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4.06 · 20:24
언어치료가 답일까, 기다리면 될까? 언어치료사 상담에서 얻은 실마리
발음은 말을 많이 할수록 좋아져요. 아이가 좋아하고 확실히 아는 것을 묻고, 필요한 상황을 활용해 말할 기회를 늘려 주세요.
아이가 돌쯤 지나면 슬슬 친구들과 비교가 되기 시작하죠. 우리 아이가 빠른 것 같으면 흡족하고, 느린 것 같으면 조급해져요. '정말 괜찮을까, 이렇게 넋 놓고 있어도 되나' 하는 걱정 가운데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게 언어 발달, 그중에서도 표현 언어일 거예요. 다른 아이들과 제일 비교가 잘 되거든요. 그런데 언어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아직 어리니 지켜보라는 말도 많고, 뭔가 하기에는 애매해서 초조하기만 한 분들이 많으시죠.
베싸가 인스타그램 설문과 주변 인터뷰로 이런 애매한 경우 두 가지를 뽑아 봤어요. 하나는 아이 발음이 너무 부정확해서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데 어떻게 교정해 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 다른 하나는 성향상 말이 적은 것 같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에요. 이 고민을 실제로 하고 계신 두 분이 언어치료사와 상담한 내용, 그리고 아이와 놀이하는 모습을 분석한 내용을 정리했어요. 두 분은 26개월, 28개월 남자아이를 키우고 계시고, 두 아이 모두 말을 시작한 시기가 조금 늦은 편이었어요.
출발이 늦으면 발음이 흐린 시간도 길어져요
첫 번째 어머님의 걱정은 이랬어요. 아이가 말할 수 있는 단어가 많지 않다가 24~25개월부터 갑자기 단어를 뱉기 시작했는데, 발음이 안 되는 상태로 계속 말한다는 거예요. "소방차"를 "어 아아" 하는 식이라 엄마는 알아들어도 다른 사람은 못 알아듣고요. 치료사가 물었어요. 단어가 늘기 시작한 지 넉 달쯤 됐는데 발음이 조금 명료해진 것 같은지, 아니면 그대로인 것 같은지. 어머님은 "이타, 이타" 하던 치타가 요즘은 "치타"가 됐다고 하셨죠.
치료사의 설명은 이랬어요. 아이들은 말을 반복할수록 발음이 명료해져요. 다만 명료해지다가 살짝 다시 흐려지는 지점이 있는데, 단어와 단어가 결합되어 문장으로 갈 때예요. "치타" 두 글자만 말할 때와 "여기 치타가 있어"라고 할 때는 한 번에 말해야 하는 단어가 훨씬 많아지고, 입에서 여러 가지 운동이 한꺼번에 일어나야 하거든요. 아직 거기에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에요.
같은 나이 또래와 비교하면 이 아이의 명료도는 낮을 거예요. 시작이 조금 늦었으니까요. 도착점이 다르지는 않지만 그 간극을 채우는 데 시간이 더 걸릴 뿐이에요. 말은 정말 많이 써 봐야 늘거든요. 24개월은 흔히 말하는 어휘 폭발기라 단어는 부쩍 늘었지만, 그 단어들을 아직 많이 써 보지는 못한 상태죠. 그러니 시간이 쌓였을 때 전보다 명료해지는지를 꾸준히 확인하면 됩니다.
발음을 그 자리에서 고쳐 줘야 할까
어머님이 가장 궁금해하신 건 이거였어요. 발음이 안 좋을 때 정확한 발음으로 그 자리에서 계속 교정해 주면, 아이가 '내가 발음을 잘 못하나' 하고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요. 치료사는 자음 발달에도 순서가 있다는 자료를 보여 주셨어요. 딱 맞는 기준이라기보다 이런 흐름이구나 하고 봐야 하고, 아이마다 개인차도 분명히 있어요. 예를 들어 이 연령에서 "소방차"의 ㅅ 발음을 어려워하는 건 괜찮은 거예요. 그러니 지금은 정확한 발음을 짚어 주지 않으셔도 돼요.
