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아기를 더 잘 재우는 과학적인 방법 열 가지 중 네 가지를 말씀드렸어요. 온도, 잠드는 시간, 깨어 있을 때 눕히기, 검증된 수면 의식이었죠. 이번에는 나머지 여섯 가지예요. 재우는 사람의 태도처럼 조금 낯선 이야기부터 시작할게요.

재울 때 양육자의 태도, 정서적 가용성

심리학에 이모셔널 어베일러빌리티, 우리말로 정서적 가용성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줄여서 EA라고 부를게요. 양육자가 아기에게 얼마나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아기가 원하는 걸 얼마나 적극적으로 들어주려 하는지를 재는 척도예요. 사귄 지 3일 된 커플은 상대의 말을 열중해서 듣고 뭘 원하는지 알아내 적극적으로 해 주려고 하죠. EA가 높은 거예요. 반면 결혼한 지 20년 된 부부는 각자 휴대폰을 보며 건성으로 대화하거나, 상대가 원하는 걸 알아도 귀찮은 일은 잘 안 하는 식으로 EA가 낮은 행동을 보이기 쉽죠.

한 연구에 따르면 아기를 재우는 시간에 양육자의 EA가 높을수록 아기가 더 잘 잤어요. 연구자들의 설명은 이래요. 아기가 잘 자려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잠들어야 하는데, 옛날에는 약한 아기가 엄마 품이 아닌 바닥에서 잠들면 잡아먹히는 등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아기들은 기본적으로 잠드는 것에 불안과 공포를 갖고 있고, 안전하다고 느낄 때까지 우는 거예요. '이 사람은 내가 잠들어도 나를 지켜줄 만큼 나를 사랑하고 돌봐 주는구나' 하고 느끼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거죠.

그럼 재울 때 EA가 높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요. 이 개념을 제시한 학자에 따르면 크게 네 가지로 나뉘어요.

첫째는 민감도예요. 아이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고 빠르게 읽어서 바로 해결해 주는 것. 저는 목욕시키고 나서 재우는 시간에는 평소보다 아이에게 더 집중해요. 배고픈 기색이 보이면 바로 수유하고, 안기고 싶어하는 것 같으면 바로 안아 주고요. 목욕 후에는 추우니까 옷을 입히기 전에 이불부터 덮어 주고, 추운데 옷 입히느라 울지 않도록 입히기 쉬운 내의를 준비해요. 입히다가 짜증을 내면 다 입기 전이라도 바로 안아 주고요. 낮에 찡찡거려도 '이것만 하자' 하면서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과는 다른 태도죠. 그리고 눕히고 나서 방에서 바로 나오지 않고, 깨지 않겠다는 확신이 든 뒤에 나와요. 깨서 울면 바로 달래 줄 수 있게요.

둘째는 구조 만들기. 혼란스럽게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라 절차와 시스템이 있다는 뜻이에요. 언제는 이렇게 하고 언제는 저렇게 하지 않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 주고, 목표를 향해 갈 때 아이를 적절하게 이끌어 주는 것. 이 연구에서는 적절하고 일관된 수면 의식으로 아기가 잠들도록 잘 도와준 엄마에게 구조 만들기 점수를 높게 매겼어요.

셋째는 침해하지 않기. 지나치게 참견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는 뉘앙스예요. 아기가 하나도 졸려 하지 않으면 억지로 흔들거나 자장자장을 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거나 책을 읽어 주거나 마사지를 하는 조용한 활동을 해 주면 돼요. 반대로 아기가 졸려 하는데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거나, 졸린 아기를 안고 밝은 곳으로 나가 정신없게 하거나,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 안 되겠죠.

넷째는 적대적이지 않은 태도. 이건 좀 쉽죠. 큰 소리를 내거나, 아기가 운다고 짜증내거나 화내지 않는 거예요. 조용하고 차분하고 긍정적으로 안심시켜 줘야 아기가 더 빨리, 깊이 잘 수 있어요.

셋째와 넷째는 남편이 퇴근 후 아기를 재우는 경우라면 특히 잘 이야기해 주셔야 해요. 남편들은 아기가 졸 때까지 정신없이 큰 소리를 내면서 놀아 주는 경우가 더 많을 수 있거든요.

밤에 만들어진 모유는 수면제와 같아요

유축 수유나 혼합 수유를 하시는 분께 해당하는 이야기예요. 밤에 생산된 모유에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들어 있어 아기를 졸리게 해요. 멜라토닌은 어른의 몸에서는 밤이 되면 잠들 수 있도록 생산되지만 3개월 미만 아기의 몸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모유를 생산할 때 분비되는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은 수유하는 엄마까지 졸리게 하죠. 그래서 모유수유하는 엄마들은 밤에 깨서 수유할 때 다시 잠드는 데 어려움이 별로 없고, 아기도 중간에 깨더라도 수유 후 바로 잠드는 경우가 많아요. 다미는 거의 99% 먹기만 하면 잠들고 저도 수유하면서 거의 자기 때문에, 저는 모유수유하면서 잠이 아주 부족하다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그러니 유축 수유를 하신다면 가급적 밤에 짠 모유를 밤에 먹이는 게 좋겠죠. 혼합 수유라면 분유가 더 천천히 소화돼서 아기가 더 늦게 깬다고 생각하고 자기 직전에는 분유를 먹이시는 분이 많을 텐데요.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전체 수면 시간은 모유수유 쪽이 더 길다는 결론이 많았어요. 모유수유를 한다고 더 자주 깨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고, 자주 깬다 해도 엄마와 아기가 더 빨리 다시 잠들기 때문에 전체 수면 시간은 더 길다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 직전이나 자다 깼을 때는 모유를 먹이는 게 아기와 엄마의 수면에 더 좋을 것 같아요.

