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들은 세계에서 외국어 울렁증(포린 랭귀지 앵자이어티)이 가장 높은 아이들이라고 해요. 그렇다고 제가 어릴 때 영어 교육을 하지 말자는 입장은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 시대에 영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늘은 영어 교육에 대해 가장 전문적이면서도 부모님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이야기를 들려주실 분, 옥스퍼드대학교에서 한국학과 언어학을 가르치고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습득을 연구하시는 조지은 교수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교수님은 두 자녀를 영어와 한국어 이중언어로 키운 경험도 함께 들려주셨습니다.

'몇 살부터'가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해요

조지은 교수님은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어요. 물론 어릴 때 언어를 습득하면 좋은 점이 많지만, 어떤 나이도 "늦었다"고 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영어유치원 같은 기관에서 부모님들이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이미 늦었다"인데, 실제로 많은 부모님이 "이렇게 늦었는데 지금 시작해도 괜찮은가"를 걱정하신다고 해요. 하지만 언어 습득 연구들도 갈수록 두세 살 같은 특정 나이를 결정적 시기의 경계로 딱 잘라 두는 데서 멀어지고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네 살, 다섯 살, 여섯 살에 시작해도 늦지 않고, 초등학교 입학 전이라면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라는 말씀이었어요. 영유아기 아기부터 초등학생 정도까지 폭넓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어를 무서워하지 않게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

교수님의 책을 읽어 보면 핵심 메시지가 분명해요. 아이가 영어를 무서워하지 않고 편하게, 나아가 궁금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거예요. 이 메시지는 교수님이 몇 년 전 외국어 울렁증을 연구하면서 느낀 문제의식에서 나왔다고 해요. 총명하고 밝게 자라야 할 한국 아이들이 세계에서 외국어 울렁증이 가장 높은 아이들이고, 투자도 가장 많이 하는데 정작 영어를 좋아하고 행복하게 말하는 결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오히려 다른 인지 발달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어요.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투자한 교육인데 결과가 좋지 않다면, 이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거예요. 외국어를 대하는 심리에는 불안과 즐거움이라는 두 축이 있는데, 즐겁게 배울 때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게 되고 영어가 아이 안에 내재화될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은 투자는 많이 하면서 즐거움은 없고 불안만 큰 현실이라, 이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어서 책을 쓰셨다고 합니다.

영어는 필수지만, '공부'로 만나면 안 돼요

그렇다면 아예 어릴 때는 영어 교육을 안 하는 게 낫다는 주장에는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교수님은 어릴 때 영어 교육을 하지 말자는 입장은 절대 아니라고 하셨어요. 지금 세대는 글로벌한 세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 영어는 이미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고, 건강한 노출은 많이 시킬수록 좋다는 거예요. 다만 영어에 대해 흑백 논리를 가지면 안 된다고 강조하셨어요. "영어 때문에 아이가 이렇게 됐다"거나 "그러니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극단적인 생각이요. 우리는 영어를 늘 '공부'로 대해왔는데, 영어가 진짜 공부가 되는 시기는 언어학자들처럼 아주 늦은 나이인데도 태어나면서부터 영어를 공부로 만나다 보니 늘 스트레스가 된다는 거예요. 이 패러다임을 깨야 한다는 게 교수님의 핵심 메시지였어요. 수능을 만점 받아도 한마디도 못 하는 죽은 영어 말고, 살아 있는 영어로 만나야 아이들이 영미권이 아니더라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영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중요한 건 영어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고, 아이가 영어로 말하고 싶은 마음, 즉 소통하고자 하는 의욕을 갖게 하는 거예요. 영어를 처음 만날 때는 읽기보다 듣고 말하기가 먼저여야 하는데, 우리 영어 교육은 처음부터 영어를 공부로, 공부를 스트레스로 만들어버리는 게 문제라고 하셨어요. 어린아이들에게는 처음부터 교육이나 공부라는 틀을 씌우지 말고, 즐겁게 만나 친구가 되게 해주자는 말씀이었습니다.

