보면 별거 아니거든요. 책의 글자를 읽어 주는 데 집중하지 말고 그림을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보는 것도 좋다는 거죠. 가장 중요한 건 아이가 부모와 함께하는 책읽기에 흥미를 가지는 것, 즐거움을 느끼는 것, 그 속에서 대화와 교감이 이루어지는 거예요. 이미 아이와 즐겁고 풍부하게 언어를 주고받으며 책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내 방식이 1, 2, 3단계는 아닌데' 하고 생각하실 필요는 전혀 없어요. 안 해 본 전략이 있다면 한번 해 볼까, 처음 읽어 줄 때와 익숙해진 뒤에 비슷하게 읽었는데 이제는 다르게 읽어 볼까, 이런 고민을 해 보는 계기가 됐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정리해 보면

  • "예/아니오"로 답하는 닫힌 질문보다 "뭐, 어디, 어떻게"를 묻는 열린 질문을 많이 하세요.
  • 아이가 대답하면 열정적으로 반응하고, 아이의 답을 다시 한번 들려주세요.
  • 아이의 말을 조금 더 정확하고 긴 문장으로 확장해 주되, 아이 수준에서 너무 벗어나지 마세요.
  • 책 내용을 아이의 경험, 자주 만나는 사람, 집 안의 물건과 연결해 주세요.
  • 단계는 딱딱 자르지 말고, 아이가 책에 익숙해질수록 대화의 비중을 높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