물론 교정이 필요한 때도 있어요. 아이가 다섯 살인데 ㅁ, ㅂ 같은 발음을 입술을 붙이지 않고 말한다면 적절한 교정이 필요하죠. 하지만 어린 연령에서 발음은 반복해서 말할수록 좋아지는 것이니, 결국 아이의 발음 고민은 '어떻게 하면 아이가 말을 더 많이 하게 할까'라는 문제로 이어져요. 출발이 느려서 연습이 더 필요할 뿐 도착점이 다르지 않다는 말을 들으면, 어린 나이의 발음은 부모가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는 결론도 내려 볼 수 있고요.
말을 많이 하게 하려면 '필요'와 '좋아하는 것'을 활용하세요
아이에게 말할 기회를 많이 주는 게 중요한데, 아이들은 필요할 때 어떻게든 표현을 해요. 그러니 필요한 상황을 활용해야 하죠. 아이가 왜 필요할 때 표현하느냐 하면 그걸 얻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칭찬이든 물건이든, 말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게 좋아요.
치료사는 놀이 영상을 보고 아이 성향을 '호불호가 강하다'라고 적었어요.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는 뜻이고, 이건 자극을 주고 말을 끌어낼 때 중요한 요소가 돼요. 좋아하는 간식,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장난감, 엄마와 하는 몸놀이를 활용하는 거죠. 몸놀이를 좋아하면 그 놀이에 이름을 붙여서 하고, 신체 부위 이름을 말하면서 아이가 원하는 부위를 간질여 주는 식으로요. 그러면 단순히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동기와 재미를 가지고 표현하게 돼요.
질문은 아이가 확실히 아는 것, 좋아하는 것부터
놀이 장면에서 어머님이 책을 펴고 처음 던진 질문은 "이거 누구야?"였어요.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고, 다시 "이거 뭐야?" 하고 물으니 "케이크" 하고 대답했죠. 이 아이는 확실하지 않은 건 절대 말하지 않는 아이예요. 처음 물어본 건 형이 아기였을 때 만든 앨범이라, 아기 얼굴을 한 형이 형인지 아닌지 고민했던 것 같다고 하셨어요. 반면 귤, 키위, 딸기, 고양이처럼 확실히 아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물으면 대답하기를 아주 좋아하고요.
그래서 치료사는 아이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 조금 더 잘 아는 것 위주로 질문하라고 권했어요. 질문하면 대답하는 게 의사소통의 기본이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확인하려고 던지는 질문은, 아이 입장에서 재미있는 경험으로 이어지기 어려워요. 지금은 계속 말을 배우고 표현해 보는 시기이니, 잘 아는 걸 물어서 '엄마랑 말로 묻고 답하니까 재밌다'는 경험을 더 많이 쌓아 주는 게 훨씬 좋아요. 나중에 호기심이 많아지면 모르는 건 아이가 먼저 물어보게 해 주면 되고요.
아이들은 "뭐야, 누구야"라고 말하기 전에 대부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엄마를 봤다가 물건을 봤다가 해요. 그런 상황을 활용해서 모를 때는 물어보는 것, 그리고 "이거 누구야?" 했을 때 모르면 "몰라"라고 대답하는 것도 알려 주면 좋아요.
정리하면, 발화 동기가 되는 '필요'를 잘 활용하자는 것, 그리고 아이 성향에 맞춘 전략이었어요. 두 번째 아이는 호불호가 강하고, 잘 못 한다고 생각하는 말은 섣불리 하지 않는 신중한 기질을 타고났어요. 이런 기질은 표현 언어에서 조금 덜 적극적일 수 있는 이유가 되죠. 그래서 좋아하는 것에 강한 동기를 갖는 점을 활용하고, 말을 자발적으로 많이 하게 될 때까지는 좋아하는 것과 확실히 아는 것 위주로 질문하고, 아이의 서브를 기다렸다가 리턴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원래 성향이 그렇거니 하고 마냥 기다리기보다, 부모가 집에서 이렇게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같은 성향이라도 소통의 즐거움을 더 빨리, 더 많이 경험할 수 있어요. 소통하려는 의지는 타고난 기질인 부분이 없지 않지만, 경험으로 조금씩 높아질 수 있거든요.