겁먹지 않고 시작하는 마음이 진짜 차이를 만들어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별거 아니네" 하는 마음이라고 하셨어요. 우리는 영어를 너무 처음부터 겁먹고 시작한다는 거예요. 학원에 가서 "이미 늦었다"는 말을 들으면 부모님도 아이도 겁부터 먹게 되죠. 교수님은 옥스퍼드에서 만나는 외국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을 비교하며 이 차이를 많이 생각하신다고 해요.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면에서는 한국 학생들이 절대 뒤지지 않는데, 외국 학생들은 "이게 뭐지, 한번 해보자"는 배짱으로 시작하고, 한국 학생들은 겁먹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배짱이 실력 차이로 이어진다고 하셨어요. 아이가 세 살에 시작하든 네 살에 시작하든, "겁먹어야 준비되는 것"은 준비가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된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어요. "한번 해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다면 조금 늦게 시작해도 괜찮지만, 처음부터 너무 준비에 집착하고 겁부터 먹으면 정작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이 부분은 부모님 세대부터 사회적으로 돌아보고 바꿔가야 할 부분이라고 하셨어요.

AI 시대에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표현과 공감의 언어

번역기 성능이 점점 좋아지면서 영어 교육의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언어학자로서 미래의 언어를 연구하시는 교수님의 생각은 달랐어요. 지난 50년간 현대 언어학을 이끌어 온 이론에서는 인간만이 언어를 만들어낼(생성할) 수 있다고 봤는데, 최근에는 거대언어모델도 문장을 생성하다 보니 '생성'이라는 게 인간만의 능력인지, 인간의 언어와 AI의 언어는 무엇이 다른지를 놓고 고민이 많아졌다고 해요. 실제로 이런 AI 때문에 우리 언어 영역에 어느 정도 침범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라고 하셨어요. 지금까지는 인간과 인간의 소통이었다면 앞으로는 인간과 다양한 AI가 함께 살아가는 소통 모델이 늘어날 텐데, 그 과정에서 언어에도 일종의 분업이 생긴다는 거예요. 감정이 없는 정보 전달용 언어는 AI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겠지만, 표현하고 공감하는 언어는 인간에게 오히려 더 필요해진다는 말씀이었어요. 문법이나 어휘를 기계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은 AI 시대에는 더더욱 필요성이 줄어드는데, AI가 만들어내는 문장은 애초에 문법적인 데이터로 학습하기 때문에 항상 문법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건 AI가 할 수 없는 것, 바로 표현하는 영어와 공감하는 영어라고 하셨어요. 이런 표현과 공감의 언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특히 어린 시절에 사람을 통해서만 습득이 가능하다고 강조하셨어요. 요즘 AI와 대화하며 언어를 배우는 방법도 많이 쓰이지만, AI와는 표현과 공감의 소통이 아직은 불가능하다고 보신다고요.

번역도 마찬가지라고 하셨어요. AI가 정보를 전달하는 번역은 잘 해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이 해내는 탁월한 번역,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소통이 더 빛을 발한다는 거예요. 앞으로 아이들이 자라 외국인과 소통하거나 정서적으로 교감할 때는 번역기가 대신할 수 없는,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말씀이었어요. 소통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라,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일수록 사람과 사람을 통한 언어 습득, 표현 영어를 배우는 일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진다고 하셨습니다.

정리해 보면

  • 영어 교육은 몇 살에 시작하느냐보다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더 중요해요.
  • 아이가 영어를 무서워하지 않고 편하게 느끼도록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에요.
  • 영어를 처음부터 '공부'와 '스트레스'로 만들지 말고, 듣고 말하며 친해지게 해주세요.
  • 겁먹은 채로 준비시키기보다 "한번 해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해주세요.
  • AI 시대일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배울 수 있는 표현하고 공감하는 영어에 신경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