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 영상을 보여줄 때, 어떤 영상을 선택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영상을 보여주는지도 매우 중요해요.
결론부터!
“아기들에게 영상 보여줄 때, 부모님과 함께 보고, 반복 시청하면 영상 시청의 부작용을 줄이고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집에서 상시로 TV를 틀어놓지 말고, 어두워지면 영상 보여주지 말고, 특정한 장소, 시간을 정해놓고 영상을 보여주고, 먹을 때 보여주지 말고,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도구로 영상을 보여주지 말아라.”
“영상통화는 영상 시청에 비해 학습에 유리하다.”
하나하나 살펴볼게요.
첫째, 부모님과 함께 보기
Screen Sense: What the Research Says About the Impact of Media on Children Aged 0-3 Years Old www.zerotothree.org
여러 자료들에서, 영유아 영상 시청에 있어, 부모님이 함께 보는 co-view가 가장 중요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어요.
베싸TV 영상에서, 영상 시청이 아기들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아기들의 발달에 필수적인 현실세계에서의 face-to-face 상호작용이 줄어들고,
영상에서 배운 내용을 현실에서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Transfer Deficit”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구요.
이 두 가지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영상을 함께 시청하면서, 부모님이 활발하게 상호작용해주는 것입니다.
영상에 나오는 물체의 이름을 말해주고, 영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해주고, 영상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행동해 보는 것이지요.
위 리포트에서 인용한 연구들에 따르면,
1. 12개월 이전의 영아들이 영상을 볼 때 부모님이 언어적으로 활발하게 상호작용해준다면, 기존에 알려진 영상 시청으로 인한 언어 발달 지연이라는 부작용이 크게 감소하거나 언어 발달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2. 12개월~18개월 사이의 유아들은, 부모님이 적절한 언어적 도움을 줄 때만이 영상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3,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의 아이들이, 부모님이 컨텐츠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언어로 해 줄 때 더욱 영상에 집중하였고, 소리를 낸다거나, 춤을 추는 등의 몸짓을 하는 방식으로 더 높은 수준으로 반응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좀 더 큰 아기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어린 아기들의 경우, 영상을 함께 시청하면서 부모님이 활발하게 상호작용해준다면, 영상의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오히려 학습의 토대로 삼을 수 있습니다.
평소에 아이와 단둘이 있으면서, 장난감과 집안 도구들만으로 상호작용해주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느끼셨다면, 그리고 엄마도 너무 단조로운 육아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고 계시다면, 아기에게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영상을 함께 보면서, 다양하게 언어적으로, 신체적으로표현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일 것 같아요.
Screen media and language development in infants and toddlers: An ecological perspective www.sciencedirect.com
참고로, 부모님들은 재미를 위한 영상이 아닌 교육적인 영상을 볼 때, 더 상호작용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영상을 보면서 이 영상에서 뭔가 전달하고자 하는 개념이 있구나, 하고 부모님도 느낄 것이고, 아기가 그러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욕구가 생기겠죠. 그러므로 영상을 잘 고르는 것도, 영상을 함께 보면서 적절하게 상호작용하는 데 중요한 선결 조건이 될 것 같네요.
둘째, 반복 시청하기.
아기들은 처음에 영상을 만났을 때, 현실 세계와 상당히 다른, 신기한 요소들, 예를 들어 밝은 색감이나 빠른 화면의 전환, 음향효과, 노래 등에 집중하게 됩니다.
Formal Production Features of Infant and Toddler DVDs jamanetwork.com
그러나 반복적으로 같은 영상을 보다 보면 그러한 새로웠던 요소에도 점차 익숙해지게 되고, 영상의 구조나 흐름을 대충 예측하게 돼요.
그러고 나면 영상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개념이나, 언어적인 인풋에 주의를 돌리게 되고, 결국에는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고 해요.
Screen media and language development in infants and toddlers: An ecological perspective www.sciencedirect.com
이 논문에서는, 특정 행동을 모방하는 데 있어 영상 반복 시청의 효과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13개월 된 아기들의 경우 같은 영상을 4주 동안 반복 시청했을 때 영상 속 행동을 모방하지 못했지만, 20개월 된 아기들은 반복 시청 후 행동을 성공적으로 모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 논문에서 인용한 또다른 연구에 따르면, 8개월 때부터 특정 영상을 반복적으로 시청한 아이들이 15개월 되었을 때 그 영상에서 나오는 단어들을 약간 배웠다고 해요.