언어치료는 언제부터 받아야 할까
이런 애매한 경우에는 센터를 적극적으로 찾아가기도 고민되고, 마냥 기다리기도 답답하죠. 몇 세 이전이 언어 발달의 황금기라는데 어쩌지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한 어머님이 언어치료의 적정 시기를 여쭤 봤어요.
치료사는 현장에서 두 돌 전후 아이를 만난 적도 있다고 했어요. 몇 세가 되어야 치료실에 가고 전문가 개입이 필요하다는 기준은 없지만, 여러 연구와 상황에서 공통으로 말하는 건 필요하다면 조기에 개입하는 게 좋다는 거예요. ABA 치료 쪽에서는 주 20시간은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시간은 많을수록,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는 게 기본이에요. 그런데 주 20시간 치료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치료사 본인도 못 한다고 했어요. 시간도 시간이지만 비용도 엄청나거든요.
그래서 전문가 개입을 원한다면 치료실을 방문해서 한번 점검받아 보는 건 절대 나쁜 일이 아니지만, 치료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배운 것을 가정에서 일반화하는 거예요. 어떻게 했을 때 우리 아이가 잘하는지, 어떻게 하면 동기를 잘 끌어낼 수 있는지 부모가 아이를 잘 관찰하고 체크해 보라고 하셨어요.
최근 발달 중재의 흐름도 전문가 치료에 맡기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부모와 가족이 깊숙이 개입하는 가족 중심 접근으로 옮겨 가고 있어요. 여러 연구에서 그 효과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일상에서 끊임없이 발달 자극을 주는 것과 일주일에 한두 번 센터에 가는 것은 효과 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고, 센터에서 한 것이 집에서 잘 일반화되지 않는 어려움도 있거든요. 아이를 일주일에 두 번 데리고 나가서 햇볕을 쬐어 주는 게 아니라, 부모가 태양이 되어 주는 거예요.
말의 양보다 질, 그리고 부모의 효능감
한 어머님은 "엄마가 말을 많이 안 해서 아이 말이 늦는 거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어요. 놀이 영상을 보셨으니 내가 주는 언어 자극이 많은 편인지 적은 편인지 봐 달라고요. 치료사는 표현이 아주 적다고 느끼지도, 아주 많다고 느끼지도 않았다면서, 양보다는 질이라고 답했어요. 부모라면 말이 많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내가 이미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평균보다 적게 하면서 스스로는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이건 육아서나 영상을 아무리 많이 봐도 스스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래서 제3자 관점의 피드백이 도움이 돼요. 잘하고 있다면 '내가 못하고 있는 건 아니구나, 다만 이 부분에 조금 더 신경 쓰자', 못하고 있더라도 '이 부분을 이런 방법으로 더 잘해 봐야겠다' 하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막연한 불안을 내려놓고 실제로 해 나갈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거죠.
아이가 좀 느린가, 내가 부모로서 잘해 주고 있나 하는 불안이 들기 시작할 때 "비교하지 마라, 불안해하지 마라, 조급해하지 마라"라는 말을 흔히 듣죠. 그 말만으로 불안이 해소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한국 사회가 워낙 경쟁적이라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에 늘 경각심을 갖도록 교육받으며 자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이 불안과 조급함을 진짜로 해소하려면 상투적인 위로보다 불안을 낮출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해요. 내가 이렇게 노력하면 분명히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부모에게 있어야 하죠. 발달에 더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더 높은 양육 효능감이 필요하고, 발달을 잘 아는 전문가가 옆에서 일대일로 도와주면 더 든든할 거예요.
정리해 보면
- 발음은 말을 반복할수록 좋아져요. 출발이 늦으면 간극을 채우는 데 시간이 더 걸릴 뿐, 도착점은 다르지 않아요.
- 어린 나이에는 발음을 그 자리에서 고쳐 주지 않아도 돼요. 대신 말을 많이 하게 도와주세요.
- 아이가 뭔가를 얻어야 하는 '필요한 상황'과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활용해 말할 기회를 늘려 주세요.
- 질문은 아이가 확실히 알고 좋아하는 것부터 하고, 대답하면 재밌다는 경험을 쌓아 주세요.
- 필요하다면 조기에 점검받되, 배운 것을 집에서 매일 일반화하는 게 치료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해요.
진단이나 치료가 필요해 보이면 소아청소년과 등 전문가와 상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