낮잠과 낮의 빛, 생체리듬을 익히는 방법

왠지 낮잠을 안 자면 밤에 푹 잘 것 같지만, 아기들은 낮에 피곤하면 밤에 잠들기 전에 더 보채고 잠들더라도 수면의 질이 낮아진다고 해요. 낮잠을 너무 잘 자서 밤에 못 자나 하는 걱정은 하실 필요가 없어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낮잠을 많이 자고 밤잠을 덜 잔다면, 그건 아직 아기가 낮과 밤을 가르는 생체리듬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이 리듬은 낮잠을 덜 재운다고 바뀌는 게 아니라 아기가 세상을 알아가면서 서서히 익히는 거예요.

다미가 3개월쯤 됐을 때 여행을 갔는데, 하루 종일 밖에 있으니 낮잠을 푹 못 잤어요. 밤에 더 잘 자겠다 싶었는데 피로가 누적되어 자기 전에 엄청나게 용을 쓰면서 울었고, 자다가도 몇 번 깨더라고요. 그 뒤로는 여행을 가더라도 중간에 낮잠 시간은 꼭 확보해 주고 있어요.

생체리듬을 빨리 익히게 하려면 낮에는 최대한 밝게 해 주세요. 아기는 빛에 많이 노출될수록 생체리듬을 빨리 익히고, 그만큼 낮과 밤을 빨리 구분해 밤에 더 길게, 혹은 통잠을 자게 돼요. 한 연구에 따르면 낮 동안 빛에 노출된 아기일수록 밤에 더 길게 잤어요. 햇빛이 하루 종일 잘 들어오는 집은 별로 없을 테니 낮에도 전등을 켜 놓고 생활하고, 밤에는 최대한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 주세요. 밤에는 노랗거나 빨간 불빛은 괜찮다는 글도 많이 봤는데, 찾아보니 다른 색보다는 낫지만 어두운 것보다는 못하다고 해요. 노란 불이라도 최대한 은은하게 해 주시는 게 좋겠어요.

인공조명과 햇빛에 노출된 아기를 비교한 연구는 없었지만, 햇빛은 인공조명보다 훨씬 밝기 때문에 바깥에 자주 나가는 것도 생체리듬을 익히는 데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햇빛의 조도는 맑을 때 5만 럭스 이상인데 실내 조도는 보통 500~700럭스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햇빛을 쬐는 건 엄마와 아기의 비타민 D 합성에도, 엄마의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되니 가능하면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외출하시길 권해요.

아기와 같은 침대를 쓰지 않기

한 연구에 따르면 엄마와 같은 침대를 쓰는 아이들이 밤에 더 자주 깼어요. 다만 더 빨리 다시 잠들었기 때문에 전체 수면 시간은 비슷했다고 해요. 그런데 앞선 글에서 아기가 깼을 때 너무 바로 반응하지 않을수록 12개월 때 셀프 수딩을 습득할 확률이 높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아기가 바로 옆에 있으면 아무래도 바로 반응하게 되니, 방은 아니더라도 침대는 따로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이에요.

주목할 만한 내용이 하나 더 있어요. 이 연구에 따르면 엄마에게 붙어서 자는 아기들이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호흡하게 된다고 해요. 엄마가 내쉬는 이산화탄소도 있고, 엄마의 몸이나 옷으로 얼굴이 덮여 자기가 내뱉은 이산화탄소를 다시 마시게 되는 일도 있기 때문이에요. 어른 연구에서는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면 수면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하고요. 아기 연구가 없어 확정할 수는 없지만, 아기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가급적 침대를 따로 쓰려고 노력해요. 수유 중에 잠들어 버려서 같은 침대에서 자게 되는 경우가 흔하긴 하지만요. 그리고 가능하면 문을 열어 놓고 주무셔서 환기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시길 권해요.

대화와 눈맞춤은 낮을 위해 아껴 두기

아기를 재우는 과정 후반과 밤중에 아기가 깼을 때 말을 걸거나 눈을 맞추면 아기가 더 깰 수 있어요. 한 연구에 따르면 아기들은 화재경보기 소리보다 엄마의 목소리에 더 쉽게 깨어난다고 해요. 엄마의 목소리는 아기의 생존에 아주 중요한 단서라서, 자다가도 엄마가 부르면 벌떡 일어나도록 진화한 거죠. 그래서 다 커서도 아침에는 엄마가 깨워 줘야만 잘 깨나 봐요. 다른 연구에서는 아기가 타인과 눈을 맞출 때 뇌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걸 밝혀냈어요. 엄마가 아기와 눈을 맞춘다는 건 '자, 이제부터 엄마와 상호작용을 하자'는 메시지를 주는 셈이에요. 그러니 재우는 과정에서 아기가 정말 졸려 할 때부터, 그리고 자다 깼을 때는 방을 최대한 어둡게 한 상태로 대화와 눈맞춤을 삼가는 게 좋겠습니다.

정리해 보면

  • 재울 때는 아기의 신호에 민감하게, 일관된 절차로, 강요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대하세요.
  • 밤에 짠 모유는 밤에 먹이세요. 자기 직전과 밤중 수유는 분유보다 모유가 수면에 더 좋아요.
  • 낮잠을 줄인다고 밤잠이 늘지 않아요. 여행 중에도 낮잠 시간은 확보하세요.
  • 낮에는 전등과 햇빛으로 최대한 밝게, 밤에는 노란 불이라도 최대한 은은하게 하세요.
  • 같은 방을 쓰더라도 침대는 따로 쓰고, 문을 열어 환기하세요.
  • 아기가 졸려 할 때부터, 그리고 밤중에 깼을 때는 대화와 눈맞춤을 삼가세요.