즉, 반복 학습에 따른, “Transfer deficit”(영상에서 배운 내용을 현실에 적용하지 못하는 현상)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앞서 말씀드린 부모님과 함께 시청하면서 수반되는 상호작용의 효과까지 생각하면, 1세 미만의 영아라고 할지라도 영상을 통해 어느 정도 학습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셋째, 상시로 TV 틀어놓지 않기.
아기가 영상에 노출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1. Background 노출. Back-은 뒤라는 뜻이지요. 어른들용 채널이나 어린이용 TV 채널이 집에서 백그라운드로 틀어져 있어, 놀다가 쳐다보다가 하게 되는 경우이구요.
2. Foreground 노출. Fore-는 앞이라는 뜻이예요. 백그라운드의 반대말로, 주로 영유아를 위한 영상을 부모님이 의도적으로 틀어줘서 집중해서 보게 되는 경우를 뜻합니다.
이 중, Background 노출의 경우 발달 지연이나 인지 기능 저하라는 결과를 불러왔지만, Foreground 노출의 경우 이러한 부작용이 없었다고 하는 연구 결과들이 상당히 있습니다.
Infant media exposure and toddler development - PubMed pubmed.ncbi.nlm.nih.gov
Associations between parenting, media use, cumulative risk, and children's executive functioning - PubMed pubmed.ncbi.nlm.nih.gov
(PDF) Infant and Early Childhood Exposure to Adult-Directed and Child-Directed Television Programming Relations with Cognitive Skills at Age Four www.researchgate.net
참고pnas.org
왜 그럴까요?
‘영상 시청의 부작용’ 관련된 영상에서, 아기들의 발달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에서의 face-to-face 상호작용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집에서 상시로 TV가 틀어져 있는 경우, 부모님들은 아이와의 상호작용 수준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TV가 부모님의 주의를 어느 정도 끌기 때문에 아기에게 오롯이 집중해주지 못하기 때문이죠. 아이에게 주는 언어 인풋도 줄어들고, 장난감이나 집안의 물건들을 가지고 탐색하는 놀이 활동도 더 적게 하게 된다고 해요.
이러한, 부모님의 주의 산만으로 인한 상호작용의 감소가 발달 저하의 한 요인이 될 수 있겠구요.
Background Television and Infants’ Allocation of Their Attention During Toy Play onlinelibrary.wiley.com
또한 아기들 역시, TV가 틀어져 있는 경우 주의가 흐트러져,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 짧아진다고 해요. 아기의 놀이 시간은 즉 학습 시간입니다. 백그라운드로 틀어져 있는 TV 때문에 학습 효율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백그라운드로 TV가 틀어져 있으면 아기들은, 영유아에 적합한 영상보다는 장면 전환이 빠르고 폭력적일 수 있는 어른들용 영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영상에 노출된 직후에 아기들의 실행기능이라고 하는, 학습에 필요한 인지적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된다고 하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이러한 부적절한 영상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전반적으로 학습과 발달에 부정적인 영햐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기가 깨어 있을 때는, 백그라운드로 TV를 틀어놓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넷째, 저녁 시간에 보여주지 않기.
Screen Sense: What the Research Says About the Impact of Media on Children Aged 0-3 Years Old www.zerotothree.org
영상 시청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은 연구로 밝혀진 사실입니다. 위 리포트에서 인용하고 있는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전반적인 영상 시청 시간이 길수록 아이들의 수면의 질이 나빴고, 특히 저녁에 영상을 시청하게 되면 수면을 방해하는 정도가 더 심했다고 합니다.
자기 2~3시간 전에는, 즉 어두워지고 나면, 영상을 보지 않는 게 좋겠어요.
다섯번째, 영상 시청의 엄격한 룰을 정하기.
이건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 논문이 있다기보다, 일반론적인 이야기입니다. 영상은 아기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중독적이죠. 집안에서 룰을 정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영상을 보여주다 보면, 아기들이 현실 세계에서의 상호작용이나 책읽기, 창의적인 놀이 등 다른 발달에 꼭 필요한 활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영상만 보고 싶어하게 될 수 있어요.
그러므로 영상을 보여주는 ‘장소와 시간’을 딱 정해, 그 룰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어린 아기들일수록, 매일 반복되는 루틴과 패턴에 잘 순응하거든요.
예를 들어, ‘영상은 차에서만 보는 것’, ‘영상은 손에 들고 보는 것이 아닌, 거치대에 얹어서 보는 것’, ‘영상은 아침 먹고 나서 30분동안만 보고 끄는 것’, ‘영상은 낮잠 자고 나서 보는 것’, 등의 나름의 룰을 정해 보세요.
이 룰을 엄격하게 지키면서, 어른도 모범을 보인다면, 아이가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더라도, 어릴 때부터 지켜온 집안의 관행을 쉽게 무시하지 못할 거예요.
참고로, 이 룰에서는 ‘무언가를 먹을 때’는 배제시키는 게 좋습니다. 사람이 무언가 먹으면서 영상 시청을 하게 되면, 배부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의식중에 더 많이 먹게 되고, 이는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과 소아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예요.
먹을 때는 먹는 행위 자체, 그리고 배부름이라는 내면에 신호에 집중하는 것, 이것이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좋습니다. 부모님들이 식당에서 아이들의 주의를 붙잡아 놓는 도구로 영상을 활용하시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요. 음식으로 촉감놀이를 하고 옷이나 식탁이 난리가 나더라도, 영상은 보여주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베싸네 집은 식당에서 나올 때마다 한바탕 청소하고 나오느라 바쁩니다..)
여섯번째, 부정적인 감정 해소용으로 영상을 활용하지 않기.
이것도 어떤 연구 논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론적으로 수긍할 만한 내용인 것 같고 베싸도 동의하는 내용이기에 소개드려요.
아기들이 울면 보통 엄마가 달래줍니다. 안아서 토닥토닥해주거나, 이거 뭐지? 하면서 다른 데 주의를 돌려주기도 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배웁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기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구나, 다른 데 주의를 돌려보면 짜증이 좀 가라앉는구나, 이런 식으로요.
실제 심리학에서 유명한 마시맬로 테스트라는 게 있는데요. 말귀를 알아먹을 정도 되는 아기들에게, 마시맬로를 하나 주고, 어른이 돌아올 때까지 마시맬로를 먹지 않으면 마시맬로를 두 개 먹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한 뒤 반응을 보는 실험이예요.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인 실행기능의 한 영역으로 꼽히는, 충동 조절 능력을 관찰하는 실험이죠.
이 실험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마시맬로를 먹고 싶은 충동을 참은 아이들은, ‘딴 생각하기’라는 전략을 사용한 아이들이었다고 해요.
많은 엄마들이 그러시겠지만, 베싸는 가끔 다미에게 간식을 줄 때, 다미가 충분히 먹었는데도 더 달라고 하면, 어 이거 뭐지? 하고 다른 데 주의를 돌려 상황을 벗어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미가, 언젠가는 먹고 싶은 충동을 스스로 억누르고 다른 데 주의를 돌리는 스킬이 자연스레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연구로 밝혀진 건 아니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런데 아기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충동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짜증을, 항상 일관되게 영상으로 달래 준다면 어떨까요? 아기는 스스로의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잘 배우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요. 영상처럼 화려한 자극은 일상 생활에서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감정 컨트롤 도구가 아니지요. 영상만이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면 그 또한 큰 문제겠지요.
그래서 베싸는, 아기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 영상을 활용하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베싸TV 영상에서 차에서 영상 보여주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런 맥락에서 울기 전에 영상을 틀어주거나, 우는 도중이라면 좀 달랜 후에 영상을 틀어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영상통화는요?
마지막으로, 영상통화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Screen Sense: What the Research Says About the Impact of Media on Children Aged 0-3 Years Old www.zerotothree.org
위 리포트에 따르면, 영상통화는 라이브 상호작용에 비해서는 약간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인터넷의 속도 한계 때문에 화면과 소리의 딜레이가 있구요. 직접적인 접촉이 없고, 카메라위치 때문에 눈맞춤이 완벽하게 되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고 받는 상호작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비디오 챗을 통한 상호작용은 녹화된 비디오에 비해 “Transfer deficit”(영상을 통해 잘 못 배우는 현상)이 적게 나타납니다.
위 리포트에서 인용하고 있는 연구에 따르면,
1. 24개월~30개월의 아이들은, 실제 상호작용과 비슷한 수준으로 영상통화 상호작용을 통해학습할 수 있었구요.
2. 12개월~25개월의 아이들은, 실제 상호작용까지는 아니지만, 녹화된 영상에 비해서는 더 효과적으로 특정 단어나 행동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 영상통화는 보통 부모님이 옆에서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을 해주고, 통화하는 상대가 늘 비슷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상호작용과 반복 시청), 학습에 더 유리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갖췄다고 할 수 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